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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talk)!세상] 어디로 갈지 모르겠거든 일단 가라

    [톡(talk)!세상] 어디로 갈지 모르겠거든 일단 가라 지면기사

    나날이 각박해지고 파편화되어 가는 현실이다. 사적 안전망은 작동을 멈춘 지 오래고, 사회적 안전망 또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버거운 이들, 이웃도 없고 국가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도록 도울 방법은 없을까?앉아서 기다리는 복지여서는 안된다. 직접 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우선 할 일은 가난한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어야 한다. 동정이나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이해하도록 쉬지 않고 설명해야 한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가난할 권리'다.노숙인은 '직장을 잃고 건강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이지만 실은 돈이나 잠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 '사람이 없는 사람'이다. 빚쟁이에게 쫓길까 봐, 사업에 실패하고 삶의 의욕을 잃어서, 지인이나 가족과의 관계가 깨져서,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진 사람이다. 구조 밖 이탈한 노숙인 인문학은사람과의 관계 회복시켜 주는 일 사회적 관계망 속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삶의 활로를 만들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관계망이 깨진 사람은 불행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노숙인 인문학은 구조 밖으로 튕겨져나간 그들에게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일이었다. 우선은 그들에게 곁이 되어 주었다. "당신에게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당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고, 마침내 그들이 사람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일이었다.거리의 인문학이 올해로 스무 살을 맞았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이래 미혼모와 한 부모 여성 가장, 교도소 수형자, 가난한 어르신, 탈학교 청소년, 장애인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그사이 내겐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20년 동안 줄기차게 활동한 덕분이다.20년을 한 방향만 보고 달려 왔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거든 일단 가라'는

  • [톡(talk)!세상] 스케줄을 보면 정체성이 보인다

    [톡(talk)!세상] 스케줄을 보면 정체성이 보인다 지면기사

    '9월 10일, 오후 5시, OO보고서 제출', '9월 14일, 오후 6시, OO 저녁 약속'. 이와 같은 일정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약속이나 개인적으로 기억해야 할 일 등이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다. 일정들을 살펴보니 몇 가지 특징들이 보인다. 먼저 대부분의 일정들은 잊어버리거나 놓치게 되면 자신에게 해(害)가 되거나 불이익을 받게 되는 일인 것이다. 주로 업무적인 일들이나 경제적인 측면과 관련된 일들이 그렇다. 그래서 전날 또는 몇 시간 전에 이를 알려주는 알람을 설정해 놓기도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지키지 못하면 관계가 훼손되는 일들이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약속을 비롯해서 이메일 회신 등도 포함된다. 물론 한두 번 정도의 일정 조정이나 양해를 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 반복되거나 지켜지지 않는다면 신뢰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른바 동화 속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주로 머지않은 시간에 이루어질 일이라는 것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는 몇 개월 이내의 일정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일정은 주로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측면에서의 일들을 중심으로 선정되고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일정들은 현상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없다. 다만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생긴다.한편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중요한 일들도 저장된 일정들의 특징 중 하나다. 스스로 정한 목표나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예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은 업무적인 측면이나 관계적인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일들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저장된 일정' 이익·관계성 중시대개 단기·미시적 측면서 기록'자신 중심' 조율 중에 아쉬움도 하지만 이러한 성격의 일정들은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뭇 결이 다른 상실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공통점이 있다. 주로 자신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 주로 자신

