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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라면 형제' 명칭 유감 지면기사
요즘 유행하는 먹방 콘텐츠를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라면 요리가 수두룩하다. 문어나 대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라면은 해안 도시 맛집들의 단골메뉴가 됐고, 먹방 유튜버들은 라면에 초호화 식재료를 더한 새로운 메뉴들을 쏟아내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유행했던 '한우 채끝살 짜파구리' 열풍도 시들해졌을 만큼, 라면 요리의 무한 변신은 발빠르고 호화롭다.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세계 1위이다. 남녀노소 없이 라면을 끼니로 먹는 것도 모자라 야식의 대명사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건넨 "라면 먹을래요"라는 대사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선 라면의 문화적 위상을 잘 보여준다. 바야흐로 한국인은 라면으로 미각의 평등을 이룬 시대에 사는 듯 싶다.하지만 한국인의 집단심리 한구석엔 라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숨어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라면의 미덕은 싼 가격, 간편한 조리, 신속한 섭취다. 어쩐지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돈과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의 식품이라는 인상이다. 실제로 그랬다. 삼양라면이 처음 출시된 1963년은 산업화가 막 시작된 시기다. 서민들은 라면으로 간단하게 때우고 신속하게 일터로 복귀했고, 빈곤층에겐 라면이 구황식품이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지만, 5천년 역사에 밥심이 제대로 느낀 시대는 드물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인에게 '밥심' 못지 않은 '(라)면심'이 있었다.'라면=빈곤'이라는 인식의 대표적인 피해자(?)가 '86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다. 스타탄생 스토리의 클라이맥스 "라면만 먹고 뛰었어요"라는 언론 보도였다. 그녀가 한 말도 아니고 사실도 아니었다. 가난했지만 17년 동안 라면만 먹고 뛸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라면 소녀'라는 낙인은 아시안 게임 육상 3관왕을 대신해 지금껏 회자된다.엄마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가 불이 나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들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뉴스가 고맙고 반갑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형제를 지칭하는 '라면 형제',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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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비대면 추석' 후기 지면기사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첫 명절의 키워드는 언택트, 비대면이었다. 연휴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고향'에서는 자식들의 귀향을 만류하는 아버지, 어머니들의 호소가 동영상과 현수막으로 넘쳐났다. 언론들은 조선시대에도 전염병이 돌면 차례를 금했다는 문헌과 고증을 찾아내 '비대면 추석' 분위기를 잡았다. 정부는 추석 대이동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초래한다는 경고를 연일 쏟아낸 것도 모자라 명절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폐지했다. 국립현충원을 비롯해 전국의 공·사립 추모공원도 문을 닫았다.하지만 발 없는 말(言)도 천리를 간다는데, 발 달린 사람들의 이동 욕구를 막을 도리가 없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 1일 통행량은 지난해보다 15% 정도 줄었다지만, 연휴가 길어 전체 통행량은 비슷했다고 한다. 제주도와 부산에 관광객이, 설악산엔 등반객이, 서해엔 낚시객이 몰렸다. "코로나가 하루 이틀에 없어질 것도 아니고…. 만날 집만 지키고 있을 수 없다"는 외교부 장관 낭군님의 미국행은 코로나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보여준다. 차벽으로 봉쇄한 개천절 광화문 '재인산성'은 어색하고 기괴했다.연휴의 이완감 때문인가. 정치의 시간도 한가해졌다. 연휴 직전 면죄부를 받은 추미애 법무장관은 '무책임한 세력들에 대한 후속조치'를 예고하고, 야당은 '추안무치'로 받아쳤지만 연휴 덕분에 전쟁으로 번지진 않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는 렘데시비르를 투약받고 대선 유세를 중단했다. 우리 해군은 명절 내내 서해 북방한계선 아래에서 북한 해군에 사살된 공무원의 시신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연휴 중에 숙성된 정쟁과 국제정세 변화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비대면 추석에 집에 갇힌 국민들은 다양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TV 채널을 전전했다. 트로트와 특선영화, 스포츠를 오가던 중에 그나마 '나훈아'가 위로가 됐다. 무관중 비대면의 한계를 역대급 퍼포먼스와 레퍼토리로 극복한 공연은 나훈아 이름 석자에 담긴 무게를 증명했다.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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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국민의 권리, 국가의 의무 지면기사
