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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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조봉암과 인천의 가치 지면기사
초대 농림부장관 역임 농지개혁 등 업적 남겨이승만 정권 맞선 대통령후보… 간첩죄로 희생市 재평가 구상 미흡… 온전한 죽산의 부활 기대7월 말이면 꼭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죽산 조봉암. 일제강점기에는 공산주의자이면서 독립운동가로, 해방 직후엔 극적인 전향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활약했고, 이후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이승만 정권에 맞선 유력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던 그가 1959년 7월 31일 전격적으로 사형을 당했다. 정권은 그를 간첩죄로 옭아맸다. 누구도 그 올가미를 벗겨주지 못했다. 사법부조차도 권력의 시녀 노릇을 했다. 푹푹 찌던 한여름 그의 주검은 문상조차 제대로 받지를 못했다.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고도 남을 시간인 지난 2011년, 죽산을 그렇게 보냈던 우리 대법원은 그의 간첩죄가 억울한 누명이었음을 자인했다.1965년 7월 언론인 수십 명과 대학 교수 몇이 모여 ‘해방 20년’이란 책을 냈다. 말 그대로 해방 이후 20년간 벌어진 굵직한 사건 사고를 정리한 것이다. 내용 중에 ‘진보당 사건-죽산 사형’이란 제목의 글이 있다. 사건 전말을 풀어내면서 말미에 ‘…이리하여 조봉암은 가고, 조봉암 없는 진보당은 명맥조차 유지할 수 없이 깨어지고 말았다’고 썼다.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또 죽산이 만든 진보당의 강령과 조봉암의 이력을 자세히 싣고 있다. 이 책의 다른 부분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집필진은 이 글을 통해 죽산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죽산 사형일을 이틀 앞둔 29일, 죽산이 해방 이후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인천시 중구 참외전로 244번길 옛집 주변은 그저 썰렁하기만 했다. 죽산은 일제가 주택개량 사업으로 이 동네에 지은 부영(府營) 주택에 산 적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시영(市營) 아파트’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비탈에 축대를 쌓아 터를 다진 똑같은 양식의 집들이 5~6채가 죽 늘어서 있었다. 일제 시기 주택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골목이었다. 그런데 그 집들이 몇 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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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아시나요? 지면기사
삼성전자·부동산 개발 위력 ‘최대 자치단체 위상’오원춘·박춘풍 연이은 강력범죄에 이미지 추락CCTV 화면 밝기·기능 등 실질적 예방책 필요다음중 수원시 이미지에 가장 친숙한 답을 고르시오? 1-안전도시 2-세계문화유산 화성 3-삼성도시 4-전국 최다인구 기초자치단체 5-대한민국 최초 신도시 발원도시 6-오원춘·박춘풍사건 등 강력범죄도시 7-무방비도시 8- 전국 최대 외국인 만남도시. 질문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 문제의 정답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수원시 행정을 직접 담당하는 3천여 수원시 공직자와 대대손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토착 원주민, 외지에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사와 정착한 수원시민, 수원을 한두 번 다녀갔거나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내·외국인 등 대상에 따라 정답은 1개에서 8개까지 아니, 위에 언급되지 않은 또 다른 정답을 쏟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건 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경기도 수부 도시로 널리 알려진 도시라는 사실이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서울의 위성, 변방도시 정도로 취급되던 수원시의 위상은 세계적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연구 메카가 수원에 자리 잡고, 날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홍보 후광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아줌마부대들의 중요한 평가지표인 부동산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성남 분당신도시 인기가 서판교로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대규모 개발이 한창인 화성 동탄신도시가 인접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원 광교신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1위 자리를 넘보며 치솟고 있다. 경기도청 행정타운 이전을 둘러싼 난항이 완전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이전확정’이라는 카드 하나만으로도 공급 물량을 시장에 내놓기가 무섭게 높은 분양가의 불패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도 광교신도시에 초대형 컨벤션복합단지 개발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1천여명이 한꺼번에 모일 컨벤션 공간조차 없던 수원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명실상부한 최대 기초자치단체의 위상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정반대의 불명예 기록도 연이어 세우고 있다. 상상하기조차 두려울 정도의 강력범죄 오원춘(2012년 4월)·박춘풍(2014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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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과 이종걸 지면기사
