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박성현기자

'여러분은 인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요즘 '인천'이란 단어에 늘 붙는 말이 있더군요. '재정난'입니다. 인천이 재정위기 도시의 대명사로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무분별하게, 장밋빛 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로 인천을 꼽기도 합니다.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서 '인천시 파산'은 자동완성기능이 적용되는 문구가 됐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검색했다는 뜻입니다. 인천에 살고 있는 자녀와 친구들을걱정하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인천사람들도 위기를 얘기합니다. 동네 슈퍼마켓과 미용실, 택시에서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인천이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각종 개발사업들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금융이자만 내며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세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쓴 돈과 쓸 곳은 많은데 벌 길이 막막합니다. 철밥통이라고 여겨졌던 공무원의 봉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너무 지친 나머지 일부 시민단체들은 2014 아시안게임을 반납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지요. 낡은 주택가를 살기 좋게 고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내집마련의 꿈을 기대한 중산층은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에 허덕입니다. 옛 인천대 주변과 가정오거리 주변은 유령도시가 됐습니다. 그곳에 살던 주민과 상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봉급생활자 연봉 수준은 16개 시도 중 꼴찌에서 두번째입니다.

인천이 이대로 좌절하고 있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죠?

인천이 어떤 도시가 되기를 바라시나요?

언뜻 겉으로 보기엔 다 망가져 가는 도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가장 역동적인 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언젠가 인천에 사람과 돈이 몰려드는 날이 올 겁니다. 지금의 어려운 나날들은 그런 날이 만들어지려는 일종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지요. 인천이 대한민국의 경제수도, 동북아시대 거점도시가 되길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천이 평화의 도시가 돼야 합니다.

최근 10여년을 돌이켜보면 인천 앞바다에서 남북의 극한 대치 상황이 여러차례 연출됐습니다. 또 개항을 전후한 시기 인천 앞바다는 '세계의 전장'이었습니다. 전쟁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세계의 기업,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지요. 인천이 '남북평화 교류협력 전진기지'의 역할을 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천시는 남북 관계가 천안함 사건 이후 경색돼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꾸준히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을 무대로 한 새로운 남북협력사업의 모델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고, 2014년 아시안게임을 남북교류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GCF라는 걸 아시나요?

GCF는 Green Climate Fund(녹색기후기금)의 영문 약자로 새로 생긴 유엔 산하 국제기구입니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115조원)의 기후기금을 조성하게 되는데 GCF 사무국이 자금의 관리와 운영 등을 맡게 됩니다.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사무국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 독일, 스위스, 멕시코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한 후보도시입니다. 이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면 연간 3천812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뒤따른다고 합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인천의 희망이지요.

▲ 일러스트/박성현기자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이기도 한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 청라, 영종)은 국내 6개 경제자유구역 중 선두주자입니다. 법과 행정의 규제완화, 부진한 개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인천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지요. 국내외 기업과 대학, 사람과 돈이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를 인천에서 시작하기로 결정,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는 데다 우리나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이 마침내 국내 허가를 마치고 본격적인 판매 준비에 들어간 것도 희소식이지요. 여기에 일본 기업들도 최근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영종하늘도시에서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대규모 복합위락단지가 추진 중입니다. 정부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발전에 발맞춰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국 경제자유구역청장 회의에서 '너무 인천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인천이 아직 가보지 않은 신천지가 있습니다. 해양레저산업이지요. 바다를 곁에 두고도 인천은 그동안 '바다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수도권 2천만 인구를 배후에 두고 있었지만 사람들을 끌어모으지 못했습니다. 경인아라뱃길, 영종도, 덕적도는 마리나 시설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늘어난 해양레저 수요층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관광과 의료산업을 접목한 의료관광도 인천의 잠재성장 요소 중 하나지요. 제조업 중심의 인천은 IT(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와 연계돼 새로운 융합기술 산업의 시연장이 될 것입니다.

인천에는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다 모여들고 있습니다. 어느덧 인구는 285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3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인천이 1960, 70년대 산업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했을 때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도 옵니다. 그야말로 인천은 다문화의 도시입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건너온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결혼이민여성, 송도국제도시에서 일하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까지 다양한 계층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인천에 정착하는 새터민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편견 없이 이들을 끌어안아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방과 역동성에서 인천의 희망이 엿보입니다.

인천의 자족도시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대하게 포장된 '장밋빛 희망'도 있었습니다. 인천은 지금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꿈과 희망이 있기에 그리 절망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 간에 격려와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