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락한 우리의 역사관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양명학, 즉 인천학파의 정신을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4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시대, 인천의 어제와 내일'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독립운동한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대접받아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뒤틀리고 왜곡된 역사적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이 주자학 일색의 학문풍토에 저항했던 조선 후기 양명학의 본산인 인천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소장은 지금껏 하곡 정제두(1649~1736)를 필두로 하는 양명학자들을 강화학파라고 칭했는데, 강화가 인천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인천학파라고 고쳐 불러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조선시대 230여년이나 집권한 노론세력이 대한제국 시기에 나라를 팔아먹는 데 열중할 때 인천학파는 1910년 10월, 가장 먼저 만주로 집단망명했다"면서 "나라가 망했을 때 목숨을 던진 이들에 대해 명예가 지켜져야 할 것인데,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현 실태를 꼬집었다.
또한 이 소장은 제국주의 시절에는 인천이 전쟁의 피해지역이었지만, 아시아시대가 된 이제 인천은 황해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반도 서쪽 해안과 중국의 동쪽 해안을 아우를 때 가장 중심적인 도시가 바로 인천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개항시기 청나라나 일본 등의 특별구역인 조계지가 인천에 있었던 점을 거론하면서 과거에는 조계지가 부끄러운 측면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조계지를 복원해 이를 역사적 학습현장으로도 삼고, 국제적인 관광지로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소장은 조선을 지배했던 성리학 이념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그 단적인 예로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의 상징 인물을 거론했다. 1천원권 지폐 인물은 퇴계 이황이고, 5천원권은 율곡 이이인데 이들을 외국인에게 설명할 때 뭐라고 할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만들어진 5만원에는 신사임당이 들어갔는데, 이런 점 하나만 갖고도 아직 우리 사회가 성리학적 풍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잘못된 풍토를 바로잡는 데 가장 요긴한 방안이 인천에서 퍼져나간 양명학자, 즉 인천학파의 정신이라는 게 이 소장의 얘기였다.
/정진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