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광복 67주년이자 건국 64주년을 맞는 날이다. 일제로부터 국권을 회복하고 대한민국이 건국된 바로 그 날이다. 그 세월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은 독일이 성취한 라인강의 기적보다 더욱 선명하다. 정말 맨주먹으로 이룬 기적이라서다.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들 중 오직 대한민국 만이 기적의 국가로 칭송받고 있다. 그 기적의 후예들이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5위의 기록을 세웠다. 올림픽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변했다. 승패에 집착했던 세대가 뒷전에 물러앉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들은 박태환이 은메달을 따자 "여름엔 시원한 은메달이 낫다"고 위로했다. 박태환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의 은메달을 자랑스럽게 깨물었다.
일제의 36년 수탈로 헐벗고 동란으로 폐허가 된 한반도가 이제는 적어도 남녘에서 만큼은 세계와 어깨를 겨루는 무역대국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독재정권의 산업화 과정과 저항세력의 민주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성공시킨 결과이다. 그리고 이제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길 줄 아는 신세대들이 나라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구세대는 신세대의 국가관이나 애국심 결핍을 비난할 지 모르지만 자유분방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대한민국 광복의 증거이다. 과거에서 자유롭고 얄미울 정도로 현실적이면서도 외세의 부당한 시비에 분노하는 그들이 대한민국이 기르려했던 한국인 아닌가.
세대는 바뀌고 한국인은 진화하는데 퇴행적, 퇴폐적 구태를 벗지 못하는 정치가 세대의 순환을 방해하고 진화하는 한국인의 유전자를 오염시키고 있다. 정치권은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으로 나뉘어 세대를 초월해 대치한지 오래됐다. 이미 벗어났어야 할 낡은 프레임에 갇혀 불신과 대립, 적대와 증오의 게임을 벌이고 있으니 구체제의 폐해가 극심하다.
이미 정권을 주고 받은 세력들이고 국가운영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한 세력들이다. 서로 이해하고 타협할 수 있는 국정경험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두 세력은 적대감에서만 존재의 이유를 찾는다. 그들은 상대를 실패한 과거에 연좌시키는 경쟁에만 몰두한다. 야권은 박근혜에게 쿠데타와 유신을 연좌시키고, 여권은 야권 후보들에게 그들 보스의 실패를 연좌시키는 식이다. 그들은 상대에게서 미래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들도 미래를 상상할 필요가 없다. 이념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퇴행적 지지기반이 그들에게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을 앗아간 것이다.
신세대 입장에서는 그들이 적대하게 된 역사적 연원에 어둡다. 구세대들이 편을 갈라 대립하는 이유를 잘 모른다. 신세대가 안철수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철수는 그들의 언어로, 그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그들의 주제를 이야기하고 그들의 고민을 위로한다. 안철수는 정치적인 밑천 없이 박근혜와 1등을 다투고 민주통합당을 불임으로 만들고 있다.
해방되고 건국한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정치권의 시계는 해방전후의 혼란에서 멈춰있다. 인물 중심으로 권력이 오가고 정상배들이 유력정치인에 기대 권력을 희롱하는 양상도 비슷하고, 국리민복보다 이념과 전선에 매몰돼 사리분별 없이 막말과 폭력을 불사하는 행태가 그 때와 무엇이 다른가. 국격은 올라가고 국민들도 달라졌는데 정치만 광복 67년, 건국 64년 동안 제자리이다. 정치가 퇴행과 구태에서 벗어나는 날 대한민국의 광복과 건국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