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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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오르는 첫걸음… 국토의 뼈대를 보듬으려 '한자리' 지면기사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산림청 '백두대간과 정맥 관리·개선 간담회' 13개 지자체·정부·연구기관 등 38명 모여'정당한 개발-구체적 보호 대책' 균형 모색9개정맥 특별법 보호 없어 개발훼손 계속AI적용 토지피복변화 예측기법 활용 진단지방정부 차원 도시계획·제한조치 논의도"이렇게 많은 부처 관계자분들이, 특히 '정맥'을 주제로 한 자리에 모인 건 30여년 만에 처음 봅니다. 감회가 남다릅니다."'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된 정맥은 어떻게 관리돼야 할까. 국토의 뼈대 백두대간에서 팔도 곳곳으로 이어지는 남한 9개 정맥은 대중에 잘 알려지지도, 특별법으로 보호받지도 못했다. 광활하고 높푸른 산지들은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채석장으로, 골프장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모해 나갔다.필요에 의한 정당한 개발이냐 과도한 파괴를 막을 보호 조치냐 중 어느 한쪽이 정답인 문제는 아니다. 다만 개발 일변도 흐름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들은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에서 각개전투하던 이들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댔다. 막연히 '환경을 보호하자'는 선언적 구호는 없었다. 냉정하게 현황에 맞는 대책이 무엇일지를 두고 2시간 넘게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산림청(청장·남성현)은 지난 5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백두대간과 정맥 관리·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경인일보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기획보도를 계기로 전국 정맥 관리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도·서울시·강원도를 비롯한 13개 지자체와 국립산림과학원, 국립공원공단 등 산림 당국 관계자들까지 모두 38명이 배석했다. 간담회 첫 순서로 김우선 백두대간진흥회 인문학연구소장은 '백두대간 한북정맥의 인문학과 미래가치'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김 소장은 15세기 사료부터 흔적이 남겨져 온 백두대간의 시대별 개념을 설명하며, 예부터 대간과 정맥 구분 없이 모든 산줄기의 가치가 동등하게 규정돼 온 점을 강조했다.특히 한북정맥은 18세기 정조의 언급 기록 등을 토대로 인문학적 가치가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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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북정맥 지키기… 대책마련에 한뜻 지면기사
산림청·지자체, 관리·개선 간담회 한북정맥 훼손 실태를 알린 경인일보 기획보도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산림당국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한북정맥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대책 논의에 나섰다.산림청(청장·남성현)은 지난 5일 오전 10시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백두대간과 정맥 관리·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남한 지역 9개 정맥의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맥은 그동안 특별법으로 보호받는 백두대간과 달리 법률상 보호 근거가 없어 난개발에 노출돼 왔고, 관할 기관마다 책임이 분산돼 일관된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날 산림청 산하기관과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등 산림 당국을 비롯해 경기도와 서울시, 강원도 등 한북정맥이 지나는 13개 지자체 관계자들까지 총 38명이 참석해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특히 산림청은 최근 개발한 과학적 산지관리기법을 한북정맥에 적용한 결과를 이날 간담회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앞서 국립산림과학원은 경인일보 보도 이후 정맥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인공지능(AI) 심층학습기법을 통한 미래 토지피복 변화를 예측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김용관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백두대간과 함께 정맥은 국토 곳곳에 자리잡은 중요한 산줄기로,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백두대간과 남한 9개 정맥의 생태적 가치를 잘 보전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한편, 지도와 기사를 결합해 만든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디지털 스페셜은 QR코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 관련기사 (30년만에 오르는 첫걸음… 국토의 뼈대를 보듬으려 '한자리')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5일 오전 경기도청 북부청사 상황실에서 산림청,국립산립과학원,각 지자체,관련 단체,경인일보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백두대간.정매 관리.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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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북정맥 살리자' 정부·지자체·전문가가 움직인다 지면기사
