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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美감정과 국익 지면기사

    지난 일요일 저녁의 일이다. 모처럼 온 가족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던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다. 무슨 종목인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미국과 네덜란드 선수가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대학생인 아들녀석과 딸이 박수를 치며 네덜란드선수를 열심히 응원을 하더니 끝내 미국선수를 제치고 우승하자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마치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딴양….올림픽의 기본정신은 페어플레이다. 그래서 선수나 임원 심판 등 모든 참가자들이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선서를 한다. 그렇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미국민외 전세계 어느나라 국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우리 김동성 선수가 출전한 쇼트트랙 남자 1천500m 결승전만해도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오심이었다. 전세계 수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보았으며 느린 동작으로 반복해 보아도 심판판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이것은 국수주의적 애국심과는 결코 다르며 반미감정만도 아니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은데 대한 항의이며 불만의 표출이었다. 물론 경기에서의 심판판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인지라 순간적으로 그르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번 대회의 판정시비는 초반부터 꼬리를 물더니 급기야 공동 금메달수상이 나오고 순위가 뒤바뀌는 물의를 일으켰다. 오죽했으면 김동성 선수와 나란히 승부를 다투던 이탈리아 선수마저 '판정이 잘못됐다'고 했을까. 국제올림픽 위원회의 홈페이지가 우리 네티즌들로부터 쏟아진 항의메일이 폭주하는 바람에 마비됐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특히 이번 대회는 미국의 오만함과 텃세가 판을 쳤고, 심판들의 그릇된 애국심은 담합판정과 오심으로 이어져 되레 나라망신을 자초한 결과를 초래했다. 개막전부터 뇌물스캔들로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9·11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뜻으로 찢어진 성조기를 들고 나온 것도 그렇다. 결국 세계인의 축제를 자신들만의 안방잔치로 스스로 전락시킨 추악한 선례를 남긴 꼴이다. 그런데도 미국 전역에 방영되는 NBC방송의 토크쇼 진행자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인들

  • "60대이상 우대" 지면기사

    설날이 지났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나이야 이미 해가 바뀌면서 싫든 좋든 누구나 한 살씩 늘어났다. 하지만 설날 떡국을 먹어야 나이 먹은 것을 실감한다고 노인들이나 음력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겐 역시 설날이 지나야 한다.특히 이번에 나이를 한살 더 먹은데 따르는 감회가 남다른 계층이 있다. 64세에서 65세가 된 분들이다. 65세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들이 노인층으로 분류하는데 기준이 되는 나이다. 65세 미만이면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생산연령층(15~64세)이고 65세부터는 일단 생산활동에서 제외된 계층으로 간주된다. 이른바 실버세대다. 노인으로 사회적 대접이 달라진다. 정부의 경로연금 수급대상자가 될 뿐아니라 지하철의 무료승차, 국립공원 등산로 입장 무료 등 혜택도 받는다.우리는 고령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노익장(老益壯)사례를 들어 새로 노인계층에 합류하게 된 분들을 위로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작곡가 베르디가 명곡 아베마리아를 작곡한 것은 85세때였다. 문호 괴테는 칠순에 파우스트를 완료했으며 아데나워는 88세때 서독의 수상을 지냈다 등등. 그러나 이러한 인물들의 활동은 뛰어난 건강과 정신력, 특출난 능력을 구비한 위대한 인물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반면 평범한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 최근 국내에서 자주 들리고 있다. 정책당국이나 노인 복지를 염려하는 사람이면 관심을 가져볼 뉴스다. 청년들의 극심한 구직난 속에 '고령자 구인(求人)'의 새 풍속이 확산되고 있다는 신문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는 것이다.서울 창동의 한 마을버스 회사는 운전자 58명중 44명(76%)이 60세 이상이다. 이 회사는 기사모집 공고에 '60세이상 우대'를 명시하고 있다. 할아버지 기사들은 경력이 풍부하고 사고율이 적은 반면 월급은 젊은 기사들에 비해 훨씬 적어 회사측도 만족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하철 택배'업체는 28명 직원의 평균 연령이 70세다. 최연소자가 64세, 최고령자가 81세다.경기도에서는 할아버지 주유원 붐이 일고 있다는 소식도 주목을 끈다. 지난해 통계지만 도내 1천8

