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펜싱 사브르에서 깜짝 스타로 떠오른 이라진(24·인천 중구청)은 늘 '2인자'였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26·익산시청)의 그늘에 늘 가려 있었다.

하지만 이라진은 20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김지연을 15-11로 꺾고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이라진은 경기 초반부터 학교(재송여중·부산디자인고) 선배이자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김지연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는 저돌적인 플레이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아시아에 알렸다.

이라진은 4년 전인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지만 늘 관심 밖의 선수였다. 그해 열린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단체 2위에 이어 2011년과 2012년에는 이 대회 단체 1위를 차지했지만 '단체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라진은 이번만큼은 눈빛이 달랐다. 김지연과의 결승에서 경기 막판 13-6까지 리드한 뒤 김지연에게 내리 4점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지만 막판 집중력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라진은 "초조했다. 지연 언니 실력이 워낙 좋아 이길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다"면서 "하지만 지연 언니가 준결승에서 체력이 많이 소진돼 힘든 것처럼 보였고, 이번만큼은 이기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라진은 23일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