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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후... 지면기사
그날 이후… 자유분방과 낙천적기질 그 자체가 상징이었던 뉴요커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맨해턴의 그 아름다운 불빛도 이제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날의 참상을 생생하게 목격했던 자유의 여신상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겠지만, '자유'라는 이름은 미국의 끓어오르는 분노앞에서 무색해져 버렸다. 참사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이후… 이슬람교는 마치 악의 상징으로 떠 올랐다. 주체할수 없을 정도의 끓어오르는 분노로 가득찬 미국은 뉴욕참사의 배후에 이슬람 원리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면서 그가 은신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 누구도 그가 배후가 아니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속에서…. 전쟁이후 발생할 후유증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는 세계 각국의 시각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자칫 지구촌이 친미세력과 반미세력으로 양분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종교간의 갈등으로 빚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의외로 크다. 참사이후 절정에 달했던 테러에 대한 보복에 대해 미국내에서도 그 지지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도 보복이후 발생할지 모를 상상하지 못할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미국의 자제만을 촉구하는 것도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전쟁 이후에 벌어질 갈등의 골이다. 미국이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라덴이 은신하는 지역을 단기간에 분풀이 하듯 폭탄을 쏟아붓는거야 그 누구도 말릴수 없겠지만, 자칫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이슬람국가의 반발, 그로인한 보복의 악순환은 어쩌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심각한 모습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미국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이라크와 팔레스타인내의 급진세력은 벌써 미국의 아프간 침공에 대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를 이슬람국가와 서방국가간의 갈등으로 몰고가는 서방언론의 태도는 극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이슬람국가라고 모두 미국을 적대시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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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官의 예측능력 지면기사
앞일을 예측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음은 지난 95년 6월초 국내신문들이 보도한 외신내용이다.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4년 크리스마스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전 재무장관 ▲다국적기업 회장 ▲옥스포드 대학생 ▲런던의 청소부 각4명씩 16명에게 앞으로 10년후 경제를 예측하라는 퀴즈를 냈다. 이코노미스트는 10년이 지난 최근 이들이 써낸 경제예측의 정확도를 분석해 보도했다. 퀴즈내용은 △앞으로 10년동안 OECD 국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10년뒤의 유가 △10년뒤의 파운드·달러 환율 등등 몇가지 였다. OECD 국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85~94년 연평균 2.6%였다)에 대해 기업회장 집단이 모두 2~3%로 대답, 가장 정확했다. 10년동안 연평균 물가상승률 예측은 모두 5%(실제 4.4%)를 넘을 것이라 응답, 빗나갔다. 퀴즈를 낼 당시 배럴당 29달러였던 유가가 10년뒤 배럴당 17달러로 떨어질 것을 비교적 근접하게 예측한 집단은 청소부였다. 84년말 1파운드는 1.20달러였으나 94년말에는 1.60달러였다. 환율 예측도 청소부들이 가장 가깝게 맞췄다. 종합채점결과 청소부와 다국적기업 회장 집단이 1위, 전직 재무장관 집단이 최하위였다. 청소부가 전직 재무장관등 전문가보다 한수 위라는 경제퀴즈결과는 예측의 어려움과 엉뚱함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래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갈브레이드교수는 이렇게 썼다. “사실 예측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신뢰할수 없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예측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결코 그 예측을 공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의 신뢰성 여부야 어떻든 전문가의 예측이나 투자자문사의 추천을 믿고 주식투자를 해 큰손해를 보는 경우는 허다하다. 무책임한 예측과 추천으로 발생하는 투자손실은 개인적인 문제로 끝날수 있는 일이지만 나랏일을 하는데 예측과 예견이 허술하거나 엉터리인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근 잇따라 터진 국정혼란 현상 중에는 담당부처 장관들이 예측능력 부족으로 불거진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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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을 許하라' 지면기사
