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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백령도공항과 동남권신공항 지면기사
'공기수송'은 어떤 대중교통 수단이 이용하는 승객이 거의 없는 상태를 표현하는 조어다. 사람이 아니라 공기를 실어나른다는 얘기다. 지금 세계 항공업계는 노선과 운항편수를 대폭 감축하고도 텅 빈 비행기를 띄우는 바람에 경영 위기에 몰렸다. 돌발적인 코로나19의 기습으로 1년 가까이 공기수송을 이어 온 탓이다.하지만 공기수송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익과 국익을 위한 교통수단이 적지 않다. 국토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개설된 공기수송 도로가 전국에 널려있지만, 불가피한 국책사업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의 숙원사업인 백령도 공항이다. 건설비용 1천700억원대의 소형공항이지만 서해5도의 고립을 풀어 군사·외교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국익뿐 아니라, 접경도서 국민들의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공익이 큰 공항이다. 이를 정부는 경제성, 즉 공기수송을 이유로 막아왔다.최악은 수요예측에 실패해 '공기수송'으로 조롱받는 교통수단이다. 인근 농민들이 활주로에서 고추를 널어 말렸다는 무안국제공항이 그랬다. 양양공항, 청주공항도 한동안 공기만 수송하는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을 썼다. 역대 정권 마다 깃대 공약으로 지방공항 건설을 앞세웠다. 여객수요 보다는 지역 표를 겨냥해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항들이 대부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엊그제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백지화했다. 부산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하기 위해 걸림돌을 뽑아버린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은 이명박 대통령 때 백지화됐고, 박근혜 대통령 때 프랑스 업체의 용역에 따라 동남권신공항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론났다. 당시 용역 결과 가덕도는 입지여건이 경남 밀양에도 뒤지는 것으로 판단됐다. 실제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려면 김해공항 확장사업비보다 6조나 더 들고, 접근성이 떨어져 여객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한다. 대다수 언론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공항으로 보는 이유다.백령도 공항은 비용 대비 편익이 압도적이고 국익과 공익을 다 만족시키는 저비용 소형공항이다. 정부는 이를 경제성을 따져 오랜 세월 막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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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현각'과 '혜민'의 야단법석 지면기사
고승대덕들이 남긴 법문들의 결론은 대체로 무소유에 이른다. 소유에 대한 집착이 불성(佛性)을 방해한다는 이유일테다. 평생 누더기 승복 한 벌로 지낸 성철 스님은 "밥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고 옷은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면 된다"며 "사람들은 소중하지 않은 것들에 미쳐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산다"고 탄식했다. 속세의 대중들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의 법문엔 무릎을 칠지언정, 막상 '소유'를 포기하라는 실천행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법정 스님은 난초를 향한 집착과 각성을 통해 무소유의 화두를 깨달았다. 죽어서도 자신의 글에 자신이 갇히고, 사부대중이 자신의 글에 집착하는 걸 꺼렸던 걸까, 죽음을 앞둔 법정은 그의 '사유(思惟)' 마저 버리고 갔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모든 출판물의 '출판 금지'를 유언으로 남긴 것이다. 백석의 영원한 연인 김영한은 법정의 무소유에 감복해 요정 '대원각'을 시주했지만, 시주에 성공하기 까지 10년이 걸렸다. 법정은 결국 그 시주를 받아 길상사를 열었다. 속세는 천문학적인 시주에 놀랐지만, 정작 그녀에게 대원각은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한" 티끌이었다. 그 스님에 그 보살이 탄생시킨 '무소유의 명장면'이다. 불교는 여러 선사들이 남긴 무소유 만행(萬行)의 흔적에 의지해 명맥을 유지하는지 모른다.최근 현각 스님과 혜민 스님이 한바탕 야단법석을 피웠다. 혜민의 호화로운 거처가 방송된 것이 발단이었다. 현각은 혜민을 향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모르는 도둑놈"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으며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이라고 일갈했다. 혜민은 즉시 "참회한다"며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수행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현각은 이튿날 "혜민은 내 영원한 도반"이라고 바로 화해의 메시지를 남겼다. 비판과 참회와 화해가 너무 돌발적이라, 두 스님의 대화가 과연 깨달음을 향한 불교적 논쟁인 '법거량'에 해당하는지 헛갈리고, 비판 여론도 많다.그래도 미국 국적에 하바드 동문인 두 스님이 부처님 말씀을 중심으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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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조두순 포비아 지면기사