경인일보 기획보도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로 촉발된 '한북정맥 살리기' 여론에 정부와 지자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북부 주요 시군에 걸쳐 있는 한북정맥은 난개발로 인해 끊기고 파헤쳐져 계속 고유의 형체를 잃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 골든타임'마저 놓칠 수 있다는 데 절박하게 공감한 결과다. 경기북부 지자체들의 공동과제로 세우고, 경기도와 정부를 향한 정책 건의까지 나선다. '한북정맥을 치유하라'는 외침에 반가운 메아리다.경기지역 내 한북정맥 10개 구간 중 8개 구간이 포천과 양주인 만큼 백영현 포천시장과 강수현 양주시장의 의지는 구체적이다. 두 시장은 경기북부 10개 지자체가 참여 중인 경기도 북부권시장군수협의회를 통해 한북정맥 보전 정책을 공동과제로 상정하고 협력하겠다고 뜻을 모았다.포천시는 강원도에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경기도 시작 구간이자 한북정맥 전체 능선(약 160㎞) 중 3분의 1(66㎞) 이상이 자리 잡은 곳이다. 포천시는 지난해 '한북정맥 등산로 실태조사' 관련 용역을 마치고, 지역 등산 명소이자 한북정맥이 지나는 운악산 정상부 잔도길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진행 중인 숲길 정비개념을 확장해 도로 등으로 단절된 능선부를 연결하는 가시적인 정맥 복원사업을 기대하고 있다.양주시도 개발의 상처가 짙은 곳이다. 옥정·회천·고읍지구 등 신도시들이 한북정맥 능선을 가르고 그 위에 올라서 있는 형상이다. 양주시는 그동안 칠봉산, 천보산, 불곡산 등 등산로의 보수·유지 사업을 펼쳐왔지만, 이마저도 일부 구간 사업에 불과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줄기가 끊긴 부분을 어떻게 살릴지부터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 수렴을 출발점으로 삼을 방침이다.산림청은 5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한북정맥 관리·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북부지방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 국립산림과학원 등 산림당국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물론 경기도·서울시·강원도와 산림청 소속 (사)백두대간진흥회도 함께한다. 경인일보 취재팀은 기획보도를 바탕으로 '언론이 바라보는 한북정맥'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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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살리기' 정부·지자체 팔 걷었다 지면기사
5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서 간담회 경인일보 기획보도로 촉발된 '한북정맥 살리기' 행렬(5월24일자 1·10면 보도=경기북부 지자체 '한북정맥 살리기' 힘모은다)에 일선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산림청과 국립공원공단 등 정부기관까지 팔을 걷어붙였다.산림청은 오는 5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한북정맥 관리·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연다. 이번 간담회에는 북부지방산림청, 서울국유림산림소, 국립산림과학원 등 산림당국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참여한다. 지자체 단위로는 한북정맥 구간을 지나는 경기도와 서울시, 강원도가 참여하며 산림청 소속 (사)백두대간진흥회도 함께 논의테이블에 앉는다.이번 간담회에선 각 기관이 인식하는 한북정맥의 가치를 공유하고, 전문기법에 기반한 구체적인 관리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또 소관별 한북정맥 관리 현황과 향후 개선사항에 대한 토론도 진행된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은 공론화의 계기가 된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기획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언론이 바라보는 한북정맥'에 관한 발표를 맡는다.특히 정맥 관리 대책을 주제로 정부와 지자체 등 모든 관계당국이 한데 모이는 자리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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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북정맥의 인문학적 가치와 보전 필요성 지면기사
