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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인수 칼럼] 침묵하는 민심이 심판관이다

    [윤인수 칼럼] 침묵하는 민심이 심판관이다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양념이라 했던 팬덤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기호((嗜好) 수준을 넘어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운명을 결정할 정치 결사로 진화했다. 조국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진보의 표상이 감추어왔던 볼품 없는 민낯은 민망했다. 진보진영은 반성과 성찰 대신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을 표적으로 삼아 서초동을 촛불로 밝혔다. 여당은 이를 민심으로 받들어 윤석열의 검찰을 박해했다.서초동 공간에서 조국은 예수와 맞먹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유시민은 정경심의 PC 반출을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이라 주장했다. 이 공간에서 발언권을 얻어 조국 무죄를 외친 사람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국 수호를 외친 덕분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조국 팬덤이 같은 질량의 윤석열 팬덤을 창조했다. 윤석열이 여당의 표적이 되자, 갈 곳 없던 보수층과 중도층이 표적 뒤로 줄을 섰다. 권력 작용의 반작용이 현직 검찰총장을 대권 후보로 밀어 올렸다. 조국 팬덤이 검찰총장으로 끝났을 윤석열의 운명을 바꾸었다. 팬덤 정당·정치지도자 운명 결정체로 진화그러나 묵언 민심은 결정적 순간 훅 들어와 한국 정치는 맹신적인 팬덤에 갇혔다. 강력한 팬덤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팬덤의 정치적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보장해 줄 인물에게 집중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여당 팬덤 연합체들의 선택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는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로 판단했고, 조국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조국 대체제로 지목했다. 이재명의 손가락혁명군이 여당 내 팬덤을 천하 통일했다.확정된 권위를 허물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투표 집계를 시비 걸어 경선 불복에 버금가는 저항에 나섰지만 사후 약방문이다. 당 지도부가 경선 투표 결과를 수정해 결선투표를 결단하는 순간 당은 쪼개진다. 정치적 자살을 결단하는 바보는 이 판에서 밥을 먹을 자격도 없다. 무엇보다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유일한 희망봉으로 선택한 팬덤 연합체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이

  • [윤인수 칼럼] 대한민국의 서사(敍事)가 사라진 대선정국

    [윤인수 칼럼] 대한민국의 서사(敍事)가 사라진 대선정국 지면기사

    "지금 우리를 분열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치 홍보가들과 정치 선동자들, 정치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오늘 밤 그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진보의 미국, 보수의 미국은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습니다. 흑인의 미국도 백인의 미국도 라틴계 미국도 아시아계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 있을 뿐입니다." 2004년 미연방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깜짝 등장한 버락 오바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념비적인 연설을 한다. '담대한 희망'으로 명명된 이 연설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서사와 미국의 서사를 일치시킨다. "웃긴 이름을 가진 빼빼 마른 아이가 미국에 자신의 자리가 있음을 믿었던 그 희망"이 "(미국이라는) 이 나라의 기반"이라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라는 아프리카 이름으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유색인 상원의원으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된 자신의 서사가 미국이었기에 가능했음을 강조했다. 모든 미국인에게 미국의 가치를 일깨웠다. 국민을 국가에 결속 시켜야 할 지도자들이네거티브 오염·고발사주 의혹 등 분열 참담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오바마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은 후의 심경을 이렇게 밝혀놓았다. "나는 젊고 검증되지 않은 신참을, 흑인일 뿐 아니라 이름 자체에서 낯선 인생사가 연상되는 사람을 믿어달라는 힘든 일을 미국 국민에게 요구했다. (중략)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회를 줬다. 정치 서커스의 소음과 잡담을 뚫고 그들은 뭔가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나의 외침을 들었다. 내가 늘 최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내 안에 있는 최상의 것을 알아봐 주었다. 그것은 우리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국민으로 묶여 있다고, 선의를 지닌 사람들이 뭉치면 더 나은 미래를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오바마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그들의 창조주가 부여한 이양할 수 없는 권리를 타고났다"는 미국 독립선언문의 증거로 자신을 내세웠고, 20

