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통행 중단과 평양주재 외국 공관에 대한 철수 준비를 권고하는 등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7일 오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에 경계근무중인 군인과 농번기 작업 준비중인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하태황기자
최근 북한이 서해 5도를 거론하며 군사적 도발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탈북자 이혁철(28)씨가 어선을 훔쳐 타고 지난 3일 오후 10시49분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하면서 연평도 주민들은 정부의 실질적인 안보 대책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평도 주민들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 3~4일 긴급회의를 가졌다. 주민들은 전시나 다름없는 현 상황에서 탈북자가 어선을 이용해 월북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도록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민은 회의에서 "안보에 이렇게 구멍이 뚫렸는데 어찌 안심을 하고 지낼 수 있겠느냐"며 "이제 무슨 말을 해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박태원 대책위원장은 "준전시 상황에서 연평 어선이 북으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을 군(軍)이 모를 만큼 안보가 허술할 수 있느냐"며 "적이 공기 부양정이라도 타고 공격해 온다면 아마도 주민들은 꼼짝없이 당할 것이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서해 5도 주민들은 제1·2차 연평해전, 천안함 피폭, 연평도 포격사건 등을 계속 겪으며 살아왔다"며 "북에서 쏜 포를 맞은 지 2년밖에 안됐는데 또다시 김정은이 포격 경고 발언을 하는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이 도발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뒤 관광객이 줄면서 주민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본격적인 꽃게조업철을 맞았지만 예년처럼 어장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올해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비상사태 발생 시 서해 5도 주민들이 일시적으로 육지에 나와 생활할 수 있는 사전 대비책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공공근로 확대 등 관광객 감소로 인한 생계지원 방안, 꽃게잡이가 금지되는 공백기 타 어종의 한시적 조업 허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책위는 청와대 항의 방문 등 집단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