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실천 방안을 갖춘 선거 공약인 매니페스토(Manifesto)가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요인을 변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게임의 규칙(rule of game)'으로 완전하게 정착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국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매니페스토 국내 도입후 처음 치러진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 요인은 '인물·능력'이 36.1%를, '정책·공약' 23.7%를 각각 차지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때에는 '인물·능력' 33.3%, '정책·공약' 29.3%로 4년사이 '인물·능력'은 2.8%p 하락했고, '정책·공약'은 5.6%p 상승했다. '정책·공약' 요인은 지난 대선 당시(2012년)에는 30.5%까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책선거를 강조해 온 매니페스토가 후보자를 향한 투표결정 요인을 '인물·능력'에서 '정책·공약'으로 옮겨가게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선거 때마다 정당과 후보들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 공약을 개발해 제시하는데 한계를 드러냈고,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평가해 후보 지지의 판단 기준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

6·2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 '판'을 휩쓴 것은 매니페스토가 아닌 이슈논쟁이었다. 천안함 침몰로 불거진 안보논쟁,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보편적 복지논쟁 등이 대표적이다.

매니페스토가 정당과 후보자, 유권자 사이에 '게임의 규칙'으로 완전하게 정착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토론회에서 "선거기간 동안 (정당과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자유로운 검증과 토론이 펼쳐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공약가계부(대차대조표)'의 공개를 요구하고, 핵심 공약과 우선순위, 그에 따른 소요예산 공개를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