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객마다 옛추억 나누며 ‘공감’
학생들 “우리가 더 살게요” 호소
경인일보 보도후 판매량도 껑충
62년된 인천의 최고(最古) 서점 동인천 ‘대한서림’이 인천 서점 역사를 잇기로 했다는 소식(경인일보 3월 27일자 1면 보도)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인천시민들에게 대한서림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1990년대까지 인천 최고의 번화가였던 동인천에 대한 추억의 상징 공간인 것이다.
지난 주말 많은 인천시민들이 서점을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고등학생이던 1980년대 초 대한서림에서 일하던 여직원을 짝사랑해 책장을 넘기며 힐끗힐끗 바라보곤 했다는 사람, 1990년대 대한서림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읽다가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던 음악감상실 ‘심지’에 가곤 했다는 사람 등 저마다 간직해 오던 대한서림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경인일보 보도 이후 문학 등 단행본 판매량도 며칠 사이 크게 늘었다. 대한서림 직원 하권숙 씨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물론 판매량이 저조했던 소설이나 수필 등 일반서적도 평소보다 10% 정도는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학교 온라인 동창 모임에서도 대한서림이 화제였다. 한 시민은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 “대학교 1학년 때인 1990년대 절판된 책을 구하러 서울 청계천 책방 수십 곳을 뒤졌다가 못 찾은 책을 대한서림에서 찾아서 굉장히 기뻤다”며 “없어지게 되면 무척 아쉬울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한서림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은 세대도 뛰어 넘었다. 지난 29일 대한서림에 인천 인일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찾아와 직원 하 씨에게 “문을 닫지 않아 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6명의 학생들은 “우리가 책을 더 사줄 테니 제발 서점 문을 닫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하 씨는 15년 동안 서점 일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듣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하 씨는 “학생들은 문을 닫을 뻔한 대한서림이 영업을 계속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찾아왔다”며 “대한서림마저 없어지면 중구와 동구 등 구도심지역 학교 인근에 서점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지난 10년 사이 서울 종로서적(1907년 개점), 부산 동보서적(1980년), 대구 제일서적(1981년), 대전 대훈서적(1958년), 광주 삼복서점(1932년) 등 다른 지역 대표서점들은 차례로 문을 닫았다.
지난해에는 유치환·김춘수·박경리 등 당대 문인들이 애용했던 경남 통영 이문당서점(1945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문당서점은 대표 김병기 씨 처남이 운영하는 서점에서 상호를 가져가 현재는 이름만 남았다.
대한서림은 이들 사라진 서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뻔했던 것이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 관장은 “온라인 서점 활성화 등 시대적 변화에 지역 서점의 몰락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인 상황에서 대한서림의 영업 계속 결정은 무척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대한서림을 계기로 특히 ‘세계 책의 수도’인 인천시가 지역 서점의 문제를 공공의 영역에서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