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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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주역(周易)으로 보는 무술년(戊戌年) 지면기사
무술(戊戌)의 戊와 戌은 모두 오행 상 토(土)이고 숫자로는 5이다. 5와 5를 그대로 붙이면 55가 되는데 주역에서 55번째 괘는 위에는 우레(雷), 아래는 불(火)로 이루어진 '뇌화풍(雷火豊)'괘에 해당한다. 우레는 동력(動力), 불은 번개나 전기를 뜻하니 뇌화풍괘는 현대사회와 같은 전기 전자의 힘으로 이룩한 고도의 문명을 상징하기도 한다.이 괘가 지닌 뜻을 압축한 문구는 '일중견두(日中見斗)'로, 직역하면 한낮에 북두성을 본다는 말이다. 하루 중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때를 일중(日中)이라 한다. 그런데 해가 중천에 떠 있어도 일식(日食)현상이 일어나면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깜깜해져 밤에나 보이는 북두(北斗·북두칠성)를 볼 수 있으니 이를 '견두(見斗)'라 한다. 일중견두는 곧 표면상 밝음이 찬란할수록 이면엔 짙은 어둠이 있음을 뜻한다. 전기로 이룩된 풍요의 시절일수록 그 이면의 어두운 그늘을 주의하고 챙기라는 뜻이다. 현실적으로는 전력이나 화력 등에 수반되는 사건·사고를 예비해야 한다는 암시가 있다.또 뇌화풍괘의 우레(雷)는 실천력, 불(火)은 통찰력이 있다고 보는데, 통찰력이 있는 주체를 '이주(夷主)'라 하고 실천력이 있는 주체를 '배주(配主)'라 칭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주(配主)는 '짝 배(配)'이니 남북문제에서, 이주(夷主)는 '오랑캐 이(夷)'이니 외교 문제에서 소통하고 만나는 주체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런 문제와 관련해 주역에서는 '균등과 형평을 고려해 만나야 한다(雖旬无咎)'고 했고, 그렇지 않을 때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過旬災也)'고 경계한다.새해 전망을 이야기하면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견폐형(一見吠形) 백견폐성(百犬吠聲)'의 한해가 될 것이다. 한 마리의 개가 물형을 보고 짖어대니(一見吠形) 모든 개들이 그 소리를 따라 짖어댄다는(百犬吠聲) 뜻이다. 처음에 짖는 개는 실물의 형체를 보고 짖어대지만 그 주변의 개들은 정확한 실물을 보고 짖어대는 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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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남 탓하는 적폐청산의 기로(岐路) 지면기사
나태·오만으로 문제책임 남의 탓 보다치열한 노력과 전문적 해결 능력 갖춰내년엔 '달라진 대한민국' 기대해 본다2017년, 우리 국민은 불행했다. 국정농단을 이유로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고, 북의 핵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은 전쟁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와중에 사드배치를 이유로 교류 단절 운운하는 중국과의 연내 관계 개선을 서둘렀던 새 대통령은 중국 공안요원에게 우리 기자들이 폭행당하는 등 온갖 외교적 수모와 멸시를 당했다. 여기에 얼마 전 제천 스포츠센터에서는 불이나 29명이 죽고 36명이 다쳤다. 그중 20명은 한 곳에서 죽었다.4명이 죽고 128명이 다친 2015년 의정부 화재 당시 정부는 그 책임이 불법주차,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Drivit) 공법 외장재, 기둥만으로 구성된 필로티(Piloti )구조 등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 제천 화재 참사에 대해 현 정부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며 건물 구조(構造)가 아닌 화재 진압 중심 구조(救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20명이 사망한 2층 여자 사우나실의 유리창을 왜 일찍 깨지 않았는지 물으며 오열하고 있다. 물론 주변에 대형 LP 가스통이 있었고, 화염으로 2층 접근이 어려웠다는 점은 이해된다. 그래도 29명 사망자 중 20명이 한 곳에 몰려 있었다는 사실은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 이번 참사는 우리의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지적하고 있다. 우선, 이번 화재를 계기로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대한 상황별 대응 방안 등이 좀 더 구체화돼야 한다. 지금 유가족들은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보다 유리창을 깨지 않아 잃은 내 어머니, 내 딸, 내 며느리가 더 그립다. 정부도 이들의 괴롭고 슬픈 마음을 헤아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화재 대응 매뉴얼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그 매뉴얼에는 불을 끄는 것과 사람을 구조하는 것 중 무엇이 중요한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고 화재 현장에서의 구조 상황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우리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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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불합리한 행정경계, 주민우선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지면기사
한 지붕 생활권이 행정구역상 다르다는 이유로 두 지붕으로 나뉘어 살림을 해야 한다면? 생활권과 행정권의 차이로 인한 불편해소를 위한 민원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불합리한 행정경계를 놓고 지방정부간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정부들의 조정 능력은 주민 열망에 한참 못 미친다.대표적인 사례가 수원시와 경계하고 있는 용인시의 아파트단지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단지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코앞에 학교를 두고 먼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고 있다.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청명센트레빌아파트와 인근 타운하우스, 다세대주택에 사는 초등학생 90여 명은 집에서 246m(걸어서 4분)밖에 안되는 학교를 두고 위험한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 1.19㎞ 떨어진 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척에 있는 학교는 수원 황곡초등학교이고 8차선 도로 건너 멀리 있는 학교는 용인 흥덕초등학교다. 학생들이 행정구역상 학군 배정에 따라 가까운 학교를 두고도 먼 길 통학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학부모들은 "멀쩡한 학교를 앞에 두고 빙빙 돌아가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곳만이 아니다. 수원 망포4지구도 마찬가지다. 