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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지겹게 하는 것들 지면기사
1. 이번 달 이사를 가는 직장 선배가 출근하면서 “지겨워, 지겨워”를 연발한다. 손없는 날이라고 해서 이사날짜와 이삿짐 업체까지 정해놓았는데 이사업체가 느닷없이 웃돈을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정도를 걸으며 살아왔던 선배는 업체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응해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정해 놓은 날짜에 이사하기를 포기했다. 아주 하찮은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이삿짐 업체의 이같은 비윤리적인 상도덕은 지금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손없는 날'은 이삿짐업체의 대목일 것이다. 그런 날 한 밑천을 잡으려는 일부업체들의 얄팍한 상혼은 이사로 들떠있는 선배와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2. 얼마전 주가가 40포인트가 넘게 폭락했다. 객장의 개미투자자들 입에서 “지겨워, 지겨워”라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주가의 약세로 외국인들의 줄기찬 매도공세 때문이었지만 그날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그룹의 L화학이 계열사인 L석유화학의 주식을 대량매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 그룹사가 대주주에게 상장 전에 L석유화학의 주식을 싼값에 팔았다가 상장 후 비싼 값에 재매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주주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런 대기업의 부도덕성이 개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켜 결국 그날 특히 개미투자자들은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치욕적인 IMF를 경험한 후 기업의 투명성이 나아졌다는 평가가 내려진 상황에서 재벌의 이같은 행위가 많은 이들을 지겹게 만들었다.3. 역 대합실. 어느 중년의 남자가 신문을 보다말고 갑자기 “에이, 지겨워”라고 소리치며 신문을 내동댕이 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겠어”라는 그의 푸념. 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그 중년사내가 벌컥 화를 낸 것은 군포 4인조 강도 기사 때문이었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고 여죄를 추궁한 결과, 두 달여 동안 7명을 살인한 것 외에 여러건의 살인사건을 더 저지른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한때 사회를 전율케 만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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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박공화국? 지면기사
'Don't-Ask-Investment'. 우리나라 증시에서 '묻지마 투자'가 성행할 때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그대로 직역, 대박만 쫓으며 냄비 끓듯하는 한국인들의 투자모습을 다룬 특집제목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카지노 경마 벤처 등이 '돈 된다'는 입소문만 나면 앞뒤 가림없이 달려드는 한국민 성향을 꼬집은 기사다. 또 영국의 BBC방송은 전반적인 경기불안에도 불구, 한국에서는 카지노와 복권 등 각종 도박산업에 큰 돈이 몰리는, 이해못할 기현상(?)에 대해 금년초에 집중 보도한바 있다. 이때 BBC는 정부 국영인 경마는 지난 한햇동안 평균 25%이상 매출액이 증가했고 경륜은 같은 기간에 50%나 급성장했다고 전했다.맞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확인되지도 않은 보물선이나 금광을 발견했다는 '설' 하나로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돌연 급전직하하는 바람에 막차를 탄 개미군단만 울린다. 돈이 될성 싶다고 판단되면 폭탄 돌리기식 머니게임에 뛰어들어 '돈놓고 돈 먹기'란 심정으로 부나방처럼 덤벼든다.개장한지 1년반이 된 정선의 강원랜드 카지노는 하루 평균 3천명 이상이 몰려 베팅액이 무려 10억원을 넘는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카지노는 연평균 25%의 신장률에 총 입장인원이 1천300만명에 달하고 매출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에서조차 전혀 예측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곳 주변에는 일확천금을 노리다 퇴직금이나 전재산을 날리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카지노 노숙자' 들마저 생겨 길거리를 떠돌고 있다. 과천의 경마장을 비롯한 전국 일원의 경마·경륜중계소들의 상황도 정선카지노장이나 크게 다를바 없다. 대박을 쫓다가 쪽박을 차는 사람들중 상당수는 사실상 폐인으로 전락, 가정뿐아니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인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는 말처럼 유난한 우리의 도박성향은 70년대 부동산투기 붐에서 잉태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 투기습성이 주식시장과 경마 벤처투기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복권과 도박사이트로 번지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대박 선호현상에 편승하여 세수를 올리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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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者의 도리 지면기사