  • [윤인수 칼럼] 국민 수준에 못 미치는 대선 후보 경쟁

    [윤인수 칼럼] 국민 수준에 못 미치는 대선 후보 경쟁 지면기사

    제20대 대통령직을 향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전쟁 같은 정쟁이 한창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은 문심(文心) 획득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 수호 경쟁으로 시작된 세력 다툼이, 이재명·이낙연의 '명낙대전'으로 좁혀지면서 상대를 지우기 위한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강팔라졌다. 지역감정, 조폭연루설, 노무현탄핵 방조, 욕설녹취, 음주운전 등 상대의 원죄를 묻고 여죄를 들추어내는 전면전으로 살벌하다. 이재명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낙연은 동의하면서도 이재명의 도지사 사퇴를 양심의 문제로 강요한다. 휴전은 오래가지 못할테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대어가 입당하면서 진흙탕이 됐다. 초현실적인 성취로 보수진영의 기린아로 떠오른 이준석 대표는 과도한 다변과 새털 같은 행보로 자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실정과 실책이 즐비한 임기 말 정권과의 유리한 싸움 대신, 당 대표인 자가 대표임을 증명하려는 무의미한 시비에 몰두한다. 자존심에 집착해 대의를 잃는 청년의 오류를 바라보는 지지층은 불안하다. 윤석열은 잇단 실언으로 대선주자급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메시지의 진의와 맥락 전달에 번번이 실패하는 언어의 한계가 위험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대어를 가두기에 너무 작은 연못이고, 윤석열은 메기인지 돌고래인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여야 주자 모두 정치 철학 빈약·정책 빈곤민주당 정권 비판적 평가 피하며 질문 외면 대한민국은 선출된 대통령 권력으로 민주주의의 정체성과 국민의 삶을 이어가는 나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정권의 유산을 계승하거나 극복하거나 청산하는 과정을 누적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하다못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박정희 정치적 악업을 기어코 청산하고, 경제성장의 업적은 계승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김대중 정권의 남북협력 기조는 여야 후속 정권이 모두 이어왔다. 민주화를 성취한 87체제 이후엔 수차례의 정계개편으로 민주화 진영과 경제성장 세력이 섞이면서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양립시키는 상식을 유지해왔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핵심도 문재인 정권의 유산 처리이다. 대선주자들

  • [윤인수 칼럼] 정권의 님비가 된 수도권매립지

    [윤인수 칼럼] 정권의 님비가 된 수도권매립지 지면기사

    환경부 '대체지 공모' 최종적으로 실패했다생폐물 직매립·건폐물 금지 등 변죽만 울려사용연장 의지 분명한데 솔직히 말 안한다결단 고통 '차기'로 미뤄… 국민 기억할 것환경부가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에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수도권 쓰레기를 매립하는 인천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신매립지였다. 인천시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 선언에 대한 대응이었다. 3천억원의 인센티브를 걸었지만 지난 1월 1차 공모에 응한 지방자치단체는 전무했다. 지난 9일 마감한 재공모도 마찬가지였다.천문학적 인센티브에도 신매립지 공모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자명하다. 자기 지역에 쓰레기매립지를 들여오는 시장·군수는 주민소환에 걸려 바로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선출직에 영원히 나설 수 없는 지역의 원흉이 될 수 있다. 3천억원의 주민 이익 보다 자신의 정치생명이 더욱 중요하다. 자치단체들이 환경부의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를 비웃었던 배경이다. 환경부는 "추가공모는 없다"고 밝혔지만 '할 수 없다'가 정답이다.대체매립지 공모 무산 직전 환경부는 2026년부터 현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지금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모아 그대로 매립하는 대신, 재활용품을 선별한 뒤 남은 쓰레기를 소각해 재만 묻으라는 얘기다.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하는 생활폐기물량을 80~90% 감축할 수 있고, 그만큼 사용기간은 연장된다는 얘기다. 공모 실패 직후엔 수도권매립지에 건설폐기물 반입 금지를 검토한다고도 했다. 실행하면 생활폐기물보다 훨씬 큰 매립 감축 효과가 발생하고,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한은 더욱 늘어난다. 환경부는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을 연장할 폐기물 감축 대책만 만들어 놓고 대체매립지 확보는 손을 놓아버렸다.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26년부터 소각재만 매립하려면 소각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매립지를 희망하는 시·군이 없듯이, 지자체 소각장을 반기는 읍·면·동도 없다. 경기도에는 내구연한이 다 된 소각장들이 즐비하다. 지자체들