오래 전 인류학개론 시간에 들은 얘기다. 아프리카엔 옷을 전혀 입지 않고 사는 부족이 많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수치심을 모르는 것도 아니요, 성적(性的)으로 문란한 것도 아니다. 그 가운데 한 부족은 허리띠 하나만 걸치고 산다. 상체와 하체의 경계에 매고 다니는 가느다란 허리띠가 그들의 유일한 의복(?)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허리띠 푸는 일을 무척 부끄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남들 앞에서 속옷을 홀랑 벗었을 때처럼…. 알몸을 훤히 드러내고 사는 처지지만 허리띠를 하고 있는 한 옷을 차려입었다고 믿는 것이다. 정반대 얘기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프로디테의 허리띠를 들 수 있다. 마법의 띠(케스토스 히마스)라 불리는 이 여신의 허리띠는 음탕의 극치다. 온갖 요상한 그림으로 장식된 이 허리띠를 매고 있는 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남성은 없다.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이 마법의 띠를 두르고 숱한 남자 신과 인간을 닥치는대로 후린다. 그녀가 '아프로디테 포르네(음란한 아프로디테)'라고 불리는 근원이 바로 이 허리띠다. '포르노'라는 서양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요즘 포르노와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낯뜨거운지야 알 수 없다. 다만 마법의 띠가 아프리카 부족의 허리띠와는 전혀 다른 구실을 했던 건 분명하다. 수치를 일깨우는 허리띠 지난 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영화등급보류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등급분류 보류는 행정기관의 검열에 해당하므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형식상으론 영진법 제 21조 4항이 헌법에 맞느냐 아니냐지만, 내용상으로는 우리나라 영화산업 내지 포르노 필름의 미래와 직결되는, 사회적 파장이 자못 큰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예상대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이제 저질 영화가 극장에 막 내걸리게 생겼다'며 혀를 차는 걱정파와 '어쨌거나 표현의 자유는 100% 보장돼야 한다'는 환영그룹이 갈린다. 걱정파는 내심 못마땅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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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부만 탓하지 말자 지면기사
2001년 8월 23일 오전 10시30분 한국은행 총재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전철환한국은행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차관 1억1천180만 SDR를 갚는 서류에 서명을 했고, 이 서류는 곧바로 미국 뉴욕 연준(FRB)과 시티뱅크 등의 한국은행 계좌에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그리스 쿠웨이트 등 5개국 중앙은행으로 송금이 됐다. 유럽 4개국 중앙은행에는 유로화로, 쿠웨이트에는 디나르화로 입금됐다. 송금을 확인한 한국은행 국제국은 즉시 “IMF가 지정한 은행계좌에 다음과 같이 총 1억1천180만 SDR를 보냈으며, 이번 상환으로 IMF의 대기성 차관을 모두 갚았음”을 텔렉스로 통보했다. 이를 끝으로 외환위기 이후 IMF의 빚을 당초 계획보다 3년 앞당겨 모두 갚은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 민족최대의 '치욕적인 사건'으로 까지 기록될만한 IMF체제를 졸업했으니 얼마나 기쁜일인가. 온 국민이 다같이 좋아라하며 축제분위기에 휩싸여야 할 이날, 우리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다시한번 곱씹어 보아야 할 것 같다. 3년8개월 만에 경제주권을 되찾았으니 정부로서는 기념도 하고 자축행사를 가질만한 일인데…. 환란에 의한 IMF신탁국가중 가장 먼저 '졸업장'을 받은 셈이니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질 만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는 IMF 증후군이라 할 만한 최대의 난국에 빠져있는 게 현실이다. IMF졸업을 맞은 상당수 국민들도 깊은 회한과 감회에 젖어보지만 왠지 가슴 답답함을 한없이 느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경제가 워낙 대외의존도가 높은 탓에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나빠지고 환율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몸살을 앓는 취약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적극성과 인내심이라면 이 정도의 위기쯤은 끄떡없이 넘길 수 있다고 본다. 더 늦기전에 우리의 뒷모습을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왜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까?. 직접적인 이유는 물론 외환위기가 금융 및 자본시장에 이어 기업으로 확산되는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바람에 경제가 곤두박질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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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치는 한탕주의 지면기사
