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악기를 연주하는 남편
가야금 타는 부인의 만남
결혼 전부터 '가족 악단'
정통-퓨전 취향달라도
국악 향한 열정 '천생연분'
인물열전 마지막회의 주인공은 끈끈한 정을 넘어 쫀쫀한 사이로 발전한 사람 좋게 생긴 남편 이석종 수석단원과 야무져 보이는 아내 이은기 부수석 단원이다.

이은기 부수석단원은 가야금을 연주한다. 서양음악 작곡을 공부한 아버지와 피아노를 가르치는 어머니가 계시다니 국악이 웬말인가 싶지만, 아버지는 외국 유학을 계기로 국악인이 되셨다. "학생들끼리 모여서 모국의 음악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우리 음악에 대해 할 말이 없으셨대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우리 음악부터 다시 배우겠다고 결심하셨고, 국악의 매력에 빠져버리셨죠."
어머니도 이매방무를 이수하시고, 오빠와 새언니 등 친족 다수가 국악인이어서 그런것만은 아니겠지만, 이은기 단원은 타악기 연주자를 남편으로 맞아 구색(?)을 맞췄다. 현란한 몸사위로 장구를 치는 남편 이석종 단원은 가족의 음악에 흥을 더했다. 결혼 전부터도 '둥지'라는 가족악단에서 같이 연주를 했고 장인 어른이 된 이병욱 교수가 창단한 실내악단 '이병욱과 어울림'에서도 공연을 하고 있다.

이석종 단원은 올해 초 수석단원이 됐다. 서른 여섯의 나이에 국악단의 수석단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재영 예술감독의 깜짝 놀랄만한 선발방식 때문이다. 오로지 실력만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국악계의 관례상 연차로 순서가 매겨지던 것을 뒤집은 것이다. "김재영 감독님이 오신 뒤로 시험과목도 많아졌고 심사가 까다로워졌어요.
갑자기 연차와 상관없이 순서가 바뀌니 처음에는 단원들끼리 사적인 대화도 줄어들고 분위기가 묘해졌죠. 그러나 2년이 지나니까 다들 적응했어요. 정악만 하면 연차가 쌓일수록 깊어지는 맛이 있어 나이순도 괜찮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형태의 국악공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실력을 키우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들 생각해요."

이은기 단원은 '장구는 어떤 악기와도 잘 어울린다'며, 이석종 단원은 '가야금은 음색이 아름답고 우리 음악 어디에나 널리 쓰인다'며 서로를 칭찬했다.
그러나 국악에 대한 이들의 취향은 약간 다른 듯하다. 요즘 국악계에 퓨전바람이 불면서 24현 개량 가야금, 48현 연주 등 현란한 기교를 자랑하는 이들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은기 단원은 12현 정통 가야금을 좋아한다. 이석종 단원은 국악관현악에서 다양한 타악기가 쓰이고 있는 만큼 악기마다의 전문성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둘이 바라는 점은 똑같고 한결같다. "국악은 우리 음악인데 너무 신기하게 보는 경향이 있죠. 순수국악공연을 보러 올 때 굳이 정장입고 긴장하며 오실 필요 없어요.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교육이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면 어려워지니, 누구나 편하게 와서 즐기다 가면 좋겠어요."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