오는 12월 13일 조두순 만기출소를 앞두고 나영이(가명) 가족이 결국 안산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12년전 조두순에게 회복불능의 심신장애를 당한 나영이 가족 집에서 1㎞도 안 떨어진 곳에 그가 되돌아온다고 하자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영이 아버지는 조두순에게 제발 안산으로 오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조·두·순' 이름 석자가 공포인 나영이와 가족들에겐 그를 마주칠 수 있다는 상상 자체가 악몽이다. 그 곳이 어디든 그가 없다면 천국일테다.나영이 가족뿐 아니다. 조두순이 거주할 예정인 안산시와 동네는, "조두순이라는 범죄자가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공포"라는 윤화섭 시장의 말 그대로 패닉 상태다. 안산시는 조두순 거주지를 중심으로 CCTV 71대를 설치하고, 24시간 순찰을 맡을 무도실무관급 청원경찰 6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조두순이 거주할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는 이미 현실인 모양이다. 조두순과 한 곳에서 거주하는 심리적 불안감에 재산상 피해도 심각하단다. 아파트 평판이 나빠지면서 매매, 전세 거래가 끊긴 탓이다.한 범죄자의 만기출소가 빚어낸 불안한 소란의 원인은 아무래도 죄에 비해 터무니없는 벌을 내린 법원이지 싶다. 조두순은 나영이 사건 이전에도 강간과 살인 등 전과17범이었다. 강간죄로 3년을 복역했지만 살인죄로는 주취감경돼 2년만 살았다. 조두순이 8살 나영이에게 저지른 18번째 죄는 글로 옮기기 혐오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악마의 폭행이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주취감경을 적용해 12년을 선고했다. 악마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였다.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폭행 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가 생겼지만, 웬일인지 음주감경 규정은 그대로다. 인사사고를 낸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이 시행 중인 마당에 중범죄자의 음주감경이 여전히 가능한 건 어색하다. 완화된 음주감경 규정을 아예 폐지하자는 '조두순 방지법'이 연내에 처리될지 주목된다.너무 일찍 풀려난 조두순 때문에 스무살 나영이는 피난(?)을 떠났고, 교화 여부가 불투명한 조두순과 함께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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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윤석열 신드롬' 지면기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공개된 여론조사(한길리서치· 쿠키뉴스)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발표된 여론조사(리얼미터·오마이뉴스)에서 3위로 치솟은지 10일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점하던 차기 대권 판세가 무너진 것이다.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검사였고, 브라질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한 세르지오 모루는 판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였고 이회창, 이인제 등도 법조 출신 대통령 후보였다. 하지만 모두 법조 출신일 뿐 정치인으로 전향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 행정적 이력을 쌓았다. 윤 총장처럼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건 유례가 드문 현상이다.대검찰청 국정감사 직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을 향한 적개심은 노골적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아예 총대를 메고 윤 총장 찍어내기에 전념했다. 검찰인사, 수사권지휘, 총장 측근과 가족수사 지시, 감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급기야 특활비 까지 털었다. 하지만 윤 총장에게 날린 부메랑은 번번이 여권으로 선회한다.추 장관과 민주당의 협공은 집요하지만 명분은 빈약하다. 적폐사정의 영웅 윤석열을 반정부 정치검사로 일구이언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당부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것을 비난할 수 없자, '정치하려면 옷 벗고 하라'고 합창했다. 그 결과 윤 총장은 마법처럼 대권후보 1위에 올랐다. 동화 같은 반전이다. 대안이 없던 정권 반대여론에겐, 정권의 집단적 핍박에 시달리는 윤 총장이 신데렐라로 보인 듯싶다. 사주풀이 검사 진혜원이 '나이트(클럽)'라고 조롱하며 비웃은 '대검'이 정치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윤석열 대선후보 3위 여론조사에 대해 "검찰이 당연히 해야 할 검찰 직무와 관련돼 국민에게서 특별한 기대를 받는다는 게 사실은 슬프면서도 웃긴 일"이라고 말했다. 탁월한 식견이다. 윤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수사를 묵인했다면, 다수의 '마속'을 잃을지언정 정권은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지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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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코로나 졸업앨범 지면기사
