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원인 게재, 원본과 달라
수면유도제 복용 개연성 소견
'항히스타민제 중독' 지워
"의사동의없어 엄연한 위법"
용인 CU 편의점 운영자 사망사건과 관련, 유가족을 상대로 사망 사실과 그간의 과정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확인서'를 작성한(경인일보 5월 22일자 1면 보도) BGF리테일측이 고인의 사망진단서까지 임의로 변조해 전국 언론사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의 유가족과 CU 편의점 업주들은 "계약해지를 요구하다 본사 직원이 보는 앞에서 다량의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뒤 숨진 고인의 사망원인을 지병이던 심근경색으로만 떠넘기려는 BGF의 얄팍한 술수 아니냐"며 사망자에 대한 도리 따위는 아예 저버린 대기업의 부도덕성이 도를 넘었다며 분개하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지난 21일 CU 본사인 BGF리테일은 전국의 언론사에 '고인이 지병인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와 함께 사망진단서를 첨부해 배포했다.
그러나 BGF리테일측의 사망진단서 배포는 유가족들에게 사전동의도 구하지 않았으며, 특히 고인의 주치의였던 아주대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장의 의학적 소견마저 일부 삭제된 것이었다.
BGF리테일이 배포한 사망진단서의 '사망원인' 부분에는 고인의 직접사인이 '급성 심근경색'이라고만 돼 있지만, 아주대병원측이 지난 17일 발급한 사망진단서 원본에는 사망의 원인, 그 밖의 신체상황 부분에 '항히스타민제 중독'이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는 지난 16일 오후 고인이 항히스타민(중추신경을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 성분이 담긴 다량의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점을 들어 사망원인의 개연성에 대해 적시한 것이다.
민영기 아주대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장은 "고인의 직접적 사망원인이 심근경색인 것은 맞지만, 수면유도제 40알을 복용하고 위세척을 했다고 해서 의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어 '항히스타민제 중독'을 명시한 것"이라며 "의사의 동의없이 임의로 진단서를 변조했다면 이는 엄연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형법 제231조에서는 병원에서 발급하는 진단서를 비롯해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유가족들은 "우리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사망진단서를 뿌린 것도 황당한데, 내용까지 변조했다니 이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대기업의 횡포에 치가 떨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항히스타민제 중독 부분을 지운 것은 병사와 관련없는 내용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고인의 죽음을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사문서 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선회·김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