조선사회 역사서·고지도에 중시한 흔적마루금 일대 군부대·철조망 등 너무 많아대규모 신도시 개발로 '길거리 정맥' 자조장명산, 백두대간 성지·교육장 거듭나야1792년 9월1일, 광릉으로 향하던 개혁 군주 정조의 어가가 축석령에서 멈췄다. 고갯마루에 선 정조는 멀리 남쪽으로 도봉산 등 한북정맥의 산을 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이 축석령은 백두산의 정간룡(正幹龍)이요, 한양으로 들어서는 골짜기이다. 산의 기세가 여기에서 한 번 크게 머물렀다가 다시 일어나 도봉산이 되고 또 골짜기를 지나 다시 일어나 삼각산이 되는데, 그 기복이 봉황이 날아오르는 듯하고 용이 뛰어오르는 듯하여 온 정신이 모두 왕성한 지역에 모여 있다. 산천은 사람의 외모와도 같은 것이어서 외모가 좋은 산천은 기색 또한 좋다."(정조실록 35권)정조는 '축석령'을 일컬어 '백두산의 정간룡'이라 했는데, 백두산~축석령~도봉산~삼각산~왕성(한성)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용이나 봉황과 같은 신비로운 생명체에 견주었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틀어 왕이 직접 정맥 고갯마루 지세를 백두대간을 빌려 이야기한 것은 정조의 경우가 유일하다. 정조의 발언은 이미 조선 사회에서는 최소한 지식층을 중심으로 백두대간 개념이 일반화되어 있었으리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당시 지리 인식은 '동국여지승람'과 '여지도서', '산경표'와 '도리표'를 거치면서 읍치와 진산에 이어졌고, 백두대간으로 완성되었다.역사서뿐만 아니라 고지도를 살펴보면 조선 사회가 한북정맥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여실히 드러나 있다. 1700년대 중엽 편찬된 '해동지도'의 함경도 안변부 군현 지도에서는 '한도대맥(漢都大맥)'이라는 지명이 보인다. '산경표'가 나오기 전에 한북정맥에 붙인 산줄기 이름이다. 1800년 이후에 나온 '광여도(廣輿圖)'에서는 이를 '한도거맥(漢都去맥)'으로 표기하고 있다. 거맥, 대맥, 정간룡 등의 명칭은 여암 신경준의 '동국문헌비고', '여지고'와 '산경표' 이후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정리되었다.한북정맥은 1정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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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뜯긴 한북정맥, 회복은 산 넘어 산… "공존 대상으로…" 북부의 메아리 지면기사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핵심가치 보전, 지방정부 노력은 포천시, 공약사업 숲길 정비 진행중단절 구간 '에코브리지' 조성 등 검토우회 등산로 마련 '종주 인증제' 준비양주시 '치유 공간' 등 가능 사업 실천"SNS·산악연맹 활용해 보전 캠페인"사유림 동의 등 보전사업 난제 산적"道·정부가 정책의 큰 방향 잡아줘야"道북부권시장군수협 '공동과제' 추진"우리 고유의 금수강산을 상처투성이인 채로 미래세대에게 남길 수 없습니다." 경기북부 주요 시군에 걸쳐 있는 한북정맥이 난개발로 인해 끊기고 형체를 잃어가는 것에 맞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보전방안 마련에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경기북부 지자체장들은 "한북정맥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찾아 실행에 옮기겠다"면서 "경기북부 지자체의 목소리를 모아서 정부와 경기도에도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북정맥의 핵심 구간 포천, "연결성의 가치 지켜나갈 것"포천시는 강원도에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경기도 시작 구간이자 한북정맥 전체 능선(약 160㎞) 중 3분의 1(66㎞) 이상이 자리 잡은 곳이다. 경기북부 시군 가운데 한북정맥 산줄기의 가장 많은 비율을 점하는 지역인 만큼 향후 정맥 보호의 '척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백영현 포천시장은 지난 16일 경인일보와 시청 집무실에서 만나 "한북정맥 훼손 실태를 (경인일보 기획) 보도로 구체적으로 알게 된 이후,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지자체장으로서 스스로 반성하고 어떻게 우리의 산줄기를 지켜나갈지 고민부터 했다"며 "현재 남아있는 정맥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과 함께 정맥의 가치를 시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자연과 사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백 시장은 포천시가 진행 중인 숲길 정비사업에서 나아가, 도로 등으로 단절된 정맥의 능선부를 연결하는 가시적인 정맥 복원사업 추진도 고려하고 있다. 백 시장은 '한북정맥 숲길 살리기'를 이미 공약사항에 담은 만큼, 임기 중에 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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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북부 지자체 '한북정맥 살리기' 힘모은다 지면기사
포천·양주 "현실적 보전 방안 강구"시장군수협의회 공동과제 상정키로 경기북부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북정맥 훼손·방치 실태를 알린 경인일보 보도를 계기로 '한북정맥 살리기'에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한북정맥 보전을 경기북부 지자체의 공동과제로 세우고, 경기도와 정부를 향한 정책 건의까지 나서겠다는 방침이다.'한북정맥 기획취재팀'은 지난 16일 백영현 포천시장과 강수현 양주시장을 각 시청 집무실에서 차례로 만났다. 포천시와 양주시는 경기지역 내 한북정맥 10개 구간 중 8개 구간이 속한 곳이다. 이날 두 시장은 "(보도를 통해) 훼손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곤 안타깝고 고민이 깊어졌다"며 "한북정맥을 살리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대안을 찾아 실행하겠다"고 입을 모았다.