대한민국 헌법을 다시 읽는다. 헌법 제2장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국민의 권리와 이 권리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밝혀놓았다.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은 '생명'이다. 생명이 없고서야 인권도 없다. 헌법 제66조,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국민 개개인의 생명이 국가와 국가의 원수(元首)이자 대표인 대통령에게 보장받아야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의 나라,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 된다.대한민국 국민이자 국가공무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 영해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됐다. 고인은 소중한 생명을 잃고도 모욕당했다. 북한은 그의 시신을 불태웠고, 대한민국 군 당국은 그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 북한은 사과 전통문을 통해 시신 소각을 부인하고, 그가 대한민국 국적자임을 밝혔다고 했다. 자진월북 혐의는 무색해졌지만 시신 실종 주장은 믿기 힘들다.단 하나 분명한 건 그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발견돼 북한 단속정에 사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국가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만일 그날 우리 군함들이 문제의 해역 북방한계선에 집결해 표류 공무원과 북한 단속정을 향해 일제히 서치라이트를 집중시키고 경고방송만 했더라도 공무원을 향한 사격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친서교환 라인이나, 북한의 사과 전통문 수신 라인을 국민 목숨 구하는 데 쓰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차마 그럴 줄(죽일 줄) 몰랐다는 국방부 장관의 국회 답변은 군대의 언어로 볼 수 없다.주말을 지나면서 통 큰 계몽군주 김정은의 신속한 사과를 정체된 남북관계의 전화위복으로 해석하는 여권 인사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북한은 시신을 찾으면 돌려 줄테니 자신의 영해에 얼씬거리지도 말라 한다. 헌법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주검이 의문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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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독감 백신' 배달 사고 지면기사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인류. 유일한 희망은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네이단 제임스'호다. 함정엔 북극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원형으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여성 과학자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영화채널에서 재방송 중인 미국 드라마 '더 라스트 쉽'의 내용이다. 드라마에서 기관고장으로 함정의 전원이 나가자 비상이 걸린다. 함정 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 샘플들이 온도가 올라가면서 사멸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백신을 수온 5도인 깊은 바다에 담가 위기를 모면한다.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래 백신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천연두는 이제 박멸됐다. 소아마비, 홍역, 장티푸스, 콜레라, 뇌수막염 등 수 많은 전염병 바이러스는 백신 앞에 맥을 못 춘다. 이런 백신도 약점이 있다. 상온에만 노출돼도 효과가 사라진다. 물 백신이 되는 것이다.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 백신과 관련 '물 백신' 논란이 일었을 때, 수입 백신의 효능이 도마에 올랐지만 접종 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장시간 노출시킨 관리 부실도 원인으로 거론된 바 있다.올해는 유난히 독감 백신 접종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창궐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하면, 증상이 비슷한 두 질병을 감별하느라 의료체계가 붕괴되면서 백신 없는 코로나19 희생자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통신비 지원 대신 전 국민 독감 백신 무료접종 주장에 여론이 호응한 이유다. 정부·여당이 4차 추경에서 통신비 지원을 줄이고 취약계층 105만명의 무료접종 예산을 편성한 배경이다.그런데 정작 독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바람에 국가 무료 접종 사업이 중단됐다. 백신 박스들이 가을 햇살에 달궈진 땅바닥에 쌓여 유통됐다는 제보에 질병관리청이 해당 백신 접종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500만명 접종 분량의 백신을 검수 중이다. 하지만 이미 접종을 완료한 백신들은 문제가 없단다. 백신 유통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관행이 있을 것이다. 상온 유통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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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끝나지 않은 비극 '천안함 폭침' 지면기사
