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강원서도’”…“표현 좀 과했다” 수습
김동연 경기분도 총선 ‘공약 연대’ 물거품 되나
민주당 “‘단계적 분도론’…입장 곧 발표 예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이른바 ‘경기분도’ 추진에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이 역공에 나서기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수십년간의 논란 끝에 처음 주민투표까지 요청하는 등 노력을 기울임에도 정작 경기분도 이슈가 민주당의 힘을 받지 못하면서 되레 국민의힘의 4월 총선 공약으로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의정부에서 연설을 마친 뒤 현장 기자회견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과 관련한 질문에 “경기도 인구가 1천400만명을 넘어서고 있어서 언젠가는 분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경기북부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장기적으로는 재정적, 산업 경제적 기반을 갖춘 후 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이 대표의 발언은 “강원도를 비하한 것”이라며 경기북도 설치에 대한 민주당 입장을 촉구했다.
여야가 다시 경기북도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수도권 민심 흔들기와 무관치 않다. 수도권은 4·10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가 걸려 있고, 가장 민감한 지역 현안 중 하나인 ‘경기북도 설치’를 지속적으로 꺼내들어 정국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취지다. 특히 국민의힘에게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험지이거나 격전지인만큼, 이재명 대표의 발언 실수 하나도 총선 승리를 위한 발판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은 무엇일까. 먼저 민주당은 한 위원장 발언처럼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 경기북도는 김동연 지사가 취임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이다. 하지만 경인일보가 지난 20일 후보들을 대상으로 공약 포함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정성호(동두천양주연천갑)·박정(파주을)·남병근(동두천양주연천을)·이재강(의정부을) 후보만 경기북도 설치에 관련해 공약에 포함했고, 이외 박지혜(의정부갑)·박윤국(포천가평) 후보도 이후 북도 공약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24일 민주당이 공개한 총선 공약집에도 경기북도 설치 공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김동연 지사가 총선에서 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공통 공약으로 내걸겠다 했지만 사실상 적극적인 연대는 어려워진 셈이다.
경기도의 노력과 별개로 ‘경기분도’ 이슈는 국민의힘이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서울 편입·경기 분도 원샷법’을 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꺼낸 서울 편입론과 민주당의 불명확한 입장까지 더해져 ‘총선 정쟁화’로 변질된 것이다.
난감해진 것은 김동연 지사다. 지난 1년여 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 노력을 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성사되지 못했는데 총선을 앞두고 이제서야 이슈가 되고 오히려 상대당에서 적극적이어서다.
경기도는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내기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인일보에 “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서 당도 (반대가) 당론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고, 이 대표 역시 큰 틀에서 찬성의 뜻을 밝힌 것 아니냐”며 “여야 정치권 모두 특별자치도 설치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정책 공약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북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며 “당대표의 의견은 ‘단계적 분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만간 (당의) 하나의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