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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최장기 장마와 '4대강 사업' 지면기사
역대 최장기 장마로 난데 없이 '4대강 사업'이 정쟁으로 소환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4대강 정비사업으로 대체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현대 출신 대통령답게 속도전을 펼쳐 착공 2년 만인 2011년 10월 준공했다. 22조2천억원이 들었다.이후 4대강은 정치권의 단골 정쟁거리가 됐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은 수해예방, 수질개선, 수자원 확보, 수변지역 개발 효과가 있는 역사적 치수사업으로 자찬한다. 반면 진보정당과 환경단체들은 역대급 환경파괴사업으로 규정했다. 녹조라떼 논란이 해마다 벌어졌고,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洑) 주변 농민들의 이해도 엇갈렸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홍수조절능력에 대해서는 여야, 시민단체, 학계가 예측과 추측만으로 논란을 이어왔다. 그러다 이번에 섬진강이 범람하고 낙동강 제방이 무너졌다.야당이 섬진강 범람을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탓으로 돌린 건 문제였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수천 명이 길바닥에 나앉은 판에, 약 올리자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망발인가. 그런데 여당이 4대강 사업을 한 낙동강 제방도 무너졌다고 받아치고,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의 홍수조절 효과 분석을 지시했다. 야당의 설화는 마법 처럼 여야 정쟁으로 변했다.이번 수해는 대통령 말대로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인 건 맞다. 문제는 누가 할 것이냐이다.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은 감사원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때마다 각기 다른 4대강 감사결과를 내놓아 공신력을 잃은 상태다. 특히 여당은 원전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에 불만을 품고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회에서 조리돌림까지 한 마당이니, 감사원에 일을 맡길 분위기가 아니다.그래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하지만 여야는 섬진강 범람과 낙동강 제방 붕괴의 원인을 단정하고 있다. 고분고분 결과를 수용할 리 없다. 아마 제3국 전문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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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지면기사
민주정의 발원지인 고대 아테네 시민들은 새해 초에 열리는 민회에서 공직자 추방 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했다. 선출된 권력자들이 독재할 기미가 보이면 선거를 결정하고, 투표를 통해 추방 여부를 확정했다. 추방이 확정되면 국경 밖으로 10년간 추방된다. 추방 후보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적어냈다 해서 도편추방제다. 선출직 권력자들의 독재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였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권력자들은 정적들을 도편추방제로 제거했다. 살라미스 해전 승리로 페르시아로 부터 그리스 전체를 구한 테미스토클레스도 권력 다툼 끝에 도편 추방됐을 정도다.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유권자의 통제는 민주주의에서 큰 숙제다. 뽑아 놓고 보니 반민주적 행태를 보이거나, 범법을 자행하거나, 인격 파탄자이거나, 무능한데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헌법이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보장한 이유다. 국회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법관, 검사를 탄핵소추 할 수 있고,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는다. 최고위 선출직인 대통령과 고위 임명직들이 헌법상 의무에서 일탈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의기구인 국회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그런데 정작 선출직인 국회의원 300명은 유권자의 통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국회 제명과 선거법 등 범법으로 인한 유죄판결 이외에는, 유권자가 중간 심판이 불가능하다. 반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지방선출직들이 주민소환제의 대상이다. 실제 2007년 하남시의원 2명이 주민소환 투표로 직을 잃었고, 단체장들은 중대한 행정과실이 발생할 때 마다 주민소환 압박에 시달린다. 오직 국회의원들만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다 누리는 탓에 막장 국회가 됐다는 개탄도 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총선공약이라며 경쟁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부동산 관련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슈퍼 여당과 자매당의 뜻이 일치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국회 통과는 문제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제안한 헌법개정안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담았다. 지난해엔 국민 80% 이상이 국민소환제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미래통합당도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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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현실로 다가오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 지면기사