"772함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작전지역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2010년 3월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영해를 수호하던 포항급 초계함 PCC-772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 수병 104명 중 58명이 현장에서 구조됐고, 46명이 전사했다. 전사한 아군을 인양하는 동안 국민은 단 한 명이라도 생환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하나 된 국민의 소망을 담아 한 의대 교수가 해군 홈페이지에 시를 올려 '즉시 귀환' 명령을 내렸지만, 끝내 6명은 지금껏 혼백으로 서해를 표류하고 있다.지난 3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서해도발로 희생당한 순국장병 55명을 추모하는 국가기념일, 문 대통령의 참석은 취임 3년 만이었다. 분향하는 대통령에게 한 유족이 다가가 읍소했다. "대통령님. 이게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가슴이 무너집니다." 천안함 순국자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였다.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이 있다"고 답했다.온 국민이 수병 한명 한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무사 귀환을 명령했던 비극적인 사건을 추모하는 국가행사에서 대통령과 유족 사이에서 민망한 장면이 벌어진 이유가 있다. 민군합동조사단과 국제조사단은 천안함 폭침 원인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공격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진영 논객과 개인방송들은 좌초설, 미군잠수함 충돌설 등 각종 괴담을 주장했다. 핵심은 북 잠수함 공격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천안함 병사들이 자작극의 희생양일지 모른다는 괴담에 유족들의 한은 깊어졌고, 민 상사의 어머니는 대통령에게 다가선 것이다.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인 인기웹툰 작가 주호민이 최근 천안함 폭침 사건을 희화화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북한이 한 게 맞다. 내가 틀렸다"며 "큰 사과밖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어젠 조성대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를 수용한다며 천안함 유족에게 사과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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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호부견자(虎父犬子) 지면기사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이디푸스는 신이 정한 운명의 거미줄에서 꼼짝 못하는 인간을 상징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 자녀를 낳은 진실이 밝혀지면서, 아내이자 어머니는 자결하고 자신은 두 눈을 찔러 실명한 뒤 온 세상 사람들에게 모욕받는 유랑 끝에 숨진다. 납득하기 힘든 인간사를 신의 섭리에 맡겨 버린 고대 그리스인들의 인생관, 그 끝을 보여주는 비극이다.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비극에 착안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이론적 용어를 창안했다. 어린 아들은 유아기에 최초의 이성인 어머니를 독차지하려고, 아버지를 경쟁 상대로 여겨 콤플렉스를 느끼며 증오하는 심리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아들들은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선망으로 바꾸고, 아버지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성장하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한다고 봤다.프로이트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 아들들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닮는다. '부전자전', '피는 못 속인다'는 부자관계에 대한 직관적인 속설이 이를 증명한다. 고대 그리스를 통일한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2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는 아버지의 군대로 세계를 정복했다. 이성계는 조선을 창업했고, 아들 이방원은 수성에 성공해 조선 500년의 반석을 놓았다. '호부(虎父) 밑에 견자(犬子) 없다'의 사례다.하지만 오이디푸스가 보여주듯 인간사가 정석대로 전개될 리 없다. 호부 없이 개천에서 용이 된 인물이 수두룩하고, 호부를 두고도 견자에 그치는 자식들도 허다하다. 호부에 호자, 견부에 견자가 정석인 세상이라면 평등과 공정과 정의가 없는 전제세습의 나라일 것이다.그래도 아쉽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당한 김홍걸 의원 말이다. 아버지 김대중이 누군가.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다. 이런 김대중을 아버지로 둔 김 의원이 졸렬하게 부동산투기 문제로 '호부견자'라는 조롱을 받으며 소명조차 못한 채 당에서 쫓겨났다. 다름아닌 아버지가 창업한 당이다. 견자라는 조롱은 자신이 감당할 치욕이지만, 아버지를 견자를 둔 호부로 만든 불효는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궁금하다. 국민에게 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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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국가지정문화재 '팔미도 등대' 지면기사