놀랍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마치 나라 전체가 한탕주의에 빠져든 느낌이다. 7, 8월의 경마장, 경륜장에는 찌는 듯한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로 넘실거린다. 환호와 한숨이 교차하는 열광의 도가니. 그들 손엔 예외없이 모두 경마표와 경륜표가 쥐어져 있다. 그곳에서 '건전한 여가선용' 운운했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이다. 놀라지 마라. 경마장과 카지노를 입장하는 사람들이 무려 연간 1천5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매출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마의 경우 98년 2조7천억원에서 99년 3조1천억원, 지난해에는 4조2천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1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공인한 폐광지역 카지노 때문에, 그 오랜세월 듣기만해도 우리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던 '정선아리랑'은 사라지고 '정선카지노'가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눈을 감으면 아스라히 떠오르던 굽이치는 강가. 하지만 이제 그곳에 그런 아름다움은 사라져버렸다. 잭팟이 터지고 카드장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하룻밤에 가산을 탕진해 쪽박 차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도 꾸역꾸역 사람들이 몰려든다. 모두 한탕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한탕주의가 성행하는가 복권판매도 만만치 않다. 한여름 밤의 꿈을 빌미로 너도 나도 복권판매대로 모여든다. 잘만하면 최대 40억원의 대박이 터진다는데 누가 이의 유혹을 외면할 수 있을까. 여러 복권판매대를 돌아다니며 무려 1천만원어치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다. 학교앞 구멍가게. 즉석식 복권을 열심히 긁고 있는 아이들을 볼때면 가슴마저 철렁거린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복권은 모두 14종. 여기에 다음달 부터는 축구복표가 발행되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환경복권, 바다복권, 보건복지부의 자선복권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출정준비를 하고 있다. 가히 복권천국이다. 어디 이뿐인가. TV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자막으로 지겹게 뜨는 ARS퀴즈. 민간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공영방송에서 조차 무분별한 ARS퀴즈를 내보내고 있다. 얄팍한 상품을 내세워 말도 안되는 '생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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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되지 않으려면 지면기사
지난 88년 11월에 있었던 국회 5공특위 일해(日海)청문회는 우문현답(愚門賢答)에 진문기답(珍門奇答)이 쏟아져 나와 국민들의 큰 관심과 흥미를 끌었다. 이 청문회에서 당시 대통령에게 거액을 헌납한 한 중견기업인에게 모 국회의원이 물었다. “대통령에게 영수증을 써달라고 하지 않았는가.” 기업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대통령에게 영수증을 써달라고 조를 수도 없고 그럴 기업인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주고 영수증을 써달라고 할 기업인이 있을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영수증의 생활화가 뿌리내리지 못했는데 하물며 10여년전에 더구나 대통령에게 영수증을 요구하다니. 우문우답(愚門愚答)이다. 영수증 문화의 정착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정부는 투명한 과세와 탈세방지를 위해 지난 70년대 후반에 금전등록기 설치 제도를 도입하고 영수증 제도의 정착에 힘써왔다. 민간단체들도 최근까지 영수증 주고 받기운동을 벌여왔다. 영수증을 주지않고 받지않는 것은 탈세를 조장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별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그 어렵던 영수증 문화의 정착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가 바로 그것. 국세청은 지난해 1월부터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를 도입, 매달 카드 영수증을 추첨하여 당첨된 사람들에게 총 10억원이 넘는 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지난해에 46만3천명에게 모두 176억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올들어 6월까지는 52만명에게 95억5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됐다. 여기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의 일정 부분을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주는 카드사용액 소득공제 제도까지 가세했다. 이렇게 되자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현금보다 카드를 쓰자는 움직임이 크게 확산돼 카드 사용이 급증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99년말 90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19조원으로 폭증했다. 이 바람에 지난해에는 2조원의 세수증대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이처럼 카드사용이 크게 늘어나자 자영업자의 매출과 수입이 드러나고 이제까지 숨겨져 온 세금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카드 매출액은 해당 카드회사를 통해 국세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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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의 호랑이 지면기사