동시 ‘여야 원내사령탑’ 올라 경기도 정치사 기록원 ‘화합형’·이 ‘소신형’… 지역현안 탄력 기대감도민 ‘팔 안으로…’ 바라는거 못잖게 통큰 애정 중요원유철은 지방선거가 부활한 1991년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거대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도의원에 당선됐을 때의 나이가 겨우 28세, 최연소 도의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7천777표라는 당시 득표수도 화제가 됐다. 행운의 숫자라는 7이 네개나 들어가 뭘 하든 네 번은 될 거라는 덕담도 들었을 터, 실제 15대 총선에서 33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이 된 후 탄핵 역풍에 고배를 마신 17대를 제외하고 4선에 성공했다.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이지만 아마추어 5단의 바둑고수답게 정치인으로서의 승부근성과 도전의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17대 낙선 후 경기도 정무부지사로 새로운 경험을 쌓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도의원-부지사-국회의원을 두루 거친 스펙을 토대로 경기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만큼 사퇴한 유 전 대표와 공동운명체였음에도 오히려 후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됐다. 2013년 출간한 그의 책 제목 ‘나는 오늘도 도전을 꿈꾼다’라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정치 이력이다.이종걸은 일제강점기 때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답게 정치 입문전부터 반 유신, 야학 운동, 인권변호사 활동을 해온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16대 총선 때 안양 만안에서 당선된 뒤 내리 4선에 올랐고, 비주류·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면서도 선이 분명한 언행으로 야당 내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국회에서 ‘장자연 리스트’ 실명을 공개해 해당 언론사와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고, 2012년에는 트위터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하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특유의 강직함 때문인지 4선 중진임에도 이렇다 할 당직을 맡지 못해, 민주통합당 시절 이해찬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것이 전부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원내대표 선거에서 모두 쓴 잔을 마셨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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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도 올스타전을 만들자 지면기사
KBO처럼 매년 인터넷·모바일 투표방식 이용나라 어려울때 스포츠보다 정치로 위로 받길 기대국민 마음 헤아리는 정치인 득표수 많았으면…야구·축구·농구·배구 등 프로스포츠를 보면 시즌 중간이든, 시즌을 마치는 시기에 ‘올스타전’이라는 이벤트 경기가 열린다. 팬들의 투표를 통해 해당 시즌에 가장 ‘핫한’ 선수들을 뽑고, 팀을 나눠 일종의 ‘팬과 함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당 분야의 최고가 됐음을 인정받는 순간이니까.스포츠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1980년대 들어 프로가 출범하기 전부터 스포츠의 국가대항전은 언제나 국민적 화제였다. 프로스포츠가 출범하면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 결과를 매일 매일 확인하고, 환호하는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됐다. 프로선수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고 막대한 부(富)도 차지할 수 있다. 1960~7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을 적는 항목에 정답처럼 써 있던 의사·판사·검사 등도 최근에는 ‘프로선수’가 가장 많을 정도라고 한다.예전에는 30대만 들어서면 은퇴해야 한다는 운동선수의 직업수명 때문에 운동에 소질이 있는 자식에게도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부모가 많았다. 지금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엘리트과정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몇 배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바람처럼 이들이 프로선수가 돼서 꿈을 펼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스타가 된 선수들의 성장 과정은 그래서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어릴적부터 일상처럼 겪어야 했던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운동량과 그에 따른 고통, 반복된 부상. 꿈을 이루고 정상에 오른 뒤에도 쉼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뼈를 깎는 노력 등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대단하다. 그래서 팬들은 그 선수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에 박수를 보내 주는 것이다. 올스타전은 그래서 관중들에게는 최고 선수들이 주는 최고의 서비스가 되고, 올스타에 뽑히지 못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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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버드와 최저임금 지면기사