  • [톡(talk)!세상] 백탑파(白塔派)가 사랑한 백탑을 거닐다

    [톡(talk)!세상] 백탑파(白塔派)가 사랑한 백탑을 거닐다 지면기사

    대한제국 선포 후 고종은 조선을 근대의 나라로 만들고 싶었다. 대한제국 황궁인 경운궁 대한문에 전봇대를 설치한다. 경운궁 궁담길도 전등으로 바뀌는 찰나다. 돈의문에서 흥인지문까지 운종가도 전차를 놓았다. 순수한 우리 자본과 미국 기술로 한성전기회사가 만든 동양 최초의 전차다. 철도도 노량진에서 제물포까지 개통한다. 전차·철도·전기·전화·도로 및 병원 등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파고다(Pagoda) 공원도 생겼다. 탑골공원에 팔각정을 만들고, 최초의 서양음악 공연도 하였다.대한제국 군악대는 음악회도 열었다. 대한제국 국가가 백탑 주변에 울려 퍼졌다. 오가는 사람들이 탑골공원 안 '백탑(白塔)'에 모였다. 백탑은 원각사지십층석탑을 말한다. 백탑은 어디에서나 보이는 심지어 한강에서도 볼 수 있었다. 백탑은 누가 만들었을까. 원각사는 도성 안 가장 큰 사찰이었다. 원각사지십층석탑이 탑골공원을 지키고 있다. 유교의 나라에 큰 사찰이 있었다. 대원각사비도 옆에 있다. 대원각사비를 가까이 보면 두 마리의 용이 날 듯 큰 거북이 미소를 지으며, 꼬리를 살포시 감춘다. 거북이 발가락과 발톱까지 세밀하게 그렸다.600여 년 전 종각 옆에 원각사가 세워졌다. 유교 나라에 불교인 원각사와 대원각사비가 서 있다. 백탑은 600여 년 동안 역사와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세조는 고려 남경에 있던 흥복사를 증축하여 새로운 절로 만들었다. 효령대군 제안으로 회암사 석가모니 사리를 가져와 사리탑도 쌓았다. 도성 안 가장 높은 하얀 탑은 백탑이라 불렸다. 백탑을 보면 사자·용·모란·연꽃·부처·보살상·천인상 등 수많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보면 볼수록 기이하다. 왕실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였다.역사·문화 중심 '원각사지십층석탑'원각사 허물며 만남의 장소 탈바꿈연암 박지원, 탑 주변서 모임 결성젊은이들과 토론하며 북학파 시작'가장 작은것, 가장 본질' 핵심 철학백탑이 있는 곳에 해탈문을 세우니 사동 또는 탑골로 불렸다. 연산군 때 원각사를 연방원이라는 기방으로 만들고, 원각사 건물은 없앴다. 백

  • [톡(talk)!세상] 자살, 생명 경시의 시작과 끝 (1)

    [톡(talk)!세상] 자살, 생명 경시의 시작과 끝 (1) 지면기사

    통계청의 최근 자살률과 관련된 수치를 살펴보면 2021년 10만명 당 자살지수는 26명으로 하루 평균 36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3년 이후 20여년 동안 OECD 국가 중 한 해 빼고는 매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 게다가 이제는 자살 관련 기사가 그저 일어나는 사건 중의 하나로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가 되었고, 자살에 대한 방조와 묵인이 심화되고 있다.사람은 언제 자기 자신의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게 되는가? 자살은 우발적으로도 일어나지만 대부분 실제로 시행이 되기까지는 몇 개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우선,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생각이 깊어지면 계획이 구체화되고 실제 시도까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우리는 자살하려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일종의 자살 시그널, 신호를 보낸다.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거나 삶을 마감하겠다는 문자를 남기는 등의 행동을 하고, 인터넷으로 관련된 검색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하여 동반 자살을 할 사람을 모집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끼리 만나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자살예방법에 따라서 자살을 부추기거나 자살행위를 돕는 정보를 유포하는 경우 처벌을 받지만 이에 반해서 자살을 미화하거나 모방을 유도하는 사진이나 정보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자살에 대한 충동이 높고 실제 실행할 확률이 높은 10~20대들에게 이러한 정보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SNS 상에서 '#ㄷㅂㅈㅅ' 이런 식으로 동반자살을 알리고 구인을 하는 일들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가족의 동반자살'은 부모가자녀 '살해'후 극단선택으로 봐야자녀들 결코 동의했다고 볼 수 없어 그런데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

  • [톡(talk)!세상] 화물칸에 탈 순 없잖소

    [톡(talk)!세상] 화물칸에 탈 순 없잖소 지면기사

    전국 12개 노숙인 시설에서 동시에 진행하게 될 인문학 강좌를 기획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와중에 지인으로부터 겸손하게 처신하라는 말을 연거푸 들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두 번째 듣고 나서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들 앞에 서서 일을 하게 되었으니 더욱더 겸손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나에게 하는 조언이면서 동시에 겸손이 사라진 세태에 대한 한탄이었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에선 당최 겸양의 미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센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생을 내려놓는 교사가 속출하는가 하면, 교육부의 모 사무관은 담임 교사에게 내 아이만 특별하게 대하라 주문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교사 직위를 박탈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는 오랜 일이지만 그렇기로 이건 도시 목불인견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사회 사라진 겸양의 미덕학부모에 시달리다 생 마감한 교사남탓 공방에만 열 올리는 정치권 겸손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기로는 정치권이 뒤질 리 없다. 재판의 선고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의 고교 시절 글까지 파헤쳐 판사의 성향이 어떻네, 정치 판사네 하는 공세를 퍼붓기도 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사가 5선 국회의원에 국회부의장까지 지냈다니 그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겸손, 요즘 사람들은 이런 말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지만,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부모와 선생님, 상사나 선배에게서 귀에 못이 박일 만큼 들어왔던 말이다.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나를 내세우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그게 바로 슬기롭게 사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남을 높이어 귀하게 대하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가 겸손이다. 매사 남 탓을 하기보다 궂은일 생기면 우선 '내 탓이오'하고 외치는 것이 또한 겸손이다.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날씨에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 달랠 길 없건만 연일 터져 나오는 세상 소식이라니 어처구니없는 것들 투성이다. 정치권에선 매사 남 탓 공방에

