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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유리창 대선정국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은 SNS 신년 메시지 "모두의 삶이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한 사람의 손도 절대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걷겠다"며 '국민 일상의 회복'을 약속했다. 2일 현충원 방명록에도 '국민의 일상을 되찾고 선도국가로 도약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연초부터 달아오른 여야 대권 경쟁으로 대통령이 코로나 방역에만 전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신년사에 선전포고를 담았다. "잘못된 정치의 근본을 바꿔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이 살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국민 공감 수권정당으로 우뚝 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본격화될 대선정국을 염두에 둔 출사의 변이다.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긴 어둠도 새벽의 기운을 이길 수 없다"며 불퇴전의 의지를 과시했다. 야당은 이미 선거현장에 가 있다.여당의 간판 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신년사도 관심을 끌었다. 이 대표는 "인간의 얼굴을 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각계의 협력과 참여를 얻겠다"고 문학적 서사로 대권포부를 밝혔다. 반면 이 지사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며 경제적 기본권 확대, 공정 세상 실현, 복지 확대, 균형발전과 평화정착을 내세웠다. 대선 슬로건과 정책으로 손색이 없다. 이미 당내 경쟁은 시작됐다. 이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으로 중도층을 겨냥한 통합 행보를 시작했고, 이 지사는 '나까지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했다.하지만 여론의 가장 큰 관심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신년사에서 "국민의 검찰이란 오로지 그 권한의 원천인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가, 사회의 집단적 이익을 내세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함부로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그의 신년사를 법과 정치 사이에 두고 어디에 가까운지 해석하느라 진땀을 흘린다.여권은 친문(親文)진영 대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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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2020년' 지면기사
2020년이 오늘 하루를 끝으로 저문다. 올해도 늘 그렇듯 음력 경자년(庚子年)을 가불해 상서로운 기대로 양력 첫 날을 열었다. 경자년 흰 쥐가 다산과 재물을 상징한다며 풍요로운 한 해가 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2020년 자영업자 주머니는 탈탈 털렸고, 나라 곳간엔 빚 문서만 쌓였다. 출산율은 역대 최악 기록을 갱신했다. 경자년 코로나19 대란에서 무사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모든 일이 틀린 점괘 탓이라면 40여일 남은 경자년을 뭉텅 잘라내고 싶을 정도다.2020년은 인류 전체가 문명을 전환한 '코로나 원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멀리 볼 것 없이 우리 사회의 비대면 문화가 확산일로다.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손익계산을 따져보며 화상회의를 정착시킬 태세다. 배달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수많은 식당들이 온라인 배달 플랫폼 기업에 종속되고 있다. 코로나가 온라인 산업혁명을 재촉하는 형국이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간소해지고 송년모임은 사라졌다. 익숙해지면 문화가 된다. 코로나가 끝나도 코로나가 남긴 변화는 이어질 것이다.견딜 수 없을 만큼 어려웠던 시절, 서로 따뜻한 정이라도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참 살벌하게 서로 맞선 한해였다. 정치 탓이다. 코로나 때문에 광장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간 정쟁은 서로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연초 대통령은 "애벌레에서 나비로 탄생하는" 상생의 탈피를 다짐했지만, 나비는 날지 않았다."우리 절 밭두렁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 무슨 죄가 많았을까 벼락 맞을 놈은 난데/ 오늘도 이런 생각에 하루해를 보냅니다.(무산 조오현 '죄와 벌')" 정권의 누군가가 선승( 禪僧)의 깨달음을 흉내만 냈더라도 정치가 이리 망가졌을까 싶다. 벼락 맞을 정치가가 없으니 국민만 벼락 맞은 대추나무 신세가 됐다. 아시타비(我是他非) 지옥을 2020년에 실어 보내긴 힘들 모양이다."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이해인 '송년의 시')" 그래도 연말이다. 한 해의 희로애락을 정리 정돈할 인연들이 그립고 보고픈 건 어쩔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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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동부구치소 팬데믹 지면기사