인천시 '매립지 2025년 폐쇄' 입장 확고한데경기·서울시·환경부 대안 마련은 뒷전 느긋정치적부담 회피 대체지 용역결과조차 봉인문제는 연장해도 기반공사 늦어져 사용불가지금 수도권 민심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분노하고, 긴 장마에 한숨 짓고, 그보다 더 긴 코로나 빙하기로 죽을 맛이다. 여기에 또 다른 대란을 경고하자니 심란하지만 미안하게도 외면할 수 없다. 예상이 아니라 예정된 대란이라서다. 바로 쓰레기 대란이다.인천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는 수도권 3개 시·도 시·군·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공공시설이다. 원래 2016년에 사용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 즈음 인천시는 예정대로 사용종료를 주장했지만, 서울시와 경기도의 간청으로 2025년까지 사용연장에 합의했다. 인천·경기·서울시와 환경부가 2015년 맺은 4자 협의체 합의문에 서명했다. 연장합의엔 조건이 붙었다. 2025년까지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되, 안되면 현 매립지의 잔여부지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4자 협의체는 약속대로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해 2017년 후보지 물색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결과는 지난해 3월 나왔다. 그런데 용역결과는 지금까지 봉인된 상태다. 단체장들은 이심전심 후보지 공개 이후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회피했다.이제 정치만 남았다. 인천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의 조건 없는 폐쇄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시 자체 매립지 조성과 쓰레기 소각장 신·증설 사업을 공식화했다. 경기도·서울시와 환경부에 2015년 합의의 매립 연장 단서조항을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역대 인천시장에게 수도권매립지는 정치적 종양이었다. 사용 연장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매립지 인근 청라지구의 악취 민원은 해마다 반복된다. 매립 연장 동의는 인천시장의 정치적 자살이다.인천시의 주장대로 수도권매립지가 2025년 폐쇄되면 결과는 초등학교 산수처럼 명확하다. 갈 곳 없는 쓰레기가 발생지에 그대로 쌓인다. 소각하면 된다고? 서울시는 소각장 지을 땅도 없다. 경기도는 땅은 있지만 목숨 걸고 반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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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짖지 않는 개 지면기사
한자는 다양한 언어유희가 가능한 표의문자다. 파자(破字) 유희가 대표적이다. 조선 중종 때 일어난 기묘사화는 '주초위왕(走肖爲王)'으로 압축된다. 주초(走肖)는 조(趙)의 파자인데, 즉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역모사건이다. 훈구파가 사림파의 영수인 조광조를 제거하기 위해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이라고 쓴 뒤 벌레가 갉아먹게 만들어 역모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선 벌레가 꿀만 먹고 글자를 새기지 못했다고 한다. 야사인데 정사보다 명징하다.동음이의어로 본래의 뜻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풍자도 한자에선 무궁무진하다. 최근 법조인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대한문국(大韓文國) 법률 용어집'이 화제다. 백성의 나라 민국(民國)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성을 딴 문국(文國)이라니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내용은 더 가관이다. 사법부(死法腐):법이 죽어 썩고 있다, 법원(法遠):법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獻法): 법을 권력 앞에 갖다바침, 법무부(法無腐):법이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썩었음, 법무부 장관(法無腐 壯觀): 법이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썩어버린 꼴이 볼만하다….정권에겐 불편하고 편파적일지 몰라도 최근 검찰과 법원 발 사건, 사고, 사태와 관련해선 의미심장한 시국풍자다. 지난 주말 검찰인사로 '추(秋)미애' 법무부장관 사람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측근들이 추풍(秋風)에 모조리 날아가고 사면추가(四面秋歌) 신세가 됐다. 그런데 최근 추 장관의 무리한 수사권지휘와 검찰인사로 중도적인 민심의 의구심은 짙어지고, 표적이 된 윤 총장은 도리어 대선주자로 주목받는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추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시중의 부정적 여론, 윤 총장에 대한 동정 여론을 '오캄의 빗자루'(대니얼 데닛,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로 모아 '검찰 개혁'이라는 양탄자 밑에 쓸어넣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외면한다고 보고 있다. 셜록 홈즈는 주인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는데도 짖지 않은 개를 단서로 면식범의 범죄를 추리했다(코난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검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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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탐정 시대'에 대한 우려 지면기사
탐정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셜록 홈즈다.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1887년 '주홍색 연구'로 시작한 추리 소설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파이프 담배를 태우며 박물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단번에 추리해내는 홈즈에 영국 독자들은 열광했다. 코난 도일이 1894년 홈즈가 사망하는 '마지막 사건'으로 시리즈를 끝내자, 영국 전역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홈즈를 살려내라는 청원이 쏟아졌단다. 심지어 모친마저 "셜록은 왜 죽인거냐"고 따지고 나서는 바람에, 코난 도일은 홈즈를 살려내 시리즈를 이어가야 했을 정도다.어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탐정업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1977년 제정된 신용정보법의 탐정 명칭 및 탐정업 금지조항이 삭제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이제 거리 곳곳에 '탐정 사무소' 간판이 내걸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미제사건을 해결해 정의를 실현하는 셜록 홈즈와 같은 명탐정의 시대가 열릴까. 그건 아니다.현행법상 탐정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사나 재판 중인 민·형사 사건의 증거 수집, 피의자 소재 파악은 관련법에 따라 제재받는다. 국가가 소추권을 독점한 법체계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탐정을 고용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면, 탐정은 변호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릴 수 있고 의뢰인은 교사범으로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대신 탐정에게 실종가족 찾기, 소송자료 수집 대행, 보험사기 조사 서비스 의뢰는 가능해진다. 그래서 경찰만 좋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피해 당사자에겐 절실하지만, 경찰에겐 골치 아픈 민원이었던 소소한 사건들을 탐정들이 감당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탐정업은 퇴직 경찰의 노후 대책이 될 수 있어 경찰의 오래된 숙원이 풀렸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사기나 불륜 피해자들에게는 공권력의 서비스로 해결해야 할 사건을,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상한 시장이 열린 셈이다.탐정 자격증 발행을 민간단체가 하는 것도 문제다. 