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준호기자]'스위트 홈' 로망에 수도권의 등뼈가 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가격과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쥐꼬리만한 임금으론 집 장만은 사실상 꿈속의 이상향에 불과하다.

특히 수도권 시민들 중 상당수가 직장마저 정규직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등 고용 불안정이 심각해짐에 따라 집 장만 등은 애당초 포기한 상태다.

경인일보 취재팀이 부부 맞벌이로 전국 평균 수준인 월 439만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소시민인 '경순네 가족'의 멀고도 먼 내집 장만기를 재구성해 봤다.

■ '집장만 사실상 불가능(?)'=1억원의 종잣돈을 가지고 있는 경순네가 인근 지역의 85㎡ 아파트를 사려면 최소 2억원 정도를 대출받아야 한다.

현 주택담보대출의 최저금리를 6%로 고려할 때 한 달 이자만 103만7천원에 달한다. 10년간 원금상환시엔 매달 166만7천원씩 추가해 모두 270만4천원을 지불해야만 한다. 월수입 439만원에서 집값으로만 270여만원을 부담하면 나머지 169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신용카드와 보험료 등을 감안할 때 적자 삶이 불보듯 뻔하다.

예금은행 자금별 대출금 규모는 지난 2000년 12월 말 27조7천여억원에서 지난해 12월에는 61조6천여억원으로 거의 두 배나 증가하는 등 대출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2008년 말 아파트 전세금을 100으로 잡으면 주택가격지수가 2005년 1월 85.2에서 지난 1월 105로 올라 전국의 아파트 전세금이 지난 5년간 20% 정도 급상승,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 '고용불안과 높은 사교육비'=경순네를 비롯, 수도권 시민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은 '언제 비정규직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고용 불안감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 2004년 이후 꾸준히 35%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순네와 같은 서비스·판매업 종사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42%로 상대적으로 더 높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 비정규직 형태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초반이 23% 정도로 가장 낮고, 40대 초반은 31%, 50대가 되면 40%까지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또 2003년 3.8%였던 실업률이 지난 1월에는 5%를 기록해 전국적으로 실업률이 급상승하면서 고용불안으로 집 장만을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이들 교육비만은 줄일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가계 월평균 교육비는 2004년 20만2천원, 2006년 22만2천원, 2009년 29만1천원으로 매년 5%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임금소득은 제자리인데 교육비는 갈수록 증가한 만큼 집 장만은 꿈으로 끝날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