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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知的 수준은 왜 재지 않는가 지면기사

    가슴 답답할 정도로 궁금한 게 있다. 바로 저들 ‘일곱 난쟁이’가 아닌 일곱 대통령 후보들의 교양 수준과 지적(知的) 수준이다. 지적 수준이 1m인지 10m인지, 교양의 함량은 한 말 정도가 모자라는지 한 말 반 정도가 철철 넘치는지를 도무지 알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도 그걸 묻는 질문자가 없었고 어느 사회자도 TV 토론 때 그걸 캐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외교, 통일 포함) 분야를 시작으로 어제 시작된 합동 토론회 일정도 경제, 사회 등 세 차례만 잡혀 있다고 했지 그 어느 토론회도 후보의 교양과 지적 수준을 재겠다는 잣대는 들고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저들의 저서 한 권이 어떻다는 풍문도 들은 바 없다.거부반응과 터부의 지뢰밭 저지선을 요리조리 기묘하게도 살살 잘도 피해가는 가장 적절(?)한 모범 답변만을 신변의 참모들이 적어준 그대로 달달 외기에 능수가 돼버린 후보들의 교양 수준, 지적 수준 측량을 위해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어느 TV의 고교생 퀴즈쇼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 벨을 울려라’처럼 일곱 후보를 방송국 스튜디오 바닥에 앉혀 놓고 ‘도전 대권 벨을 울려라’식의 답을 널빤지에 적어 번쩍번쩍 들어 보이게 하는 방식 말이다. 그래서 대통령 수능(修能) 시험이 아닌 수능(遂能) 시험, 수행 능력 시험을 보이는 것이다.그 첫 번째 질문은 한글 철자법과 기초 한자말쯤이 어떨까. 그래서 모국어로 연애 편지 한 장, 연설문 한 장 대필 없이 제대로 쓸 수 있는지부터 가리는 게 어떨까. 그래야만 어느 전직 대통령이 전방 부대인가 어딘가를 방문해 그 방명록에 일필휘지 한 말씀 사인을 남긴다는 게 그만 ‘자신감’의 ‘신(信)’자를 ‘身’자로 썼다는 그런 지적 수준은 아닌지도 가늠할 수 있고 어느 대통령이 어린이 날 TV에 출연해 어린 시절의 ‘도시락’ 대신 ‘벤토’ ‘벤토’를 연발했던 그런 교양 수준은 아닌지도 잴 수 있기 때문이다.선진국이든 꼴찌국이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어느 정도 교양도 갖추고 유식할 필요가 있다. 책 권깨나 읽고 연구깨나 하고 사고깨나, 숙고깨나

  • 국화빵이 생각나는 계절 지면기사

    낙엽이 아스팔트 위를 뒹굴고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요즘 여지 없이 ‘국화빵'이 등장한다. 60년대 초등학교 시절, 퇴근길 아버지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때였다. 땅거미 진지는 오랜데도 아버지는 아직 오시지 않아 삐걱거리는 대문 소리에 연방 귀를 쫑긋 세웠다. 급하면 솜을 넣어 누빈 두툼한 옷을 걸쳐 입고는 형과 함께 버스 정거장으로 달려나가 보기도 했다. 아버지는 이내 식을까봐 국화빵 봉지를 꼭 껴안고 들어오신 터라 양복 저고리가 아직도 따뜻했다. 국화빵처럼 닮은 아들 넷에게 아버지는 봉지를 터뜨려 벌려 놓으시며 손도 대지 않고 먹는데만 열심인 우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셨다. 어린 네형제는 그저 '어른들은 국화빵을 싫어하시는구나'하고만 여겼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때 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됐지만.국화빵에 대한 추억은 또 있다. 85년으로 기억되는데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정문에서 국화빵을 팔던 김모씨가 단골 손님인 숙대생과 결혼해 ‘국화빵 장수와 여대생 부부’로 화제가 됐었다. 초등학교 중퇴가 최종학력인 그가 일류 여대생과 결혼한 사실이 당시로서는 장안의 화젯거리로 손색이 없었다. 여대생의 숫자가 많지않던 시절이었으니까 더욱 관심 끄는 뉴스였음이 분명했다. 국화빵 인생이 그에게 선사한 최대의 선물을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이라고 하는 김씨는 지금도 감자탕집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올초에는 김진곤(66) 할아버지가 전남 여수의 한 시장 입구에서 13년간 붕어빵 장사를 하면서 모은 돈 1천500만원을 불우이웃 돕기에 내놓아 행자부로부터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11인'에 뽑혀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이렇듯 서민들의 마음 속 향수인 그 옛날 국화빵, 붕어빵의 개념은 서민들의 사랑의 상징처럼 다가와 당시의 문화나 경제 상황을 대변해 주던 것이었다. 지금은 빙과회사에서 복고풍의 마케팅으로 옛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똑같은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내 아이들로부터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종이봉지에 담긴 눈물 자국을 아는 기성 세대들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와닿을지

