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권 TV에서는 '캐송(Kaesong) 캐송' 일본에선 '케손 케손' 중국 TV에선 '카이청(開城)' 등 개성이 국제뉴스의 초점이 돼버렸다. 그런데 '개성'이라는 지명보다는 조선시대의 명칭이었던 '송경(松京)'이 좋고 그 솔잎 향기 진한 도시 '송도(松都)'가 낫다. 송악산 밑의 고려 왕궁 터라고 해서 송경이었던 그 곳 개성하면 '송도삼절(松都三絶)'부터 연상된다. 개성의 세 가지 뛰어난 존재인 송도삼절로는 학자 서화담(徐花潭), 명기 황진이와 박연폭포가 꼽히지만 화담 서경덕(徐敬德)과 황진이뿐 아니라 개성엔 인물도 많았다. 송도의 인물에 얽힌 일화와 설화 등이 수록된 죽천(竹泉) 이덕형(李德泂)의 '송도기이(松都紀異)'엔 서화담을 비롯해 명시인 임제(林悌), '조선의 장자방'으로 불린 한명회(韓明澮), 명필 한호(韓濩), 문장가 차천로(車天輅) 등도 나온다.
TV에 비치는 개성공단의 그 많은 아가씨 아줌마 얼굴들로는 하나같이 황진이 얼굴이 겹쳐 보이지만 송악산 기슭의 만월대(滿月臺) 달빛까지 비껴드는 곳으로 그냥 스쳐보기에도 애절하기 그지 없다. 개성이란 원래 조선8도의 주요 상권 중 하나였고 상인하면 개성상인이었다. 이중환(李重煥)은 '택리지(擇里志)' 무역교천도(貿易交遷道)에서 '전국의 시장은 동해안 시장권, 개성 시장권, 한강 시장권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송경 상인인 송상(松商)과 한성(서울) 상인인 강상(江商)이 유명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개성상인은 고려~조선의 대표적인 상인이었다. 가장 유명한 조선인삼 산지 또한 개성이다. 개성경단, 개성 무찜 등 개성 음식은 또 어떤가.
개성 상권을 말살하고 개성 상혼을 죽이려는 건 통탄스런 민족적 비극이다. 2000년 8월 현대와 북한이 합의, 개성직할시 봉동리 일대 2천만평에 800만평 규모의 공단을 조성키로 합의, 2002년 11월 북측이 공업지구(경제특구)로 지정한 그 공단에선 연간 5만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고 현재까지 20억달러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했다. 판문점에서 8㎞에 불과한 땅이 개성이다. 송경 송도의 송악산 정기를 타고난 개성상인의 상혼을 지우려는 어리석음은 남북이 따로 없이 적극 막아야 마땅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