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 구조견 아롱이도, 유기견 배추도… 좋은 반려인 만나 웃음 되찾았다

    구조견 아롱이도, 유기견 배추도… 좋은 반려인 만나 웃음 되찾았다 지면기사

    [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下) 이혜연·송용암 부부와 인연 맺어순탄치만은 않은 입양 과정 극복각종 동물 자격증 취득하며 준비"한국도 공부하는 문화 정착해야"이달초 강원도 고성의 한 가정집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6년 동안 경기도북부특수대응단에서 119구조견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은퇴한 '아롱이'다. 은퇴 후 아롱이가 여생을 보낼 고성 집에는 아롱이와 함께 뛰어노는 '배추'도 있었다. 배추는 회색 빛깔 믹스견으로, 남양주의 한 공장에서 태어나 길거리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인 부부가 데려왔다고 한다.이혜연(55)씨와 송용암(58)씨 부부가 아롱이와 배추를 가족으로 맞게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구조견 입양자로 선정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동물훈련자격증에 도전했고, 길거리에서 방치된 세월 때문인지 사람을 경계하던 배추를 위해선 기다림의 시간을 견뎠다.그럼에도 부부가 구조견과 유기견 입양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는 2019년 은퇴한 구조견 '케빈'과의 인연을 계기로 꼽았다. 케빈을 입양한 지인의 집을 방문해 케빈을 만난 순간 "우리도 구조견을 입양해보자"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이혜연씨는 "혼자 유튜브 등을 활용한 독학으로 동물행동교정사와 장례지도사 등 자격증을 공부했다. 나라를 위해 고생한 구조견을 꼭 입양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지난해 12월 말에 아롱이 입양을 신청하고 아롱이가 핸들러님과 함께 집에 방문했었는데, 아롱이를 만난 순간 더 큰 확신이 들었다"며 "그렇게 입양이 확정되고, 아롱이를 집에 데려오기로 한 은퇴식 날까지 기다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은퇴식 전날엔 떨려서 잠도 못자 다음날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아롱이를 데리러 갔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부부의 집으로 아롱이가 방문했을 때, 아롱이를 키우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배추 때문이었다고 한다. 송용암씨는 "배추가 원래 산책을 나가도 다른 강아지를 보면 피하거나 숨었는데 아롱이는 처음 만난 것이었는데도 쫓아다니고 잘 어울

  • 19만여마리 구해도 3만7천마리 안락사… "유기, 악순환 끊어야"

    19만여마리 구해도 3만7천마리 안락사… "유기, 악순환 끊어야" 지면기사

    [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下) 용인시동물보호센터 이미 포화상태큰 믹스견 입양 어려워 공간도 협소폭력성·질병 가졌을땐 어쩔수 없어독일에선 면허 등 취득·등록 필수로반려동물 문화·인식개선 시급 지적지난 15일 오후 6시가 다 되어갈 무렵, 용인시동물보호센터로 "유기견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연달아 들어왔다. 각각 고매동과 능원리에서 발견된 1살 가량으로 추정되는 갈색 푸들과 덩치가 큰 흰색 믹스견이었다.신고 접수 다음날인 16일 용인시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두 마리의 강아지는 10일 동안의 공고 기간을 거쳐 이제 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게 됐다.입양이 되지 않으면 이들이 여생을 보내야 할 용인시동물보호센터는 이미 포화 상태다. 현재 센터에는 300여마리의 유기·유실동물이 있는데, 하나의 견사를 2~3마리가 나눠서 쓰고 있을만큼 동물들로 가득 차 있다.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동물들을 위해 마련해둔 '병아리방'이나 적응이 필요한 동물들을 위한 '격리방' 등은 이미 목적을 잃은 지 오래였다. 분류 없이 동물들이 들어가 있고, 원래는 견사로 활용하지 않던 1층 복도에까지 2층으로 켄넬들이 쌓여있다.용인시 관계자는 "보호 중인 유기동물의 수가 늘어 2022년 사무실 건물을 새로 지었지만 여전히 공간이 부족하다"며 "특히 사이즈가 작은 품종견의 경우 입양이 빨리 되는 편이지만, 큰 사이즈의 믹스견들은 입양이 어려워 점점 이들을 보호할 공간이 협소해지고 있다"고 전했다.그러면서 "15일에 접수된 강아지 두마리 중 푸들은 빠른 시일 내 입양될 확률이 높지만, 큰 믹스견은 보호센터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도 덧붙였다.용인시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로 접수된 864마리의 유실·유기 동물 중 215마리는 주인에게 반환됐고, 264마리는 입양됐으며 250마리는 기증, 92마리는 자연사, 34마리는 안락사를 피하지 못했다.입양 홍보를 통해 최대한 입양을 보내고 있지만, 폭력성을 보이거나 질병을 가져서 고통받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진행한다는