두 시장은 현재 추진 중인 산림·산지보호사업에서 나아가 한북정맥을 지켜나갈 현실적인 보전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또 경기북부 10개 지자체가 참여 중인 경기도 북부권시장군수협의회를 통해 한북정맥 보전 정책을 공동과제로 상정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더 큰 권한과 예산 여력이 있는 정부와 경기도가 책임 있는 움직임에 나서도록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 관련기사 (혈관 뜯긴 한북정맥, 회복은 산 넘어 산… "공존 대상으로…" 북부의 메아리)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16년 전 한북정맥 훼손상태가 심각하다며 지적된 포천 국사봉 채석장이 복원되지 않은 채 현재도 산 허리를 파헤치며 훼손 중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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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한북정맥 살리기, 늦지 않았다 지면기사
산줄기 훼손을 막자는 데 이견이 있을까.경기북부 주요 시군을 가로지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을 취재하며 만난 공무원들도 이구동성으로 한북정맥의 보전 가치를 말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온 고유의 산줄기이자 오염원이 적은 생태자원으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와, 우리와 미래세대가 가까이에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 등 이유는 모두 그럴싸했다.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다. 한북정맥을 살리자는 대의에 공감하면서도 저마다 '피치 못할 사정'을 앞세운다. 산줄기를 살리는 데 만만치 않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부터 백두대간처럼 보호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얘기까지. 듣다 보면 보전을 해야 한다는 이유보다 '한북정맥 살리기를 포기했다'는 속내를 둘러대기 위한 핑곗거리 찾기에 급급한 듯싶다. 산림청과 환경부는 물론, 2008년 한북정맥을 살리겠노라 공언했다 지금껏 무위에 그친 경기도도 마찬가지다.그러는 사이 한북정맥의 신음은 깊어진다.도로·골프장·산업시설에서 나아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신도시들이 정맥을 도려내고 올라섰다. 이제는 훼손정도와 규모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복합훼손지'마저 등장해 그 비율이 한북정맥 전 능선구간의 16.5%에 달할 정도다. 이대로 방치하면 한북정맥 파괴는 시간문제다. 훼손지 확대를 막고, 당장 실행 가능한 보전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산림청과 환경부, 경기도가 한북정맥 보호를 위해 중지를 모으기를 제안한다. 정부 부처마다 산개한 산줄기 보전·복원 사업을 정맥 중심으로 한데 엮고, 공간정보 등 체계를 세운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20여 년 전 '백두대간보호법'이 제정된 배경에 부처 간 협업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북정맥을 비롯한 정맥들의 법·제도 보호책 마련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치유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면 그 어떤 핑계도 소용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조수현 사회부 기자 joeloach@kyeongin.com조수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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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북정맥 보전,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면기사
경기북부 지역을 관통하는 산줄기 한북정맥이 허리가 끊긴 채 신음하고 있다. 한북정맥은 강원도 철원군 1·2 구간을 제외하고 포천(3구간)부터 파주(12구간)까지 경기도에 10개 구간 약 160㎞에 달한다. 한북정맥은 경기도 자연환경의 보고(寶庫)로 칭송받지만, 보전에 대한 관심은 개발 논리 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한북정맥의 경기도 시작 구간인 포천 광덕고개는 산세를 잃은 지 오래다. 음식점 등 상업시설을 겸한 쉼터가 들어서 있다. 인근 공터에는 사유지를 알리는 경고문과 2m 높이의 녹슨 펜스가 발길을 막는다. 도성고개로 넘어가도 등산로는 막혀있다. 5년여 전 골프장이 들어선 뒤부터다. 산허리를 자르고 언제 산이었냐는 듯 완만하게 터를 잡고 성업 중이다. 한북정맥 내 골프장은 2014년 10곳에서 2020년 16곳으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막을 도리가 없다.경기도 끝 능선 구간인 파주 광명산도 훼손이 한창이다. 1990년대 신도시 개발 붐으로 건설용 모래와 자갈을 조달하면서 산허리 절반을 뜯어놓았다. 쓸모를 다한 현재는 절단면에 콘크리트 공장이 들어서 있고 덤프트럭이 모래바람을 날리며 오가기 바쁘다. 반대편을 보면 산업단지가, 저 멀리에는 운정신도시 신축 아파트 뷰다. 장엄한 산줄기는 온데간데없다. 동네 사람들이 자포자기 심정을 담아 이 산을 단명(短命)산이라 부르는 이유다.경기도는 지난 2008년 한북정맥을 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는 경기북부 신도시 개발 붐으로 정맥 훼손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경기연구원이 연구용역을 맡고 그 결과를 토대로 복원사업에 나서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도의 역할은 예산 등에 가로막혀 훼손 현황과 보전 방안을 내놓은 것에 그쳤다. 