시급 ‘6천30원’… 노사간 관점 극명하게 엇갈려노동계 기대치 못미치는 공수표만 남발한 정부청년일자리 늘려 저임금·소득격차 해소 주력해야‘얼리버드’(early bird).이명박 정부 시절 특히 회자됐던 말 중 하나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얼리버드론은 ‘아침형 인간=성공’이라는 등식과 맞물려 있었다. 이 등식을 굳게 믿고 많은 직장인이 자신의 체질과 무관하게 새벽마다 벌떡벌떡 일어났다.여기에서 딴죽을 걸어본다.벌레 한 마리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꼬물꼬물 기어 다닌다고 치자. 그 벌레는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다른 벌레보다 먼저 새에게 잡아먹혀 버린다. 벌레 입장에서는 ‘아침형 벌레=사망’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셈이다.이렇듯 관점을 달리해보니 일찍 일어나는 것과 그 결과물, 다시 말해 인과관계에 엄청난 오류가 발생한다.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시급을 올해보다 8.1% 인상된 6천30원으로 결정했다. ‘6030’을 바라보는 노사 간 관점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마치 새와 벌레의 입장에서 각각 맞이하는 아침 같다. 인상률만 놓고 보면 2008년 8.3% 인상 이후 가장 높다. 경총은 이와 관련해 “고율의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소규모 영세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최저임금 인상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력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당연히 수용해야겠지만 더 이상 허리띠 졸라맬 여력조차 없는 통닭집, 동네 점포 사장님들은 근심이 앞선다. 그렇다면 근로자 입장은 어떤가. “국민의 삶이 100원짜리 몇 개의 흥정으로 치환됐다”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논평은 시급 인상분 450원에 대해 느끼는 근로자들의 체감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학생들이 주로 뛰어드는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하루 4시간 일하고 받는 최저임금으로 식료품을 구매해보니 콩나물 한 봉지 더 살 수 있게 되더라는 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를 잘 부연해 준다. 이처럼 최저임금에 대한 노사 간 시각차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결정에 이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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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스키 지면기사
고려인은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살아있는 역사’태권도 시범단 공연 ‘한국인 저력’에 눈시울강인하고 성실한 그들은 ‘우리의 핏줄’ 이었다‘카레이스키’.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르는 단어일 수도 있다. 카레이스키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를 말한다. 즉,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Sakhalin)에 끌려간 부모 때문에 평생 무국적으로 살아야 했던 고려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사할린 강제 징용 피해자의 후손들이었던 그들은 풀뿌리처럼 흩어져 평생 이국땅에서 살아왔다. 조국은 고려인들의 아픔까지 잊어버린 채 하루 살기에 바쁘다. 하지만 고려인은 잊혀진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살아있는 역사다.이런 시점에서 지난 4일 러시아 사할린주 사할린스크시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광복 70주년, 경인일보 창간 70주년, 러시아 전승 70주년’ 등 ‘트리플 70’을 기념해 경기도에서 태권도 시범단과 경제인들이 사할린주를 방문한 것이다. 그들을 잊고 살았던 우리였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사할린주에는 50여만 명이 살고 있다. 이 중 고려인들은 2만5천여 명으로 적지 않은 수치다.이번 행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기도 태권도와 경제인들이 동포들을 찾은 깊은 의미가 있다. 행사명도 ‘한국-러시아 스포츠 페스티벌 겸 경제교류’로 정했다. 경기도 경제인들은 사할린 상공회의소 회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러시아 판로 개척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할린 시민들은 한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경기도 상품을 살펴보며 ‘원더풀’을 외쳤다.행사 개막일에 열린 경기도 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은 한 맺힌 우리 동포들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를 위해 방문한 관계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30분간 진행된 태권도 시범은 그저 태권도 동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절도있는 동작과 격파시범은 물론 K-POP과 어우러진 율동, 거기에다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종주국 태권도의 기개를 사할린 시민들에게 보여줬다. 함께한 우리 동포들은 한국의 저력을 느끼며 자부심을 갖게 됐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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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년, 묘지명(墓誌銘)을 쓰듯이 지면기사