망포4지구 부지의 70%는 수원시 망포동이지만 나머지 30%는 화성시 반정동에 속해 있다. 7천여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화성시 반정동에 위치한 입주민들은 가까운 태장동주민센터를 두고도 3㎞나 떨어진 화성시 진안동주민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학생들도 부지 안의 학교를 두고 수㎞ 떨어진 화성시의 학교를 다녀야 하는 딱한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 이 같은 일은 비단 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0개 지역 22개 시·군·구에 달한다고 한다. 성남, 광주 등 경기도내에도 경계조정이 필요한 지역이 많다. 사실상 한동네에 살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불편을 겪는 전국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불합리한 지자체 행정경계로 인해 행정 비효율도 문제지만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피해가 막대하다.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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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경기도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지면기사
경기연정 파트너로서 필자는 최근까지 어떻게 경기도의 정명(定名) 1천년을 기념하고 새천년의 방향을 어떻게 계획할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의논해왔다. 그런데 지난 주 남경필 지사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서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경기도정과 연정의 동반자로서 필자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예정된 토론회에서 발표할 내용을 두고서 나름 티저효과를 위해 쓴 글'이라는 해명이 잇따랐다. 하지만 염려하는 마음으로 다음날 낮 국회 토론회에서의 남지사 발제내용을 기다려야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남경필 지사는 '경기도를 포기하고 서울과 합쳐 광역서울도'를 만들자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남 지사의 주장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금 제 정신인가요'였다. 선거를 앞두고서 이슈를 만들고, 그 이슈를 주도하고 싶은 다급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천년 경기의 역사, 1천300만 경기도민의 삶이 하루아침에 논쟁의 장에 던져져 버린 것 같아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이기기 어려웠다. 선거 때마다 수도권으로서 경기도의 역차별 문제가 거론돼 왔지만 그보다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입장에서 수도권 규제 유지라는 기조가 고수돼 왔다. 새 정부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서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원칙으로 먼저 확인하고 있고,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규제로 인한 경기북부 접경지역을 비롯한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규제 완화로 해결해 나갈 것을 약속하고 있다.국제적인 경쟁력을 위해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역할이 필요하고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서울, 경기가 상생 협력해야 한다는 데에 어떤 반론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울러 본의 아니게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경기도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 규제 혁신을 위한 노력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 규제 혁신으로 경기도에 이익이 생긴다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다른 지방과 그 이익을 나누자는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일 수 없다. 그러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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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인천, 동북아 경제 중심 도시로 재도약 할 시기 지면기사
신·남·내·북항 4개로 운영되는항만별 특성 맞춰 기능 재정립물류 경쟁력 체계적으로 강화연안 잇는 해양관광벨트 구축관광명소로 자리매김 노력과경제자유구역 활성화 정책 병행세계경제가 지역경제권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동북아 경제권은 EU, NAFTA의 뒤를 잇는 새로운 경제권으로 부각되었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에도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된 바 있는 '동북아 경제 중심 추진'은 이러한 동북아 경제시대 도래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 특히 인천은 서해라는 가능성의 바다를 품고 있어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가 될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연평도 포격 등 서해를 안보 불안과 이념 갈등의 장으로 인식하면서 인천의 잠재력이 발휘되는데 상당부분 제약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국제공항·항만 등 교통인프라가 발달하여 다양한 산업으로 성장이 가능한 '인구 300만의 우리나라 3대 도시'임에도 지난 10년간 정부로부터 소외받아왔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수도권규제와 예산지원 차별 등을 감수하면서 서울의 위성도시로 인식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동안 인천은 다양성이 존재하고 가능성이 열린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와의 접근성이 좋은 인천의 지정학적 특성을 잘 살리고,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홍콩과 상하이 등의 도시처럼 독자적인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해양, 물류, 관광 분야 등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로서의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지리적 안보불안을 우선 해소하기 위해 서해지대 조성을 인천의 중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당선과 동시에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황금의 평화 삼각축(Golden Peace Triangle)'을 중심으로 황해권 경제블록 구축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北의 도발, 사드배치 논란 등 북·중과의 경색국면 속에서 단기실천은 어렵겠지만,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 사업을 재개해 경제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서해지대 조성을 실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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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대한민국은 지방분권을 지향해야 지면기사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부터 촉발돼 나온 헌법 개정 논의는 우리 헌법적 가치를 되돌아보고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를 성찰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편해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헌법 개정의 주된 논의가 됐다. 