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호 기자
문화체육부(인천)
인천의 문화 소식과 이슈를 주로 다룹니다. [인천문화산책], [박경호의 인천 문화현장]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
[아임 프롬 인천·(38)] ‘4전 5기 신화’ 홍수환, 부평은 챔피언 메이커
2024-11-13
-
갤러리 130개 참여 ‘인천아트쇼’ 미술축제로
2024-11-20
-
인천문화재단, 전통예술 홀대 논란… 지원사업 분산·재배치 공모에 불만
2024-12-19
-
1948년 헌법 제64조로 처음 규정 ‘계엄의 역사’
2024-12-04
-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김성헌 관장 ‘갑질 의혹·성희롱’ 조사중 사임
2024-12-23
최신기사
-
[공연리뷰] "저걸 두고 어찌 가오"… 애끓는 심봉사의 절규 지면기사
미추홀구 학산소극장, 김경아 명창 '심청 이야기' 100명만 가능한 관객참여형 공연 영화 '광대: 소리꾼' 곁들여 몰입↑"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눈물을 쏙 뺀다. 지난 18일 저녁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열린 소리꾼 김경아 명창의 '심청 이야기' 공연 중 곽씨부인이 숨을 거두자 심봉사가 울부짖는 대목이 나올 때 공연장 풍경이다. 갓난 아기 심청을 두고 먼저 떠난 곽씨부인, 싸늘해진 그를 붙든 심봉사의 절규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미추홀학산문화원과 사단법인 우리소리가 주최한 이번 공연에서 김경아 명창은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 중 곽씨부인 죽음 이야기를 불렀다. 이날 김 명창의 소리를 받은 고수이면서, 공연 해설을 맡은 조정래 영화감독은 "명창들도 너무 슬퍼서, 목이 메어 소리를 놓칠까봐 부르지 않고 넘어갈 정도로 슬픈 대목"이라고 소개했다.관객들은 중간중간 '얼씨구, 좋다'하면서 추임새와 박수를 넣다가도 김 명창의 애끓는 소리가 절정에 다다르면 숨죽여 지켜봤다. 김 명창의 심청가 공연은 관객 딱 100명을 모아 매달 셋째 주 목요일 4차례에 걸쳐 개최한다. 5월16일 심봉사와 심청의 동냥 이야기, 6월20일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이야기, 7월18일 심봉사 눈 뜨는 이야기가 펼쳐진다.네 번에 걸친 심청가 완창(完唱)이나, 그 말보단 김경아 명창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완청'(完聽)이란 표현을 이번에도 썼다. 부르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에 방점을 둔 표현으로, 김 명창은 이들을 '귀명창'이라고도 했다. 관객 참여형 공연은 판소리의 또 다른 매력이다.조정래 감독이 심청가를 모티브로 2020년 연출한 판소리 영화 '광대: 소리꾼'의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소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도왔다. 광대패의 소리꾼 '심학규'가 불의의 사고로 눈이 먼 딸 '청이'와 함께 사라진 아내 '간난'을 찾는 여정을 담은 영화인데, 간난의 죽음을 심청가 속 곽씨부인의 죽음 대목과 겹쳐 보이도록 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어질
-
문화·라이프
탄생 200주년 '브루크너' 조명… 인천시립교향악단 26일 연주회 지면기사
'뉴 골든에이지, 교향곡 7번' 선사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오는 26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제421회 정기 연주회로 '2024 뉴 골든에이지,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선보인다.올해는 후기 낭만주의 대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의 탄생 200주년이다. 브루크너는 평생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세밀한 대위법을 바탕으로 작곡했지만, 당시로서는 생소한 사운드의 구현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음악계의 비난과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60세에 초연된 '교향곡 7번'에 이르러서야 첫 성공을 거두며 작곡가로서 명성을 다졌다.'교향곡 7번'은 중후한 음향과 깊은 종교적 의미를 지닌 브루크너 만년의 걸작이다. 서정미와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창의적 곡이다. 그가 존경하는 바그너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2악장 아다지오가 가장 유명하다. 우아하면서도 귀에 쏙 들어오는 아름다운 선율이 많아 브루크너 교향곡 입문자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되는 곡이다.인천시향은 2022년 '교향곡 9번'을 연주했으며, 이번 연주회에서 '교향곡 7번', 내달 '교향곡 8번'을 연이어 연주한다. 인천시향은 오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4 교향악축제' 폐막공연을 맡아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연주하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공연리뷰] 인천 대표 소리꾼, 김경아 명창 ‘심청이야기’와 100인의 귀명창들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눈물을 쏙 뺀다. 