  • 준비된사람들 지면기사

    최근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20대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보험 특히 생명보험이라면 빨라야 30대 이후에나 생각해봄직한데 예상밖의 변화다. 대한생명이 최근에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자사 종신보험 고객 100여만명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보험가입 당시의 연령을 보면 지난해 후반기에는 20대이하의 가입비중이 29.9%로 40대(28.9%)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짐작컨대 보험료를 부모님들이 대신 내주는 경우도 적지 않을 듯한데 어쨌든 이러한 현상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나라가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노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할때 더욱 그렇다. 지금의 20대가 60대가 되는 시기에는 우리 나라도 본격적인 노령사회가 되어 노인층을 부양하는 일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겠다고 종신보험에 든 20대의 어른스러운 '준비성'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준비없이 맞은 '노년의 비극'이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볼때 어느 부문이든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장기계획 밑에 장래를 생각하고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는 것은 미래의 성공을 '예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자기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신뢰를 갖게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대선때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우고 강조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주목과 믿음을 이끌어낸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위대한 '인간승리' 뒤에는 오랜 '준비'가 있게 마련이다.프랑스의 위대한 병리학자였던 루이 파스퇴르는 행운이 발견에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행운은 준비된 사람을 따른다”고 대답했다.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행운이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엄청난 발견이나 세계적인 발명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보통 회사원'으로 올해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하여 일본을 감동시키고 단숨에 일본의 영웅이 된 다나카 고이치 역시 오늘이 있기까지 오랜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가 노벨화학상을

  • 조선의 관리, 오늘의 관리 지면기사

    ‘조선시대 관리’라면 으레 당쟁이나 벌이고 가렴주구를 일삼던 모습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들을 뽑던 과정은 뜻밖에도 사뭇 엄격하고 합리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관리 입문부터가 지금의 고시 보다 더 어려웠다던 과거시험을 거쳐야 했다. 드문 예외로 음서라 하여 부친이나 조부가 고위관직을 역임하면 그 자손을 관직에 임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경우 올라갈 수 있는 관품이 한정돼 있어 당상관이 되자면 다시 과거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단 과거에 합격하면 시험 성적순대로 6품에서 9품까지 관직을 받았다. 그런데 제아무리 탁월한 인물도 품계를 건너뛰거나 무시하고 승진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특히 벼슬의 꽃이라던 정승을 뽑던 과정을 보면 얼마나 신중하고 합리적이었나를 거듭 깨닫게 해준다.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 중 한 자리가 비면 왕은 다른 두 정승에게 복상(卜相)을 명한다. 그러면 두 정승은 세사람의 후보자를 물색, 왕에게 추천한다. 그런데 그 후보에 오르는 일부터가 무척 까다로웠다. 첫째, 정 1품이어야 했다. 아무리 실력 및 가문과 혈통이 좋아도 이 품계를 무시 못한다. 둘째, 반드시 이조판서와 병조판서를 거친 인물이어야 했다. 셋째, 그의 정치력 행정력 학문 인품에 대한 왕과 세간의 평가가 사뭇 중요시된다. 그리고 왕은 이 모든 사항을 종합해서 후보자 셋 중 하나에 낙점을 찍는다. 정승이 아닌 나머지 관리 승진임용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그 시대 관리는 입문부터 어려운데다 학식과 경험 인품 모두를 두루 갖춰야 오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늘상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던 김영삼 전대통령은 인사에서 유난히 보안을 중시했다. 그래서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거의 아무도 모르게 선정작업이 진행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능력이나 도덕성 등이 사전에 철저히 검증되기 어려웠고, 일단 등용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꾸는 식의 인사가 잦을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단 며칠 아니면 몇달만에 경질되는 인물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탓인지 문민정부 5년 동안 개각만 무려 25회나