  • 얼마나 작고, 예쁘고, 어린가에… 강아지 쇼핑 '얼마'가 결정된다

    얼마나 작고, 예쁘고, 어린가에… 강아지 쇼핑 '얼마'가 결정된다 지면기사

    [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中) 충동구매 부추기는 유리 진열장주먹구구식 가격 책정하는 펫숍동물보호법 개정에도 변화 없어반려동물 산업의 성장 배경은 소위 '펫숍'이라고 불리는 동물판매업의 성장과 연계돼 있다.길거리 펫숍의 유리진열장 속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는 반려동물 충동구매를 부추겼다. 길거리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등에 들어선 펫숍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고르듯 반려동물의 가격과 외모를 비교해 구매했다. 아무런 제재나 노력없이 가장 쉬운 방식으로 반려동물을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가족의 일원'으로서 '입양'한다는 인식은 빠진 채로 말이다.한국에서 펫숍은 1960년대 충무로에서부터 자리잡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펫숍으로 알려진 '애조원'이 명동 재개발에 밀려나 충무로로 자리를 옮기게 되며 충무로 애견거리를 형성했다.이후 펫숍은 '우후죽순' 늘어났다. 2012년 2천152개소에서 2020년 4천159개소까지 늘어났으며 현재는 27일 기준 동물판매업장 3천283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 중 도내에만 1천30개소가 있다.반려산업 성장과 동시에 관련 불법행위들도 수면 위로 드러나자, 동물보호법 개정 등이 이뤄져 지난해부터 동물판매업을 비롯한 동물수입업·동물장묘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지만 펫숍의 풍경은 달리 바뀐게 없다.판매업자는 펫숍에서 적게는 4마리, 많게는 20여마리의 동물들을 유리진열장에 넣어 판매한다. 대부분 태어난 지 2개월 이하의 어린 새끼지만 간혹 나이가 찬 동물들도 있다.문제는 펫숍에서의 가격 책정이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이다. 펫숍마다 가격도 차이가 클뿐더러, '작고 예쁘고 어리면 비싸다'는 주관적인 공식 하나만이 펫숍에 통용된다.가령, 인기가 많은 포메라니안·말티푸(말티즈와 푸들을 교배시킨 믹스견)·비숑프리제 등은 120만원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피부병 등 질환을 가진 6개월령 말티즈는 40만원으로도 팔리고 있어 가격 차이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실제 경기지역 한 펫숍 관계자는 "동물의 나이,

  • '한국형 루시법' 종사자 반발에 지지부진

    '한국형 루시법' 종사자 반발에 지지부진 지면기사

    [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中) 영국서 6개월 미만 판매금지 法 따와경매 퇴출-번식·판매 수요감소 취지법안세부내용 두고 전문가 갑론을박'한국형 루시법'이라고 불리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영국의 '루시법'에서 이름을 따왔다. 2013년 영국의 강아지 번식장에서 구조된 '루시'는 6년 동안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 척추가 휜 채로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뇌전증과 관절염까지 앓다 목숨을 잃었다. 이에 영국은 2018년 루시법 제정을 통해 펫숍의 6개월령 미만 동물 판매를 금지시켰다. → 표 참조■ 고통받는 루시를 없애자. 한국형 루시법은?'한국형 루시법'은 한국에서도 고통받고 있는 '루시'를 없애기 위한 시도다. 한국형 루시법은 이를 위한 첫번째 단계로 경매장 퇴출을 내걸었다. 눈두덩이처럼 불어나 버린 반려동물산업 속에서 고착화된 유통구조가 유발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경매업장을 퇴출시키고, 번식업과 판매업의 수요는 감소시키겠다는 것이다.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의 경매 및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 거래 금지, 동물생산업자의 경우 60개월 이상인 동물의 교배 및 출산 금지·6개월 이상 동물 100마리 초과 사육 금지·유전질환 가진 동물의 교배 및 출산 금지 등의 내용이다.법안을 제안한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실장은 "경매업 퇴출과 생산·판매 일원화가 한국형 루시법의 취지"라며 "생산업자들이 경매장을 거치지 않고도 충분히 직거래를 통해 판매 가능하다. 분양자가 번식업장의 환경 및 모견을 보고 생산업자와 직접 분양을 진행하거나, 생산업장에서 모견과의 충분한 사회화를 거친 뒤 6개월 이상이 돼야만 펫숍에서 판매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생산업자 면허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속도 못내는 루시법. 전문가들도 갑론을박하지만 한국형 루시법은 반려동물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통과한 '개 식용 종식법'이 그랬듯, 관련 산업 종사자들