최근 신문을 보면 화제성 기사로 부자들 얘기가 심심치않게 나와 눈길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부자뉴스'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기사행간에 배어있는 의미를 새겨 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충격을 준 기사는 “심심해서 물건을 훔쳤다”는 어느 부유층 부인의 절도행각이다.이 부인의 집은 서울의 60평짜리 아파트다. 남편은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가진 회사사장이다. 이런 부인이 지난 한해 서울의 백화점 명품관을 돌며 외제 고가품만을 훔치다 네차례나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3월 또 백화점에서 고가의 수입 실크 스카프를 훔치다 붙잡혔다. 이 부인은 “세상사는 재미가 없을때 명품을 훔치면 위안이 됐다. 그래서 심심하면 백화점에 훔치러 나갔다”고 말했다.부족한 것 없이 남부럽지않게 살만한 중년부인의 상습 절도행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정신적 결함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 심심해할 틈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일일 것이다. '행복한 부자는 드물다. 그러나 부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 가난뱅이도 없다'는 말이 있지만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삼성금융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부자숫자를 추정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금융연구원이 정의한 부자의 범주는 부동산을 빼고 대략 10억원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이다. 이 정도면 여유있는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여러통계를 근거로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1%인 14만 가구가 이 기준에 맞는 부자로 추정했다.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도 많이 소유한 계층일 가능성이 높다.어느 조직이나 구성원 가운데 상위 1%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행운도 따라야 한다.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선택받은 존재로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말한 중년부인의 단순한 절도행위가 신문에 보도된 것은 부유층 부인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쳤다면 뉴스거리가 안된다.이렇게 보면 부자는 공인이라 할수 있다. 뉴스의 대상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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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육감을 뽑을 것인가 지면기사
의왕 정원고가 결국 1학년 없는 학교가 됐다. '이 학교가 싫다'며 등록을 거부해온 학생 가운데 94명에게 지난 4일밤 전학서류가 발급된 것이다. 전체 배정학생 258명 가운데 '먼 곳에 사는' 100여명은 이미 지난달 전학을 갔다. 남은 학생 36명도 곧 전학을 가야 한다. 이제 정원고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특별지원을 받는 한편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로 개편된다. 정녕 이런 해결책밖에 없었을까. 우리 교육의 모순과 끝없는 미봉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다.고교 재배정 파동이 시작된 지 두달. 한편에선 사임한 교육감의 후임을 뽑는 선거전이 치열하다. 지난 8일 7명의 후보가 공식등록하기 이전에도 10여명의 자천타천 인사들이 뜨거운 물밑경쟁을 벌여왔다. 오늘(10일) 지역언론이 공동개최하는 후보 초청토론회를 기점으로 각 진영은 막바지 공식 득표전에 돌입하게 된다. 오는 18일 2만명 가까운 선거인단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이틀 뒤인 20일 결선투표를 통해 새 교육감이 선출될 예정이다.비록 선거에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은 아니지만 지역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각 후보의 사진과 프로필이 게재된 지면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하고, 교육계에 떠도는 소문을 얻어들어볼까 귀를 세워보기도 하지만 적임자 판단이 쉽지 않다. 경력만 봐서는 여러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데다 후보들의 교육관과 능력을 가늠해 볼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인단도 이렇게 답답해 할까.교육감 선거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그런 모양이다. 선거기간이 짧고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후보는 후보대로, 선거인단은 선거인단대로 선거공보와 6개 선거구별로 1회씩 열리는 소견발표회, 언론기관 및 단체의 초청 대담·토론회 만으로 어떻게 적임자를 가릴 수 있겠느냐고 불평을 털어놓는다.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전이 과열되는 원인을 선거방식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초등교사 출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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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 신기루였나 지면기사