도의 공언이 무위로 그치면서 무방비 상태에 놓인 한북정맥은 곳곳이 회복 불능 상황에 내몰렸다. 훼손 정도를 판가름하기도 어려운 복합훼손지가 8개소 거리로만 26.4㎞, 전체 산줄기의 16.5%에 달하는데 예산·사유지 재산 문제 등이 보전의 걸림돌이다.산림청이 2020년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북정맥의 환경적 가치는 연간 3조5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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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사업에 '실마리'… 관리체계 일원화·훼손지 조사 시급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4-1·끝)] 지면기사
산림당국 적극행정 펼쳐야 보호법령 미비속 지자체 '안간힘'탐방로 조성·생태축 복원에 최선한정된 예산, 지속가능성엔 의문사유지 재산권 침해 문제도 과제한북정맥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난개발로 인한 훼손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가운데,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산줄기 보전·복원사업이 정맥 살리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다만 이 같은 사업 추진이 지자체 의지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고 예산 문제 등으로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궁극적인 보전을 위해선 정맥에 대한 일원화된 관리체계 마련과 함께 산림당국이 훼손지를 조사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12일 경기도 내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포천시는 한북정맥 능선이 자리 잡은 운악산 정비사업 추진에 앞서 실태조사 및 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포천시는 이 사업을 위한 예산 17억원을 확보했으며 오는 8월에 나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남한지역 9개 정맥 중 하나인 금북정맥이 지나는 안성시는 국립공원공단과의 협약을 통해 안성 칠장산에서 충청북도 경계 지점인 엽돈재까지 28.8㎞가량에 이르는 탐방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안성시는 앞서 지난 2020년 금북정맥 배티고개 구간의 단절된 능선부를 연결하는 생태축 복원사업도 진행했다. 도로로 단절된 능선 구간 위를 생태통로로 연결해 동물의 이동을 자유롭게 했다.정맥의 환경을 보호하고 가치를 지키려는 지자체의 이러한 노력은 보호 법령의 미비 속 무분별한 개발 흐름에 맞설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사업 추진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는 등의 이유로 지속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통상 일선 지자체의 산림, 산지 보전·복원사업의 경우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자체 사업이 아닌 산림청, 환경부 등 예산 보조가 가능한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산줄기 연구에서 나아가 대규모 예산 투입과 보전 대상지 발굴 등의 적극행정을 지자체들이 산림 당국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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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로 깊어진 상처… 덧나기 전 '생태계 보전' 수술대로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4-2·끝)] 지면기사
산림당국 적극행정 펼쳐야 사유지 문제·미흡한 법체계 원인경기북부 산줄기 자연 훼손 계속 전문가, 정부-지자체 협력 강조국제 생물다양성협약 실천 가치백두대간에서 뻗어나와 경기북부 주요 시군을 관통하는 한북정맥의 상처가 난개발로 깊어지는 사이, 환경보전 가치가 상승하는 역설은 그만큼 한북정맥 보호가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능선 길이가 160㎞에 달하는 한북정맥은 도로, 채석장, 산업단지, 골프장, 군사시설에서 나아가 상업·주거·교통시설 등을 포괄하는 신도시 개발로 훼손되거나 형체를 잃은 곳이 이미 넘쳐난다.지금처럼 정맥을 보호할 법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산림당국과 경기도 차원의 뚜렷한 개선 노력이 없다면, 한북정맥 생태계는 미래 세대에게 남길 수 없는 치유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산림·생태 전문가들은 "정맥의 생태·환경적 가치가 이미 다양한 연구 조사로 확인된 데다가 특히 한북정맥의 경우 수도권과 접해 보전가치가 상당하다"면서 "한북정맥의 보전 방안을 찾는 건 다른 정맥을 보호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이들은 또한 "현재 개발 흐름을 원천 차단하긴 어렵고, 정맥에 자리잡은 사유지 문제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국유지 중심으로 훼손지 확대를 막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지자체들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해 정맥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인 실행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사유지 문제 남아…보전 요구 높은 훼손지부터전문가들은 백두대간과 달리 한북정맥 보호 방안을 찾기 어려운 이유로 사유지 비율이 높은 현실적인 조건을 꼽는다. 