  • [톡(talk)!세상] 변화는 직선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톡(talk)!세상] 변화는 직선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지면기사

    "사람 잘 안 바뀐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심지어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는다"는 말도 거리낌 없이 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종류의 말이나 표현들은 개인에게 있어 변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변화에 대해 개인의 저항이나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도 있다. 또한 변화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주변에서의 지원이나 지지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변화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까지의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함의 종류는 다양하다. 업무적으로는 일하는 방식이나 문제해결방식 등이 될 수도 있고 관계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 등도 해당된다. 개인적으로는 습관을 비롯해서 생각하는 방식이나 선호하는 것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개인으로 보면 이와 같은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불편함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스스로 이에 대한 필요성을 찾지 못하거나 수용성 등이 없다면 굳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개인 성장은 주변에 긍정적 영향스스로 객관적인 진단 변화 출발점3개월 실행땐 성취감 몸소 느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꼽는다면 먼저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단조로움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 즉 익숙함에서 비롯된다. 물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에게 있어 더 다양한 경험과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애써 차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새로움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일년 내내 같은 장소에 머물고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은 일을 하게 되면 새로움을 느끼거나 이를 마주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물론 새로움이 언제나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움이 없다면 개인의 성찰이나 성장도 제한된다. 한편 현재 상태의 개선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것도 변화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개선

  • [톡(talk)!세상] 광주향교, 왜 하남에 있을까?

    [톡(talk)!세상] 광주향교, 왜 하남에 있을까? 지면기사

    광주는 '남한산성도'에 한강에서 남한산성 너머 곤지암까지 너른 고을이었다. 한강 위 한양도성 안과 밖은 한양 즉 한성부다. 도성 밖 삼각산에서 중랑천까지 모두 양주(楊州)였다. 양주는 도성 밖 흥인지문 지나 회암사까지 끝없이 펼쳐진 도시다. 광주는 한양도성 성저십리 한강 밖 압구정에서 선·정릉과 봉은사 지나 송파나루·삼전도와 광나루까지 모두 다 광주였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지나 한강 변 팔당대교까지 광주다. 광주(廣州)는 한자처럼 한강 아래 넓고 커다란 도시다. 한강 위 북한산성이 있듯, 한강 아래 남한산성이 있다.남한산성은 한양도성에서 한강 건너 남동쪽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남한산성은 외적으로부터 왕을 지키려고 만든 임금 전용 행궁이다. 한양도성 밖 왕의 행궁지가 북한산성과 남한산성 그리고 강화도성과 수원화성에 있었다.인조는 병자호란 당시 광희문에서 왕십리 지나 살곶이다리 옆 전관원에 머문 후 한강을 건넜다. 또다시 광나루에서 송파나루 지나 남한산성으로 가는 곳은 모두 광주 땅이었다. 인조는 신하들과 함께 햇살이 좋은 곳, 아무도 없는 공간, 돌아올 수 없는 남한산성에서 47일을 버텼다. 한양도성을 버리고, 종묘·사직을 모신 후 행궁지 남한산성에서 지냈다. 아쉽지만 한겨울 추위 속 백성들은 전쟁터에 있었다. 이곳이 천혜의 요새 남한산성이다. 인조는 버티고 버텼다. '실천 불가능한 정의' 주전론을 펼치는 김상헌과 '실천 가능한 치욕' 주화론을 주장하는 최명길 사이에서 극도로 고민하며 머리를 싸맨다. 과연 방법이 있었을까? 살길은 무엇이고, 죽을 길은 무엇인가. 추운 겨울 남한산성에서 햇빛이 없는 서쪽 문을 향해 걸어 나선다. 곤룡포를 벗고, 머리를 풀어헤치며 삼전도 굴욕의 시작이 바로 남한산성이다. 병자호란 때 인조, 한강 넘어 도망남한산성까지 가는 길 모두 광주땅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양손을 땅에 댄 후 이마가 닿을 듯 세 번 절하고, 머리를 땅에 아홉 번 조아리며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의 예를 갖추었다.슬프지만 잊을 수 없는 역사의 장소가 삼전도다. 롯데월드가 있