대선을 거치면서 각 정당 후보 진영은 중앙권력의 수평적 분산 못지 않게 지방분권 확대를 통한 분권과 협치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목소리로 지방분권 개헌을 공약하게 됐다. 새롭게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개헌을 취임 직후부터 국정 5개년 계획에 포함, 각계각층의 참여를 통한 자치분권을 추진하고 행정안전부 주최로 지방분권균형발전 토론회를 개최해 새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또한 첫 예산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와 병행해 기본권 확대와 자치분권 강화 개헌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정부가 분권을 향한 열의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지방분권의 중심에 있는 지방의회도 적극 호응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경기도의회는 인구 1천300만을 훌쩍 넘은 전국 최대 광역의회가 아닌가!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공통의 당면과제 앞에 지방분권의 당위성과 지방분권 실현 후 지역, 대한민국의 바뀔 미래에 대해 범국민적 논의와 참여가 필요한 때다. 경기도의회가 앞장서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큰 틀에서 자치분권에 동의하더라도 개헌의 주된 내용과 관련 법률 개정을 이루는 데 있어 전국 지방의회가 핵심 당사자로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우리 경기도의회는 지난 8월 '헌법개정을 위한 지방분권위윈회'(이하 도의회 지방분권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방자치의 새로운 비전과 도민의 여망을 담아 지방분권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본 위원회가 생각하는 개헌의 핵심은 먼저 '대한민국은 지방분권을 지향한다'고 선언해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정부가 관할 자치사무에 관해 자치입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원활한 지방사업을 위한 자치재정권과 과세권을 가지며, 또한 자치조직권을 규정해 조직과 인사 등에 있어서 자율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본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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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 정부·국회·지자체 총력 기울여야 지면기사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 불구평균 통근 시간 OECD 국가 꼴찌현행 교통본부로는 효과 못 거둬전체 인구 절반이 사는 수도권국민 행복추구권을 위해국가적 과제로 삼아야 할 때매일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출퇴근 시간은 우리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회원국 평균 통근 시간은 28분으로 나타난 반면, 한국은 그 두 배가 넘는 58분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OECD 26개 국가 중 단연 꼴찌였으며 OECD국가는 아니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는 중국(47분)보다도 11분이나 길게 나타났다. 이 조사를 대한민국 전체가 아닌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으로 한정 짓는다면 그 결과는 더 심각하다. 실제 통근시간인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적용했을 때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 도심으로의 출퇴근에는 하루 3시간이 소요된다.이 기준으로 일주일에 5일 동안 출퇴근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780시간, 날짜로 환산하면 32.5일이다. 즉 서울로 통근하는 수도권 주민들은 1년 12개월 중 1달 이상을 꽉 막힌 도로나 발 디딜 틈 없는 버스, 지하철 등에서 보내는 셈이다. 수도권 출퇴근인구 277만명의 출퇴근 소요시간을 최저시급인 7천350원으로 환산하면 연간 15조178억3천200만원에 달한다.이 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교통문제로 매년 약 15조원 이상의 교통혼잡비용이 발생한다. 강남대로의 경우 하루 광역버스 운행 횟수만 7천700여 회이다. 출근 시간인 오전 8시경에만 버스 359대가 몰린다. 표준처리용량인 45대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이에 교통혼잡률은 무려 147%에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수도권이 전국의 42%에 달해 환경오염도 심각하다.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2천500만 수도권 시민에게 출퇴근 문제는 단순한 교통정책의 문제가 아닌 경제정책이자 복지정책이며,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문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이 중차대한 수도권 교통문제를 해결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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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순국선열의 날, 그 희생을 기억하며… 지면기사
지난 세기 우리 민족이 일제 강점기하에서 고난을 겪고 있을 때, 선열들은 천신만고 형극의 길을 걸으며 광복의 그 날까지 항일독립투쟁에 투혼을 불태웠다. 나라와 겨레가 빛을 잃었던 시대, 그 빛을 되찾기 위해 선열들은 국내는 물론 황량한 이국땅 들녘에서 풍찬노숙하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으며 조국 광복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접고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선열들의 희생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존립하기까지 번영의 초석이 되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에 침탈당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헌신하신 많은 독립유공자 중 일신과 가족의 안위를 돌보지 아니하고 구국의 제단에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7년에 제정된 기념일이다. 조국독립의 대의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의 살신성인 정신이야말로 이 땅에 발을 딛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순국선열의 정신은 바로 '민족혼'이자 '나라사랑 정신'인 것이다. 