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내연남 B(54) 씨와 가출신고된 주부 A(44)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수원의 모 아파트 현장. /하태황기자

오원춘 사건의 초동수사 미흡으로 문제가 됐던 수원 중부경찰서가 가출신고 부실 수사의혹으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자살이 이뤄지기 전 현장을 방문했으나 부실한 수색으로 가출신고된 당사자를 찾아내지 못했으며, 자살한 이들은 유서에 '경찰이 신고받고 왔으면 확인하고 가지'라며 경찰을 원망하는 내용을 남겼다.

29일 수원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8시18분께 창룡문파출소에 '부인이 자살한다며 집을 나갔는데 내연남과 있는 것 같다'는 A(44·여)씨 남편의 방문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A씨와 내연남 B(54)씨의 휴대전화와 주거지 등을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고, 이들은 B씨 딸의 신고로 지난 28일 낮 12시42분께 B씨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방 안에서 이불에 덮여 숨진 채(질식사 추정)로, B씨는 화장실 출입문 위 가스배관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러나 이후 수사를 통해 A씨가 B씨의 집에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27일 오전 1시42분께 경찰이 B씨의 집을 찾아가 그와 그의 딸을 만났지만 미처 방 안에 있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B씨가 "A씨와 아는 사이지만 최근엔 만난 적 없다. 딸이 방에서 자고 있는데 (방수색을 하면)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항의하자 B씨의 딸만 문앞에서 확인하고 안방 등 더 이상 내부수색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이 뒤늦게 B씨의 아파트 CCTV를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CCTV에는 경찰이 B씨의 집을 방문하기 2시간여 전인 26일 오후 11시45분께 A씨와 B씨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A씨의 유가족 측은 "B씨의 집을 제대로 수색했거나 CCTV라도 일찍 확인했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B씨가 남긴 유서에는 '어제 경찰이 왔는데 신고받고 왔으면 확인하고 가지'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가택수색영장이 있거나 그에 준하는 긴급상황에서만 집 안에 들어가 수색할 수 있는데 당시 상황으로는 어려웠다"며 "다만 CCTV 확인이 늦은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