지난 18일 저녁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열린 소리꾼 김경아 명창의 '심청 이야기' 공연 중 곽씨부인이 숨을 거두자 심봉사가 울부짖는 대목이 나올 때 공연장 풍경이다. 갓난 아기 심청을 두고 먼저 떠난 곽씨부인, 싸늘해진 그를 붙든 심봉사의 절규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미추홀학산문화원과 사단법인 우리소리가 주최한 이번 공연에서 김경아 명창은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 중 곽씨부인 죽음 이야기를 불렀다. 이날 김 명창의 소리를 받은 고수이면서, 공연 해설을 맡은 조정래 영화감독은 “명창들도 너무 슬퍼서, 목이 메어 소리를 놓칠까봐 부르지 않고 넘어갈 정도로 슬픈 대목"이라고 소개했다. 관객들은 중간중간 '얼씨구, 좋다'하면서 추임새와 박수를 넣다가도 김 명창의 애끓는 소리가 절정에 다다르면 숨죽여 지켜봤다. 김 명창의 심청가 공연은 관객 딱 100명을 모아 매달 셋째 주 목요일 4차례에 걸쳐 개최한다. 5월16일 심봉사와 심청의 동냥 이야기, 6월20일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이야기, 7월18일 심봉사 눈 뜨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네 번에 걸친 심청가 완창(完唱)이나, 그 말보단 김경아 명창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완청'(完聽)이란 표현을 이번에도 썼다. 부르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에 방점을 둔 표현으로, 김 명창은 이들을 '귀명창'이라고도 했다. 관객 참여형 공연은 판소리의 또 다른 매력이다. 조정래 감독이 심청가를 모티브로 2020년 연출한 판소리 영화 '광대: 소리꾼'의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소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도왔다. 광대패의 소리꾼 '심학규'가 불의의 사고로 눈이 먼 딸 '청이'와 함께 사라진 아내 '간난'을 찾는 여정을 담은 영화인데, 간난의 죽음을 심청가 속 곽씨부인의 죽음 대목과 겹쳐 보이도록 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어질 공연에서도 영화의 장면을 곁들인다. 김 명창과 고수 조 감독의 호흡이 좋았다. 고(故) 청강 정철호 선생에게 고법(판소리의 북 치
-
러일전쟁 시초 제물포해전 '인천역사통신 40호' 지면기사
인천문화재단 '디지털 아카이브' 홈피공개 인천문화재단이 '인천역사통신' 제40호(2024년 봄호)를 발행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지난 2월8일로 개전 120주년을 맞은 러일전쟁과 그 시발점이 된 제물포해전이다. 김성수 작가가 벨기에 주간지 '르 파트리오트 일뤼스트레' 1904년 4월10일자 12면을 참고해 그린 제물포해전 일러스트를 표지로 삼았다.최덕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쓴 역사칼럼 '대한제국의 중립선언과 제물포해전'은 인천 제물포 앞바다에서 러시아와 일본 간 최초의 교전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대한제국 정부의 중립정책이 무산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대한제국은 러일전쟁 발발 직전인 1903년 11월23일 국외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1904년 1월21일 열강에 전보로 타전했다.최 연구위원은 "일본은 러시아 군함들이 정박했던 중립국의 항구인 제물포에 포격 위협을 가했고 한반도에 군대를 상륙시켰다"며 "한국의 중립을 훼손한 이 같은 행위들은 비록 전승국이 됐음에도 20세기 전쟁사에서 국제법을 어긴 최초의 국가가 되는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 연구위원은 "한국의 중립화는 전략상 러시아에게 유리했던 반면 이를 무시하는 행위는 일본에게 유리한 전황을 조성했다"고 했다.인천시립박물관 이지영 학예연구사는 시립박물관이 소장한 러시아 군함 '바랴크호' 깃발 등 러일전쟁 관련 유물을 통해 역사적 의미를 살폈다. '인천전통편사놀이' '강화 용정리 고려건물지 발굴 이야기' 등의 글도 이번 호에 실렸다. '인천역사통신'은 '인천 문화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인천문화산책] 갤러리 벨라, 작가가 바라보는 사계절의 시선…봄, 최원숙 ‘꽃비 내리는 날’
인천 개항장 거리에 있는 갤러리 벨라가 올해 연간 기획 전시로 '작가가 바라보는 사계절 시선전'을 진행합니다. 봄을 맞은 그 첫 번째 전시로 최원숙 작가의 '꽃비 내리는 날'을 오는 28일까지 개최합니다. 최원숙 작가는 아크릴로 봄의 화사함과 향기를 나타냈습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에 부치는 평론에서 '현대적 길상화(吉祥畵)와의 반가운 조우'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재언 평론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길상적 도상들이 상서로운 기운을 환기해 내는 방식은 주로 대상들의 상징성과 관계되지만, 나아가 음양 등의 질서를 담아 내는 것과도 관련된다. 항아리, 꽃, 나비, 물고기, 나무 등에서 음양 관계의 순환을 담고 있음이 엿보인다. 또한 작가의 풍경은 대체로 어떤 기억 속의 이상향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알게 모르게 풍수지리의 일단이 엿보인다. 어떤 기억 속의 인상적인 장소성 자체가 아늑하고 평화로운 기운을 줬던 것이며, 그것 또한 지형 자체가 갖는 음양의 조화를 부지불식간에 투영시키고 있던 것이라고 해석된다." 최원숙 작가는 인천미술협회 이사, 경인미술대전 초대 작가, 인천여성연합회, 창조미술협회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30차례 개인전과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등 35차례 아트페어에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2004년), 경인미술대전 대상(2008년) 등을 수상했습니다. 벨라의 사계절 시선전은 여름 서권수 작가, 가을 김대정 작가, 겨울, 김건한 작가 등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인천 남동문화재단-남동우체국, 소래아트홀에 '느린 고래우체통' 지면기사