법무부는 지난 28일 초유의 구치소 수감자 소개작전을 벌였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서울동부구치소 수감자 345명을 청송교도소로 이송한 것이다. 이송 버스는 히터도 잠근 채 운행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전파될까 그랬단다. 청송교도소 교도관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7개 조가 돌아가며 2박3일 근무한 뒤 14일 동안 외부와 격리된다. 수감자와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동부구치소가 한숨 돌린 것도 아니다. 이날 하루 230여명의 확진가가 추가로 쏟아져 나왔다.코로나 사태 초기 세계 각국에서 교도소 탈옥과 폭동사건이 속출했다. 브라질, 베네수엘라, 칠레 등 중남미 국가는 물론 이란, 스리랑카 교도소에서 코로나19 예방조치에 반발하거나 감염 공포에 휩싸인 재소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거나 집단탈옥을 감행했다. 미국은 교도소 감염과 폭동을 우려해 경범죄자들의 조기 석방을 단행했다. 이를 노리고 코로나에 걸리려 물컵을 돌려쓰다가 적발된 재소자들도 있었다.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은 상식적으로 예상 가능한 참사였다. 교정시설 수용규정에 따르면 혼거실의 1인당 배정면적은 2.58㎡, 1평도 안 된다. 외부와 격리된 채 혼거실에 수용된 수감자들은 전염병의 손쉬운 표적이고, 일단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속수무책이다. 지난 20일 동부구치소의 한 수감자가 창틀에 매달려 옷가지를 흔들며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한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고, 어제도 한 수감자의 절박한 '창문 SOS'가 포착됐다. 수감자들의 감염 공포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교정시설 코로나19 대책은 이미 실행중이었어야 맞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법무부의 해명이 걸작이다.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매일 지급했다면 국민여론이 좋지 않았을 것"이란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법무부는 형사 피의자 인권보호를 목청 높여 외쳤다. 피의사실 공표도 안 되고 포토라인도 없앴다. 그런 법무부가 교정시설 수감자에겐 인권보다 국민여론을 앞세운다. 인권의 보루인 법무부의 인권의식이 선택적이라면 심각한 문제다.동부구치소 팬데믹 이후에야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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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코로나 사망자를 위한 애도 지면기사
인종과 문화는 달라도 망자와 이별하는 상례(喪禮)는 엄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쟁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예법이 무너진다. 대규모 전염병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엔 스페인 독감 사망자들을 한꺼번에 묻은 집단매장지가 도처에 산재한다. 실록에 1천400여건의 역병 기록을 남긴 조선 조정은 역병이 창궐할 때마다 버려진 시신을 모아 매장하거나, 그것도 힘에 부치면 한데 모아 화장하기도 했다.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존엄한 죽음이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전 세계 누적 사망자가 174만여명인 상황에서 희생자에 대한 예의는 사라졌다. 발생 초기 중국에선 시신을 트럭에 한데 실어 처리한다는 얘기가 돌았고, 1등 국가인 미국에선 냉동 컨테이너에 시신을 보관하는 실정이다. 많은 국가에서 장례식은 생략됐고, 가족과 대면도 못한 채 화장됐다."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부고 소식을 알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기로 하였습니다. 상주 000."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받은 4건의 SNS 부고 내용이 한결같았다. 그 밑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이 빼곡하게 매달렸다. 부고를 알리는 상주나, 찾아가 애도하지 못하는 문상객들 모두 죄송하고 미안한 심경인 코로나19 장례식 풍경이 참담하다.일반 장례식 풍경이 이럴진대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들의 심경은 어떨지 상상하기 힘들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은 선 화장 후 장례가 원칙이다. 임종을 지켜보려면 의료진 수준의 방호복을 입어야 하지만, 고인과의 마지막 대면은 사실상 힘든 모양이다. 의료용 비닐백에 밀봉된 시신은 수의도 입지 못한 채 가능한한 당일 화장한다. 우리 장례문화에서 이런 식으로 부모와 혈육을 보내는 건 평생 한으로 남을 일이다.이렇게 시나브로 우리 곁을 떠난 코로나 사망자가 어제까지 808명이고, 12월 한 달에만 280여명이다. 요양병원에서 전원을 기다리다 사망한 고령자도 적지 않다. 상례의 생략도 가슴 아프지만, 최선의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두고두고 유족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수십만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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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코로나 크리스마스 지면기사