공신력을 담보하기 힘들다. 기왕의 흥신소들이 탐정 사무소로 변신하는 부작용도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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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논리와 억지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 들어 좌우 진영의 대립은 치유 불가능 수준으로 악화됐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는 좌우익 소통과 공존의 논리 대신, '새는 한 날개로도 날 수 있다'는 억지가 자연스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정치권의 논리 실종과 억지 만연이 심각하다. 맞는 말은 맞다고 하는 논리적인 대화가 이어져야 타협이 가능해지고 결론에 합의할 수 있는데, 작금의 정치는 비논리적 억지로 맞는 말도 틀렸다거나 불순하다고 낙인찍고 상대를 진영에 가두고는 끝내기 다반사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례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진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후배 검사들을 격려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언론의 해석은 분분했지만, 말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당의 한 의원이 "윤 총장이 사실상 반정부 투쟁선언을 했다"고 맞받아쳤다.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일'이 '반정부 투쟁선언'이라면, 현 정부가 그런 정부라는 얘기인지 아리송해진다. '맞는 말인데 뜬금 없다'는 반응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제 서울·부산 시장의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인지를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시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을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사실상 검언유착 범죄로 단정했다. 같은 정부의 장관들이 법리를 두고 다른 언행을 하니 법 집행의 논리가 무너진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면 안된다는 맞는 말을 했다가 '동지'들의 비판에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이 절친인 조국 전 장관에게 등을 돌린 이유도 '조만대장경'의 앞장과 뒷장의 논리가 일관성을 상실한데 대한 실망과 좌절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정부 여당의 사례만 든건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여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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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 지면기사
최근 인도에서 전해진 뉴스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각국 방역당국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 경제 중심지 뭄바이의 3개 빈민촌인 다히사르, 쳄브루, 마퉁가 주민 6천936명을 대상으로 혈청조사를 해봤더니, 무려 57%의 주민이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악명 높던 뭄바이 빈민촌이 집단면역 지역으로 변신해 코로나19 안전지대로 주목받는 기적적인 상황이 놀랍다.집단면역은 전염병 유행 집단에서 많은 비율(약 60%)의 구성원이 병원체에 면역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집단 전체의 방역이 완성된다는 의학적 개념이다. 방법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력을 늘리거나, 최대한 많은 인구의 감염을 통해 자연치유자가 느는 것 외엔 없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스웨덴이 초반 감염을 방치하는 집단면역 방역대책을 시행했다 혼쭐이 났다. 집단면역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사망자를 간과한 것이다. 이후 전 세계는 오로지 백신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뭄바이 빈민촌의 집단면역이 신기한 건 빈민촌 이외의 지역민의 항체 보유율 16%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뭄바이 빈민촌의 주거환경은 악명이 높다. 슬럼가인 다라비는 여의도 반 만한 1.7㎢의 면적에 100만명이 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뭄바이 중산층 지역뿐 아니라 선진국일수록 항체 보유율은 떨어진다. 미국 뉴욕 주민이 21.2%, 스웨덴 스톡홀름 주민이 14% 정도다. K-방역을 자랑하는 우리는 지난달 9일 발표한 조사 결과 3천55명 중 단 1명, 0.03%였다. 코로나19 면역력 0 지대라는 얘기다.생각해보면 예전엔 아이들이 거칠게 자랄수록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었다. 흙을 집어먹고, 누런 콧물을 흘리고, 콩나물 교실에 빽빽이 앉아 공부했어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컸다. 뭄바이 빈민촌의 기적이 실상은 우리가 과거에 무심하게 지나쳤던 기적들 아닌가 싶다. 진화론의 관점에서도 백신 말고는 대책이 없는 위생적인 인류와, 다수의 희생을 무릅쓰고 집단면역을 형성한 뭄바이 빈민들 중 어느 쪽이 자연선택의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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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소설이 된 정치 지면기사
그제 국회 법사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올해 1월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와서 4월에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추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며 끼어들어서다.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상기시키는 질문에 불쾌해진 추 장관이 질문 자체를 '소설'로 폄하하고 조롱하며 맞받아친 것이다.'소설 쓰고 앉아 있네(혹은 자빠졌네)'라는 표현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아무 생각 없이 허무맹랑한 소리를 지어낸다는 비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목숨 걸고 소설을 쓰는 작가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표현이다. 황석영에게 소설은 최소한 "엉덩이로 쓰는" 중노동이다. 김연수는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길 만큼 고통스러운 소설 쓰기를 계속하라고 등을 떼민다"며 "큰일 났다"고 했다.소설이 허구라 해서 소설 쓰기를 거짓말하기 쯤으로 폄하하는 관용적 태도도 소설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소설의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등장인물, 사건, 배경의 개연성으로 현실적인 보편성을 갖는다. 소설은 허구이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진실로 독자를 안내한다. 