훼손이 진행 중이거나 방치돼 있는 산림과 산지가 개인 소유라면 산림 당국이 개발을 막거나 복원을 강제할 근거가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산림청 주관 '한북정맥 자원실태변화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2020년)에서 책임연구를 맡았던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한북정맥은 수도권 개발로 훼손문제가 심각해 보전 필요성이 어느 곳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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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破滅)… 우리 스스로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3-1)] 지면기사
산줄기와 함께 잘려나간 한북정맥 보전 가치 산행길 진입로 군사지역 막히고등산로에 대단지 주택과 골프장백두대간과 함께 생태코스 주목개발로 인해 통째로 사라져 허망기본 보호책도 없이 상징성 외면'호랑이가 스스로 허리를 끊었다'.지난 1일 군포시 한 사무실에서 만난 오병철(64)씨는 '한북정맥 종주'를 진행하며 "답답한 기분이 못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북정맥을 이미 경험한 지인들로부터 등산로가 끊겨 있거나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들은 바 있었지만, 직접 경험한 산행길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그는 백두대간 종주(전 구간 산행)를 마치고 수피령(화천)에서 장명산(파주)에 이르는 한북정맥 종주를 이번달 말을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오씨를 처음 만난 건 그로부터 며칠 전 한북정맥 종주 코스 중 하나인 포천의 국사봉 자락에서였다. 인적이 드문 평일 산행길에서 그는 우연히 만난 취재진과 몇가지 얘기를 나누고 "종주를 진행하고 있으니 따로 약속을 잡자"면서 "등산길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조심하셔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다시 만난 그는 뒤늦게 알게된 9개 정맥(남한 지역) 종주를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삼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북정맥 산행 경험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산행길 중 진입로가 군사지역에 막혀 있고, 등산로가 안내됐던 경로에 대단지 주택과 골프장이 들어서 있어 느닷없이 도심길을 걸었던 기억을 되짚었다. "백두대간과 함께 생태코스로 남은 한북정맥을 넘고 있지만, 생활과 문화의 토대가 된 산줄기들이 개발로 인해 통째로 사라진 것을 눈으로 보니 허망한 기분도 남습니다."물론 이런 아쉬움이 지금의 정맥 능선의 가치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한다. 그는 남은 종주를 충분히 즐길 마음이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일제가 쇠말뚝으로 한반도의 맥을 끊으려 했다는 이 설화적 문구는 그 진위와 별개로 땅을 소중히 여기는 민족의 공감대를 자주 건드렸다. 이는 실제 국가적인 노력으로도 이어졌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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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환경적 가치 '3조원대'… 보물 지키기 "지금이 골든타임"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3-2)] 지면기사
산줄기와 함께 잘려나간 한북정맥 보전 가치 남한전체 정맥 가치 80% 비중 차지개발훼손에도 상대적 중요성 높아관리 필요성·보전 노력 강조 시점사회적 인식 부족·규정미비 숙제한북정맥의 환경가치가 금액으로 연간 3조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한 지역 전체 9개 정맥 가치를 합산한 값의 8할에 가까운 비중이며, 과거 조사 결과 대비 2배가량 상승한 수치다.난개발로 이미 훼손된 정맥들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잔존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만큼, 정맥 관리체계를 정립해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산림청은 지난 2009년부터 백두대간 정맥에 대한 자원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정맥 방문객과 정주민 대상 표본조사 및 산림환경 보존가치 연구 결과 등을 종합해 금액으로 가치를 환산하는 가상가치평가(CVM)법이 적용됐다. 정맥(남한 지역)들은 6개 권역으로 나뉘어 6년 주기로 실태조사가 진행 중이다. 2014년 1차기, 2020년 2차기 실태조사가 마무리된 뒤 현재 3차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한북정맥에 대한 가장 최근 조사는 2020년 진행된 2차기 실태조사다. 이때 한북정맥의 연간 환경적 가치는 금액으로 3조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북정맥을 1회 방문할 때 얻는 가치로 환산하면 1인당 25만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는 전체 정맥들의 2차기 조사 가치평가액 합산값(3조9천670억원)의 77.1%로, 압도적인 비중으로 나타났다. 6년 전인 2014년 1차기 가치평가액(1조5천억원)에 비해서도 2배가량 가치가 상승했다.