세상에는 비밀은 없다. 아무리 감추려고 발버둥쳐도 언젠가는 모든 사실이 밝혀지는 법이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단 둘이 소곤거려도 벽에 있는 귀를 통해, 바람을 타고 세상에 알려지는게 만고의 이치다. '여인천하'에서 문정왕후와 경빈이 벽에 귀가 있다며 소곤거려도 결국 궐내에 말들의 성찬이 벌어지는 것을 그토록 보아오지 않았던가.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 결국 모든 진실은 낱낱이 밝혀진다. 세상에는 비밀이란 없다. 최근 마치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벤처와 관련된 추악한 커넥션을 보라. 기업주, 금감원직원, 국책은행관계자, 벤처캐피털 직원, 그리고 약방의 감초로 등장하는 정치인들. 이들이 모여 쑥덕공론하며 마치 떡 주무르듯이 하며 코스닥에 상장해 주가를 조작해도 결국 진실은 밝혀져 이들은 줄줄이 구속되지 않던가.4년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나라전체가 경제불황으로 자금마련을 하기가 꽤나 어려웠던 시절. 언론사 인터넷에 들어가 기사 검색란에서 한때 잘나간다던 '벤처기업'을 검색해보면 마치 약속이나 한듯 그 회사의 CEO들이 화려하게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4년전이라면 혹독한 IMF이후로 우리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때다. 인터넷 광고 대행업으로 시작했던 G사. 벤처의 신화를 만들었던 기업이다. 대부분기업들이 자금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 회사는 온라인 공모주 청약을 실시해 1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했다. 자사의 홈페이지에 실린 기업광고를 클릭하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적립했다가 일정액에 이르면 회원들의 계좌에 입금시켜주는 이 기업은 불과 12억원의 매출액 중 적자는 절반인 6억원을 기록했으나 코스닥 바람이 거세면서 주가는 무려 2천%나 급등했었다. 당시 금감위가 주가 조작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 결국 무혐의로 처리됐고 기업사장 K씨는 적반하장으로 “주가 조작이란 있을 수 없다. 더 오를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사장의 공언대로 주식은 더 올랐다. 7만8천원이던 이 회사의 주가가 불과 한달 보름만에 30만7천원까지 급등했으니까.기업인수 합병의 전문가라고 알려진 J. 주당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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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을 장려한다? 지면기사
“소도리 행 댕기지 말라. 들어도 못 들은 척 속심행 다니곡. 속 어신 사람처럼 와리지랑 말고 다니라. 놈덜 싸움 만들곡 이녁 모심만 막아져부러.” 제주도 사투리를 모은 한 사이트에서 퍼올린 글이다. 내용은 “고자질 하지마라. 들어도 못 들은 척 입 다물고 다녀라. 생각없는 사람처럼 부산떨지 말고 다녀라. 남들 다툼 만들고 자기 마음 상한다”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모진 풍파를 겪은 탓인지 제주도 어머니들이 요즘까지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당부하는 말이라고 한다. 아마 고자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대목인 것 같다.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금제가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0년에 쓰레기불법투기 신고 포상금제가 사실상 원조격이다. 그후 교통법규 위반차량신고제, 수입농산물 불법유통신고제, 야생동물 밀렵 및 거래신고제, 노래방 탈법영업신고제, 부동산 중개수수료 과다청구신고제, 심지어 구제역 의심가축신고제까지 이루 열거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다.최근에는 지방 및 대선을 의식한 중앙선관위마저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민신고를 적극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선거범죄 신고포상금을 신고내용에 따라 최고 30만원이던 것을 무려 1천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또 경기도는 가짜 경기미를 유통시키는 행위자를 신고하거나 검거할 경우 1건당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조례를 개정, 다음달부터 시행키로 했다.신고 포상금이 이처럼 거액으로 부풀려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겠으나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목 좋은 곳'에서 진을 치고있던 전문 고발꾼들에 의해 적발당한 수많은 운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억울해하면서도 마땅한 항변도 못한 경험이 한두차례씩 있었을게다. 이들의 심사가 어떠했을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애매한 교통신호체계 앞에서 먹이 감을 집어삼키듯 사진찍는 현실은 취지가 어떻든 웃지못할 우리사회 오늘의 자화상이다.이래서 이 제도를 현정부의 대표적 '고자질 장려정책'으로 꼽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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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경고 지면기사
