
# 일본 최대의 농업도시 나가노현=남북 길이만 212㎞에 이를 정도로 일본 열도에 길게 뻗어 있다. 홋카이도, 이와테, 후쿠시마 등에 이어 일본에서도 4번째로 큰 현이다. 이곳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는 12만7천호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형적인 농업도시다. 이 가운데 1만5천호가 전업농이다.
일본은 전체 면적의 16%만 농지로 활용되고 고도도 260~1천500m로 편차가 심하다. 전국토의 88%가 300m 이하지만 나가노현은 500m 이상이 85%에 이를 정도로 고지대다. 그만큼 농업에 사용되는 농지가 적은 편이다. 남북으로 긴 지형탓에 기온과 강수량, 일조량의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
나가노현은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 등과 인접해 이들 지역과 연계된 농산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나가노현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80%가 이들 지역으로 공급된다.
나가노현은 지역 특성을 살린 농업에 주력하고 있다. 강수량이 적은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500~1천m 지역에는 고랭지 채소를 주로 재배한다. 과일과 버섯 등도 주요 작물이다. 야채와 과일, 버섯 등이 생산량의 70%에 이른다. 과일의 경우 전국적으로 비중이 19.6%에 이른다.
나가노현은 농업지역이지만 농가의 경지면적은 95.3a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경지면적이 적은 편이다. 많은 수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농협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통비용도 줄이고 공동마케팅을 통해 자체 브랜드의 가치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생산자와 도매시장의 가교, 'JA'=JA는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이하 전농)를 의미한다. 나가노현에는 23개 JA가 있다. 이들 농협의 대표가 이끌어가는 것이 나가노현의 JA본부다. JA본부는 생산판매는 물론 물자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생산사업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나가노현에는 JA본부와 권역별로 지역판매부 6곳을 설치하고, 일본 전역에 별도의 판매사무소를 두는 등 전방위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특히 나가노현 23곳의 지역 JA 가운데 21곳이 과일을 취급한다. 사과의 주산지답게 나가노현에는 85곳의 과일 출하장 가운데 50곳이 사과를 전문적으로 출하한다. 나가노현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사과를 출하한다.
JA본부는 생산자가 직접 참여하는 이사회를 통해 의결이 이뤄지고 생산자가 이사가 된다. 그 밑에 영농부를 두는데 농업개량보급센터와 연계해서 개량 보급에 힘쓰고 있다. 또 판매담당부에서는 JA본부를 통해 생산자의 출하를 지도하고 판매를 주도한다.
생산자는 JA의 조합원이 되고 이는 각각의 과일별로 설치된 부회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부회를 종합한 것이 과실전문위원회인데, 위원회는 생산 출하방법, 출하방향, 현지 지도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일의 포장, 집하, 판매 등의 실질적인 사업은 JA에서 맡아서 한다. JA는 공동선별장을 운영, 체계적으로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게 된다.
JA본부는 농가로부터 물량을 받아 JA중앙회로 보내고 이를 청과도매회사와 판매가공회사 등에 판매한다. 최근에는 JA본부에서 직판하는 물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 JA의 주요 수익은 역시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이다. 경제사업의 경우 잘하면 현상유지 정도라고 JA 관계자들은 전한다.
우리나라의 하나로마트나 하나로클럽 등 농협이 직접 운영하는 대형매장은 일본에서는 현재 없다. 각 현에 따라 자체적으로 큰 슈퍼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형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있는게 고작이다.

※ 사과전문농협 공화농업원예협동조합을 가다
21개 다양한 상품 고객입맛 만족… 90%이상 JA통해 도매시장 판매
공화농업원예협동조합은 JA에 속해 있지만 사과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문 농협이다. 조합원은 330명 정도로 88%가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선별장에선 과일의 크기에 따라 분류된다. 상자는 특·중특·상 등 3종류로 구분해 출하한다. 박스크기는 7종류로 나눠지기 때문에 21개 상품으로 출하돼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세척과 절단, 포장의 규격화, 모듬형식의 판매, 생산자 직접 홍보, 소규모 포장 등 이곳 조합에서 원스톱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는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때문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여성들의 직장생활이 늘어나고, 외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한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도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지만 도매시장이나 생산지의 시스템 측면만 놓고 보면 일본이 우리보다 한발 앞선다.
사과의 외형에 상처가 난 것은 출고하지 않고 공화농협에 별도로 설치된 특판장에서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등외품목도 정상가격보다 30% 정도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대중화돼 있다.
사과의 당도를 측정하고 기준치 이상이면 선별장으로 보내지고, 그 이하면 가공용으로 사용된다. 크기와 색깔, 형태도 상품 선정의 기준이 된다.
이곳에서 상자포장 후 90% 이상이 JA를 통해 시장에 판매된다. 이들 상품이 도매시장으로 보내지고, 경매와 정가수의계약이 각각 50%로 거래가 이뤄진다. 소비자와 판매담당자가 직접 직판하는 경우는 9%에 불과하다. 전화나 예약을 통해 직판장에 직접 나와 구입하는 경우도 1% 정도다.
그렇다면 농민들은 왜 수수료를 감수하고 JA를 통해 도매시장에 출하할까. 바로 원칙 때문이다. 강제적인 규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수수료율이 있다고는 하지만 금전문제나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

이곳 공화농협은 공동선별, 공동출하, 개별정산을 원칙으로 한다. 개인이 생산한 상품을 샘플링으로 분류해 도매시장에 출하할 것인지, 아니면 가공품으로 내놓을 것인지 개인이 직접 선택하게 된다. 이를 조합에서 선별하고 출하한다.
공동출하지만 개인 생산자에게 바코드를 부여해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급한다. 농협을 통해 도매시장에서 상품이 판매되면 다음날 조합에 돈을 입고시키고, 농협은 개별 생산자에게 2~3일 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대형마트는 자금을 회수하기까지 두달정도 걸린다.
우리나라는 현재 영농을 규모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농민의 조직화를 통해 영농의 규모화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선진 재배법은 우리나라가 다소 앞서지만 적정생산량 조절 측면에서는 일본이 한수 위라는게 일반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