이는 한북정맥이 수도권과 접해 경험 가치가 높은 데다, 난개발로 훼손된 정맥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전이 잘 이뤄진 결과로 해석된다. 경기 남부지역을 지나는 한남정맥은 같은 2차기 실태조사에서 연간 가치가 3천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북정맥의 11.6%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남정맥 능선의 90%가량은 개발 등으로 인한 훼손지로 평가된다. 산림청은 한북정맥 가치 상승에 대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전이 잘된 숲으로 접근 가능한 점 등이 가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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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부활 '멈춰버린 16년'… 복원·보전 '공허한 메아리'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2-1)] 지면기사
방치된 상흔 '한북정맥' 포천 국사봉 시끄러운 기계소리산줄기 한면 U자형 파먹은 산단아래는 중장비들 분주하게 작업양주 유양동 판잣집·폐공장 즐비경기도의 복구·정비 공언 헛구호무방비 상태로 곳곳은 '회복 불능'경기도는 지난 2008년 '한북정맥을 살리겠다'고 공언했다. 한북정맥 능선을 따라 경기북부 주요 신도시들이 들어서며 정맥 훼손이 우려되던 시기였다. 이에 도는 한북정맥 보호를 위한 연구 용역을 경기연구원에 맡겨 그 결과를 토대로 복원사업 등에 나서겠다고 했다.그러나 도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한북정맥 훼손현황과 보전방안을 담은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도 차원의 복원사업과 제도정비는 추진된 바 없다. 도의 공언이 무위에 그치면서 무방비 상태에 놓인 한북정맥 곳곳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지난달 24일 오전 10시께 포천시 내촌면 국사봉 진입로. 바닥에 널브러진 '한북정맥 등산안내도'를 거쳐 구분선 없는 흙길을 1시간 가까이 올랐다. 산행로 우측 접근금지선이 둘러쳐진 낭떠러지가 나타났고, 희미하던 기계소리는 굉음으로 변해 귀청을 때렸다. 낭떠러지 아래 황토색 절벽과 벌판 이리저리 쌓인 회백색 바위들이 펼쳐졌다. 그 사이로 중장비들이 철골조 시설 사이로 바삐 작업을 이어갔다. 이는 산줄기 한 면을 U자형으로 파먹은 1만㎡(3천평)규모의 일반산업단지 모습이다. 이날 확인한 현장은 과거 경기연구원이 지적한 상태보다 심각했다. '대규모 채석장'이 한 공장 크기로 정맥을 훼손하고 있다고 당시 조사됐는데, 산업단지 규모로 인해 훼손 반경이 커진 것이다.양주시 유양동의 한북정맥 능선면 역시 산 한쪽을 갉아낸 듯 낡은 판잣집들과 벽면이 벗겨진 폐공장들이 즐비했다. 1980년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이곳에 주거촌을 형성한 이후, 가구 공장과 소규모 제조업 공장이 들어찼다. 이어 이 지역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단속이 이뤄지자 폐건물만 남아 과거 모습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한북정맥 훼손지는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연구원과 산림청의 정맥 산림자원 실태·변화조사를 종합하면, 훼손 상태는 나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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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좋은 한북정맥 보호대책… 결과는 '누더기 산줄기'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2-2)] 지면기사
한북정맥 멈춰버린 16년, 방치된 상흔 규제 유명무실… 피해 증가 실정백두대간과 달리 법적 조치 미비환경부 가이드라인도 효력 없어생태축 복원 사업서도 대상 제외한북정맥 훼손 실태를 진단하고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유명무실한 조치들만 반복돼 개발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일찌감치 법률로 보호받아 온 백두대간과 달리 정맥을 비롯한 중소규모 산줄기들은 각 기관에 권한과 책임이 분산된 탓에 일관된 관리가 어렵고,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유명무실 규제'… 방치된 누더기 산줄기정맥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실질 규제는 2010년 환경부가 마련한 '백두대간·정맥에 대한 환경평가 가이드라인'이 처음이었다.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백두대간법)'로 보호받는 백두대간과 달리, 정맥은 능선 구간조차 설정되지 않아 개발을 제한할 뚜렷한 근거가 없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정맥 능선축을 중심으로 좌우 300m 이내 영역에서 추진되는 개발사업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형 훼손을 최소화하도록 규제하는 지침서를 만들었다.하지만 이 같은 지침이 마련됐음에도 한북정맥 능선의 개발사업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한국환경연구원의 '환경평가 지원을 위한 주요 능선축 개발계획 분석' 연구자료를 보면, 한북정맥 능선축 146.2㎞의 직접영향권(능선축 좌우 300m 이내)에서 43건의 개발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이는 환경평가 지침이 애초 강제성이나 구속력을 갖추지 않은 '안내서 수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보호구역에서 금지되는 개발사업 유형 등을 규정하긴 했으나, 강제로 금지할 효력은 없었다. 