최근들어 '거품경고'가 자주 나오고 있다. “거품(버블)경제의 위험이 있다” “가계 거품이 문제다” “부동산 버블 경고”등등. 이러한 거품경고의 중심에는 아파트가 있다. 태풍의 핵에 부동산이 있는 셈이다. 거품경고가 나오게 된 것도 집문제 때문이다. 집값 폭등과 아파트 시장의 투기열풍으로 거품경고가 시작됐다.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은 하늘을 찌를듯이 치솟았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1천대 1을 넘는 일이 생겼다. 서울에는 평당 매매가격이 4천만원이나 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지난 3월1일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결과 나온 기록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10평형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4억원이나 됐던 것이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될 주공 저층아파트다.이 아파트는 올초만해도 평당 3천만원이었는데 사업승인을 받은 이후 두달만에 1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재건축을 하면 10평 아파트가 몇평이나 더 커지고 가격이 얼마나 뛸지 알수 없지만 일반 서민들은 꿈도 못꿀 엄청난 값에 놀랄뿐이다. 이밖에도 평당 2천만원 이상으로 팔리는 아파트가 서울에는 수두룩하다고 한다.이러한 아파트 시세는 지난 3월6일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등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조사된 것이다. 대책발표이후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하다.아파트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지만 두고볼 일이다. 과거에도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일시적으로 주춤하다가 곧바로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어쨌든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의 이상과열 현상이 지속되자 거품경고가 뒤이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주택가격의 상승률(9.9%)과 아파트값 상승률(14.5%)이 명목 경제성장률(4.3%추정)의 2배를 웃돌았다”고 지적, 거품발생을 경고했다. 금융연구원도 은행의 주택담보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나가다 나중에 담보물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들도 부실채권 증가로 위기를 맞을수 있다고 지적했다.지금처럼 금리가 싸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사거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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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선제라는 실험 지면기사
자칭 반미주의자도 미국정치와 선거의 절차적 민주성만큼은 부러워한다. 민주·공화 양당이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에서부터 선거인단 투표까지 거의 1년에 걸친 대선과정은 지구상의 가장 흥겨운 정치페스티벌로 비쳐진다. 물론 재작년 부시-고어 대결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은 고어가 선거인단 수에 밀려 재검표 소동 끝에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미국 대선도 어딘가 결함이 있다는 의혹이 널리 고개를 들긴 했지만 말이다.한데, 미국의 역사를 공부해 보면 이렇듯 모범적인 미국의 대선절차가 사실은 '반민주적인'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흥미로운 해석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독립을 이끈 지도자들,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은 주로 지주와 부르주아 계급 출신으로서 신생합중국의 권력이 머릿수에서 압도적인 서민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데 온갖 머리를 짜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지금과 같은 간선제 방식의 복잡한 대통령선거제를 정착시켰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출발이야 어쨌든 미국인들이 지난 200년 동안 자신들의 대통령선거를 대대적인 정치축제로 발전시켜 온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 광활한 땅에서, 그 많은 인구가, 그 긴 기간의 선거를 치르는데 적어도 우리같은 추잡한 진흙탕싸움 돈선거 시비는 없지 않은가. 만약 그랬다가는 첫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뉴 햄프셔에서부터 당장 고발당해 이후 레이스에 명함도 못내밀게 된다고 한다.우리도 드디어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제 실험에 돌입했다. 여당인 민주당이 이미 제주와 울산에서 첫 경선을 치렀고, 야당인 한나라당도 준비중이다. 각 당 모두 대선후보 선출 뿐만 아니라 6월 자치단체장 후보도 주민이 참여하는 경선을 계획중인 곳이 많다. 헌정사상 54년만에 주요정당들이 미국식 모델을 본떠 정당의 민주화, 선거의 선진화를 향해 발걸음을 뗀 것이다.물론 국민경선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초장부터 '국민경선제가 잘 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악담까지 등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선을 앞둔 곳마다 인력동원, 돈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상대방의 국민경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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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점 열풍인가 지면기사