그제 경인일보에 실린 작은 기사가 뒤통수를 때렸다. 인천 한 초등학교가 졸업앨범 제작을 두고 고민 중인데, 110쪽 짜리 졸업앨범을 채울 사진이 부족해서란다. 코로나19의 악행이 민생을 도탄에 빠트린 것도 모자라 초등학생들의 학창시절 추억 마저 지워버린 현실에 탄식이 절로 터졌다. 1년 내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오락가락한데다 소풍, 체험활동, 운동회 등등 학사일정이 모두 취소됐으니 급우들과의 단체사진이 있을 리 없다.학교는 학부모와 상의한 끝에 학생 개인 사진들을 짝꿍끼리 붙여주는 식으로 편집해 앨범에 싣고, 남는 여백에는 아이들의 졸업소감을 담은 롤링 페이퍼로 채우기로 했단다. "함께 한 시간이 짧았다. 추억은 졸업하고 만들어가자", "마스크야 우리 내년에는 보지 말자", "마스크 꼭 버리고 중학교 갔으면···" 롤링 페이퍼에 남긴 아이들의 글들이다. 2020년 코로나 애사(哀史)로 부족함이 없으니, 오히려 더 짠해진다.586세대가 기억하는 초·중·고교 졸업식 풍경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재학생과 졸업생이 졸업가를 주고 받으며 눈물바다를 만들던 엄숙한 시대의 통과의례는 '라떼는' 시절의 흑백사진에 박제됐다.대신 신세대는 새로운 졸업문화를 만들어 즐긴다. 의정부 고등학교의 패러디 코스프레 졸업사진은 해마다 언론이 주목하는 뉴스토픽이 됐다. 졸업시즌은 전국의 학교들이 선보이는 톡톡 튀는 콘텐츠 경연장이 됐다. 반면에 건조한 장면도 있다. 개인정보 노출을 꺼려 졸업앨범 사진 촬영과 게재를 거부하는 선생님과 학생도 드물지 않아서다. 높아진 인권의식 만큼 학창시절의 추억이 흐려진듯 싶어 웃프다. 아무튼 신세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졸업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니, 기성세대의 기억으로 탓할 일은 아니다.졸업앨범이 문제가 아니라 올해는 졸업식 자체가 열릴지 말지 장담할 수 없다.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졸업식 자체가 전면 취소될 수도 있다. 수많은 동기동창들이 동시대의 공감각을 확인할 추억과 기억을 삭제당한다면 그만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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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대상화(對象化) 정치'로 몰락한 트럼프 지면기사
이익 도구로 쓰다 실익없고 걸리적대면 폐기포용·결속 유지 美 연방민주주의 정신 배신文정권, 단 한명 국민도 권력의해 분리 안돼정권 연장위해선 통치 전면전환 결단할 때다지난 5일 대법원은 전 남편을 살해 유기한 고유정의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하지만 여론이 주목했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정황 증거를 댔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함께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숨졌을 가능성이 있고, 고의에 의한 압박으로 사망했더라도 피고인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이 피해아동의 사망 원인을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증거 재판주의' 원칙이다.이 판결을 접하고 연평도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공무원으로 생각이 번졌다. 해양경찰청은 지난달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격 공무원의 '월북'을 실질적 '사실'로 확정했다. 월북 판단의 근거는 인터넷 도박 몰입, 도박채무, 꽃게 구매 대행 자금 횡령 등이다. 모두 정황 증거다. 그의 월북을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할 증거는 없다.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피격 공무원은 '고의적인 월북을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그의 월북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정작 북한군에 사살된 대한민국 국민은 실종됐다. 더 심각한 건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명확한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자국민을 이적행위자로 '판단'한 사실이다. 증거가 없으면 무죄이듯, 증거가 없으면 월북이 아닌 원인미상의 사고에 머물러야 맞다. 더군다나 우리 국민, 그것도 공무원 아닌가. 어쩌면 그렇게 냉정한가. 그는 정황만으로 월북자로 대상화, 타자화돼 대한민국에서 분리되는 중이다.피격 공무원뿐 아니다. 최근 정권에 불편한 집단과 현안들을 대상화시켜 사회와 공론장에서 분리하려는 의도와 의지를 드러낸 여권 인사들이 속출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라고 단정했다. 정권에 반대한다고 해도 '주동자'들은 '국민'이다. 코로나 방역을 방해한 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있다 해도 국민이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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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트럼프'와 미국 민주주의 지면기사