  • 돈의 논리로 공산품 찍듯… '반려견 산업' 뒷짐진 국가·지자체

    돈의 논리로 공산품 찍듯… '반려견 산업' 뒷짐진 국가·지자체 지면기사

    [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上) 업장 동물보호법따라 허가제 불구좁은 공간 경제적 이익 극대화 반복무자비한 출산에 근친교배 가능성경매장 불투명한데 관리인력 태부족 내 곁의 귀여운 강아지는 어디서 왔을까. 부모는 누구일까. 반려동물은 가족이지만 가족이 우리 곁에 오는 길은 철저히 돈의 논리로 구축된 산업이 바탕에 있다. 반려동물은 번식장-경매장-판매장(펫숍)을 거쳐 판매되며 번식장은 동물생산업, 경매장과 펫숍은 동물판매업으로 분류된다.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 모두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다. 하지만 번식장, 경매장, 판매장 모두에서 비윤리적인 행태가 관찰되며 국가나 지자체는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은 채 이를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아지 '생산', 보호도 감시도 없이 이뤄진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동물생산업장은 2천32곳이고 이중 경기도에 778곳이 있다. 이는 허가받은 번식장만 집계한 것으로 불법번식장이 상존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표 참조동물생산업장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허가제로 운영된다. 법에 따라 시설기준, 관리인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반려동물이 증가하며 규정도 강화돼 왔고 기존 75마리 당 1명이었던 관리인력은 지난해 50마리당 1명으로 기준을 높였다.허가받은 동물생산업장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이미 알려진 여러 구조활동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구조활동이 펼쳐진 화성의 허가번식장의 경우 허가두수는 400여마리였지만 실제론 1천400여마리가 발견됐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 강아지를 밀어 넣고 생산을 반복해온 것이다.지난해 카라가 2곳의 구조활동을 정리한 결과(화성 허가번식장·보령 무허가 번식장)를 보면 모두 224마리 중 176마리(78%)가 치석 및 치주염 등을 앓고 있었고, 정형외과 질환인 슬개골 탈구는 142마리(63%), 외이염 증상은 91마리(40%)에 달했다.자궁수종·자궁축농증·고환암·자궁내막염 등

  • '견권 혹은 이권'… 반려동물 판매 구조에 보호단체 vs 산업계 갈등

    '견권 혹은 이권'… 반려동물 판매 구조에 보호단체 vs 산업계 갈등 지면기사

    [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上) 한국형 루시법 경매장 퇴출 요인복잡한 이해관계 얽힌 유통 원인관련 종사자들 "입법 살인" 반발 하얀 털에 마치 안경을 쓴듯 옅은 갈색 털이 섞인 귀여운 외모, 커다란 눈망울이 자랑인 시추를 두 손으로 안아 들었다. "강아지를 안은 게 맞나?" 싶을만큼 가볍다. 등 길이가 겨우 손 한 뼘 정도에 불과한 이 시추의 무게는 고작 3㎏대. 작은 몸집으로 '콩시추'로 불린다. 콩시추 '브린이'에게 입혀 놓은 옷은 가녀린 몸집 때문에 엄마 것을 입혀 놓은 어린아이처럼 헐렁했다. 다섯 살로 추정되는 브린이는 임신하고 낳고 임신하고 낳기를 반복했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브린이의 새끼들은 경매장에서 비싼 값을 매겨 사회로 보내졌다. 브린이 새끼들은 안경이나 휴대전화에 빗대어 촬영됐고, 사진에는 '작은 사이즈'를 강조하는 홍보 문구가 반드시 실렸다. 귀여운 반려동물이 우리 곁으로 오기까지 이곳, 번식장과 경매장에선 비윤리적인 '생산'과 판매가 이뤄진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 1천500만 시대, 가장 많은 반려견이 태어나는 경기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상황을 따라가 본다. → 표 참조·편집자 주지난달 23일, '한국형 루시법' 토론회가 열린 서울시 마포구에선 때아닌 추격전이 벌어졌다. 루시법은 영국의 한 강아지 공장에서 착취당한 동물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법으로 6개월령 미만 동물 판매 금지 및 직접 거래 강제를 골자로 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를 주축으로 토론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반려동물 산업단체 소속 회원 200명이 건물 앞으로 모여들었다.소요를 우려한 토론회 주최 측은 인근 호텔로 장소를 바꿔 토론회를 열었지만, 현장에서도 동물단체-반려산업인 사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형 루시법'에 담긴 '경매장 퇴출'에 큰 이견이 도출됐다. 반려산업 종사자들은 한국형 루시법을 '입법 살인'이라 부른다. 법이 시행돼 경매업이 퇴출된다면 직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동물생산업자와 '펫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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