해외입국자 2주 격리 조치로 올해 산타클로스는 내년 1월9일에나 온다는 유머에 어른들은 웃지만, 어린이들은 정색한다. 지난달부터 세계 각국에서 산타의 썰매 운행과 선물 배송이 가능할지 묻는 어린이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절박한 민원에 어른들의 답변도 진지하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산타클로스는 국제 통행허가증을 갖고 있다"며 썰매 운행을 약속했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북극에 가서 산타에게 직접 백신 주사를 놓았다"며 선물 배송을 장담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올해도 산타 위치추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분장한 산타와 어린이가 만나는 산타클로스 이벤트도 코로나19 버전으로 변형됐다. 오프라인 행사에선 산타는 마스크를 쓴 채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어린이와 만나야 한다. 이도 불안한 부모들은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에 산타를 초대한다니 코로나 이후에도 번창할 사업일 듯싶다. 모두 크리스마스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어른들의 눈물겨운 노력들이다.하지만 어른들의 크리스마스는 훈훈한 사연 한자락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삭막하다. 어제부터 시행된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으로 성탄절 거리들이 텅 비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부터는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된다. 연말연시를 전후한 해넘이, 해돋이 명소들도 폐쇄됐다.한 해의 수고를 위로하며 공동체의 연대를 다지던 인간관계들이 모두 분리된 채 사람들은 집 안에 갇혔다. 지난달부터 성탄 대목을 준비했던 자영업자들은 줄줄이 폐업안내문을 내걸고 있다. 산타는 올테지만 썰매에 선물을 실어야 할 부모들의 지갑은 썰렁하다.이번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은 누가 뭐래도 코로나 백신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풍족하게 확보한 국가들은 이미 국민들에게 속속 성탄절 백신 선물을 배달 중이다. 성탄절 만찬을 즐기는 행복한 가족들을 창밖에서 훔쳐보는 성냥팔이 소녀가 된 기분이다.1년 내내 정부가 시키는 대로 코로나와 맞서 온 착한 국민들이다. 그런 국민을 정부는 K방역의 주역이라고 떠받들었다. 착한 순서로 따지면 산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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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미 육군대장의 백신 사과 지면기사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배송을 총괄하는 '초고속 작전(Warp Speed)'의 책임자는 구스타브 퍼나 육군대장이다. 퍼나 대장은 화이자 백신 공급 디데이 직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디데이는 2차 세계대전 종결의 시작이었다"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백신 공급이 개시되자마자 14개 주에서 백신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퍼나 대장은 지체 없이 국민을 향해 사과했다. "내 잘못이다. 백신 확보 계획에 실수가 있었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주지사들에게 "사과를 받아달라"고 했다. 백신만 기다리는 민심이 들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즉각적이고 솔직한 사과로 막아냈다. 미국은 현재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 백신까지 순조롭게 공급 중이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 계약을 재촉하고 있다며 갑의 여유를 부렸다. 4천400만명 분의 백신이 확보됐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3차 대유행이 한창인 지금 백신은 없고 접종계획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화이자, 모더나의 내년 4분의1분기 접종 불가를 시인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가 남는 백신을 이웃나라에 나눠준다는 마당에, 우리는 당분간 백신을 구걸해야 할 처지가 됐다.문재인 대통령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몇 번이나 강조한 백신 확보가 안 된 상황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들을 질책했다는 전언이다. 안민석 의원이 "사실은 아주 무서운 분"이라 했던 문 대통령이 화를 냈으니, 백신 문책 인사가 있을지 궁금해진다.안면마비 등 부작용을 들어 백신 안전성 검증이 먼저라며 '백신 백수(白手)' 현실을 강변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도 부적절해 보인다. 우리가 유일하게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보다 안전성이 떨어져 생산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내년 1월 이 백신이 실제로 공급돼도 많은 국민이 접종을 망설일 수 있다. 김 원내대표는 솔선해서 접종을 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정치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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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아시타비'(我是他非) 지면기사