  • '악의 축' 발언의 진의 지면기사

    부시 미국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 규정했다. 그의 참모들도 연이어 대북 강성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다. '악의 축'과 지리적으로 붙어있고, 핏줄이 같은 우리로서는 그 진짜 속내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제기된 설들을 검토해 보자.첫째, 유치한 이분법과 단순·무식·과격한 텍사스식 언행이라는 주장이다. 전쟁놀이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상대어는 '다른 나라'가 아니라 '나쁜 나라'다. 차이와 선악 조차 구별 못하는 소년기적, 아니 유아적 정신상태다. 세계최대국가의 지도자가 설마 이런 미숙한 지적능력밖에 안되랴마는, 9·11테러 직후 세계를 '미국편'과 '악의 편'으로 신속하게 재편성한 사례로 미루어 이게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의외로 이게 정답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둘째, 궁지를 모면하려는 정치적 수사(修辭)라는 견해다. 엔론게이트라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추문으로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보려는 고도로 계산된 언행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엔론과 부시패밀리의 관계, 연루된 각료의 숫자나 의원의 비율만 보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엔론게이트가 활짝 열려 망신당하느니 '악의 축'을 응징하면 인기도 올라가고 '악'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 설의 변형으로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추정도 있다.셋째, 위기를 조장해 잇속을 챙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를테면 한반도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으므로 F-15 전투기를 비롯한 우리 무기를 잔뜩 사두라는 메시지로 보는 것이다. 우리 말 안들으면 진짜 위기상황을 일으켜 혼을 내주겠다는 뜻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미국이 우방을 상대로 그런 비열한 장사를 하겠느냐고 반문하는 순진한 독자가 혹시 있다면 '가자! 아메리카로'라는 리오 휴버먼의 미국사 책을 읽어보기를 간곡히 권하고 싶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작동원리가 아주 쉽고 재미있고 생생하게 쓰여 있다. 이 설은 가장 강력한 정답후보이며, 2월 중으로 정오(正誤)판별이 가능할 듯하다.넷째, 지구상

  • 기초단체장 공천배제하라 지면기사

     올해는 선거로 시작해 선거로 저무는 한해가 될것 같다. 여야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이미 돌입했고 4대 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선, 교육위원 선거,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선거 일정이 1년 내내 줄줄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구 뿌려질 선거자금과 정당 및 후보자간의 극한대결로 자칫 나라전체가 선거열풍에 휩싸여 회생기미가 보이는 경제기반마저 휘청거리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올해는 선거의 해 특히 대통령후보는 물론 지방선거도 경선을 거치는 바람에 정당별 자체행사가 늘어 올 한해는 선거의 해, 정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국가적대사인 월드컵 대회와 아시안 게임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사회적 안정이 어느때보다 절실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반면 기대와는 달리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도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는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개입할 것이며, 그 결과는 과열 혼탁으로 이어질게 불 보듯 뻔하다. 그만큼 이전투구의 선거운동이나 불법 부정선거의 개연성이 높아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게 분명하다. 또 지방선거는 입지자가 워낙 많은데다 유권자들과 직접연계되는 특성을 지닌 탓에 복잡한 선거전으로 전개될 것이 틀림없다. 광역 시·도지사 16명, 기초단체장 232명, 광역의원 690명, 기초의원 3천490명을 합하면 무려 4천400여명에 달하는 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줄잡아 3대1의 경쟁률이라 치고 후보 1인당 1억원씩 푼다고 해도 무려 1조3천억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허약한 경제의 짐이 될 것은 자명하다. 때마침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에는 장단점이 극명하다. 각 정당이 공직선거에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국민이 정치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토록 하고 중앙당에 예속된 단체장을 통해 지방차원의 책임정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출마를 미끼로 한 공천장사, 중앙정치 폐습의 지방확산, 정당이 다른 단체장끼리의 불화 등 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선거에 정당 개입을