또한 수많은 외적의 침입에 맞서 지켜온 민족의 기상이요, 독립정신인 것이다. 우리는 민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바치신 순국 선열의 살신성인의 정신, 사회와 국가를 위해 이기심을 버리는 멸사봉공의 정신, 이러한 정신을 반드시 계승하고 배워야 할 덕목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나라를 위하여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과 그 후손들이 그에 합당한 존경과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올바른 보훈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 모두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을 다져야 할 것이다.우리시는 순국선열들의 나라 사랑과 국권 회복을 위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현충탑에 애국지사 48위의 위패를 모셔두고 매년 순국선열의 날에 합동 추모를 하고 있다. 특히 광복회 광주하남연합지회 이강세 회장의 조부이신 이근주 선생이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한 2017년 1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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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인천-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지면기사
중국은 인천의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은 94억9천만 달러로 인천 전체 수출의 2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사드 배치 여파 등으로 8월까지의 대중국 수출액이 62억4천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에 그쳤다. 인천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되레 2%p 이상 줄어든 24.4%를 기록했다.인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수출하는 인천지역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전체의 47.5%가 사드 배치 이후 수출 애로를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출 애로사항으로는 '통관 지연 및 검사 강화', '주문량 감소', '한국제품 홍보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대로 한중 관계 경색이 지속되면 대중국 수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한중 수교 이후 20여 년 동안 쌓아온 중국과의 우호 관계도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다른 어느 지역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인천으로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다행히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인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고,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색 일로를 걸었던 한중 관계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560억 달러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협정 만기가 연장되었고, 한국 단체관광 재개의 기미가 보이며, 한중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 발족한 인천과 중국의 민·관·산·학 상설협의체인 '인차이나포럼'이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개최된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인차이나포럼'에는 주한중국대사 등 중국 측의 고위 인사들이 직접 참석하여 얼어붙은 한중관계의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한중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 증진에 노력하고 있는 인천에 고마움을 표시했다.이렇듯 한중 관계에 조금씩 훈풍이 불어오는 것은 온갖 어려움에도 한국과 중국의 우의가 손상되지 않도록 민간 차원에서 꾸준히 노력해온 점이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국가 간의 관계가 악화될 때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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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다뉴브 강변의 달 지면기사
역사·인문·자연 다 다르지만 사람 사는곳 '유럽'달은 같은 달이로되 땅의 문화는 동서양이 달라만남이 잦을수록 그 다름은 새로운 모양을 빚어올해 추석 휴가는 유난히 길어 전후로 며칠씩을 보태 20일간의 유럽 여행에 나섰다. 이미 많은 사람이 내 집 드나들 듯 하는 곳이지만 탈규범적인 유희성이라는 여행의 속성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하고 있었다. 학술활동의 연장이 아니라 '순수 놀이'를 즐기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고, 형제와 친족들이 성묘를 하고 제사를 준비할 시간에 공항에 운집한 1인이 된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오래전에 기획한 것이고, 가족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니만큼 명절의 뜻에도 부합하는 게 아닌가? 첫 여행지 파리에 도착하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2주간의 여정을 마친 작은 아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파리의 3박 4일은 아침식사가 끝나면 바로 거리로 '출근'하여 저녁 늦게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로 '퇴근'하는 식이었다. 때론 함께 때론 따로 다니면서 각자가 원하는 것을 '폭풍 흡입'하는데,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았다. 다만 90년 전 이곳을 찾았던 나혜석의 시선과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단발을 하고 양복을 입고 빵이나 차를 먹고 침대에서 자고 스켓치 빡스를 들고 연구소를 다니고 책상에서 불란서 말 단자(單字)를 외우고 (…) 실상 조선 여성으로서는 누리지 못할 경제상으로나 기분상 아모 장애되난 일이 하나도 업섯다."(나혜석, 1929)내 눈에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출근하는 세련된 차림의 여성들이 낯설었다. 흡연에 성별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의 문화 관행과는 달리 그녀들은 이 '사소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였다. 사소한 것이 결코 사소한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자 나혜석이 또 생각났다. "우리가 여긔서는 여자란 나부터도 할 수 없는 약자로만 생각되더니 거기 가서 보니 정치, 경제, 기타 모든 방면에 여자의 세력이 퍽 많습듸다."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의 베르사유 궁전은 프랑스 혁명기의 여성들이 걸어서 8시간 만에 도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