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이 있음에 감사 하지만
남과 비교해 부족함 느끼면
상실감은 불행으로 이어져
인생의 고통 덮쳐도 3개월만
참으면 행복은 또 옵니다
어느 날 50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됐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완전 대박이죠.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입니다. 50억 원으로 무엇을 살지,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현재 하는 일을 언제 그만둘지 리스트를 작성하느라고 잠도 못 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입니다.
어느 날 사랑하는 친구의 부고를 받았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엄청난 충격에 빠질 것입니다. 그 친구와의 오랜 인연과 추억들이 생각나서 비통한 마음으로 몇 날 며칠을 술로 밤을 지새울 것입니다.
그런데 복권 당첨의 행복한 기분과 친구 죽음의 불행한 기분은 얼마나 유지될까요? 행복과 불행의 유효기간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유효기간은 있습니다.
50억 원이면 평생 행복하고, 친구가 죽었으면 평생 불행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댄 길버트 교수가 제시합니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과 불행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라고 합니다. 3개월이 지나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거나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고 부릅니다. 즉 50억 원의 복권이 당첨돼도 3개월이 지나면 50억 원 때문에 더 이상의 행복은 지속되지 않고, 친구의 죽음이 주는 비통한 슬픔도 3개월이 지나면 다시 웃으면서 일상생활을 한다는 주장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50억 원이나 갖고 있는 부자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서 불행하고 우울하게(예전에 그의 성격이 습관적으로 불행하고 우울했다면) 살아간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유형의 자산이 주는 행복의 한계는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엄청난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입증합니다.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재벌도, 돈과 인기가 넘치던 연예인도, 심지어 명예의 최고까지 가보았던 전직 대통령조차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입니다.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은 풍족하지 않음에도 비교적 행복하게 살아가고, 충분히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다른 사람과 견주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불행하게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복하게 사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습관입니다.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정지해 있는 물체에 힘을 가하지 않으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언제까지나 정지해 있고,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언제나 운동을 계속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과 비슷한 보통의 상황을 습관처럼 비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통의 상황을 습관처럼 낙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습관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셈이죠.
인생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 현자들이 습관처럼 활용했던 다음 두 가지 팁을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습니다.
첫째, 현재에 감사하라.
건강한 정신과 육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급여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그 사실에 감사합니다. 건강과 가족, 친구와 직장은 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감사한 것을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사라진 다음에야 비로소 감사한 것을 느끼게 되죠. 감사하다 보면 감사가 습관이 됩니다. 가진 것이 남보다 적지만 그것이라도 있음을 감사하게 되죠. 힘든 일이 삶을 덮칠 때도 '더 험한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야'라고 감사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행복한 시간이 늘어납니다.
둘째, 남과 비교하지 마라.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게 됩니다. 자신의 능력과 상태를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자신은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지만,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과 타인이 갖고 있는 것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볼품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충분히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남보다 부족하게 느끼죠.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은 곧 불행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댄 길버트 교수의 연구결과는 한편으로는 위안을 줍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이 인생을 덮쳐도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3개월이면 가능하다는 사실이지요.
그러고 보면 눈앞에 닥친 아픔 때문에 너무 낙심할 일도 아닙니다. 그나마 더 큰일이 아니었음에 감사하면서 살아간다면 머지않아 행복한 일이 또 나에게 다가설 것입니다. 고통스러워도 3개월만 참아보자고요.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