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연말이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 해의 한국 사회상을 압축해 보여주는 '거울'이다. 사회의 길흉화복이 대체로 국정의 결과인 만큼, 정권을 향한 촌철살인에 대중은 무릎을 쳤다.'올해의 사자성어'는 집권 내내 박근혜 정권의 뼈를 때렸다. 집권 첫해인 2013년엔 '도행역시'(倒行逆施)로 아버지 박정희 시대와 단절하지 못한 인사와 정책을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이 터진 2014년의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2015년은 연초부터 메르스 사태가 터졌고 대응은 부실했다. 집권여당(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이 보수혁신 깃발을 들자,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는 한마디로 내쳤다. 그해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의 도리가 혼란해졌다는 얘기다.2016년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는 박근혜 정권이 국정농단 게이트로 분노한 민심에 엎어진 장면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박근혜가 '도행역시'나 '지록위마'쯤에서 정신 차렸다면 '군주민수' 만큼은 면했지 싶지만, 허망한 상상이다.전 정권에 실망한 교수들은 문재인 정권 첫해인 2017년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2018년엔 격려에 경고를 담아,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고 했다. 정권은 지방권력을 싹 쓸어 담았지만, 일자리가 줄면서 민심을 건드렸다. 국민지지와 국정능력의 키 높이가 다른 상황을 경고하며, 분발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더니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 난 지난해엔 '공명지조'(共命之鳥)라 했다. 서로 싸우다 모두 망한다는 뜻인데, 그래도 진보와 보수를 향한 양비론으로 애써 균형을 유지했다.그런데 올해는 출처도 없는 '아시타비'(我是他非)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을 그대로 한자로 옮겼다. 내로남불은 지난해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조적조(曺敵曺)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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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누가 '개미지옥'에 빠졌을까 지면기사
명주잠자리는 우리 산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곤충이다. 고운 이름은 비단천(명주) 처럼 맑고 투명한 날개 덕분이다. 이런 명주잠자리의 유충 이름이 개미귀신이라니 반전이다. 다른 잠자리 유충들은 물속에서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잡아먹는다. 반면 개미귀신은 개미를 잡아먹기 위해 수변지대 근처 모래밭에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파는데 이름이 개미지옥이다. 함정에 굴러떨어진 개미는 탈출하려 기를 쓰지만 시지프스의 돌처럼 되떨어지는 모래 탓에 결국은 개미귀신의 먹이가 된다. 개미지옥이라는 이름값이 부족하지 않다.연초 취임한 추미애 법무장관이 인사를 통해 측근 검사들을 해산했을 때 윤석열 검찰총장은 고립무원의 개미지옥에 갇혔다. 이 정도면 자진사퇴가 관행인데 그는 버텼다. 개미지옥은 더 깊어졌다. 채널A사건과 범죄자 김봉현 옥중편지를 근거로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했다. 그래도 윤석열은 개미지옥 탈출을 포기하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했다. 추미애는 버티는 윤석열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징계위에 회부했고, 모두 윤석열의 최후를 예상했다.어제 새벽 법무부 징계위가 윤석열에게 정직 2개월을 결정하자,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고 추미애는 사의를 밝혔다. 개미지옥의 윤석열이 죽은 건지 산 건지 애매하다. 지난 1년간 그를 잡으려던 추 장관과 여당의 집요한 모래 공세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되돌아보면 개미지옥 상황이 이상하긴 했다. 대검찰청에 윤석열 지지화환이 쇄도했고, 검사들은 윤석열 구하기에 나섰고, 법무부 감찰위원 전원은 징계불가를 권고했고, 법원은 윤석열 직무정지를 풀어줬다. 개미지옥이 깊어질수록 윤석열 지지율은 치솟았다. '정직 2개월'은 오히려 여권의 윤석열 사태 출구전략으로 해석될 지경이다.그렇다고 개미지옥 싸움이 끝난 것도 아니다. 윤석열은 이미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공방의 당사자는 검찰총장과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개미지옥 전쟁 2라운드다. 이렇게 되면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가 누구고 개미귀신이 누구인지 헷갈린다.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개미귀신이 개미사냥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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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종인의 대국민 사과 지면기사