  • [톡(talk)!세상]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가정교육의 중요성

    [톡(talk)!세상]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가정교육의 중요성 지면기사

    우리 사회는 요즘 사건과 이슈 등을 여러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수 있다. 최근 주요 사건과 이슈로는 노인 대상 묻지마 폭행, 신림역 흉기난동,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들 수 있다. 그간 묻지마 범죄와 흉기관련 사건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과 노인을 대상으로 했다면 최근에는 20·30대 신체 건장한 남성들까지 타깃이 되고 있고, 그 방법들이 더욱 지능화되고 잔혹해지고 있다.앞의 두 사건은 윤리와 가치관이 문제이고 오송 지하차도 사건은 재난 안전에 있어 부실 대응과 안전불감증이 문제가 되고 있다.공동체 사회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원인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결국 근본적으로 가정에서의 기본교육과 환경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가정에서 이뤄져야 할 다양한 공동체, 윤리, 가치관 등 중요한 '가정교육' 역시 양육자들(부모 및 가족구성원)의 이해 부족과 시간적 제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양육자들이 청소년기를 겪을 때와 확연히 달라진 사회적, 교육적 상황으로 인하여 양육자 스스로 많은 고민과 학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양육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15~59세 부부 절반이상 맞벌이구조적인 시대변화 '커다란 부담'자녀 접촉 적어져 생각의 개인화 이 같은 양육자들의 상황은 정부 통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10월) 기준 맞벌이 가구는 574만6천 가구로 전년 대비 2만 가구 증가했다.가구주 연령별로 맞벌이 가구 비중 증가율은 15~29세(7.3%p)가 가장 높았으며 30대(0.8%p), 40대(0.4%p), 50대(0.0%p)가 그 뒤를 이었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50대(50대 전체 중 55.2%), 40대(55.2%)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고, 30대(54.2%), 15~29세(50.1%)로 나타났다. 15~59세 부부 절반 이상이 맞벌이를 하는 것이다.이같은 구조적인 시대변화는 양육자에게 커다란 부담을 떠안기게 되었고 자녀와 접촉하는 시간이

  • [톡(talk)!세상] 사의재에서 상념에 젖다

    [톡(talk)!세상] 사의재에서 상념에 젖다 지면기사

    강의차 강진에 내려올 때마다 주막 '사의재'에 들어 아욱국과 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 몇 잔 기울인다. 딴엔 풍류지만, 더러 상념에 젖기도 했다. 강진 유배 초기 다산이 맞닥뜨린 암울하고도 척박한 현실이 사의재라는 당호와 맑디맑은 아욱국 국물에서 고스란히 묻어났기 때문이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모한 '우리가치 인문동행'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문공동체 책고집 이름으로 전국의 노숙인 시설에서 동시에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는 원대한 프로젝트다. 2005년 국내 최초로 노숙인 인문학 강좌(성프란시스대학)가 출범한 이래 전국에서 동시에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숙인 인문학의 출범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을 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졌다. 이후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이 뒤를 이었다. 거기까지였다. 미디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단 인문학은 나날이 보폭을 넓혔지만, 정작 그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이내 사그라들고 말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사회적 관심권에서 더욱 멀어진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쪽방에서, 야산에서 비참한 삶을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을 넘어 지역의 노숙인 수가 늘고, 20대와 30대 젊은 노숙인의 수가 증가했고, 여성 노숙인은 여전히 거리에서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숙인 인문학' 초기 기획 안일대학서 강좌 중단시키는 등 낭패 노숙인 인문학의 전국화를 시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노숙인 인문학은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는 대신 진행 과정에서의 유대와 공감을 지향한다. 실의에 빠진 노숙인에게 다가가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리하여 모두가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야 할 이유를 공유하고, 사람다운 삶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함께 나눈다.강좌를 기획하면서 전국의 노숙인 시설 사람들과 다층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덕분에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강좌가 진행돼왔다. 무리 없이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충분한 연구 없이

  • [톡(talk)!세상] "당신의 커뮤니케이션은 안녕하십니까?"

    [톡(talk)!세상] "당신의 커뮤니케이션은 안녕하십니까?" 지면기사

    상대방과 말이 잘 안 통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생각을 하는 주체는 주로 말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상대방이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고맥락 커뮤니케이션과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일환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 이처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간격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기준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상대방에게 "가급적 빨리 부탁한다"고 말한 상황을 떠올려보자. '가급적 빨리'라는 기준은 전적으로 말하는 사람의 기준이다. 만일 말하는 사람이 '가급적 빨리'라는 기준을 '오늘까지'라고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은 '내일까지'라고 생각했다면 둘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와 함께 자신의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을 넘어 그 기준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 문제다. 개인별로 커뮤니케이션의 스타일은 다르다. 이는 그동안 자신이 속해 왔던 문화나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대화 방식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사람마다 익숙하고 편안하며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존재한다. 그러니 자신의 기준은 그야말로 자신의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준을 일반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은 불통(不通)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또 하나의 걸림돌은 말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기준을 상대방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또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이상 말하는 사람의 기준을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것은 CF나 드라마 속에서는 가능할지언정 현실에서는 조금 다르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차이 발생말하는 사람 본인기준 접근 때문 그렇다면 커뮤니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