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24년 사월 초파일 고대 인도 사꺄(釋迦)족 왕인 숫도다나(淨飯)왕과 그의 부인 마야(摩耶)가 늦둥이를 얻어 싯닷타(悉達多)로 이름지었다. 왕비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난 아기 싯닷타는 오른손으로는 하늘을, 왼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사자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내 오직 존귀하나니/ 온통 괴로움에 휩싸인 삼계/ 내 마땅히 안온하게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이 아기는 100겁의 세월전 석가모니(釋迦牟尼:사꺄족의 성자<聖者> )로 환생할 것을 예언받았으니, 곧 부처님의 탄생이었다.

겁(劫)은 겁나게 긴 세월이다. 사방과 상하로 1유순(由旬:약 15㎞) 규모의 철성(鐵城)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한 알씩 꺼내기를 반복해 겨자씨를 다 꺼내도, 사방 1유순의 큰 반석(盤石)을 100년에 한 번씩 흰 천으로 닦아 반석을 다 갈아내도 끝나지 않는 세월이라니 그렇다. 그러니 100겁의 윤회를 거쳐 부처로 태어난 아기 석가모니가 탄생게(誕生偈)로 유아독존을 외쳤다 한들 어색하지 않다. 유아독존은 부처님으로 상징되는 모든 중생의 실존을 의미한다니, 모든 인간이 억겁의 세월을 거친 소중한 존재인 만큼, 중생을 구제하고 참된 나(眞我)를 실현하라는 뜻으로 새겨야 한단다.

오늘은 불기 2556년 석가탄신일이다. 불기(佛紀)는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해를 기준으로 하니 탄신의 햇수와는 다르다. 여하튼 성인의 탄신일에 가장 축복받아야 할 불교계가 어수선하다. 조계종단 내부에서 터진 승려들의 도박·섹스 스캔들로 종단의 자정을 요구하는 사부대중의 요구가 거세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게 중 '삼계(천상·인간·지옥계)를 제도해 안온케 하라'는 말씀은 까맣게 잊고 세상에 저희만 있는 듯 유아독존, 바리때에 돈과 권력을 채운 승려들의 탐욕이 빚은 참사다. 평생을 삼의일발(三衣一鉢:가사 세 벌과 바리때 1개)로 수행에만 정진한 큰 스님 청담과 성철. 생전에 청담은 "성철과 팔만대장경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성철을 택하겠다"고 했다. 불교계 자정의 방향을 시사하는 큰 울림 아닌가.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