인천 남동문화재단(대표이사·김재열)은 최근 인천남동우체국(우체국장·김철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남동소래아트홀 3층 전망대 공간에 '느린 고래우체통'을 설치했다고 17일 밝혔다.남동문화재단은 느린 고래우체통 설치·운영을 통해 남동소래아트홀 방문객에게 '느림의 미학'이란 정서적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전망대 공간에 있는 우편엽서와 필기구를 이용해 엽서나 편지를 쓰면 우체국 협조로 엽서·편지에 기재된 주소로 6개월 후 발송하는 방식이다.김재열 대표이사는 "이번 느린 고래우체통 설치로 남동문화재단을 찾는 주민들이 오랜만에 누군가를 생각하고 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기대한다"며 "남동소래아트홀 전망대가 지역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문화·라이프
인천 남동구 곳곳 찾아가는 문화공연… '플레이리스트' 10월까지 운영 지면기사
기존 장소 외 늘솔길공원 등 추가 인천 남동문화재단은 이달부터 10월까지 찾아가는 문화 공연 '남동플레이리스트' 사업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남동플레이리스트는 남동구 권역 곳곳에서 거리 공연을 개최하는 사업이다. 남동문화재단은 거리 공연 장소를 구월권역, 간석·만수권역, 장수·서창권역, 남촌·도림권역, 논현·고잔권역으로 구분했다. 기존 공연장소뿐 아니라 모래내어린이공원, 늘솔길근린공원, 장수동 만의골, 새남촌공영주차장 등 장소를 추가로 발굴했다.남동플레이리스트 거리공연에 참여하는 예술인(단체)은 '아침의 트리오'(클래식), '노래짝꿍'(가요), '매직팰리스'(서커스), 'La Petite France Quartet'(재즈), '서주연 밴드'(인디밴드), '프리지본'(국악 힙합), '글로리어스'(스트릿댄스), '우리음'(판소리), '극단 문'(마술), '유피리 밴드'(국악밴드) 등이다.남동문화재단은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 일정을 안내할 예정이다. 남동문화재단 김재열 대표이사는 "이번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주민이 더 넓은 장소에서 문화 공연을 즐기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인터뷰] '인천 청년 작가전' 예술감독 차기율 인천대 교수 지면기사
"독특한 공간·거대 작품·로컬 콜라주" 14명 회화·설치·미디어아트 장르 총망라트라이보울 공간 느낌 살리려 대작 주문"지역 작가들이 인천에 오래 머물도록정체성이 무엇인지 질문할 기회 마련"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이자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에서 내달 24일까지 기획전시 '인천 청년 작가전 -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진행 중이다.인천대, 인하대, 인천가톨릭대 등 지역 대학 출신 20대 중후반~30대 후반 작가 14명이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장르를 망라한 이번 전시의 상당수는 대형 작품이다. 전시장 곳곳에 높고 큰 작품들이 걸려 있지만, 위압적이진 않다.지난 16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번 기획전의 예술감독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전시공간 자체의 아우라가 너무 세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큰 작품을 주문했다"며 "작품의 규모가 없으면 이 공간을 이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트라이보울은 건축물 명칭같이 세 개의 접시를 삼각으로 붙인 형상이다. 'UFO'(비행접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물 내부 또한 비탈진 벽면과 높은 층고, 겉으로 드러난 철골 구조, 공간과 공간을 잇는 다리가 있다.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하얀 벽면에 네모난 전시장)보다 전시 구성 난이도가 높은 전시장이다.차 교수는 공간의 느낌을 살리고자 100호 캔버스 8장(260×648㎝)짜리 김호경의 대형 회화 '230727-0827'을 급기야 철사를 이용해 걸어 전시했다. 김명미(OBLI PEOPLE), 유예린(화려한 추락)의 미디어아트 또한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세이의 '위장과 캔슬링' 연작, 류재성 'Glitch', 박찬영 '개막은 땅 그 위에서', 양태현 '허물과 속의 접점', 육은정 '이상', 이선호 '자연이 공명' 등 대작이 돋보인다.2022년 제7회 박수근 미술상을 받은 설치작가이기도 한 차기율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트라이보울 청년작가전 예술감독을 맡았다. 차 교수는 전시 서문에도 썼듯 청년 작가들이 로컬(Local)로서 인천의 정체성
