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불편 이유로 수십그루 제거

‘시민 보행량’ 댔지만 검사 없어

“행정이 정책 깨뜨려” 규명 촉구

40여년 된 은행나무로 푸르렀던 평택시 신창로 61번길 주택가(왼쪽)가 최근 나무가 잘리면서 황량하게 변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독자 제공
40여년 된 은행나무로 푸르렀던 평택시 신창로 61번길 주택가(왼쪽)가 최근 나무가 잘리면서 황량하게 변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독자 제공

“식재 따로, 제거 따로는 평택시 푸른도시 만들기 수목정책의 민낯이죠.”

평택시가 인도 보행개선 등을 이유로 40년 된 주택가 은행나무 수십그루를 제거(6월2일자 8면 보도)한 것과 관련해 사람과 나무의 공존을 고민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도마에 올랐다.

‘한쪽선 나무 심고, 한쪽선 자르고’… 평택시 ‘엇박자 수목정책’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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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드라이브 명소’로 각광받는 평택 국도 38호선(서동대로) 주변 메타세쿼이아 나무 수십그루 절단(5월7일자 8면 보도)에 이어 40여 년된 은행나무가 뿌리채 뽑혀 나가자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1일 시와 시민들에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1556

9일 시와 시민들에 따르면 평택시청 송탄출장소는 최근 동사무소가 신창로 61번길 도로 주택가 인도 변의 40년된 은행나무 26그루를 주민 보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장 수목 제거 요청에 따라 잘라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보행 공간 확보와 나무를 공존케 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라리 이 도로를 일방통행 구간으로 전환, 인도를 확장해 나무와 도시미관을 살려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외국 도시미관 정책의 경우 수십년 된 나무를 기능적인 면뿐 아니라 역사·문화적 측면을 고려해 관리하고 있는데 반해 시는 나무 제거 기준이 모호해 스스로 푸른 도시 정책사업에 재를 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영국 런던 해크니 구는 오래된 나무를 보존키위해 도로 설계 변경, 일방통행 전환, 보도 확장 등 공간 재설계를 우선하고 있으며 캐나다 밴쿠버는 지름 20㎝ 이상 나무를 자를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할만큼 수목 정책이 엄격하다.

송탄출장소는 보도 폭이 70㎝ 이하로 좁아 주민들의 보행 불편이 발생해 잘라냈다고 했지만 시민 보행량 조사 등은 이뤄진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외국의 수목 관리에 비해 후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번 결정(나무 제거)이 시 추진 녹색도시 조성에 역행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주민 안전이 우선”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 시민들은 “행정이 정책의 원칙을 깨뜨리고 있다”, “모순 행정의 끝판”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시민들은 “평택시가 국도 38호선 메타세쿼이아 나무 수십그루 절단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이번 은행나무 제거 이유에 대해서도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시의 대응이 주목된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