  • [윤인수 칼럼] 시대와 악수한 이준석, 여당은···

    [윤인수 칼럼] 시대와 악수한 이준석, 여당은··· 지면기사

    30대 대표, 한국 정치사의 전대미문 대사변민심 설레고 정치권 요동… 與에 까지 여파첫 행보는 국민과 소통 보수의 과거와 단절지켜보는 시선은 따뜻… 이젠 민주당 차례다30대 야당 대표 이준석.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번도 없었던 전대미문의 대사변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이준석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은 기운에 민심은 설레고 정치권은 요동친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치솟고, 더불어민주당의 젊은 대선주자 박용진이 약진한다. 이준석 효과가 야당은 물론 여당에 미친다.이준석은 13일 백팩을 메고 지하철과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 동네 카페에서 안철수와 만나 합당문제를 논의했다. 공식일정 첫날인 14일엔 아침 일찍 대전 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 참배했다. 대전에서 곧바로 수백㎞ 떨어진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광주의 역사적 상처에 공감하고, 전두환을 비판했다.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야 늦은 오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의힘 의원 전체와 상견례를 마쳤다.동작동 현충원은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참배 1번지다. 대통령이 되려는 자나 된 자, 보수나 진보정당의 대표들이 독립지사와 역대 대통령의 묘역에서 역사적 유훈과 통합의 리더십을 새긴다. 이준석은 이를 뒤로 물렸다. 대신 대전 현충원에서 천안함, 연평해전 등에서 산화한 당대의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소외된 유족들과 함께 눈물 흘렸다. 광주에서는 오늘의 아픔에 동참하고 과거의 상처에 공감하고 보수의 과거와 단절했다. 그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민심과 소통한다. 36세의 나이라 가능한 일이다. 나이가 이렇게 무섭다.북한에 유훈통치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유훈정치가 있다. 진보나 보수나 과거에 집착한다. 진보는 민주화운동 역사 전체를 전유하면서 울타리 밖의 정당과 국민을 반민주 반개혁 세력으로 규정한다. 노무현의 비극으로 결속한 진영은 '내 편'에게만 마음의 문을 연다. 문재인과 조국을 향한 열렬한 편애는 그들이 노무현의 유훈을 계승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보수는 한강의 기적을 일군

  • [윤인수 칼럼] '이재명·윤석열' 구도의 정치적 의미

    [윤인수 칼럼] '이재명·윤석열' 구도의 정치적 의미 지면기사

    민주·국힘 기득권 세력들 '이·윤 흠집내기'둘다 구태와 경쟁·적대통해 정치자산 불려전선은 유리하다… 머리 숙일 이유가 없다마지막까지 지켜내야 정치가 변할 것 같다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도하는 차기 대권 구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의 기득권 세력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를 견제하고 트집 잡고 나섰다.민주당 친문 진영은 대통령 후보 경선 연기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후보 선출 시기를 9월에서 11월로 연기하자는 얘기다. 명분은 후보 조기 선출에 따른 대선 전략 차질이다. 속셈은 이재명의 대안을 찾기 위한 시공간 확보이다. 당헌을 어겨야 하니 명분은 약하다. 이재명의 대안 모색은 절박하니 속셈은 선명하다. 남해군수와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경기도 김포 국회의원을 했던 김두관이 경선 연기론의 총대를 멘 장면은 의미심장하다.국민의힘 영남 친박들은 윤석열을 저격한다. 부산의 서병수는 박근혜 탄핵의 원흉으로 윤석열을 지목했다. 대구의 김용판은 윤석열에게 합류 전 선사과를 요구했다. 젊은 이준석은 자강론을 앞세운다. 유승민, 원희룡은 윤석열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이 정도 반정부 민심이면 나 홀로 정권창출도 가능하겠다 싶었을까.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윤석열을 바라보는 영남 기득권 세력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보수, 중도 민심에 찍소리도 못 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입당을 보채는 것도 모자라, 들어오려면 무릎부터 꿇으라고 정색을 한다.집권여당과 제1야당 내 기득권 집단의 이재명, 윤석열 흠집내기는 역설적으로 '이재명·윤석열' 구도의 정치적 의미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여야의 기득권 세력은 적대적 공생으로 기득권을 지켜왔다. 당은 망해도 그들의 권력은 지켜냈다.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설계하고 만들어냈다. 기득권 내부권력의 위계와 담합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앞세웠다. 이재명과 윤석열 모두 여야 기득권과는 인연이 없다.이재명의 정치적 성장은 눈부시다. 대선 경선에서 실패하고

