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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칼럼] 한 해의 끝에 서서

    [춘추칼럼] 한 해의 끝에 서서 지면기사

    임진강에 혼자 나가 일몰의 빛으로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다 돌아왔다. 강물은 유구한 세월을 흘러도 그 흐름을 멈추는 법이 없다. 공자는 강물 앞에서 “강물이여, 강물이여!”라고 탄성을 질렀다. 계절의 순환에는 오차가 없어 동백과 모란꽃이 피었다 지고 여름엔 배롱나무 붉은 꽃이 피었다가 졌다. 내장산엔 단풍구경에 나선 이들로 북적였다. 우리를 둘러싼 큰 테두리인 정치의 지각 변동이 어느 해보다 컸다. 한밤중 계엄으로 나라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졌지만 곧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내 소소한 일상에 눈에 띄는 변

  • [춘추칼럼] 여기는 딴 나라 같다

    [춘추칼럼] 여기는 딴 나라 같다 지면기사

    앞산 산 밑에 농막을 짓고 사는 사촌 동생 복두가 서울에서 가져온 누룽지 가져가라고 전화왔다. 복두는 나보다 한 살 아래, 초등학교 입학해서 졸업 때까지 같은 반이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몇 해 전 앞산 밭에 농막을 짓고 이따금 와서 기거한다. 밤이 되어 앞산 밑 강 언덕에 불이 켜지면 산이 눈을 뜨는 것 같다. 이따금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를 크게 틀어 놓는다. 아침밥 먹었는데, 앞집에서 복국 끓여 놓았다고 먹으러 오란다. 복국 먹고 있는데, 복두가 누룽지 가져가라고 또 전화한다. 강을 건너갔다. 눈이 날린다. 눈발이 몇 개 얼

  • [춘추칼럼] 전환기에 놓인 한국의 지방자치제

    [춘추칼럼] 전환기에 놓인 한국의 지방자치제 지면기사

    새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지방자치와 분권은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5년과 현재 대한민국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국민 개인당 국민소득은 1만2천565달러에서 3만7천달러로 3배 이상 급상승했다. 수출액도 1천억달러에서 6천839억달러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평균수명은 73.5세에서 83.5세로 10년 이상 늘어났다. 그야말로 경제 선진국에 도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분석한 지방자치 30년 평가 보고서에서도 지난 30년 동안 주민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을뿐만

  • [춘추칼럼] 선호투표제 내년 지방선거부터 실시하자!

    [춘추칼럼] 선호투표제 내년 지방선거부터 실시하자! 지면기사

    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의 1년이다. 한 해에 한 번 있을까 싶은 정치 사건의 연속이었고 그 여파로 민주주의 위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1년은 정치 실패의 가장 나쁜 결과다. 정치의 실패는 갈등 조정 능력의 상실과 소통 단절 그리고 양극화의 극단화를 말한다. 대한민국 공동체 공론장의 완전한 붕괴로 여야는 각자의 에코 챔버(echo chamber) 속에서만 목소리를 계속 높인다. 정책 경쟁보다는 진영 논리와 반사이익의 정치에 몰두한다. 1년은 위로부터의 민주주의의 위기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의 후퇴와 역행을

  • [춘추칼럼] 한 편의 시가 품은 인생 서사

    [춘추칼럼] 한 편의 시가 품은 인생 서사 지면기사

    인류사는 실패의 여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실패의 여정은 인생 서사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난다. 실패는 우리 안으로 침잠해서 머물며 우리 의지를 꺾고 부러뜨린다. 우리는 실패에 꺾이지 않을 도리는 없는데, 그건 인간에겐 실패할 시간이 유한하고 실패에겐 시간이 무한으로 주어지는 까닭이다. 인간 대부분은 크고 작은 실패를 겪으며 그것에 길들여진다. 그것에 길들여지며 자연스럽게 스톡홀름 신드롬 같이 실패에 친화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겪어보니, 인생에서 실패란 일상범백사 중 하나다. 우리는 패배를 반복하며 실패로 얼룩진 인생 서사를 빚는다