  • 虎父에 犬子는 없다? 지면기사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TV 드라마 ‘야인시대’를 보면 김두한의 할머니가 손자 김두한을 몹시 꾸짖는 장면이 나온다. “이 놈아! 네 아비는 천하를 호령하는 독립군 사령관이었느니라. 그런데 네놈은 뭐 거리의 건달패가 됐다구? 내 눈 앞에서 썩 없어지지 못할까! 네놈은 호랑이 새끼가 아니니라!” 호랑이 아버지 김좌진 장군의 아들답게 호랑이 새끼가 되지 못했음을 꾸짖는 대목이다. 그런데 그 김두한의 할머니가 ‘호랑이 아비에 개 아들은 없다’는 뜻의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라는 문자까지 써가며 그렇게 호통을 쳤더라면 그 서릿발 위엄이 얼마나 더 유식해 보였을까.아버지와 아들의 우생학적 관계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그 아비에 그 아들로 훌륭한(虎父虎子) 관계와 둘째, 아비는 훌륭한데 아들은 그렇지 못한(虎父犬子) 관계, 셋째, 아비는 못났는데 아들은 잘난(犬父虎子) 경우, 넷째, 아비도 아들도 지지리 못난(犬父犬子)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니까 김두한의 할머니가 손자를 호통친 김두한 부자 관계는 두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조폭 두목 김두한은 나중에 종로 기생들의 투표에 실려 국회의원까지 당선됐고 의사당 오물 살포 사건으로 더더욱 유명해졌으니 ‘호부견자’가 아닌 ‘호부호자’로 승격하면서 역시 ‘호랑이 아비에 개 아들은 없다’는 것을 할머니 영전에 약여(躍如)히 증명해 보였다고나 할까.한데 우리 현대사의 정치 지도자들에겐 뛰어난 ‘호부호자’의 본보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세종대왕보다도, 단군이래 어느 군주보다도 위대하다는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부터가 어떤가. 감옥을 뒷간 드나들듯하는 마약 중독자 아들을 그는 지하에서 어찌 차마 눈을 돌려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너만 감옥에 가기냐” 식으로 뒤따랐던 YS의 아들은 어떻고 “너희들만 큰 집에 들어가서야 쓰겠느냐”는 듯 서두른 DJ의 아들들은 또 어떤가. HC(昌)의 대통령 지망 재수에 일조(一助)를 가한 체중 미달의 수수깡 같은 아들은 또 어느 유형의 우생학적 부자 관계에 해당하는 것인가. ‘호부무견자’라는 말을 무색케 하다못해 국어사

  • '쇼'를 넘어서 지면기사

    프로레슬링은 ‘쇼’라고 경기 하다 말고 외마디 소리를 지른 레슬링 선수가 있었다. 오래전의 일이어서 정확한 장면은 잘 기억되지 않지만, 아마 당시 박치기로 유명했던 ‘김일’이란 강자에게 그 박치기를 당해 패전했던, 그 무렵 프로레슬링계의 2인자쯤 됐던 사람이 ‘링’ 밖으로 내려 서면서 그렇게 고함쳤던 걸로 회상된다. 그뒤로 한껏 인기를 끌던 프로레슬링이 차츰 낙조(落照)의 길로 빠져들기 시작한 걸로 나로선 기억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의 동작 하나씩이 터져 나올 때마다 환호하던 대중들로서 그게 죄다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쇼’였을 뿐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 어찌 허탈감과 함께 배신의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나는 지금 왜 난데없이 ‘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누구라 할 것없이 이땅의 모든 성인(成人)들이 눈들이 아플 만큼 목격하고 있는 노릇이지만, 요즘 세상이 온통 진실이라곤 없는 허위의 ‘쇼’들로만 미만되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이러다가 이 사회가 오로지 허위의식들로 가득한, 가공의 잿빛 연극무대로 전락하여 사람들마다 가령 꼭두각시 인형극 배우 흉내를 내게 되는 건 아닌지 나로선 별의별 망령의 그림자가 다 연상됨을 고백해 두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한편의 연극일 뿐이라고 셰익스피어는 말했다지만, 연극도 연극 나름이지 사람들의 삶의 행간엔 그래도 좀 '페이소스’ 같은 것들이 숨 쉴 수 있을 만큼 진실들이 묻어 나와야 할 걸로 생각하는 건 필자만의 감상일까. 각설하고, 두달 뒤면 또 다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데 그 이른바 대권경쟁이란 것에서도 나는 도무지 ‘진실’같은 걸 체감하기가 어려움을 말해 두고 싶다. 후보들마다 수사(修辭)들이 화려하다. 또 그 캠프들 마다에서 뿜어내는 변설과 공약들이 휘황찬란하여 누구를 뽑아도 나라가 곧 ‘유토피아’로 떠오를 듯한 환각마저 일으키게 한다.이야기를 뒤집으면, 결국 모두가 진실이라곤 없는 불꽃놀이 ‘쇼’ 같은 환영(幻影)만을 대중에게 투사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마도 이렇듯 대선(大選)경쟁이 일관되게 허위의식