  • [윤인수 칼럼] 문재인 정권, 국민 삶 속에 스며들라

    [윤인수 칼럼] 문재인 정권, 국민 삶 속에 스며들라 지면기사

    코로나로 일자리 줄고 자영업자 무너지고…내가 죽겠는데 적폐청산·검찰개혁 무슨 소용국민, 자신 삶 외면한 정치과잉 선거로 심판文정부 '위기시대' 자성하고 실수 반복 안돼지난해 4월 이 칼럼 제목은 '절대 권력, 작은 일에 쓰면 안 된다'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의 배타적 입법권력을 차지한 직후였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는 기출문제집"이라며 "당·청이 배타적 권력을 감당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여권의 장자방 양정철은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이해찬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세웠다. 5월 칼럼 제목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통령 권력'이었다. 집권 4년차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를 넘었다. 행정, 사법, 입법권력 독점에 전례없는 임기 말 지지율. "대통령에게 행운일까" 물었다.1년 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위기에 봉착했다. 집권세력 내부에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가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는 자성이 터져 나온다. "그때 '당헌·당규'를 안 바꾸고 그냥 '무공천' 했다면 어땠을까?" 한 언론이 "민주당 내부에서 최근 회자되는 질문"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당원의 성범죄로 인한 보궐선거엔 후보공천을 금지하는 당헌이 있었다. 도덕성을 버리고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공천했지만 선거를 잃었다.대통령과 민주당에겐 뼈 아픈 가정법 질문이 적지 않다. '그때 정권이 조국과 인연을 끊었다면 어땠을까?' 조국을 윤석열에게 맡겨 놓았다면, 대통령의 '마음의 빚'은 남았겠지만 정권이 내로남불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정권의 정의와 공정 지수는 높아지고, 윤석열은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빚'을 자진사퇴로 갚았을 수도 있다. 임기를 마치더라도 정권을 향한 비수(?)가 되는 일은 없었을테다. '그때 180석이 아니라 과반인 150석가량만 얻었으면 어땠을까?' 지리멸렬한 야당이 반성도 없이 획득한 견제의석으로 사사건건 정권에 반대하다가 국정 실패의 책

  • [윤인수 칼럼] 이재명 對 윤석열

    [윤인수 칼럼] 이재명 對 윤석열 지면기사

    대항해 선두경쟁 유지하려면 바다 읽어야대중의 집단적 지성·감성이 '시대정신' 예고대권이라는 신대륙에 인도할 가장 큰 바람그 바람 못 찾으면 민심의 바다는 좌초시켜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직 보너스를 톡톡히 챙겼다. 8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32.4%로 1위에 올랐다(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로 2, 3위를 기록했다. 14.9%였던 1월 지지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총장직을 던진지 나흘 만에 터진 상종가다. 검찰총장 징계 정국이 끝나면서 흐릿해졌던 정치적 존재감이 사직서 한 장으로 훨씬 선명해졌다. 이 지사가 유탄을 맞았다. 총장 징계 정국이 종료되면서 윤석열이 여론의 시야에서 멀어지자 모든 여론조사들이 차기 대권후보 1위로 그를 지목했다.군주민수(君舟民水). 지도자는 민심의 바다에 뜬 배다. 민심의 바다는 너울성 파도가 유난히 심하다. 배는 파도 속에 가라앉아 솟았다 가라앉았다 반복하며 항해해야 한다. 파도의 이랑에 올라탔다 환호하고 고랑에 처박혔다 절망하는 얇은 인격으로는 민수(民水) 항해가 불가능하다. 영국인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대신 그의 정적에게 국가재건을 맡겼다. "전쟁에서는 한 번 죽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 처칠의 통찰은 지금도 유효하다. 윤석열이 뜬다고 이재명이 절망하고, 이재명이 주춤한다고 윤석열이 우쭐할 일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는다는 금언은 여러 번 살 수도 있다는 역설적 맥락을 포함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대권을 향한 대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요체는 파도에 전복돼서 침몰하지 않는 것이다.이 지사에게 윤석열은 항해의 끝에 마주할 파도다. 천운이 따른다면 윤석열 파도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집권여당의 승인이 관건이다. 경선이라는 파도를 무사히 넘어야 한다. 민심의 너울보다 당심의 너울이 더욱 고단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선을, 친문 핵심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치른 이 지사다. 경선은 치열했고