초등학교 시절, 학교 가는 지름길에 점을 보는 집이 있었다. 그 집을 통해 가야 적어도 10분 정도 학교를 빨리 갈 수 있었지만, 울긋불긋한 천이 걸려 있는 그 집 앞을 지나기가 무서워 일부러 멀리 돌아서 가곤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몇몇이 그 점 집 앞에서 누가 오래 있는지 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간 큰 녀석이라고 해도 5분을 견디지 못했다. 이상한 글씨가 쓰여 있는 대문 앞에 서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 집안에서 스멀스멀 풍겨나오는 묘한 냄새가 역겨웠으며 더욱이 누군가 대문을 열고 나와 잡아가지나 않을까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웠던 것이다.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초여름의 어느 날로 기억된다. 혼자 점집 앞을 꼭 지나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그 집의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겁이 유난히 많았던 내가 그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호기심이 발동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다. 어쩌면 그 안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결과를 우쭐한 마음으로 애들에게 뽐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침을 꼴깍거리며 까치발로 어렵게 들여다본 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순간 보였던 방안의 기괴한 그림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그 방 주인과 순간 서로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며칠동안 꿈속에서 고통을 느껴야했던 그 서늘했던 여름의 기억을 어찌 필설로 다 할수 있으랴. 지금이야 실실 웃음이 나오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친구들이 아무리 ‘겁쟁이’라고 놀려도 난 그 집 앞을 단 한번도 지나가 본 적이 없다.점, 한때는 미신이라고 업신여기던 역술의 열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대략 현재 활동중인 무속인이 20만명, 역술인이 15만명, 운세관련 인터넷 사이트가 1천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점집이 기업화, 대형화되고 있으며 운세관련 700 유료전화서비스가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옛날 골목의 한 귀퉁이 혹은 산 어귀에 은밀하게 숨어있었던 역술집을 대로변에서 보는 것도 이제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유명 역술인의 연 수입이 억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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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민주사회를 향하여 지면기사
민주사회의 기본은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 공정하고 합리적인 틀, 신뢰받는 지도층,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기본 요소들이 우리들 스스로의 무질서와 맹목적인 집단의식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기 보다는 그냥 무덤덤하다. 왜 일까. 약간의 비약일 수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우리는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잃은 것도 너무 많다. 이런 사고를 균형감각의 상실로 돌리기에는 왠지 너무나 혼란스럽다. 그러면서도 이런 난제의 해결 과정에서 성숙한 의식이 시민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내면을 느낄 때는 우리도 어느덧 선진 시민사회에 접어들고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어 혼란이 기우가 아닌가하는 판단을 하게한다.지난 주말부터 이어졌던 철도, 발전, 가스 노조의 연대 파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뒤로 하고라도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한 메가톤급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파업이 장기화 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할 때 파업이 빠른 시일내에 타결된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다. 파업 장기화 우려를 씻고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낸 노사 양측의 노력을 높이 살만하다.예전 같으면 공권력 투입에 이은 농성 노조원의 강제해산과 이에따른 폭력 시위등 악순환의 연결 고리가 이번 파업에서는 없었다. 이와 더불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큰 혼란없이 차분히 대응한 시민들의 말 없는 행동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성급하게도 우리의 의식이 다른 이해 집단의 행동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물론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고 비약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예 냉소와 체념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돌려 버릴 수도 있다.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김동성선수의 금메달 강탈 사건에 이은 미국 NBC투나잇쇼 진행자 제이 레노의 한국인 비하 발언으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를 삭히는 과정에서 보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