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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유시민과 심재철의 기억 지면기사
2016년 3월 이천 부악문원에서 작가 이문열을 만났을 때 그는 '변경'의 후속작으로 80년대를 정리하는 작품을 집필 중이었다. 작업의 진척을 묻는 질문에 대뜸 "골치 아프다"고 푸념했다. "뜸을 너무 오래 들였고 나는 늙어버렸다"며 "그러는 동안 역사가 왜곡된 인식으로 굳어지고 주장과 선동이 역사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라 했다. 대가의 푸념이 낯설어 "전 시대를 정리해 현 시대의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늘 고민스럽지 않은가"라고 다시 물었다. 답변에서 고민의 핵심이 나왔다."기억에는 개인적 기억과 그것이 공유되는 사회적 기억, 후세에 기록될 역사적 기억이 있다"며 "그런데 기억은 변경되고 조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작품을 준비하는 10년 동안 내 주변의 사회적 기억을 확인해왔는데 굉장한 왜곡과 조작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술에 취해 경찰과 치고 받은 젊은 취객이 장년이 되자 전두환 욕을 했다가 경찰에게 맞는 민주화 투사로 변신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무수하니 "그 시대의 사회적 기억을 어떻게 복원하고 해석하느냐가 심각한 고민"이라는 얘기였다.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환한 80년 '서울의 봄'은 서로 다른 기억으로 처연하다. 신군부의 권력장악 시도에 학생운동권이 맞섰던 현장에서 유시민과 심재철은 동지였다. 서슬퍼런 합수부 조사실에 끌려간 이후 4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사회적 기억은 심재철을 변절한 가해자로, 유시민을 피해자로 규정해왔다. 유시민이 당당한 피해자로 그 시절을 방송에서 유쾌하게 회고하자, 심재철은 당시의 진술서를 공개하며 유시민의 기억은 틀렸다고 지적했다.일제 식민시대 이후 100여년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가해의 기억과 피해의 기억으로 분열됐다. 그러나 식민시대, 동란시대, 산업화·민주화 시대의 대혼란을 거치면서 억울하게 가해의 기억에 갇히거나 반대로 피해의 기억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이 무수할 것이다. 그래서 맥락을 살피지 않고 가해와 피해를 일도양단식으로 구분하는 역사인식은 위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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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청와대의 '비대칭 관용' 지면기사
북한이 지난 4일 원산에서 정체불명의 무기를 하늘로 쏘아올렸다. 합동참모본부는 처음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곧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정황상 미사일이 분명해 보이는데 6일 현재까지도 정부의 공식입장은 불상(不詳)의 발사체이다. 불상의 발사체가 미사일, 그것도 탄도미사일로 판정되면 유엔 안보리 결의와 지난해 남북이 합의한 9·19 군사분야 합의를 위반하는 중대한 도발행위가 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외교가 위기에 봉착한다.정부가 북한의 돌발적인 도발을 '단거리 발사체' 수준에서 관리하는 이유는 대북협상을 위한 관용 때문일 것이다. 미국도 우리 측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비핵화)합의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발사체가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그들과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미·북 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청와대의 관용이 미국을 설득한 모양새다.한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6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대한데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우려 역시 경청되어야 한다"고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번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 당시 페이스북에 국회선진화법 처벌조항을 게시하고 외국 록밴드의 노래 '좀비' 영상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패스트트랙 법안 반대는 같지만 상대가 문재인 정부 초대 검찰총장과 자유한국당이라는 점만 다르다.오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보여준 인내심으로 야당과 기업의 주장과 제안에 귀 기울였다면 경제분야의 실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조 수석이 문 총장에게 보여 준 '경청'의 아량을 야당에게도 보였다면 정국이 지금처럼 각박해졌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 내 편을 향한 관용이 우리 내부의 다른 편에게는 심각하게 비대칭적이다. 관용은 누구에게나 대칭적으로 적용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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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동물국회' 유감 지면기사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동물'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국민적 개탄이 자자하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발의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중심 여야 4당과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사당 폭력대치로 국회가 과거 '동물국회' 시절로 회귀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지금 복원된 '동물국회'의 양상이 과거에 비해 심각한 이유는 '말' 때문이다. 양측의 말 폭탄이 몸싸움보다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29일 하루에만도 거두어들이기 힘든 저주의 말들을 쏟아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을 '국회를 못 맡길 도둑놈'이라며 청산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저지투쟁을 '반개혁 정당의 난동'이라고 쏘아붙였다. 한국당의 독설도 만만치 않다. 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발의를 "의회 쿠데타"라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홍위병을 선사하는 공수처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과거에도 여야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격돌하고,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정국이 경색됐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도 협상을 위한 퇴로는 열어놓았다. 협상 주체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은 자제했던 것이다. 여야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여당의 주인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와 7번이나 만났다.동물국회 시절에도 언어의 금도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야 정치는 동물적 행태보다 패륜적 언행이 더 문제다. '난동을 부리는 도둑놈(자유한국당)'과 '정권의 홍위병을 세우는 의회 쿠데타 세력(더불어민주당)'이 타협을 위한 대화를 모색하기는 힘들다.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에게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사안을 해결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발의를 결정하기 전에 대통령의 제안을 실행했으면 '동물국회'는 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말 폭탄과 맞고발 대결로 대화 자체가 당분간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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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이해찬 대표의 '장기집권론' 지면기사