  • [춘추칼럼] 이 가을의 끝자락

    [춘추칼럼] 이 가을의 끝자락 지면기사

    아침에 안개가 마을에 가득하다. 가을 아침 안개가 짙은 날이면 그날 날씨는 좋다. 햇살이 맑고 강하고 바람이 좋아 회관 마당에 가을 곡식 널기 좋은 날이다. 아침 산책은 마을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마을 위쪽 길로 걸었다. 집 앞 텃밭에 큰 집 형수가 서리태를 털고 있다. 콩대를 걷어 높이 쌓아 놓고 콩을 털고 있어서 형수님은 보이지 않고, 콩대 두드리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렸다. 콩대 너머로 머리만 보인다. 종길이 아재네 집 마당에 불이 켜져 있다. 딸이 와서 어제부터 조금 이른 김장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인데 사람 말소리가 집

  • [춘추칼럼] 자치경찰제 성공, 경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춘추칼럼] 자치경찰제 성공, 경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지면기사

    “현 경찰조직은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 삼원화 체제다. 그런데 분리만 됐을 뿐 실질화 하지는 못했다. 경찰법상 명시된 지휘·감독권을 경찰 스스로 행사하지 못하는 형편이어서 자치경찰사무는 있지만, 자치경찰은 없다. 현 자치경찰제는 국민의 안전과 치안만족도 제고를 위해 반드시 재설계되어야 한다.” 지난 10월27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자치경찰제 전면시행을 촉구하는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주장이다. 이날, 전국 18개 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자치경찰제 실질화 이행을 강력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도 채택했다.

  • [춘추칼럼] 선호투표제가 대안이다!

    [춘추칼럼] 선호투표제가 대안이다! 지면기사

    내년 지방선거 광역의원 선거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광역의원 선거구 획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때문이다. ‘표의 등가성 실현’이 쟁점으로 하나의 자치구 시·군에 최소 1명 이상의 시·도 의원을 보장하는 취지보다 지방의회 의원의 지역 대표성을 고려할 필요가 더 크다는 의미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인구편차의 상하 50% 기준’에 해당된 전북 장수군과 같은 경우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감소의 지방소멸이 가져온 결과다. 올해 기준 인구 5만명 이하의 자치구는 전국에 5

  • [춘추칼럼] 아무 일없이 지낸 보통의 하루

    [춘추칼럼] 아무 일없이 지낸 보통의 하루 지면기사

    며칠 전 서울역에서 KTX열차를 기다리다가 역내에서 먹잇감을 찾는 연회색 비둘기 두 마리를 보았다. 한 남자가 빵 부스러기를 던지자 비둘기 두 마리가 푸드덕거리며 달려든다. 빵 부스러기를 쪼아 먹은 비둘기들은 다른 먹잇감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린다. 비둘기가 몸집이 아무리 작아도 빵 부스러기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역 구내를 영역으로 삼은 비둘기 두 마리를 바라보며 먹고 사는 일의 고달픔에 생각이 미친다. 한강변에서 비둘기 떼에게 먹이를 주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었다고 나를 호통을 친 이들은 한강변의

  • [춘추칼럼] 징검다리<上>

    [춘추칼럼] 징검다리<上> 지면기사

    내가 태어난 마을은 아주 작다. 마을 앞과 뒤와 옆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좁은 계곡 사이로 어여쁜 강물이 흘러간다. 강물 속에는 크고 작은 바위와 돌들이 놓여 있고, 어른 키를 넘는 깊은 물과 아이들의 무릎도 넘지 않은 깊이의 물이 있다. 그 강물 속에는 물고기가 산다. 새우, 피라미, 임실 각시붕어, 쉬리, 붕어, 쏘가리, 메기, 자라, 잉어, 조개, 다슬기, 징검이라고 하는 앞발이 길고 몸이 큰 강물 새우, 물 새우, 모래밭에 사는 내장이 보이는 흰 모래색 새우, 참게 그리고 작은 물벌레들…. 헤아릴 수 없는 고기들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