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수록 건설사들의 한숨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7일 경기도내 신도시 건설현장에 중장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전두현기자dhjeon@kyeongin.com
[경인일보=전상천·임승재기자]"차라리 위약금을 물고 사업을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경기·인천 등 수도권 중소건설사들이 아파트 미분양을 우려해 사업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또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 분양이 예고되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일정을 연기하는 등 부도사태를 피하기 위한 피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인천의 대표적인 신도시로 손꼽히는 영종하늘도시 7개 사업지구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공급된 아파트는 약 8천700가구. 분양시장에 나온 아파트 물량 가운데 30% 정도가 현재까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 있다. 각 건설업체들은 계약금을 낮추거나 중도금 전액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등 각종 혜택을 내걸며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로라하는 인천의 대표적인 미분양 지역인 영종하늘도시에서 아파트 지을 땅을 분양받은 A건설사는 최근 회사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는 최근 수도권에 불어닥친 미분양 여파를 감안해 사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연기할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계약금을 납부하고 일부 중도금과 잔금만을 남겨둔 A건설사가 사업 포기를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안개 속에 휩싸인 분양시장 때문이다.

A건설사는 토지대금 500억원 가운데 계약금 50억원을 포함한 160억원을 벌써 LH에 납부한 상태다. 하지만 여윳돈이 없는 이 업체는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은행에서 빌렸다. 분양도 하기 전에 이 업체는 매달 1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고 있으나 벌써부터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자칫 미분양이라도 날 경우 PF자금 등이 모두 묶이면서 원금은커녕 이자도 내지 못하는 등 자금난으로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최악의 상황이다. 게다가 이 건설사가 분양받은 영종하늘도시 아파트부지는 최근 가뜩이나 수요가 적은 대형 평형 아파트만 지을 수 있어 분양가능성은 더 희박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 업체가 만약 사업을 포기할 경우 LH에 낸 계약금 50억원을 날려야 하기 때문에 벼랑 끝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자칫 미분양이라도 나면 자금난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올 상반기내 사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영종하늘도시내 다른 건설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건설업체 관계자는 "은행에서 빌린 원금은커녕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인천은 송도나 검단신도시 등 앞으로 공급될 물량이 많아 영종하늘도시 땅을 분양받은 건설업체들 입장에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택지지구내 토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들은 아예 해약을 검토하는가 하면, 당초 계획했던 분양일정도 위례신도시와 보금자리 분양 이후인 올 하반기로 연기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