1950년 9월15일 새벽. 인천 앞바다에 집결한 유엔군 산하 8개국 261척의 함대가 월미도 북한군 진지를 향해 일제히 함포사격을 개시했다. 거의 미군 함정이었지만 손원일 제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해군함정 15척과 해병대도 상륙작전에 참여했다. 주력을 낙동강 전선에 투입한 북한군은 급조한 서해안방어사령부로 방어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지휘한 이날의 상륙작전으로 서울이 수복되고, 유엔군은 북진한다. 한국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팔미도 등대는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무모하면서도 결정적인 전투로 평가받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서해에서 월미도와 인천항으로 진입하려면 무의도와 팔미도 사이의 해로를 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팔미도 등대가 아니면 칠흑 같은 밤바다를 수백척의 함대가 이동할 수 없고, 새벽 기습작전도 가능하지 않았다. 유엔군 사령부가 켈로(KLO)부대의 한·미 특공대원 6명에게 15일 0시 팔미도 등대 점등을 명령한 이유다. 등대는 14일 저녁 11시45분 불을 밝혔고, 유엔군 함대는 줄지어 월미도로 향했다.팔미도 등대는 대한제국이 1903년 6월1일 점등한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다. 조선이라는 국호를 버리고 출범한 대한제국이 근대 건축기술로 지은 최초의 콘크리트 건축물이기도 하다. 지름 2m, 높이 7.9m로 초라한 규모다. 대한제국은 결국 일본에 나라를 잃었지만, 팔미도 등대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셈이니 작은 등대가 간직한 역사적 의미가 묵직하다.문화재청이 지난 15일 인천상륙작전 70주년을 맞아 팔미도 등대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7호로 지정했다. "6·25전쟁 당시 수도 탈환의 성공적 발판으로 평가받는 '인천상륙작전'에서 연합군 함대를 인천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전쟁의 국면을 일시에 뒤바꾸는 데 이바지한 역사·상징적인 가치가 있다"고 지정 이유를 밝혔다.인천상륙작전 70주년, 정부가 주도한 기념식은 없었다. 해군이 주최한 전승기념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대한민국을 존립시킨 결정적 전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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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서부지검'과 '동부지검' 지면기사
브라질 연방판사 세르지오 모루는 2014년 브라질 권력의 부정부패를 세차하듯 말끔하게 소탕하기 위한 사정작업, 일명 '라바 자투(Lava Jato·고압 분사기)'를 주도했다. 검사, 경찰, 국세청 직원으로 구성된 드림팀은 성역없는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던 룰라 전 대통령마저 법대에 세웠다. 2019년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그를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지난 4월 그가 사임했다. 대통령 아들의 범죄혐의를 수사하던 연방경찰청장이 해임되자, 사표를 던진 것이다.모루 전 장관에서 영감을 주었던 이탈리아의 사정작업,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주도한 검사들의 뒤끝도 좋지 않았다. 권력의 반격은 잔인했다. 권력에 기생한 언론들은 '나라 말아먹는다'는 식의 여론전을 펼쳤고, 검사들의 사생활을 털었다. 지친 검사들은 줄줄이 사표를 냈다. 마니 풀리테를 이끌며 국부 가리발디 이후 최고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부패수사 때 특정세력을 봐준 혐의로 기소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물론 법원 판결은 무죄였다.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는 어렵다. '반드시 부패하는' 권력의 속성만큼이나, 인사권과 친위언론으로 무장한 권력 앞에 무력한 사정기관의 한계도 분명해서다. 강골 검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손발이 다 잘린 채 직만 유지하는 '사정 현실'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여론은 두 번의 검찰 인사로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의혹 수사는 물 건너간 것으로 체념하는 분위기였다.엊그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윤미향 국회의원을 8개 중대범죄 혐의로 기소하자 많은 국민들이 '의외의 결과'에 놀라는 기색이다. 여당 지도부와 진보 여성 시민단체들이 감싼 위안부운동의 상징이자 현역 여당의원 윤 의원의 기소 자체가 '신선한 사건'처럼 보이는 분위기다. 성역없는 수사가 신선한 상황이 난감하다.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휴가 의혹을 8개월 넘게 손 놓고 있었던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이, 추 장관 아들과 보좌관 소환조사에 이어 국방부 압수수색까지 전광석화 같은 수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부지검이 간단한 사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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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공인(公人)의 과공(過恭) 지면기사
