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박한 양념의 10가지 나물반찬 감칠맛
'홈메이드 두부'로 만든 요리 인기만점
20년 민락지구 터줏대감 '단출한 메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봄나물의 계절이 찾아왔다. 궁했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보리밥이 언제인가부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음식으로 인기를 끌다 이제는 건강식으로 재조명되면서 보리밥 전문점도 크게 늘었다.
옛 시장골목 밥집을 떠올리게 하는 '소박형'부터 초가집이나 한옥양식을 갖춘 '전통 분위기형', '웰빙 식단'으로 꾸민 '레스토랑형' 등 형태도 다양하다.
자고 일어나면 새 건물이 하나씩 들어설 만큼 개발이 한창인 의정부 민락지구는 원래 토속음식점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종적을 감췄지만,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는 음식점이 몇몇 남아있다.
20년 가까이 보리밥과 순두부를 팔고 있는 '향촌'도 그중 한 집이다. 굳이 식당 형태를 분류하자면 소박형과 전통 분위기형의 중간쯤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식당 안은 마치 시골집 안방 같다. 한쪽 벽에 큼지막하게 걸린 메뉴판에 걸맞지 않게 적힌 메뉴는 보리밥 정식과 두부 요리로 참 단출하다.
보리밥 정식(1인 7천원)을 주문하면 10여 가지의 각종 나물 반찬에 구수한 된장찌개와 순두부가 따라 나온다. 보리밥은 인심 좋게 넉넉한 그릇에 담겨 나와 양껏 덜어 먹을 수 있다. 나물 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요즘은 봄나물이 주를 이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리밥에 각종 봄나물을 넣고 비벼 한 술 입에 떠넣으면 향긋한 봄나물 향에 입속 가득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겉보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나물 무침의 진가는 오로지 맛으로 가늠할 수 있다. 인공 감미료나 여러 양념을 넣지 않는데도 혀 끝에 느껴지는 감칠 맛은 이 집의 비법인 듯하다.
보리밥과 함께 나오는 순두부는 매일 식당에서 직접 만든 두부로 식감이 매우 부드럽고 양념장에 곁들여 먹으면 일품이다. 순두부 외에 두부 전골, 모두부, 두부 탕수육 등 두부 요리는 보리밥과 함께 이 식당의 주종 메뉴다.
매일 같이 토종 콩을 갈아 만든 '홈 메이드' 두부는 고소함이 시중 두부와는 견줄 수 없고 이 식당에서 쓰는 된장도 좋은 콩만을 골라 직접 담근 것이어서 찌개 맛이 옛 시골집 맛을 연상하게 한다. 보리밥과 두부가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근래 젊은 층 손님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봄의 문턱에서 봄 향 가득한 나물에 구수한 보리밥으로 입맛을 돋우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의정부시 낙양동 314의3(민락로 418)
의정부/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