시민 대부분 ‘시장·구청장이 누구’인지 몰라주민 잃어가는 지방자치 공허한 외침일 뿐단체장들 ‘묘지명’ 쓴다는 각오로 1년 반성해야시인 정호승의 작품 중에 ‘새들을 위한 묘비명’이란 게 있다. ‘여기//가장 높이 나는 새가 되고 싶었던//밥 먹는 시간보다//기도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새들의 노숙자 한 마리 잠들어 있다’. 다섯 줄짜리 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분량이지만 읽을수록 긴 여운을 준다. 생각해 보자. 나는 영락없는 이 묘비명의 주인공 새 신세가 아닌가. 늘 남들보다 더 얻기 위해 애썼다. 학생 때는 더 나은 성적을, 졸업하고는 대우가 더 좋은 직장을, 더 잘난 배우자를, 더 뛰어난 자식을 갖고자 몸부림쳐 온 일생이다. 시인은 우리네 인생을 새에 빗대 깊은 반성에 잠기게 한다. 이름만 ‘새’라고 붙였지 실상은 ‘인간의 묘비명’인 셈이다.묘비명은 보통 사람이 죽은 뒤에 그의 인생을 정리해 기록하게 마련이지만,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죽음을 상정하고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는 글을 짓기도 했다.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나 ‘자만시(自挽詩)’ 등이 그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냉정히 돌아보기에는 죽음을 전제한 것 이상이 없을 듯하다. 이런 점에서 정호승의 시는 ‘죽음’으로, ‘새’로 하여 내 삶을 두 번이나 객관화하면서 자화자찬이나 변명이 끼어들 여지를 미리 차단했다. 삶을 반추하고 더 나은 생을 위하자는 데 변명이나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면 그게 제대로 되겠는가. 내 인생을 남의 것 바라보듯 하는 게 잘된 ‘자찬묘지명’의 최대 강점이리라.7월 1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일제히 2년차 일정을 시작했다. 광역이건 기초건 가리지 않고 단체장들의 취임 1주년 인터뷰가 쏟아지고 있다. 단체장들은 대개가 지난 1년의 성과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저 ‘자기 자랑’ 일색이다. 단체장들은 늘 관내 주민 수를 입에 달고 다닌다. 몇 십만 명이니 몇 백만 명이니 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뒤에는 그 많은 주민이 버티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그러면 주민들에게 단체장은 어떠한 존재일까.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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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일깨운 공공의료 지면기사
규모·숫자 OECD 3분의 1 수준 ‘위기대처 한계’민간 ‘수익 급급’ 환자위한 시스템 만들지 못해“이젠 국가안보 차원에서 지원” 커지는 목소리국회에서 지난 26일 열린 ‘메르스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보건의료 발전 방안 긴급 심포지엄’에서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과장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진 환자를 보고 있는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 감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는데,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진 감염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던졌다. 1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감염병을 대비하려고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민간병원이 과연 있겠느냐는 거다. 그 역할을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의료원과 지역 의료원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김 과장은 “환자 1명만 보더라도 간호사는 최소 2명이 있어야 하고, 레벨D 보호구(전신 보호복과 고글(안경), 의료용 마스크, 장갑, 덧신 등이 포함된 보호장비)는 20세트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천의 한 종합병원장이 레벨D 보호구 세트가 5세트나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들었다. 이 병원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은 돈은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훈련을 하고있다”며 “전 직원이 감염병 보호장구를 입고 벗는 훈련을 하고 경진대회까지 연다”고 소개했다. 훈련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 이런 점이 민간병원과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김 과장은 이날 “지방의료기관을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해 국가적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최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조 원장은 메르스를 겪으면서 국내 의료시스템의 모든 문제를 드러냈다고 했다. 이른바 ‘빅 파이브’ 병원에 전국의 환자가 집중돼 입원을 위해 3일에서 5일까지 응급실에 대기해야 하는 문제, 수익을 내기 위해 다인실 위주로 병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문제 등 민간 병원의 한계가 그대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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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발본색원 유비무환 지면기사
