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심리검사하듯 해서 될 일 아냐
출처 불분명 적용도 의구심
취업생 상당수 합격위한 거짓말
자신속이는 것으로 사회생활 시작
회사 명운 생각하면 '위험'
좋은인성 여유·세심 관찰로 충분


필자가 만약 회사 대표라면 직원 채용을 위해 지금의 인성검사와 같은 일은 하지 않겠다. 문항수 100개의 인성검사로 인성을 테스트하겠다는 생각은 무지이기도 하고 직무유기에 가까운 게으름일 수도 있다. 1천개의 문항이 있다고 한들 좋은 품성을 갖춘 인재를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성은 이렇게 심리검사하듯이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여러 인성검사지를 면밀히 살펴봤지만 그 출처도 불분명할뿐더러 제대로 적용될까싶은 의구심이 든다. 채용하는 입장에서 좋은 인간관계나 적극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인간성 좋은 인재 찾기에 이런 식으로 회사의 명운을 건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다.

인성검사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 취업생이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린다. "이번 하반기에 ○○회사에 지원했는데 인적성검사가 고민입니다. 기업 인재상에는 사교성과 창의력이 높은 인재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실제로 답하게 된다면 사교성 부분에서 낮은 점수가 나올 듯합니다. 인성검사 시에 기업문화를 고려해서 적당히 답변을 바꿔 선택해야 하는지 정말 걱정입니다…." 이 취업생이 인성에 대해 갖는 고민은 예측 불가능에 더해 거의 공포에 가깝다. 그리고 뭣보다도 자신을 속이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왜 이 젊은이로 하여금 이렇게 비극적인 고민을 하게 하는가.

이에 대한 인스턴트 식의 댓글을 보면 그 비극이 얼마나 왜곡되어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다. "되도록이면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합니다. 시험 보러가기 전에 외향적인 사람들과 같이 자주 대화를 하거나 그런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그런 사람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같이 있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적당히 답을 선택해서 합격하고 나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댓글을 보고 그 취업생은 어떻게 취업대비를 했을까? 인성이라는 것은 한 인간의 오랫동안의 총체적인 품성의 합이다. 특정 회사를 위한 맞춤된 인성이 따로 있어 그것을 마치 시험 대비하듯이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슬픈 모습이며 사회적 비용으로 쳐도 이만한 낭비가 없다.

인성에 대해 아주 상식적인 얘기를 해보자. 첫째, 온전한 인성이 갖추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 둘째, 좋은 인성은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사람들과의 만남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오는 입체적인 것이다. 셋째, 인성은 자신의 몸으로 체질화되는 것으로 이론이나 지식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당일치기 인성검사를 위한 검사기관이 사업처럼 성행하고 인터넷 상에는 유무료로 검사할 수 있는 곳이 무분별하게 생겨난다. 회사나 공공기관은 이런 인성검사를 인성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있는 절대 기준이나 되는 듯 죄의식 없이 한다. 중소기업조차 인성검사를 유행처럼 따라한다.

인성검사는 종이 한 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성 좋은 사람을 뽑겠다는 진정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가장 전통적인 채용방식을 통해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좋은 인성은 면접시간을 조금 늘리는 여유만 가져도 된다. 많은 채용기관에서는 이 단순하고 강력한 이점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학교의 성적표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학년별 추이나 수강과목들의 특성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최근의 의식있는 대학들은 인성관련 과목들을 인증제로 하여 묶음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것도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초적이고 단순한 작업들을 진지하고 세밀하게 살펴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굳이 필요하다면 채용 후 적합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하면 되는 것이다.

좋은 인성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인성검사가 시험처럼 되어버리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일이다. 사회가 인성에 대한 확고한 책임의식이나 확신도 없이 젊은이들에게 인성검사지 한 장을 제시한다면 채용자나 취업자 모두에게 좋을 일은 아니다. '윤리적 폭력'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