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가 주관하는 각종 공식행사에서 내빈을 소개하는 의전 문제로 지역 정가가 시끄럽다.

19일 시와 지역 정가에 따르면 최근 진보당 의정부시위원회는 행사 의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려다 돌연 취소했다.

진보당 의정부시위원회는 시가 각종 행사에서 내빈을 소개할 때, 교섭단체(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위원장만 소개하고 소수정당은 배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기자회견 당일 시 고위관계자와 면담을 거쳐 시가 지침 수정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취소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행 '의정부시 의전예우 기준 지침' 상 시 주관 행사의 주요 초청인사는 국회의원과 시의회 의장, 국회 교섭단체 지역위원회 위원장, 시·도의원이다. 내빈의 소개는 본행사 시작 전에 시장→국회의원→시의회 의장→정당별 지역위원장(교섭단체)→ 도의원 → 시의원 → 기관·사회단체장 순으로 한다.

이 지침은 수년 동안 시 주관 행사에 적용돼왔으며, 초청은 물론 참석해도 소개조차 되지 않는 소수정당 관계자 등에게 현장에서 종종 항의를 받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당의 기자회견 취소 후 지역의 시민단체와 정치인들 사이에선 시 주관 행사에서 의전을 아예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경호 의정부시민회의 대표는 "시 행사의 주인은 시민이 되야 하는데, 행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정치인들 소개와 축사에 상당한 시간을 쓰는 것은 구태이자 시민을 무시하는 일"이라면서 "시민들은 앉을 자리도 없는데 오지도 않는 내빈을 위해 좌석을 비워둔다거나, 의전행사가 끝나면 정치인들이 우르르 자리를 뜨는 것, 뒤늦게 도착한 내빈을 행사 중간에 소개하는 볼썽사나운 일도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행사의 취지를 살리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을 새로운 의전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추후 시와 시의회에 의전 관련 조례 제정 등 변화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근재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는 아예 시 주관행사에서 내빈소개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임 전 이사는 "정부나 국가기관 행사에선 내빈소개가 따로 없는데, 지자체 행사에선 내빈소개가 유독 너무 길다. 알지도 못하는 내빈에게 연신 박수를 쳐야 하는 것도 곤혹스럽다"면서 "적어도 공적 행사에서는 시민과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을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문제가 불거진 의전 지침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개정 결과에 따라 또 논란이나 불만이 나올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시 주관 행사에서 의전을 두고 논란이 됐던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의전은 잘해도 본전이라는 말이 있겠느냐"면서 "어떻게 하면 행사 진행도 매끄럽고, 내빈들도 서운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