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박성현기자

이가림 시인은 '내 마음의 협궤열차'에서 협궤열차를 '장난감 같은'과 '철없는'으로 수식한다. 또한 협궤열차는 '그리움'을 싣고 떠난다.

시에서 협궤열차는 삶의 근원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간다. 현재 우리가 서있는 곳이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 정거장'이다. 철없던 인생의 순간들이 기차처럼 덜컹거린다. 내달린 인생들이 협궤열차에 반추되어 떠오른다.

이 시를 읽으면 마치 협궤열차가 다가오는 것처럼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내 마음의 협궤열차

-이가림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장난감 같은

내 철없는 협궤열차는

떠난다



너의 간이역이

끊어진 철교 그 너머

아스라한 은하수 기슭에

있다 할지라도

바람 속에 말달리는 마음

어쩌지 못해

열띤 기적을 울리고

또 울린다



바다가 하늘을 삼키고

하늘이 바다를 삼킨 날

해안선 끝

파란 영원 속으로

마구 내달린다



출발하자마자

돌이킬 수 없는 뻘에

처박히고 마는

내 철없는 협궤열차



오늘도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한 량 가득 그리움 싣고

은하수를 향해

떠난다


옛 협궤열차는 아니지만 최신식 전동차가 다니는 복선 선로로 재탄생한 수인선이 30일 개통한다.

경인일보는 철도 관계자들, 정태민 남인천농협 조합장, 조성면(문학평론가·인하대 BK21 동아시아 한국학 사업단) 교수와 개통에 앞서 시운전중인 수인선 전철을 먼저 타봤다.

정 조합장은 1970년을 전후해 수인선을 타고 남동역에서 수인역까지 통학을 했으며, 조 교수는 '질주하는 역사 철도'를 경인일보에 연재했다.

지난 25일 오후 2시 송도역을 출발하는 열차를 타기 위해 송도역 개찰구를 통과하던 중 정 조합장은 역에서 표를 안 사고 운행중인 열차에 타고 내렸던 어린시절 추억을 이야기하며 미소지었다.

출발한 열차가 터널을 지나 연수역쪽으로 접어들 즈음 정 조합장은 "산을 돌아가느라 이쯤에서 커브가 상당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옛 수인선을 타면 만날 수 있었던 동막 어촌계와 갯벌, 염전 등 현재는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논하던 사이 일행을 태운 열차는 소래포구를 통과했다. 출발한 지 불과 15분 정도였다.

주말이면 교통체증과 주차문제로 몸살을 앓던 소래포구의 접근성이 상당히 좋아진 것이다.

조 교수는 "새롭게 개통하는 수인선이 인천과 경기서부지역에 보다 조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민의 삶의 질 또한 향상시킬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옛 꼬마열차를 타고서 느꼈던 소래포구의 낭만과 정취는 아무래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이어서 조 교수는 "21세기 수인선은 자연과 문명, 도시가 공존하는 인간적 합리주의가 복원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도역을 출발해 연수, 원인재, 남동인더스파크, 호구포, 인천 논현, 소래포구, 월곶을 지난 열차는 오이도역까지 20분만에 도착했다.

창 밖에서는 현재와 과거, 도시와 농어촌을 아우르는 한편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도심과 공장지대, 신도시 주택가, 활기 넘치는 포구 그리고 한적한 농촌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새로 개통된 수인선은 서울 도심의 전철과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르고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그럼에도 불구, 꼬마열차의 추억이 너무 진해서일까?

▲ 정태민 남인천농협 조합장, 조성면(문학평론가·인하대 BK21 동아시아 한국학 사업단) 교수가 지난 25일 오후 개통에 앞서 시운전중인 수인선 전철을 타고 옛 꼬마열차가 다녔던 소래철교를 보며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되돌아오는 길에도 최신식 전동차 안에선 옛 수인선 '꼬마열차' 안의 풍경이 지속적으로 회자됐다.

객차 안에서 닭과 돼지가 돌아다니고 곡물과 채소도 즐비했다. 살아있는 생선도 만날수 있었단다. 가축과 농수산물들은 인천 송림동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으며 수인역과 송도역에 장이 서기도 했다.

광역도시시대의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으며 개통하는 철도(수인선)지만, 누군가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려주는 수인선이었다.

글/김영준·홍현기기자

사진/임순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