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웰빙센터 6층 '아주푸른공간'에서 20여명의 암환자들이 둘러 앉아 명상을 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웰빙센터 6층 '아주푸른공간'. 20여명의 사람이 둘러앉아 명상과 요가를 하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진지함을 넘어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주푸른공간'은 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에게 국선도, 명상, 요가, 스트레칭, 음악·미술 치료 등 의학 외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곳. 현재 같은 처지의 환자 40여명이 치료도 받고 담소도 나눈다.

수원 영통동에 사는 김종환(58)씨가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2010년 6월. 더 이상 손을 쓰기 어렵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함께 접했다. 김씨는 "암 판정 이후 누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싫어 사람을 피하게 됐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소회했다. 결국 김씨는 따로 집을 마련, 가족과도 잠시 담을 쌓은 채 외롭고 처절한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살고 싶었다. 술을 끊고 매일 30~40분씩 걸었다. 또 꾸준히 이곳에 들러 체조와 명상을 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해 나갔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함께 위로받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거부감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마음의 평온을 찾고 몸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해 나간 지 2년, 김씨는 기적처럼 회복을 거듭해 현재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을 만큼 상태가 호전되는 기적이 벌어졌다. 김씨는 "마음먹기에 따라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고 수십년을 건강하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가장 좋은 약은 마음의 치유"라고 전했다.

수원 원천동의 지이란(62)씨는 2006년 7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지씨는 "평생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너무 억울했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며 당시의 절박했던 심정을 밝혔다. 이후 항암치료를 계속 받았지만 극도의 고통이 계속되며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5년 전부터 이 곳에서 명상을 시작,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새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지씨는 "매일 명상을 하며 내 몸 구석구석에 이야기를 건넨다"며 "가령 '아프게 해서 미안해. 아프지 않을게'라며 내 자신과 대화를 하고 나면 내 몸을 훨씬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되고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기운을 얻게 된다"고 했다.

지씨는 "암과의 싸움은 끝이 없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말기 암환자'가 아닌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