호흡기질환으로 국제적 망신 당하는 현실 ‘씁쓸’메르스 종식돼도 제2·3 전염병 또 엄습할 수 있어경제 마비되는 홍역 또 치른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사스)유비무환(有備無患)·(신종플루)발본색원(拔本塞源)·(메르스)속수무책(束手無策)’.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자성어가 항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 속내를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자식 키우는 앵그리맘들이 많다. 중동산 독감 일종인 메르스가 국내에 들어와 지난달 20일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꼬박 한달이 지났다. 신규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 확산세는 확연히 꺾였지만, 정부 당국조차 종식선언을 운운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병원공개를 미뤄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또다시 양치기 소년 불신을 자초할 까 우려하는 심정일 게다. 지난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마비였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메르스가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생활의 패턴까지 바꿔놓았다.특히 메르스 1차 진원지인 평택을 비롯한 수원, 화성 등 경기도 지역경제는 굳이 구체적 손실을 헤아리지 않더라도 대인 기피증 현상까지 불러올 정도로 소비를 위축시켰다. 심지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들르는 동네 슈퍼는 물론 미용실, 목욕탕, 칼국수 가게 등 골목상권들이 처참하게 당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메르스 추가 확진자와 격리자, 사망자가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에 대한 실시간 생중계 보도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 폐업위기로 치닫는 소상공인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고 있다.세계무역기구(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이 이토록 전염병에 속수무책이었던가? 반도체, 조선 등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외 신뢰도가 이까짓 호흡기질환 하나 정도 잡지 못해 국제적 망신을 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무기력해진다고 씁쓰레하는 사람들이 많다. 홍콩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매년 방학 때면 오고 가던 교환학생 파견을 저지할 정도로 창피를 당하고 있다.돌이켜보면 지난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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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흔들리는 건강하지 못한 대한민국 지면기사
근거없는 루머 퍼트려 불안과 공포심 조장차후엔 ‘아니면 말고’식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이젠 국민들 표현방법도 합리적으로 변할때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쇼크로 온 나라가 난리다. 보건당국의 미숙한 대처로 확산된 메르스는 국민들을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확인되지 않은 괴담까지 퍼지면서 대한민국은 멘붕 상태다. SNS와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진 괴담으로 국민들은 불안괴 공포에 떨고있다. 더 큰 문제는 정체없이 떠도는 괴담으로 대한민국의 위상 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10만여명의 관광객이 한국방문을 취소하고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처음부터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감염되지 않도록 대처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하루에도 수십명씩 감염자가 발생하고 확진 판정을 받는데도 정부만 심각성을 모르고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그러는 사이 SNS 등 인터넷에는 괴담이 퍼졌고 이것이 사실인것처럼 입으로 전파돼 메르스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경기 남부 7개지역 학교가 휴업을 하게 된 것도 괴담이 쓰나미처럼 확산됐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메르스에 감염, 자가격리됐고 학생들도 전염됐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시작됐다. 근거도 없는 괴담은 학부모들의 입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동탄지역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사였다. 결국 루머의 발단이 됐던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휴업을 결정했고 휴업사태는 경기도내 절반이 넘는 학교로 번졌다. 불안감이 커진 학부모들은 또다른 괴담을 양산하면서 경기도내 절반이 넘는 학교가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괴담으로 대한민국이 큰 혼란을 겪은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8년 한미 FTA 협상 당시 ‘광우병’파동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한미 FTA가 시행되면 미국의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만 수입해 우리가 그것을 먹고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담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같은 괴담으로 한국사회는 FTA를 반대하는 여론으로 들끓었고 6살 난 아이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