정당이나 정치지도자에게 대국민사과는 괴로운 일이다. 여론의 지지를 먹고 사는 처지에 전 국민을 향해 머리를 조아릴 형국이라면, 민심은 이미 돌아설 대로 돌아섰을테니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홍걸, 홍업 두 아들의 뇌물수수죄에 연달아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여론에 놀라서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한데 이어, 친형인 이상득의 불법정치자금 범죄에도 사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에 고개를 숙였다.사과는 잘하면 전화위복이 되고 못하면 더 큰 낭패를 당한다. 사과하고도 더 큰 비난을 받는 연예인들이 부지기수고 망한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형용 모순에 가까운 '사과의 기술', '사과의 정석'이 회자되는 이유다. 기술과 정석이라지만 '문제 발생 즉시 사과하라', '진정으로 사과하라', '상대가 용서할 때까지 사과하라' 등등 사과의 사전적 뜻풀이에 가깝다. 정치인의 사과가 빛이 바래는 이유는 지연 사과, 대리 사과, 빈말 사과인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선거를 전후한 당리당략형 사과는 신물 날 정도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구속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은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광주를 찾아 5·18 희생자 묘역에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사죄한 장면에 비견할 만큼 감동적인 명문이다. 아쉬운 건 일독할 만한 명문장들이 사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 점이다. 사과문은 '2020년 12월15일 국민의힘'으로 끝나는데,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과에 반대하거나 불평한다. 여당의 비아냥이 아니더라도, 김종인 개인의 사과인지 제1야당의 공식 사과인지 국민들은 헷갈린다.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결단한 건 범죄가 소명된 당 출신 전직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고 신생을 위해서일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도 제1야당의 신생은 절실하다. 지방, 중앙, 입법권력을 독점한 1당 독주 정권은 두 날개로 날아야 할 민주주의에 위협적이다. 좌익의 건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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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원칙 없는 승리'에 서늘해진 민심 지면기사
與, 입법권 독점 마음먹은 법안 줄줄이 통과정권 진열장에 트로피 쌓일수록 여론 냉랭윤석열 삭제·친정권 공수처장 '권력 과용'文정권, 노무현 길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다문재인 정권은 2020년 원했던 모든 것을 이뤘다. 4월 총선 압승으로 거추장스러운 야당의 견제에서 자유로워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언제든 180석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배타적 국회지배권은 상상하는 모든 걸 입법으로 성취하는 마법의 절대반지이다. 입법권을 독점한 여당은 공수처법개정안을 비롯해 마음먹은 법안들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이제 윤석열만 찍어내면 되고 찍어낼 것이고 찍어낸 뒤엔 법으로 대통령 출마를 봉쇄하면 된다.신기한 건 민심이다. 정권의 진열장에 승리의 트로피가 쌓여갈수록 여론이 등을 돌린다. 정권을 응시하는 대중의 시선이 서늘하다. 대통령 지지율은 2주째 바닥에서 바닥을 향한다. 정권 지지대열에서 이탈하는 중도층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정권 내내 연전연패한 부동산정책에 분노한 민심은 퇴임 후 대통령 사저를 6평으로 제한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릴 정도로 악화됐다. 윤석열 찍어내기가 기름을 부었다. 법은 선택적으로 작동하고 절차는 편파적으로 진행된다. 정도와 상식을 벗어난 정권의 집단 이지메가 빚어낸 막장 드라마. 대중은 몰입하며 악역에 눈을 부라린다.정권의 자부심이던 K방역도 부실한 실체를 드러냈다. 병상이 씨가 말랐고 백신 확보는 긴가민가하다. 코로나 추경 66조8천억원 중 진짜 코로나에 집중한 예산은 없었다. 전문가 보다 정권의 운(運)을 믿은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신천지교회도 광화문 보수집회도 없다. 겨울 대유행을 일으킨 '살인자'는 누구일까. '5·18 정신 국정화(國定化)'도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결사반대한 정권이 '5·18'을 신성불가침으로 만들어, 자유의 절대적인 가치를 상대적으로 격하시켰다.정권의 실력에 실망한 여론이 정권의 폭주와 가벼움에 놀라고 정권의 자유민주주의를 의심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형국이다. 놀라운 건 정권의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