  • 진실은 바로 거기에 있다 지면기사

    턱에 수염도 안 난 아들녀석이 요즈음 TV 프로 '엑스파일'에 푹 빠져 있다. 지상파에서 방영하는 최신작은 물론, 몇 개의 케이블방송에서 재방영하는 프로에 이르기까지 1주일에 서너편씩 쥐잡듯이 섭렵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눈만 껌벅거리는 녀석이 엑스파일을 볼 때면 반짝거리는 눈빛을 하고 옆에서 뭐라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어느날 녀석은 아주 심각하게 자신은 엑스파일의 주인공 멀더와 스컬리 처럼 FBI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자못 진지하게 '진실을 찾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과연 우주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불가사의하게 일어나는 사건들의 진실은 무엇인지 FBI 요원이 되어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어의가 없어 그건 드라마에 불과하다고 말했지만 이미 녀석은 그 길로 가야겠다고 내심 작정을 한 모양이다.장장 9년동안 200여편의 에피소드를 내보냈던 엑스파일이 오는 5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는 소식이다. 멀더역을 맡았던 데이빗 듀코브니가 중도하차 한 이후 시청률이 떨어지고 편당 400만달러에 육박하는 제작비를 제작사인 20세기 폭스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프로가 처음 방영되었던 90년대 중반 전세계는 엑스파일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자연의 섭리대로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 그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멀더와 스컬리, 반대로 그 진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정부 고위층의 음모, 알 듯 모를듯한 결론. 멀더의 몽환적인 분위기. 이런 것들이 어우러진 컬트드라마 엑스파일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각 나라마다 '엑스파일 신드롬'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결론이 분명하지 않은 이 프로에 열광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래서 그것이 명쾌하게 밝혀지면 사회사가 정확히 해독된다는, 즉 대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엑스파일이 중요한 키워드 역할을 할 정도였다.엑스파일이 동호회가 만들어질 만큼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던 것은 제작자들이 프로그램 여기저기에 숨겨놓은 애매모호한 코드 때문이다. 퍼즐찾기 같은 그 코드란 다름 아닌 '진실'이다. 난해한 암호를 풀 듯이 드라마 속에는 교묘

  • 세계 山의 해 지면기사

    2002년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다. 다음 글은 유엔이 발표한 선언문의 일부다. 유엔이 왜 '산의 해'를 선포했나 그 이유를 알수 있다. “산은 바다만큼 생명으로 가득차 있으며 적도의 밀림만큼 우리 복지에 필수적이다. 산에서 물을 얻어 작물을 기르고 전기를 생산하고 음용수를 마신다. 산은 또한 갖가지 동식물들이 사는 곳이다. 산은 문화적 다양성이 가득한 곳으로 언어의 수호자이며 전통의 저장고다….”산은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우리에게 주고 또한 식량과 에너지원의 보고다. 생물의 다양성과 함께 휴식과 레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귀중한 산이 우리 국토에는 도처에 산재해 있다. 스위스나 네팔같은 산악국가는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나 사방을 둘러보면 산들을 볼수있다. '준 산악국가'라 할수있다. 이러한 산의 다양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산의 보전과 개발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룰수 있나를 우리는 올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한다.최근에는 전국적으로 등산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등산이 유행을 이루고 있다. 봄, 가을 등산철이면 유명한 산에는 등산로마다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크게 붐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등산로가 번잡한 대도시의 큰 길처럼 변한다. 산길을 오가기가 힘들때도 있다. 이러니 산들이 몸살을 앓고 병이 들지 않을수 없다. 등산객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지만 정작 산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한국환경생태학회에 의뢰해 전국 국립공원 등산로의 훼손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체 등산로 1천143㎞의 75%인 857㎞가 크게 망가졌다. 등산객들의 발길에 등산로는 넓혀지고 파헤쳐졌다. 등산로 폭이 평균 4m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등산로 폭 1.5m보다 배이상 넓어졌다. 등산로 주변에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난 곳도 많았다. 등산로 주변을 복구해야할 면적이 약 65만평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구비용도 2천700억원 이상 들어간다고 한다.이러한 피해의 대부분은 등산객들이 과도하게 몰려든 탓으로 보고있다. 북한산 국립공