그게 정말 호랑이였을까. 어찌 보면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둘로 나뉜다. 커다란 삵인가, 작은 호랑인가. 너무 더워 잠 못 드는 밤, 그 희미했던 화면을 거듭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조금만 더 선명했더라면…. 못내 아쉽다. 대구MBC가 청송 심산유곡에서 무인카메라로 잡은 사진을 지난주 방영한 이래 전국적으로 호랑이 논쟁이 뜨겁다. 한국호랑이야! 제발 살아 있어다오. 그 간절한 소망들이 새삼 느껴진다. (우리 생태계의 희망)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랑이 사랑은 유별나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아마도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로 호랑이가 1위지 싶다. 단군신화에 따르면 우리는 엄연히 곰의 후예인데도 말이다. 오죽했으면 한국호랑이 복제시도를 다 할까. 지난 93년 북한에서 마지막으로 생포된 한국호랑이 '랑님이'의 체세포를 복제해서라도 한국호랑이의 대를 이어보려는 노력이 지난해부터 진행중이다. 이런 판이니, 청송 호랑이가 진짜로 판명된다면 그 기쁨이 오죽하랴. 야생호랑이가 살아있는 생태계는 희망이 있다.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 포식자(捕食者)의 우두머리가 생존하려면 그만큼 안정된 생태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멧돼지 노루 고라니 따위 짐승은 물론이고 머루 다래에 물고기까지 잡아먹는 호랑이가 건재한 산야라면 우리의 미래는 믿어도 좋다. 그동안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구석구석 찢고 파헤친 국토이건만 아직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생태계 파괴의 속도는 늦추지 않으면서, 호랑이가 살아 있기를 기원하는 것은 '택도 없는 소리'다. 아니, 하늘의 벌을 받아 마땅한 염치없는 수작이다. 무인카메라 앞에 나타났던 저 동물이 정말 우리 호랑이였기를 바란다면, 이젠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백두대간을 까뭉개는 일 따위는 멈추어야 한다. 호랑이는 한밤에 먹이를 찾아나서는 습성이 있다. 때로 그 거리가 100㎞에 이르고, 평생의 활동반경은 400㎞나 된다고 한다. 한반도를 종횡으로 누비고도 남는다는 계산이다. 청송의 동물이 정녕 호랑이일진대, 저 백두산으로 부터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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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안됩니다 지면기사
자치단체장들의 상당수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내년 선거를 앞두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각종 행사를 좇느라 여념이 없다. 지역사업 건의도 어느때보다 순순히 약속을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사업”임을 내세워 다음날 참모회의에서 즉각 사업시행을 지시한다. 사업우선 순위를 따지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참모는 일단 찍힌다. 같은 일이 두어번 반복되면 다음인사에서 예외없이 변방이나 한직으로 밀려난다. 금년 지자체의 예산은 이미 선심성으로 편성해놓은 것도 모자라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추경예산을 구상중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지자체의 현재 모습이다.대다수의 단체장들은 지난 95년에 이어 거푸 당선된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니까 7~8년동안 지역의 수장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선출직으로서 인사권은 물론 예산권과 감사권을 거머쥐고 있는 막강 파워맨들이다. 아무리 정부가 직무태만이니 부당 행정행위, 인사권남용 등을 막으려해도 현실적으로 별도리가 없다. 대한민국 직책중에서 단체장만큼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자들이다.이미 지자체에서는 선거대비용 인사가 조직적으로 단행되고 있다. 내사람은 요직에 포진시키고 떨떠름한 사람은 영락없이 변방이다. 공직의 인사관행이나 선례는 아예 무시된지 오래이고 자신의 표밭관리가 인사기준이 되어버렸다. 소신파들도 인사때마다 당하고보니 수단방법 가리지않고 줄대기에 바쁘고 충성서약을 맺지않을 수 없다. 더구나 단체장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사람과 연고있는 공직자들은 아무죄(?)도 없이 승진에서 탈락된다.지역발전과 직결된 사안도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하면 일단 유보되거나 결정을 회피하는 등 복지부동이다. 심하면 표만을 의식한 탓에 정부의 정책도 무조건 반대한다. 국책사업 추진의 장애물이지만 방법이 없다. '내 임기중에는 절대 안된다"는 님트(Nimt not in my term)현상마저 만연한다.반면 차기에 출마하지 않거나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된 단체장들은 아예 현장행정을 외면한 채 느긋한 말년을 즐기며 기회만 닿으면 외국출장이다. 당연히 네임덕현상이 도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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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01년 여름 지면기사
