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서림이 62년 역사를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한 뒤 다시 만난 김순배(71) 대한서림 대표는 의욕이 넘쳐 보였다. 김 대표 스스로 ‘3·4·5층 임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뗀 뒤였다.

그는 아동서적 전문코너로 새롭게 꾸밀 대한서림 4층 페인트 작업을 살피느라 분주했다. 서점 문을 닫기로 했을 때보다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대화 중간중간에 하는 손짓도 동작이 커졌다.

김순배 대표는 “인천시민들이 그동안 대한서림을 잊어버린 줄 알고, 열정이 많이 식어 있었다”며 “경인일보 보도 이후 하도 많은 사람들이 폐업을 만류해 고민 속에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토록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송구스럽고, 나 자신도 이런저런 핑계로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서림은 더 이상 나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는 생각에 계속 운영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김 대표는 1953년 장인이 시작한 대한서림을 1978년 물려받았다. 그가 서점을 지켜나가기로 마음을 바꾸자 오죽하면 대한서림 설립자의 딸인 아내조차 말렸다고 한다. 그만큼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한서림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달에 2천500만 원의 매출은 올려야 한다. 현재 매출은 이보다 많이 부족, 적자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만약 대표가 서점 운영을 포기하고 임대를 내줬다면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한 달에 1천5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보장받았을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도 서점 건물에 들어올 의사를 밝힌 병원 쪽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는 연락이 온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한서림을 지역서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례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는 “서점 4층을 엄마와 아이들 책으로 채워 대형서점보다 다양한 아동서적을 갖출 것”이라며 “전문 서점화를 통해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과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아동서적 전문 출판사 5곳은 대한서림 4층 서가를 지원하고, 행사전 등을 개최하면서 대한서림을 돕기로 했다.

김 대표는 “사람의 육체적인 병을 고치는 병원이나 약국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서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육체는 점점 병이 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의 정신과 육체가 모두 건강하지 않은 ‘병든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