문학의 효용이다.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팔아 한 편의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들에게 '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는 표현은 모욕적이다.추 장관은 법리에 따라 사실을 밝히는 국가 법무를 총괄하는 장관이다. 윤 의원의 질문이 불쾌해도 소설이냐 아니냐는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 중인 아들의 의혹이 법리에 따라 사실대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 그만이다.그런데 정작 법무부와 검찰을 중심으로 소설 논란의 대상이 된 사건들로, 추 장관의 "소설 쓰시네" 발언은 계속 회자될 듯싶다. 지금 시중에선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사건과, KBS의 오보파동으로 초래된 '권언유착'의혹 중에 '무엇이 소설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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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칼럼] 백선엽, 박원순이 남긴 질문 지면기사
하루사이 유명 달리한 진보·보수진영 명사집권여당, 朴시장은 功·白장군엔 過 부각여성계·野 반발 부르고 국민통합기회 날려文정부·與 최종답안 국민·역사가 지켜볼것공교롭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두 명사가 하루 사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장맛비 속에 어제 진보 진영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장으로 영면에 들었다. 한국 시민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내일엔 보수진영의 백선엽 장군이 육군장으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다.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 낸 호국 영웅이다. 광화문 광장엔 두 사람의 빈소가 나란히 차려졌다. 박 전 시장의 빈소는 서울시가, 백 장군의 빈소는 보수 청년단체가 세웠다. 조문객은 진영으로 분리됐다.박 전 시장과 백 장군의 죽음엔 얼룩이 묻었다. 박원순의 얼룩은 개인적이다. 죽음의 방식과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다.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성추행 고소를 덮었다. 백 장군의 얼룩은 역사적이다.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으로 전쟁 영웅의 고별 행보가 어지러워졌다.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정권의 태도가 중요했다.청와대는 두 죽음에 모두 입을 닫았다. 대신 집권여당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장례에 거당적으로 참여해 박 전 시장의 공(功)을 앞세웠다. 당 홈페이지 전면에 추도 성명을 내걸었고, 거리 곳곳에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는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 백 장군에겐 침묵으로 과(過)를 부각했다. 신분을 숨긴 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개인적 얼룩엔 관대했고, 백 장군의 역사적 얼룩엔 엄정했다. 정권이, 집권여당이 정 반대의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여당은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선양함으로써 여성계와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는 정치적 분쟁을 일으켰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자체는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공인의 선택으로 합당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남겨진 성추행 고소인이 논란의 핵심이다. 피고소인 박 전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졌지만,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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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모성애 지면기사
화산 폭발로 한 순간에 사라진 고대 도시 폼페이는 지금도 발굴이 진행 중인데, 비참하기 짝이 없는 시민들의 화석은 당시의 재앙이 얼마나 순간적이며 참혹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를 끌어안고 그대로 숨진 어머니의 화석은 지옥불 보다 뜨거운 모성애로 감동을 준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금언은 진리다. 위기의 순간에 자녀를 지키려는 모성애가 빛났던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다. 십자가에서 처형된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 '피에타'는 모성을 신성(神性)으로 승화시킨다.동물의 모성애도 인간 못지 않다. 최근 제주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어미 하나가 죽은 새끼 돌고래를 며칠 째 업고 다니는 동영상이 공개돼 큰 감동을 남겼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처음 발견했을 때 새끼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했다고 한다. 이 센터의 김현우 박사는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행동을 계속 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 돌고래를 연구해 '남방큰돌고래'라는 이름을 작명한 그에 따르면 죽은 새끼를 향한 어미 돌고래의 모성이 이전에도 관찰됐다고 한다. 돌고래는 숨을 쉬어야 하는 포유류다.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올려 호흡을 시키려는 동영상 속 어미의 모성애는 인간의 그것과 한치의 차이도 없었다.물론 모성애를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리차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성애를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강조했다.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자(새끼)를 지키려는 유전자의 명령이자, 진화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계는 모성애가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할 것을 경계한다. 프랑스의 시몬 드 보부아르는 "모성은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라고 모성애 담론 자체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생물학적 주장과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모성은 어머니가 있는 한 불변의 인간적 가치이다. 엽기적인 자녀학대 사건이 속출하는 패륜의 시대에는 더더욱 존중해야 할 덕목이다.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우리 사회에 간간이 던지는 사회, 문화적 화두가 묵직하다. 동물학대 논란을 던지고 제주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