  • '심판'이 문제다 지면기사

    반칙 없는 축구가 재미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깊숙한 태클, 거친 몸싸움이 없는 '범생이 축구'에 무슨 박진감이 있을까. 반칙이 너무 많아 경기흐름이 자주 끊겨도 맥빠진 경기가 되지만 몸을 던지는 투혼이 없는 경기 또한 축구팬들을 실망시키게 마련이다. 반칙도 이제는 현대축구의 한 작전 아니겠는가.그라운드의 신사들은 이런 솔직함에 강하게 어필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차라리 격투기를 보러 가라. 그런 비난을 들어도 싸다. 야성을 빙자한 가학성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을지도 모르므로…. 하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다. 어차피 승리를 향해 뛰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몸을 사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룰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야생마처럼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월드컵이 세계적인 단일 스포츠축제가 된 이유도 이런 역동성에 있지 않을까.심판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에겐 선수들의 지나친 행동을 제재하면서도 경기의 맥을 이어가는 '조율사' 역할이 주어져 있다. 물론 하석주에게 가혹한 퇴장명령을 내린 것도 심판이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골을 집어넣는 걸 잡아내지 못한 것도 심판이다. 그래도 심판은 중요하다. 심판이 있기에 우리는 그나마 공정한 경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그런데, 축구경기에서만 심판이 중요할까. 우리 사회의 '심판들'은 제구실을 하고 있는 걸까. 지난주 이 문제를 다시한번 떠올리게 하는 소식이 있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가슴 답답한 내용이지만 또 들여다 보자.'반부패국민연대'에서 중고생 1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았더니 90%가 '한국은 부패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잠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새로울 게 전혀 없는 얘기다. 매일매일 뭔 게이트다 뭔 리스트다, 그것도 모자라 각계각층 '선수'들이 꼬리를 물고 잡혀들어가는 나라에서 그런 결과가 안나오면 되레 이상한 것 아닌가.오히려 '부패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뉴스도 안보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인터넷에서 설문조사 내용을 다운받아 살펴보니, 반

  • 월드컵, 지금 몇시인가 지면기사

    2002년 월드컵축구의 경제효과 극대화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불과 월드컵개막 5개월을 남겨놓은 시점에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자리를 놓고 관계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여 꼴불견이다. 과연 지구촌축제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상품사업 라이선싱 업체인 CPP코리아의 운영과 지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월드컵상품 판매사업이 중단됐으나 마땅한 해결책없이 표류하고 있다.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지금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속담처럼 공동위원장체제하에서 겪는 갈등이 바로 그 형국이다. 지난해 10월 공동위원장 출범당시 정부가 '쌍두마차론'을 내세워 정몽준위원장은 국제, 이연택위원장은 국내업무를 맡길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한마리보다는 두마리가 끄는 마차가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미명하에. 그 논리대로 과연 월드컵 준비가 원활하게 추진되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공동위원장들은 업무분담과 결재절차 등이 명확하지 않은 채 사사건건 부딪히더니 끝내 두패로 나눠졌다. 공동위원장체제의 상승효과를 은근히 기대했던 모양인데 그것이 애시당초 얼마나 잘못된 계산이며 실현불가능한 발상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꼴이다.스포츠분야는 그 어느 집단보다도 보수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정부가 지나치게 간과했다.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가부장적인 리더십에 익숙해 있고 가족적인 멤버십을 선호한다. 월드컵조직위도 이러한 특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한 지붕아래 두 아버지'가 버티고 있는 한, 가족간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이를 계기로 스포츠계에 더 이상 정치논리를 적용하지 않기를 당부해둔다. 그동안 정치가 스포츠를 얼마나 오염시켜왔는지 대다수의 국민들도 눈치챈지 이미 오래다. 때문에 정치적 야심이 만만치 않은 정위원장에게 단독으로 맡기면 그가 너무 뜰 것을 우려했다는 풍문이 설득력을 얻어갈 뿐이다. 스포츠와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입증되지만 그 관계를 최소화하는 국가가 선진반열에 오