6·25전쟁을 다룬 문학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윤흥길의 '장마' 도입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밭에서 완두를 거둬 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옹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뽀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적시고 있었다.' 장맛비를 '두려움의 결정체'라고 표현한 것은 물론 앞으로 전개될 인간들간의 기구한 운명을 예고하는 것이고, 실제로 동족상잔의 비극은 지루한 장마처럼 작품의 이곳저곳에서 힘겨운 갈등을 빚어낸다. 2001년 한국의 여름은 매년 그렇듯이 한바탕 장마로부터 시작된다. 100년만의 가뭄으로 온 나라가 황토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채로 신음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이젠 마치 게릴라처럼 밤에 나타나 집중호우를 뿌려대는 통에 '밤이 무서운' 지경이 돼버렸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2001년 한국의 여름은 묘하게 둘러싼 두려움의 결정체들로 인해 국민들의 머리는 물론 가슴까지 흠뻑 젖은 물걸레처럼 천근 만근 무겁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사회 내공이 출중한 줄타기고수가 줄위에 올라갔을 때 그를 늘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실수'라는 복병이다. 그들은 줄위를 마치 땅위 걷듯 하면서도 '실수'라는 강박관념에서 늘 자유롭지 못했다. 완벽한 재주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지만 '내일은 실수 하지 않을까?'하는 번뇌 때문에 환호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뿐이다. 간혹 꿈결에서 발을 헛디뎌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그래서 관객의 야유와 조롱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다는 줄타기고수를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는 고도의 집중력이다. 2001년 한국의 여름은 국민들에게 그런 집중력을 요구한다. 2001년 한국의 여름은 모든 것이 확연하게 두세력으로 나누어져 대립한다. '진보대 보수' '개혁 대 반개혁' '적 아니면 동지' 등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은 물론 이에 뒤질세라 자연현상마저도 지독한 가뭄과 지독한 장마가 대립하는 기괴한 현상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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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봉(金一封)유감 지면기사
지난 6월초 유례없는 가뭄으로 온 국민이 하늘을 쳐다보며 비오기를 학수고대할때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 가뭄극복 성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우리사회에는 고통받는 이웃을 돕기위한 모금 캠페인이 자주 있는 편이다. 연말이면 으레 불우이웃돕기 모금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수재민돕기나 이번처럼 양수기 보내기 운동이 전개되고 최근에는 북한동포 돕기운동도 있었다. 이처럼 국민들이 힘을 합쳐 고난을 극복하고 재난에 절망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은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이라 할수 있다. 일부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이나 장기적인 대비에는 소홀하고 시급한 문제가 생길때마다 일회성 모금운동이나 단기적 캠페인으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없는건 아니다. 또한 모처럼 모은 성금을 제때 쓰지 못하는 일이 생겨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어쨌든 전국적인 모금캠페인이 벌어지면 언론기관 특히 신문지면은 연일 성금접수 현황 보도로 요란하다. 신문마다 성금모금을 많이 하기위해 성금 기탁자 유치에 경쟁을 벌이게 마련이다. 거액을 낸 사람이나 성금을 기탁한 사회저명인사, 거물 정치인들의 사진이 실리고 성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과 성금 액수를 쓴 명단이 심한 경우 신문 1개면 내지 2개면에 걸쳐 실린다. 마치 기탁자와 성금액수의 많고 적음이 신문사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성금유치에 열을 올리는 신문사가 많다. 그런데 이같은 성금 모금현황을 소개하는 신문을 보면 성금액수를 알수 없는 '금일봉'표시가 적지 않다. 금일봉을 기탁한 사람은 3부요인과 정치인들이 많은데 특히 국회의원과 정당간부들이 대부분이다. 국회의원들이 금일봉을 많이 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중진급 국회의원이 되면 신문사마다 성금기탁을 해달라고 부탁 내지 강권을 받게 되고 언론기관에 약한 국회의원들은 여러 신문사에 성금을 낼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일정한 액수의 돈을 10여개 신문사로 나누어 내다보면 성금액수를 공개하기 창피할 정도로 기탁금액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금일봉'표시를 신문사에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금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