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단독보도로 알려진 용인 CU 편의점 운영자 자살과 관련된 뒷얘기는 들을수록 끔찍하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을 상대로 '갑의 횡포'를 부리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정도면 불공정 계약을 넘어 노예계약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언론보도가 확산되자 CU 측이 보인 태도는 야비할 정도다. 편의점 운영자의 과거병력과 사망진단서까지 배포하며 죽음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등 기업윤리를 스스로 저버리는 추태를 보인 것이다.

CU 측은 한술 더떠 언론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김씨 유족에게 투자비용 3천770만원 전액 반환, 위약금 1천400만원 면제, 위로금 월 300만원씩 1년치 3천600만원 지급, 장례비 전액 지급 등 고인의 사망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갑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편의점 운영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들여다보면 마치 노예계약을 보는 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영업부진으로 편의점 운영을 접으려 했지만 본사의 집요한 폐점비용 요구에 김씨는 매일 절망했다. 내 마음대로 편의점 문을 닫을 수 없는 계약이 이 시대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유족 측은 CU 본사가 당초 폐점 비용을 1억원이나 불러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영업을 계속했고 운영과정에서도 노예와 같은 계약조건이 자살의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CU 측은 "위약금과 인테리어 감가상각비 등 폐점 비용을 1천400만원만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약금 3천700만원과 인테리어비, 철거비, 폐점 수수료, 재고 조사비용 7천만원 등 1억여원이 공식 해지 비용이라는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뿐인가. 본사의 밀어내기 강매나 상품 진열방식 간섭 등 부당한 대우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올 들어 벌써 4명의 편의점 운영자들이 목숨을 끊었다. 공교롭게도 이중 3명이 CU편의점을 운영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CU 본사의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CU 편의점은 매장 수로는 업계 1위 업체다. 이곳 점주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데도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도대체 이 편의점에서 어떤 불공정 계약들이 자행되고 있는지 낱낱이 밝히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점주의 죽음은 계속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