  • 집값 안정은 복지문제다 지면기사

    부동산 투기, 특히 집값 안정 문제처럼 정부가 자주 그리고 꾸준히 대책을 내놓는 과제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문제처럼 정부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효과가 금방 떨어지는 사례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정부는 지난 주말 투기지역내 부동산 거래의 양도세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투기대책을 내놓았다. '9·4부동산대책'을 발표한지 한달이 조금 넘어 나온 대책이다. 그런데 집값은 9월에 가장 많이 뛰었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9월 도시주택 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주택매매값이 8월보다 2.4%나 올랐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안정대책이 무색해진다.그러나 집값 안정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 해도 이를 결코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사회에 무주택자 수가 줄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와 사회가 불안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주택보급률은 98.3%를 기록했다. 주택보급률은 전체 주택수를 총가구 수로 나눠 산출한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건설경기 활황으로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 연말이면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가구들이 각각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주택수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그래도 자기 집을 갖지 못한 무주택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통계청 조사를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주택소유 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 56.93%였는데 지난해에는 56.99%로 나타났다. 건설되는 주택 수가 해마다 크게 늘었는데도 이처럼 주택소유 비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가구수도 늘었겠지만 근로자들이 돈을 모아 집사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말해준다.이런데 한편에서는 일부 여유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투기와 재산불리기의 대상으로 삼아 아파트를 사들이고 금리가 낮은 것을 계기로 은행돈을 빌려 무리를 해서라도 주택을 사고 집크기를 늘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집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바람에 소득이 없다는 전업주부가 아파트를 26채나 갖고 있는가 하면 미성년 어린이가 아

  • 변질된 국감 지면기사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우리 조국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번영을 희구하는 국민 모두의 절실한 염원을 받들어 우리 민족사의 진운을 영예롭게 개척해 나가기 위한 나의 중대한 결심을 국민 여러분 앞에 밝히는 바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선언은 당분간 헌법 일부의 효력을 중지시키는 ‘비상조치’로서 ‘국회 해산, 정당 및 정치활동 금지, 비상국무회의 구성’을 밝히면서 끝을 맺었다. 30년 전인 1972년 10월17일 저녁의 일이다. 곧바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고 모든 정치집회가 금지되었다. 열흘 뒤인 10월27일 비상국무회의는 새로운 헌법개정안을 의결했고, 이 새 헌법(유신헌법)은 11월21일 국민투표에 붙여져 91.9%의 투표율과 91%의 찬성률을 기록했다.유신헙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 중임제한을 없앴으며, 대통령 선거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체육관 선거로 대체했다. 게다가 대통령은 긴급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고, 국회의원 3분의1을 지명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까지 갖게 했다. 전통적인 입법 사법 행정의 3권분립체제가 졸지에 무너져 내렸음은 물론이다. 특히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중심축이어야 할 국회는 아예 손과 발이 완전히 묶인 꼴이 되고 말았다. 정원 3분의1을 허수아비로 만든데다 입법권 예산심의권과 함께 국회의 고유한 3대 권한중 하나로 불리던 국정감사권마저 빼앗겼기 때문이다.국회가 잃었던 권한과 기능, 특히 국정감사권을 되찾기까지엔 무려 16년이란 긴 세월을 참고 기다려야 했다. 한국 정치의 암흑기라는 유신시대가 종말을 고하고도, 이어 등장한 신군부의 독재정치까지 한차례 더 겪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국회 스스로의 힘이라기보다는 오로지 국민의 힘에 의해서였다. 1987년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났던 6월 민주항쟁 승리의 열매였던 것이다.16년만에 부활된 국정감사가 올해로 14년째를 맞으며 ‘국민의 정부’ 마지막 감사 20일간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변질되기 시작한 국감이 급기야 올해는 아예 ‘한건주의 정치쇼’ ‘사상 최악의 국감’이었다는 혹평을