더구나 지침 마련 전 개발 승인돼 충분히 대규모 훼손이 예상됐던 구역에 대해서도 별다른 소급조치가 없었던 한계도 있었다. 실제 이 같은 환경평가 도입에 앞서 사업 승인된 양주 회천·옥정신도시는 계획상 변동 없이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사업을 완료했다.헐거운 지침 탓에 실제 특정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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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끊긴 한북정맥… 난개발로 '山山조각'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1-1)] 지면기사
'포천~파주' 경기북부 관통 산줄기 산림당국·지자체 역할 사실상 전무포장도로가 가로지른 포천 백운산광덕고개엔 등산객 발길 이어지고인근 사유지 표시 철제 펜스 '눈살'파주 장명산 산림 파괴 현재진행형산허리 절반 뜯겨난 신도시개발 붐당시 채석장엔 콘크리트 공장 설립 포천에서 파주까지, 경기북부 지역을 하나로 관통하는 산줄기이자 한강의 주요 물길인 한북정맥이 신음하고 있다. '경기도 자연환경의 보고(寶庫)'라며 한때 모였던 관심은 무한한 개발논리 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백두대간 서남쪽으로 장중히 뻗은 한북정맥은 이제 하얀 맨살을 드러낸 채 곳곳이 잘려 있다.경인일보는 포천 광덕고개에서 파주 장명산에 이르는 한북정맥 경기도 전 구간을 현장 취재했다. 처음과 끝 구간의 조명을 시작으로 훼손된 한북정맥의 현실적인 보전 방안은 무엇일지 짚어본다. → 위치도 참조·편집자 주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지난달 22일 오전 포천시 이동면. 여름이면 구름 인파가 몰려드는 지역 명소인 백운계곡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차로 굽이굽이 걸친 산장 배경의 도로를 15분쯤 오르니 광덕고개로 닿았다.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 지점인 이곳은 백운산 방향으로 뻗은 한북정맥의 경기도 시작 구간이기도 하다.하지만 이곳의 정맥 줄기는 산세를 잃은 지 오래다. 한국전쟁 발발 전에 생긴 군사도로가 지금의 왕복 2차선 포장도로로 이어져 정맥을 가로질러 놓은 탓이다. 정맥 능선이 끊겨 있는 광덕고갯길 양편에는 포천 진입을 알리는 푯말과 강원도를 상징하는 반달가슴곰 형상물이 덩그러니 서 있을 따름이다.문제는 도로가 생긴 이후 변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도로로 통하면서 광덕고개에는 음식점 등 상업시설을 겸한 쉼터가 들어섰다. 백운산 등산로 초입길에 자리잡은 이 쉼터에는 이따금 등산객들이 오고 갔다. 쉼터 인근 공터는 사유지를 알리는 경고문과 함께 방치돼 있다. 사유지를 빙 둘러싼 2m가량 높이의 회색 철제 펜스는 세월을 머금은듯 곳곳이 붉게 물들었고, 그 주변에는 나뭇가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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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논리 칼날에 도려진 '국토의 뼈대'… 맥 끊긴 한북정맥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1-2)] 지면기사
백두대간 파생 '눈에 보이는' 산줄기생태계 양호… 법적 보호 받지못해골프장·상업시설에 자연 크게 훼손사유지·산단 등 등산객 발길 돌려멸종위기종 다수 서식 가치 높아군사시설 곳곳 포진에 등반 제약유네스코 서삼릉 등 보전 필요성문화재 주변 목장 환경오염 계속 한북정맥 경기도 구간의 산줄기가 잘리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건 포천 광덕고개와 파주 장명산만의 일이 아니다.기획취재팀은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한북정맥 훼손유형 연구' 조사에 기초해 4월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2주간 현장을 찾았다. 2008년 당시 연구는 160㎞가량에 이르는 한북정맥 산줄기 중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제 1·2구간을 제외하고 경기도에 속한 포천(제 3구간)부터 파주(제 12구간)까지 총 10개 구간으로 이어진 능선을 대상으로 5개월여간 진행됐다. 취재팀이 현장에서 눈에 담은 양주, 가평, 고양, 파주 등에 걸친 한북정맥의 주요 산줄기는 각종 도로와 택지, 골프장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거나, 여전히 개발이 한창이었다. 등산로 일부는 길의 모양만 겨우 갖췄을 뿐 이정표가 바닥에 뒹구는 등 정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맥, 눈에 보이는 '연결의 가치'한북정맥의 가치를 설명하려면 정맥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정맥은 눈에 보이는 산줄기다. 조선후기 신경준이 편찬한 지리서 '산경표(산의 경계표)'에서 백두대간과 함께 거기서 뻗어나온 13개의 산줄기인 정맥이 체계화됐다. 산이 물을 가른다는 뜻의 '산자분수령'의 원리로 정립된 이 체계는 산지의 연결에 핵심을 둠으로써 '산맥' 개념이 산속의 지질구조에 바탕을 둔 것과 차이를 이룬다. 경기연구원은 "국토를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정맥 개념이 용이하다"면서 한북정맥에 대해 "경기도 자연환경의 보고로서 보전돼야 할 핵심녹지지역"이라고 당시 연구의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왜 한북정맥인가한북정맥은 국토의 '뼈대'인 백두대간에서 흘러나온 정맥 가운데 하나로, 오염원이 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