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인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경인칼럼] 나쁜 경제학 지면기사
‘해금(海禁)’은 ‘하해통번지금(下海通番之禁)’을 줄인 말로 ‘바다에서 오랑캐와 소통하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다. 주원장(朱元璋)이 명나라 건국 3년만인 1371년에 반포한 사무역(私貿易) 금지령으로 청나라 초기까지 계속된 고립주의 정책이다. 왜구의 중국 해안지대 노략질 방지와 밀무역으로 인한 조세수입 감소, 변방의 반란세력 억제, 중앙집권제 강화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해금 이후 부정기적인 조공무역(국가독점무역)만 허용했으나 역효과였다. 갈수록 밀무역이 성행하고 해적들의 노략질이 심해지면서 연안지역이 더 망가진 것이다. 15·16세
-
[경인칼럼] ‘안과 밖의 정치’가 연동되어야 한다 지면기사
세기의 관심이 집중됐던 미중 정상회담, 한미·한일 정상간의 회동이 끝나고 관세협상에서 선방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지도자 회의는 막을 내렸다. 국정감사가 내일(6일) 운영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를 앞두고 있지만 국감도 마무리됐다. 본격적인 예산 국회와 함께 국내 정치의 난관이 만만치 않다. 관세협상이 타결됐다고 하지만 팩트시트와 MOU(양해각서) 작성에서 얼마나 국익을 관철할 수 있을지 아직 살얼음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성공적인 APEC 경제지도자 회의, 한미·한
-
[경인칼럼] 문화는 하드웨어다 지면기사
오스트리아 빈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 콘서트홀인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이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홀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그로서 잘’(Großer Saal, 대공연장)이 으뜸이다. 내부 장식이 금빛으로 화려해서 ‘황금홀’이라고도 부른다. 1천744명이 앉을 수 있는 관객석과 300여 명이 들어설 수 있는 입석 공간을 갖췄다. 이 홀에서 해마다 1월1일이면 열리는 빈 필의 신년음악회는 국내 영화관에서도 생중계된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요한 스트라우스 일가의 작품들 가
-
[경인칼럼] 조숙성, 한국문화를 읽는 키워드로서 지면기사
한국은 복합적 위기 상황이다. 안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일으킨 12·3 비상계엄과 쿠데타를 청산·극복하는 과제로 진통을 겪고 있으며, 밖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으킨 관세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율을 무기로 요구하고 있는 천문학적 패키지투자가 가장 어려운 도전이다. 우리 정부는 반도체와 조선산업이라는 지렛대는 물론 자주국방론까지 활용하며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낙관적 전망이 우세한 것은 사회적 잠재력 덕분이다. 한국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문화적 트렌드 세터이다. 팝음악과 드
-
[경인칼럼] 지방소멸과 여행(女幸) 마을 지면기사
내년 6·3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점차 분주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후 처음 치르는 전국단위의 선거여서 지방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지방은 소멸할 것”이라며 관계자들에게 세종시에 대통령집무실과 국회의사당의 조속한 건립을 촉구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라며 자신의 공약인 ‘5극3특’ 추진에도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다. 수도권 1극이 아닌 5개
-
[경인칼럼] 내란척결이라는 본질이 가려져선 안된다 지면기사
삼권분립은 대통령제가 작동되는 근간이다. 입법·행정·사법의 3부가 상호 견제와 감시의 바탕 위에서 특정 부서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여기서 선출권력과 임명권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주의가 기본적으로 주권자의 선택에 의해 구성된 대의기구에 의해 주권자의 뜻이 대표된다는 의미에서 선출권력이 임명권력을 구성한다는 말은 맞다. 그런데 임명권력 구성도 국민의 대의기구와 주권자의 헌법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선출권력과 임명권력의 과도한 구분이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지난 3월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
[경인칼럼] 앗! 정청래 지면기사
정청래는 타고 난 입담꾼이다. 오죽했으면 보좌관이 “말하고자 하는 욕망에 가득 찬 사람”이라고 했을까. 말 잘하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건 2016년 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때다. 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하자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사진행 방해 연설에 들어갔다. 2016년 2월23일 오후 7시5분에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달을 넘겨 3월2일 오후 7시32분에 끝났다. 무려 192시간 27분의 대장정.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최장 발언자는 12시간31분의 이
-
[경인칼럼] 갯벌 안전과 물때의 노래 지면기사
갯벌에 고립된 시민을 구조하다 한 해양 경찰관이 숨졌다. 인천해양경찰서 이재석 경사가 영흥도 갯벌에서 밀물에 고립된 한 노인 생명을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자신은 거센 물살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이 해경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추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순직 해경에 대한 애도와 별도로 이번 사건의 의혹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첫 출동 당시 2인 1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왜 혼자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긴급 구조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드론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구조대는 17분이나 지체해서 출동했는
-
[경인칼럼] ‘AI 3대 강국’은 희망 고문? 지면기사
지난 6월 인공지능(AI) 개발에 뒤늦게 뛰어든 메타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핵심 연구원 8명을 스카우트했는데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들의 몸값으로 첫해 연봉이 1억달러(1천360억원)다. AI시대 빅 브레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오픈AI 등은 수억달러에 이르는 연봉과 스톡옵션, 연구 자율성 보장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우수 AI 전문가 영입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극소수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AI개발회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어크하이어(acqui-hire)도 성행하고 있다
-
[경인칼럼] 강성당원에 의한 정치의 끝은 어디인가 지면기사
한국 정당체계가 민주화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은 엘리트 위주의 정당이었느냐의 여부다. 포괄적 측면에서 볼 때 민주화 이전의 정당이 정치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명사정당이었다면 민주화 이후 정당은 대중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본격적인 대중정당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정당체계는 여전히 일반 대중의 이해보다는 엘리트의 이해관계에 유리한 구도다. 이른바 ‘편향성의 동원’을 제도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편향성의 동원은 특정 갈등을 제어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갈등을 동원하는 것이다. 예컨대 계급대립을 은폐하기 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