미국의 정치 석학 조지프 나이는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2015년)'에서 "미국의 세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쟁국인 중국의 경제·군사력이 미국에 못미치고, 국제 리더로 인정받을 소프트파워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즉 중국의 중화주의가 '중국의 세기'를 막고 '미국의 세기'를 연장시킬 것이란 통찰이다. 동북공정, 사드보복,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억지에 익숙한 우리 입장에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논리다.하지만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로 조지프 나이의 전망이 무색해졌다. 미국의 자랑이던 민주주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혼란에 세계의 조롱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8일(미국 시간 7일) 조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됐지만, 미국 대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도널드 트럼프가 주인공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선거불복 진지전을 벌이고 있다.트럼프는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기이한 대통령이다. 부동산 재벌이자 리얼리티쇼 진행자로 악명을 떨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사건이었다. 경제위기에 직면한 백인 중산층들이 '미국 우선주의'에 집결한 덕분이다. 그의 통치는 분열적이었다. 트럼프 그룹의 총수처럼 나라를 통치했다. SNS로 지지층과 직접 소통했고, 존경받는 공화당원 매케인이 싫은 소리를 하자 '패배자'라 비난했다. 최고 존엄 김정은도 하노이에서 망신당했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 찬·반 투표가 되고, 승복의 문화는 망가졌다.물론 트럼프의 불복투쟁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측근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백악관이 텅 비었다. 공화당 의원들의 승복 요구는 미국 정당의 이성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미국 언론도 살아있다. 이념적 지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 방송사들은 트럼프의 불법선거 기자회견을 중단하거나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군중은 흥분하고 있지만, 정치와 언론은 작동하고 있다.그러나 트럼프로 인해 미국 민주주의가 검증대에 오른 건 틀림없다. 중국과 이란의 조롱거리가 된 미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 트럼프 증후군인지 구조적 문제인지를 놓고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건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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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불교와 개신교의 '성명서 대화' 지면기사
서양 일부 개신교단에선 걸어다니며 특정 지역을 축복하거나 정화하는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prayerwalking'이라는 이 선교방식을 한국 개신교에선 '땅밟기'로 번역해 실행해왔다. 그런데 불교 사찰들이 땅밟기의 표적이 되면서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봉은사에서 개신교 청년들이 예배를 드리고, 조계사에 모인 목사와 장로들은 불교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우상이라며 불상을 훼손하는 일도 잇따랐다. 참다 못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2010년 "기독교는 선이고 타종교는 악이라는 망상"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10년이 흘렀지만 일부 개신교도들의 사찰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14일엔 남양주 수진사가 한 개신교도의 방화로 큰 피해를 입었다. 방화범은 "신의 계시"라며 당당했다고 한다. 고 법정 스님이, 시주받은 요정 대원각터에 세운 길상사엔 관음보살상이 있는데 성모 마리아를 닮았다. 법정이 종교간 화합을 위해 천주교신자 조각가에 의뢰한 결과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길상사에서 축시를 낭송했고, 법정은 명동성당을 답방했고, 이해인 수녀는 법정과 김 추기경을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위대한 종교인들 행적에 비추어 보면 광신적인 개신교도들의 사찰 공격은 가소로운 일이다.지난 2일 수진사 방화와 관련 이번엔 조계종이 성명을 냈다. 개신교 지도자와 목회자들에게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개신교는 폭력과 방화를 양산하는 종교가 아닌 화합의 종교로 거듭나라"고 요청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다음날 지체 없이 사죄 성명을 발표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다"며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한다"고 했다.수진사 방화 사건은 안타깝지만, '품위있는 항의'와 '진정한 사과'로 사태를 수습하는 불교계와 개신교계의 '성명서 대화'가 눈부시다. 대립과 분열의 시대다. 정파 근본주의에 영혼을 빼앗긴 정치꾼과 가짜 지식인들이 분열과 혐오의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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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사회적 타살' 지면기사
