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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칼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

    [춘추칼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 지면기사

    몇 해 전 한 지방자치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의 현안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대화 도중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지역에 좋은 대학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지역의 미래가 더 밝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습니다.” 나는 무슨 뜻인지를 물었고,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이 인재를 길러내도 상당수는 졸업과 동시에 수도권 등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의 구조적 현실에 대한 푸념이었다. 그러나 지역 대학 총장인 내게는 ‘대학이 지역 안에 있으면서도 지역과 함께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뼈아픈 지적으로 들렸다. 그 말은

  • [춘추칼럼] 축제의 주인은 누구인가?

    [춘추칼럼] 축제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면기사

    5월이 되면 대학가는 축제 열기로 들썩인다.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유명 아이돌을 섭외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대부분 대학은 축제 비용으로 1억5천만원에서 3억원 정도를 지출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연예인 섭외비로 나간다고 한다. 한 팀당 수천만 원씩 출연료를 주고 아이돌을 부르는 것이다. SNS에는 매년 ‘대학 축제 라인업’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오르내리고, 어떤 대학이 어떤 아이돌을 섭외했는지가 화제가 된다. 축제가 학생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되고, ‘누가 오느냐’에 따라 축

  • [춘추칼럼] 전작권 전환 조건의 불편한 진실

    [춘추칼럼] 전작권 전환 조건의 불편한 진실 지면기사

    전시 작전 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시기를 두고 한미가 서로 다른 견해를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환수를,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를 주장한다.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검토한 필자로서 감회가 새롭다. 2006년 처음 제기된 전작권 전환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을 달리해 왔다. 그 조건은 첫째 한국군의 군사적 연합방위 지휘 능력 확보,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동맹의 포괄적인 대응능력 확보, 셋째 한반도 및 역내의 안정적인 안보 환경 조성이다. 조건 충족 여부는 세

  • [춘추칼럼] 사라지는 풍경, 남겨야 할 것들에 대하여

    [춘추칼럼] 사라지는 풍경, 남겨야 할 것들에 대하여 지면기사

    해마다 내 가족과 친구들 중 누군가는 한국을 찾는다. 나와 내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와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정겨운 손님이 올 때마다 그들에게 보여줄 장소를 정성껏 고른다. 그리고 내가 왜 이 나라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했는지, 어떻게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내게 되었는지를 다시 이야기한다. 지난주 인천공항에서 가족을 맞이한 뒤 전라남도 일대를 중심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여름의 숨막히는 더위와 성가신 모기가 찾아오기 전, 이 계절 특유의 온화하고 싱그러운 봄의 기운 속에서

  • [춘추칼럼]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춘추칼럼]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지면기사

    넬슨 핸더스의 조언이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인생의 참된 의미는 자신이 그 그늘 아래 앉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 나무를 심는 것이다.” 그의 말을 접했던 순간엔 그저 새기기에 좋은 말로만 생각했다. 어느 날 왕산 산자락에 올라 20여 년 전 내 손으로 일궜던 많은 과수들이 흐드러지게 가지를 늘어뜨린 장관을 접한 순간, 비로소 그의 조언을 몸으로 느꼈다. 체험한 순간이었다. 삽질 한 번에 허리도 한 번 뻐근했던 날들. 묘목들이 이처럼 높이 자라 넓은 그늘을 만들 줄 몰랐다. 심고 싶었을 뿐이다. 사는 일에 치여 내달리던 시절,

  • [춘추칼럼] 균형발전, 에너지와 해양전략에서 답을 찾다

    [춘추칼럼] 균형발전, 에너지와 해양전략에서 답을 찾다 지면기사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확산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 지역에서 나타나는 군사적 충돌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과 다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에너지와 산업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에너지는 더 이상 경제의 한 요소가 아니라 국가 안보 그 자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 수송 경로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 [춘추칼럼] 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춘추칼럼] 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지면기사

    “대학은 정답을 외우는 곳이 아니라 ‘왜’를 묻는 곳입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의문을 품고 나만의 질문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들 때 여러분은 비로소 진짜 성장의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 3일 열렸던 목원대학교 2026학년도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에게 전한 당부다. 이 말은 질문하는 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조언인 동시에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시대에 대학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교육의 본질을 보여주는 메시지였다. 현재 정보를 얻고 해답에 이르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해

  • [춘추칼럼] ‘물이 흐려진다’는 논증

    [춘추칼럼] ‘물이 흐려진다’는 논증 지면기사

    부분-인간화 동물의 윤리를 연구하다가 흥미로운 논증을 본 적이 있다. 부분-인간화 동물이란 이식을 위해 인간의 세포나 장기를 주입한 동물을 말한다. 인간의 간을 이식받기 위해 인간의 간세포를 주입한 돼지가 그런 사례다. 이런 연구에 대해 이른바 ‘물이 흐려진다’는 윤리적 반론이 있다. 인간이라는 집단에 부분-인간화 동물이 들어오면 인간의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영어권 학자들이 든 비유가 흥미롭다. 부분-인간화 동물을 허용하는 것은 졸업 자격이 안 되는 사람에게 졸업장을 남발하여 졸업 자격이 있는 사람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 [춘추칼럼] 대한민국의 생명선 ‘바닷길’이 위태롭다

    [춘추칼럼] 대한민국의 생명선 ‘바닷길’이 위태롭다 지면기사

    중동 전쟁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금세기 최대의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붕괴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며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는 이란이 궁지에 몰리면 종종 써먹는 방법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로가 좁아(양방향 각 3㎞) 봉쇄가 수월하다. 기뢰를 부설하고 연안에서 미사일과 드론, 소형 고속정으로 공격하면 세계 최강인 미국도 대책이 막연하다. 이란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니므로 국제법으로 강제할 명분도 없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해협을 여는 게 전쟁의 목표가 돼버렸다. 이는 2024년 3월 후

  • [춘추칼럼] 고래가 싸우는 세계, 한국의 길

    [춘추칼럼] 고래가 싸우는 세계, 한국의 길 지면기사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승리하고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를 선택했을 때, 세계가 어딘가 불안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변화가 새로운 세계 질서로 굳어지고 있는 시점에 서 있는 듯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하나의 이상을 세웠다.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 않기 위해 힘과 군사력이 곧바로 침략의 정당성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만들자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2026년, 그 약속이 힘을 잃은 것 같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선출된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