2015년 7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미국 방문 중에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용사들과, 알링턴 국립묘지의 월튼 워커 장군 묘비에 큰절을 올렸다. 김 대표는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생존 미 참전용사와, 미군 사령관에 대해 한국식으로 극진한 예의를 표한 것이다. 야당과 진보인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의 진중권은 "세계 외교사에서 다시 보기 힘든 해괴한 장면"이라며 집권여당 대표의 과공(過恭)을 비판했다. 김무성을 향한 야당 비판의 핵심은 '대미 사대주의'였다.2년 뒤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이 문제가 됐다. 베이징대학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에 비유하면서 "중국몽이 아시아 모두,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야당이 발끈했다. 시진핑의 중국몽을 극찬한 중화 사대주의 외교라 폄하했다. 스스로 소국을 자처한 대목에 반발하는 여론이 작지 않았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대미, 대중외교가 '과공' 시비로 본질이 흐려진 장면들이다.일반 시민사회에서 지나친 공손, 과공이 문제되는 경우는 드물다. 처세로는 무례보다 과공이 백번 낫다. 하지만 공인의 과공은 종종 문제가 된다. 우선 국가, 국민, 시민에게 집단적 굴욕감을 줄 수 있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대미, 대중 외교가 '과공' 시비에 휘말린 이유다.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아베 같은 지도자는 우리 국민 정서에 안 맞는다. 공인의 과공은 직무의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만일 국회의장이,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다면, 국민은 3권 분립의 적신호로 여길 것이다.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등을 향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90도 폴더인사가 화제가 됐다. 자신의 임명장을 들고 와 질병관리청 출범을 격려해준 대통령에 대한 예의였을 것이다. 지난 7월엔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도 90도 폴더인사를 했더랬다. 대통령과 야당 원내대표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방역사령관의 모습이 '방역의 정치 종속'으로 비칠까 봐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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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코로나19 전국민 진단검사 지면기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가진단키트 보급을 통해 코로나19 전국민 진단검사를 주장했다. 한 달에 4억 개인 자가진단키트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한두 달 안에 전국민에 대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100개국 이상에 수출하는 자가진단키트를, 수출국인 우리나라 국민도 써야 한다는 논리였다.주 원내대표의 지적은 상당수 국민들이 갖는 의문을 반영한다. 많은 국민들이 전국민 진단으로 확진자를 가려내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전체 국민 중 확진자만 가려내 방역행정을 펼치면, 방역도 쉽고, 경제활동도 정상화할 수 있다면서다. 당연한 의문이다. 단 전제가 있다.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100%여야 한다.포털사이트의 한 블로거(위니버스)가 이런 의문에 친절하게 답변해놓았다. 이 블로거에 따르면 진단키트의 성능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결정된다. 민감도는 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확률을, 특이도는 비감염자를 음성으로 판정하는 확률을 말한다. 즉 민감도와 특이도가 99%인 진단키트라도, 감염자를 음성으로 판단하고, 비감염자를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이 1%라는 얘기다. 인구 5천만명 중 2%가 감염자라는 가정하에 이 진단키트로 진단을 실시하면, 감염자 100만명 중 1만명이 음성판정을 받고, 비감염자 4천900만명 중 49만명이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이렇게 되면 심각해진다. 가짜 양성자 49만명은 억울한 통제에 갇히고, 국가는 의료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음성 판정을 받는 1만명이다. 이들이 거리를 활보한다면, 그야말로 악몽이다. 현재 민감도와 특이도가 99%인 진단키트 자체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진단키트 승인기준이 민감도 90%, 특이도 95%다. FDA 기준 진단키트로 전국민 진단검사를 하면 상황은 더욱 참혹해질 것이다. 특히 자가진단키트들의 정확도가 70~85% 정도라는 보도가 있었다. 방역현장에서 쓰는 PCR진단키트의 정확도에 한참 못미친다.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개인이 진단결과를 확신하고 행동하는 순간 대참사가 벌어질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