  • [윤인수 칼럼] 김명수 대법원장

    [윤인수 칼럼] 김명수 대법원장 지면기사

    거짓말로 대한민국 양심에 좌절한 국민들'법률 차치' 법·정치 동격인식 정치적 의심자신이 '삼권분립 한 축'임을 스스로 부인대법원 사법정신 훼손 당사자가 치유해야지난해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은 진보진영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런 긴즈버그가 자신의 생애에 흔치 않은 오점을 남겼다.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그가 당선되면 이민 가겠다"고도 했다. 연방대법관의 정치발언에 비난 여론이 일었다. 긴즈버그는 "경솔했고 후회한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우리 같았으면 나라가 뒤집어질 일이다. 대법원의 밤은 촛불로 대낮처럼 환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긴즈버그의 사과로 넘어갔다. 연방대법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은 웬만한 정치 시비로 깨지지 않는다. 미국인은 연방대법관들을 정의의 화신(Justice)으로 존칭한다. 연방대법원장(Chief Justice)은 정의의 수장이고, 8명의 연방대법관(Associate Justice)은 각자가 정의의 일원이다. 미 헌법 3조는 '선한 행동을 하는 한(During Good Behavior)' 대법관의 임기를 보장한다. 악한 행동을 할 리 없다는 믿음으로 종신직을 보장한 것이다.트럼프는 재임 중 한 판사가 자신의 이민정책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놓자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공식 성명으로 답했다. "미국에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는 없다. 우리에게는 자신들 앞에 선 모든 이들을 공평하게 대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의 비범한 집단만 존재할 뿐이다." 연방대법관은 정파가 임명하지만 정파를 초월한 정의의 수호자로 신뢰받기에 연방대법원은 권위를 유지한다. 트럼프를 아무리 미워해도, 트럼프가 법정에 서면 정의에 따라 공평하게 판결할 것이란 신뢰가 있다. 긴즈버그가 죽음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다.우리 대법원도 그랬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겪고서도 대법원은 권위를 존중받았다.

  • [윤인수 칼럼] "살려달라"는 절규에 누가 답할 것인가

    [윤인수 칼럼] "살려달라"는 절규에 누가 답할 것인가 지면기사

    수감자·자영업자 등 생존위협 간절한 외침보선·대선… 국민들 구조손길·반응에 선택여야 정당·인물들 여전히 진영에 갇힌 형국지긋지긋한 정략참호 누가 먼저 탈출할건지누군가 "살려달라"고 하면 즉각 반응하고 구해야 한다. 인지상정이고 사회의 규범이며 국가의 의무다. 바다를 표류하는 조난자에게 총탄을 퍼붓는 짓은 상상할 수 없는 야만이다. 잊어선 안되고 잊힐리도 없다.연말연시 대한민국에서 "살려달라"는 절규가 이어졌다. 서울 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은 창문 밖으로 "살려달라"는 대자보를 흔들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자들도 "살려달라"고 했다. '살·려·달·라'는 네 음절은 생존을 위협받는 인간의 가장 짧은 외침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의 무게는 천근만근이다.동부구치소 수감자들의 "살려달라"는 호소는 목숨을 위협받는 재난현장을 고발했다. SOS 대자보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그들의 공포에 공감하고 반응하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법에 의해 격리당한 사람들이 모인 구치소는 사회적 관심에서도 격리됐고 방역행정에서도 격리됐다. 정부는 신천지교회를 압수수색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집회 주동자를 향해 "살인자"라고 고함쳤다. 코로나19 방역 방해행위를 반사회적 간접살인으로 본 것이다. 그런 정부가 동부구치소를 코로나 소굴로 만들었다. 변명과 사후조치로 봉합할 수 없는 방역실패와 인권유린의 주체가 된 것이다.실내체육시설 자영업자들의 "살려달라"란 투쟁은 경제적 생존을 위한 자구행위이다. 코로나는 1천명이 넘는 국민 생명도 앗아갔지만, 수백만에 이르는 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밥그릇도 깨트렸다. 그래도 국민을 위해 참고 인내한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고, 인내의 끝에서 희생의 공정과 형평이 깨진 현실을 목격한 순간, 그 착했던 사람들이 "살려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철창 시위는 살기 위해 정부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본능적인 생존 의지였다.정부와 방역당국의 자영업 영업제한 규제엔 원칙도 현실도 없었다. 많은 언론이 지적했지만 외면했다. '현실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