한국은 2003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총 1만3천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이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10~30대의 사망원인 1위, 40·5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지난 10년간 자살 사망자가 십 수만명에 이른다면, 국민 대부분이 한 번 쯤은 가까운 이의 불행한 죽음을 경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변화했다. 과거에는 자살의 원인을 개인의 심신미약 탓으로 여기기 십상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청소년은 진학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청장년층은 경제생활, 노년층은 질병과 빈곤이라는 사회적 한계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비방과 비난으로 도배된 SNS는 유명인들을 겨냥한 죽음의 덫이 됐다.이제 낭만적인 베르테르식 자살 미화는 가능하지 않다. 언론은 자살이라는 용어 사용 자체를 자제한다. 정부는 온갖 정책으로 자살로 인한 6조원대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자살률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모방을 부추길 유명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리,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이 있었고 올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그랬다.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자살예방 대책은 쏟아지지만, 실제로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과 약물치료는 빈약한 점이 뼈아프다. 자살 전조를 보이는 사람들이 전문적인 상담을 받지 못하고, 우울증 환자들은 넘쳐나는데 정신과 치료와 약처방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정책은 있지만 시스템과 인식은 제자리라는 지적이다.씩씩하고 건강한 웃음을 선사했던 개그우먼 박지선씨가 모친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화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한 피부 때문에 고통받았다지만, 그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활동해왔기에 큰 충격을 주었다. 분명 두 사람을 꼼짝할 수 없게 만든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다.동료 개그맨 김영철의 추모사가 긴 여운을 남긴다. "난 지선이에 대해 모르고 있는데 작별을 해야 하니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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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난민(難民) 지면기사
이란인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살았다. 이란 팔레비 왕조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추방당했다며 난민 인정을 받아 영국에 정착하려다가 여권을 분실하는 바람에 출발지인 프랑스로 쫓겨나, 그대로 공항 라운지에 갇힌 것이다. 공항 칩거가 흡족했던지 나세리는 프랑스가 발급한 난민용 여권도 거부하며 공항생활을 이어갔다. 남에게 절대 폐를 끼치지 않는 그를 공항 직원들은 가족처럼 돌봤고, 신문을 읽거나 일기를 쓰며 유유자적하는 일상으로 그는 일약 프랑스 제1국제공항의 명사가 됐다.2004년 나세리의 일기를 엮어 출판한 '터미널 맨(The Terminal Man)'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톰 행크스 주연의 '터미널(The Terminal)'이다. 가상의 국가 크라코지아에 온 빅터 나보스키가, 모국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인해 무국적자가 돼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갇힌 뒤 벌어지는 해피엔딩 스토리다.하지만 나세리나 영화속 나보스키 처럼 행복한 난민은 극히 드물다. 많은 국가들이 UN 난민조약에 따라 난민을 보호한다지만 허울뿐일 경우가 많다. 중국은 홍콩 민주화운동가나 반정부 인사들의 미국 망명을 결사적으로 막는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목선 탈북난민 2명을 5일만에 북한에 강제송환했다. 유럽과 미국은 경제난민의 대규모 유입을 막는다. 외교분쟁과 국내 반대여론 등 정치적 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난민지위 인정에 각박한 것이다. 인권과 국익의 충돌이다.그러니 실제로 난민이 되어 타국의 공항에 갇힌다면 처참하다. 지난 2018년 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인 루렌도 부부와 자녀 6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심사를 거부당해 9개월 넘게 공항에 갇혔었다. 결국 법원의 결정으로 심사가 가능해져 공항을 빠져나왔지만, 가족 모두 건강을 크게 상했다고 한다. 언제 추방당할 지 모르는 공항 생활은 공포 자체였을 것이다.루렌도 가족 사태로 난민법 위헌소원이 제기됐었다. 난민 심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