  • 똑같구나, 똑같아 지면기사

    최근 ‘모래시계'를 다시 보았다. 귀에 너무 익은 서글픈 주제곡, 빠른 장면 전환, 의미심장한 대사 한마디 한마디, 95년에 방영된 드라마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신선하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보다 일곱살이나 젊은 배우들의 앳된 모습을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말없는 젊은 오빠 이정재,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최민수는 여전히 멋있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다는 고현정의 젊음이 눈부시다. 대쪽 같은 검사 역을 맡은 박상원의 연기도 전혀 나무랄 데가 없다.태수, 우석, 혜린, 재희 이름 하나 하나가 전혀 낯설지 않다. 70년 말부터 80년 중반까지 한국의 격동사를 다룬 드라마. 쉬쉬했던 80년의 광주와 삼청교육대가 부활하고, 한국정치이면사에 도사리고 있는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다루었다고 해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 그래서인지 불과 1년전 방영된 드라마 재방송을 보아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럽지만 다시 보는 모래시계는 지금 막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처럼 펄떡거린다. 왜 그럴까. 왜 이상하지도 어색하지도 촌스럽지도 않을까. 그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왜 다시보는 모래시계에는 낯설음이 전혀 없는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시기만 틀릴 뿐 판박이 찍듯 지금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과 전혀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모래시계를 보면 지금의 우리 사회를 거울속 들여다 보듯 한눈에 들어온다. 모래시계가 끝난 7년후 지금의 대한민국.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모래시계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그냥 가슴에 묻어둘걸 괜히 보았다는 후회감과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자식처럼 키운 재산을 놓치기 싫었던 카지노의 대부 윤회장. 권력에 엄청난 로비자금을 쏟아 붓고도 정권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몰락하는 그가 요즈음 인구에 회자하는 ‘○○○게이트'와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은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윤회장이 만든 이른바 ‘윤회장리스트'도 지금 온통 세상을 들쑤셔 놓고 있는 ‘진승현리스트'와 너무나 꼭 빼 닮았다. 카지노를 두고 조직폭력배

  • 이름을 잘못지었나 지면기사

    사람의 이름을 짓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자식의 이름을 짓느라 애써보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사람 이름뿐만 아니라 상품 이름을 정하는 것도 아주 힘든 일이다. 이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다. 이름이 재수없다든지 객사할 이름이라는 엉터리 점쟁이 소리에 놀라 멀쩡한 이름을 많은 돈을 들여 고치는 사람도 적지않다.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웃 일본에서는 몇해전 갓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아쿠마'(惡魔)로 지어 출생신고를 했다가 시당국이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낸 일도 있다. 아기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충격적이며 기억하기 쉽다고 해서 이같이 지었다는 것. 결국 몇달간 소송을 끌다가 시당국의 개명 권유를 받아들여 아들 이름을 '아쿠'(亞驅)로 바꿈으로써 한동안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악마소동'은 끝났다.1960년대 중반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는 새로 개발한 소형 자동차를 '시보레 노바'라는 이름을 붙여 멕시코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도 판매실적이 형편없었다.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노바'(No Va)가 스페인 말로 '가지 않는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요즈음 우리사회에는 '공적자금' 얘기가 나오면 돈을 떼먹은 몇몇 사람을 빼놓고는 모든 국민들이 열받고 혈압이 올라간다. 그래서 부실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모은 돈에 '공적'자금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잘못된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 '공적'자금이라니까 '공돈' '공짜'자금으로 연상하여 임자없는 돈으로 생각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펑펑 나눠주고 떼먹고 떼이고 했는가 말이다.공적자금이란 외환위기를 맞아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을 형편에 이르자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기관들마저 위기에 몰리게되자 이들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해 지원된 돈을 말한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들은 부실기업들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을 돕기위해 이돈을 썼다. 이러한 과정에서 몇조단위의 어마어마한 돈이 사라지거나 낭비되고 몇십조 단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