  • 정치인과 정상배의 차이 지면기사

    “정치가는 다음 시대를 생각하고 정상배는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고 말한 사람은 JF 클라크이다. 정치인이 하는 일은 국리민복과 백성을 편안하고 잘살게 하는 일이고 정상배가 하는 일은 권력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권을 챙기는 일이란 것을 생각할 때 이처럼 정치인과 정상배를 잘 구분해놓은 명언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에서도 사리와 당리당략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Politician'이라고 한다. 진정한 의미의 정치인을 뜻하는 'Statesman'에 비해 다소 경멸적인 표현이다. 우리가 흔히 자신을 남에게 잘 보여 일을 성공시키거나 이득을 얻으려면 '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듯이 미국에서도 'Politic'(정치역학관계)을 잘해야 한다고 표현한다.정상배는 어느시대 어느나라에도 있어 왔다. 흑인의 노예해방문제로 촉발된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나고 남부로 가서 새로 해방된 남부의 흑인들과 손을 잡고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도 북부인 정상배들이었다. 일본에서도 메이지 유신때 총을 팔아 거부가 된 오쿠라는 당시 대표적 정상배라 할수 있다. 오쿠라는 1876년 강화도 조약이후 조선에서 정치적 후견인을 자청하며 친일 매국노 송병준을 앞세워 부산에서 고리대금업과 무역업을 하며 떼돈을 번 케이스다. 이처럼 정상배는 제사보다 젯밥에 더 신경을 쓰는 부류다.2002년 대선을 앞두고 국감에서 보여주는 한국의 정치판과 정치인들의 행태는 어떤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 경제와 민생을 걱정하며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고 이를 시정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그런 모습을 처음부터 기대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 흠집 내기와 책임 덮어씌우기, 막가파식 공격에 저격수와 나바론팀 구성 등 전쟁용어까지 등장하는 살벌한 정치판을 두고 누가 정치인의 행동이라고 하겠는가. 이제 국민들은 그런 정치행태에 신물이 나 있다. 여야 정치인들의 눈에는 오로지 대통령 선거만이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당의 목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정권쟁취다. 따라서 정당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의 목표가 국리

  • 마지막 '凍土의 왕국'은 녹고있는가? 지면기사

    얼어붙은 '동토(凍土)'엔 두 가지 뜻이 있다. 지리적인 동토와 이데올로기적인 동토다. 전자가 에스키모의 땅 북극권의 그린란드와 바로 엊그제 높이 100m의 거대한 빙하가 무너져 110명이나 묻혀버린 북 오세티아 공화국의 카프카스 산맥을 포함한 러시아 땅 시베리아, 그리고 '위대한 대륙'을 뜻하는 '알예스카(Alyeska)'에서 유래한 북미 대륙 마지막 변경(Last Frontier) 알래스카와 이름 자체가 동토인 아이슬란드 등을 떠올리게 한다면 후자, 즉 이데올로기적인 동토는 어디였던가.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선풍이 일기 전의 철의 장막 소비에트 연방과 죽의 장막 중공 대륙이 그 곳이었고 브란덴부르크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동독 땅과 '프라하의 봄' '부다페스트의 봄'바람이 불기 전의 동구 땅 거기였다. 그런데 그런 이데올로기적인 동토는 '…였다'는 과거 시제 그대로 80년대 끝자락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혁과 개방, 노보에미슐레니(新思考), 데모크라티자티아(민주화)에 철철 녹아 도도한 세계화 물결에 합류해버렸다. 그런데도 지구상에 유독 한 군데만은 '동토였다'는 과거 시제를 거부하는 현재진행형이 아닌가.'동토의 왕국'은 언젠가의 TV 드라마 제목이었다. 한데 그 '동토의 왕국' 밑그림과 프로파일 묘사가 아직도 그대로다 싶은 우리의 북녘 땅이 드디어 녹기 시작했다는 것인가. 미국도 찬동하는 '햇볕정책'과 일인들도 긍정적인 '태양정책'이 드디어 마지막 이데올로기적인 동토를 철철 녹이는 상승 온도가 됐다는 것인가.남북의 혈맥인 철도와 도로의 접합수술이 군부의 마취제로 시작됐고 KBS 교향악단이 평양 무대에 서고 앉아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 그 집시 풍의 선율이 장영주양의 바이올린으로 자지러지는가 하면 고이즈미(小泉) 일본 총리를 불러들여 그 '위대한' 머리를 조아린 채 일본인 납치를 사과했다. 나진·선봉 지구에 이어 신의주를 홍콩식 독립 특구로 개방한다고 선언했고 핵사찰도 수용하겠노라고 고이즈미 편에 유화 제스처를 전파했다.과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명 그대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