-
[인천문화산책] 영화공간주안 4월 3주차 ‘땅에 쓰는 시’ ‘정순’ 등 상영
인천 예술·독립영화 상영관 '영화공간주안'이 4월 3주차를 맞아 새 상영작으로 관객과 만납니다.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관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 제주 4·3 사건 수형인들을 다룬 다큐 '돌들이 말할 때까지', 솔직하고 담백한 여성 이야기를 그린 정지혜 감독의 데뷔작 '정순'입니다. 이들 영화는 18일부터 상영합니다. 영화 '땅에 쓰는 시'는 선유도 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경춘선숲길, 서울 아산병원 등 모두를 위한 정원을 만들어 온 조경가 정영선의 땅을 향한 철학과 내일의 숲을 위한 진심을 담은 다큐입니다. '땅에 쓰는 시'는 정영선 조각가의 철학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전통 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유연한 멋이 살아있는 호암미술관 희원부터 기존의 정수시설을 살린 선유도공원, 과거부터 이어져 온 철길을 보존한 경춘선숲길 등 눈부신 공간들의 면면과 그 안에 담긴 정영선의 뜻을 포착합니다. 특히 열암 송정희 선생이 써 내려간 서정적이고도 한국적 서체와 국악풍의 음악 등은 정영선 조경가가 전하는 우리 국토 고유의 멋을 은유하며 더욱 풍부한 감상을 이끌어 냅니다. 여기에 점차 흐려져 가는 한국의 사계절을 충실하게 담아내며 황홀한 풍경과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줍니다. 다큐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제주 4·3 사건 이후 76년이 지나서야 밝혀지는 수형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들이 평생 몸 담고 있던 아름다운 침묵의 땅 제주의 풍광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눈맞춤을 담았습니다.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치밀하고 성실한 면접 조사를 통해 채록한 4·3 수형인들의 인터뷰, 긴 세월을 품에 안고 각각의 계절에서 고유하게 충만한 제주의 자연들이 시선을 사로잡네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자기 앞의 생을 오롯이 증언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4·3 수형인들의 힘 있는 목소리는 믿을 수 없는 역사의 상흔에 통감하게 만듭니다. 돌과 바람, 파도와 나무들이 제자리에서 시간을 통과하는 모습들은 수형인들의 목소리 뒤로 애틋한 울림을 더합니다. 영화 '정순'은
-
“인천 청년 작가 자생력 키워줘야”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의 일침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이자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에서 내달 24일까지 기획 전시 '인천 청년 작가전 -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열리고 있다. 인천대, 인하대, 인천카톨릭대 등 지역 대학 출신 20대 중후반~30대 후반 작가 14명이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장르를 망라한 이번 전시의 상당수는 대형 작품이다. 전시장 곳곳에 높고 큰 작품들이 걸려 있지만, 위압적이진 않다. 환경과 생태, 젠더, 추상과 형상의 경계 등 주제도 다양하다. 지난 16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번 기획전 예술감독 차기율 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는 “전시 공간 자체의 아우라가 너무 세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큰 작품을 주문했다"며 “작품의 규모가 없으면 이 공간을 이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트라이보울은 건축물 명칭같이 세 개의 접시가 삼각으로 붙은 형상이다. 'UFO'(비행접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물 내부 또한 비탈진 벽면과 높은 층고, 겉으로 드러난 철골 구조, 공간과 공간을 잇는 다리가 있다.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하얀 벽면에 네모난 전시장)보다 전시 구성 난이도가 높은 전시장이다. 차 교수는 공간의 느낌을 살리고자 100호 캔버스 8장(260×648㎝)짜리 김호경의 대형 회화 '230727-0827'을 급기야 철사를 이용해 걸어 전시했다. 김명미('OBLI PEOPLE'), 유예린('화려한 추락')의 미디어아트 또한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세이('위장과 캔슬링' 연작), 류재성('Glitch'), 박찬영('개막은 땅 그 위에서'), 양태현('허물과 속의 접점'), 육은정('이상'), 이선호('자연이 공명') 등 대작이 돋보인다. 2022년 제7회 박수근 미술상을 받은 설치작가이기도 한 차기율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트라이보울 청년작가전 예술감독을 맡았다. 차 교수는 전시 서문에도 썼듯 청년 작가들이 로컬(Local)로서 인천의 정체성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 교수는 “오늘날에 있어서 로컬이라는 게 조금 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