李 정치적 함의는 文정부 지속가능성 실현'총선목표 260석' 진보진영의 연속성 절실現 국정기조 지속성 보수견해 배제로 '흔들'가능성 적은 '장기집권'으로 달성할 일 아냐집권이 목적인 정치결사체인 모든 정당은 장기집권을 꿈꾼다. 정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려는 열망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민심은 웬만하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정 정치세력의 장기집권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부패를 수반한다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일본 자민당의 독주와 독일 메르켈 총리의 14년 집권이 오히려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년, 100년 장기집권론을 강조할 때 여론은 그저 정당의 상식적 희망사항으로 여겨 특별하게 주목하지 않았다. 내년 총선 목표를 260석으로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등에서 집권여당의 오만이라며 날을 세워도 여론은 무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운영의 지향과 연관지어보면 이 대표의 장기집권론은 여권 내부의 절실한 목표가 된다.박근혜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국정을 독주했다. 탄핵 공동운명체인 자유한국당의 견제는 미미했고 신경 쓸 정도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방권력 마저 송두리째 여당으로 넘어왔다. 정부여당의 정치 평원은 확대됐고 여론의 지지는 독주의 촉매가 됐다.경제 분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안착시켰다. 외교분야는 남북 공존 중심으로 재편했다. 한차례 공론조사로 원자력발전을 폐지했고, 검경의 적폐청산은 과거의 의혹들을 소환하고 있다. 대한항공 사주 가족은 멸문의 과정을 거쳐 회사 경영권을 잃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법관사회의 특정 서클 멤버들로 채웠다. 법관의 양심을 의심해서는 안되지만, 특정 서클 소속 법관들은 수시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적 지향을 공표해왔다.정부에 대한 언론환경도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 반박하고 싶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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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대중 - 김홍일 부자 지면기사
아들에게 아버지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사슬로 엮인 숙명적 관계이다. 그리스 로마신화는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 3대의 부친살해를 통해 창세의 혼돈을 정리하고 신들의 세계를 정립한다. 오이디푸스는 부친을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뒤 결국 자신의 두 눈을 찔러 세상과 절연한다. 피를 나눈 부자지간의 비극은 신들이 설계한 운명의 올가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을 보여준다.혈연을 중시하는 동양문화에서도 아버지의 업과 운명은 자식에게 미친다. 정치분야는 특히 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버지 시중쉰이 문화대혁명으로 숙청당하자 15살 나이에 산시성 촌구석으로 하방당해 토굴 속에서 7년을 보내야 했다.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은 과거시험에서 조부 김익순을 신랄하게 비판해 급제했으나, 뒤늦게 조부임을 알고 평생을 방랑했다. 비정한 정치판에서 부자의 운명은 연좌를 피하기 어렵다.지난 20일 작고한 김홍일 전 의원이 부친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길을 함께 한 것도 숙명이었을 것이다. 군부독재의 박해에 시달리는 부친을 두고 다른 길을 모색한다? 언감생심이었을 터이다. 신군부는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두 부자를 함께 감옥에 가두었다. 아들은 투옥 전에 모진 고문을 당했다.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었다. 휠체어 없이 거동을 못했고 언어장애도 심했다.아버지 김대중은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면 뼛속까지 아팠다"는 심경을 자서전에 남겼다. 박지원 의원의 전언대로면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니, 그 정경이 참담하다. 아들이 인사청탁 수뢰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도 아버지는 "홍일이가 유죄를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현금 3천만원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했다니, 아들에 대한 부채의식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김 전 의원은 오늘 발인을 마치고 광주 5·18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조문객의 바람대로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부자의 정담을 마음껏 나누기 기원한다. 엄혹했던 역사에 휘말린 정치적 동지로서가 아니라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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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백두산 분화(噴火) 지면기사
동해 바닷물이 마를 일도 없고 백두산이 닳아 없어질 일도 없다. 애국가 1절은 동해와 백두산을 담보로 대한민국의 영원한 존속을 장담한다. 그런데 동해는 몰라도 백두산은 닳아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어제 국회에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발표자들의 걱정이 예사롭지 않다.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잦은 지진이 발생했던 백두산이 잠시 안정됐다가 지난해 부터 다시 지진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수 포항공대 교수는 "946년 백두산 분화 당시 방출된 화산에너지는 약 840경(1京=1兆의 만 배) 주울(J)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에너지의 16만배, 동일본대지진의 4배"라고 밝혔다.국제 공동연구팀은 2017년 천지 부근에서 발견된 낙엽송 화석의 나이테를 정밀 분석한 결과 백두산 대분화의 시점을 946년 가을에서 겨울 사이로 특정했다. 이전에는 대충 서기 1천년 안팎 쯤으로 추측해 학계에서는 백두산 '천년 분화'로 불러왔다. 백두산 천년 분화 정도의 화산 폭발은 1만년 동안 네 번 뿐이었단다. 100㎦ (1천억㎥)의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를 덮치고 지구 한바퀴를 돌아 그린란드의 빙하에도 쌓였다고 한다. 일본 우익들은 터무니 없이 천년 분화를 고대 한국인 멸종설, 발해 멸망설의 근거로 주장할 정도다.백두산이 천년 전의 대폭발을 일으킨다면 재앙의 규모는 당시 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천지 아래 마그마가 솟구쳐 20억㎥에 달하는 천지 물을 만나면서 엄청난 수증기와 화산재가 지구 전체를 덮쳐 지구환경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중국 국가지진국이 천지화산관측소를 설치해 백두산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우리 학자들은 지금이라도 남북을 포함해 백두산 화산을 감시할 국제공동연구를 주장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도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해 준 모양이다. 백두산이 화산폭발로 닳아버리는 일이 없기를 염원하지만, 남북이 공동 대응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북한의 호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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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고(故) 조양호 회장' 지면기사
2013년 4월 18일 로이터 통신은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의 부고 기사를 타전했다. "약탈적 방법으로 막대한 성공을 거둔 자본가이자 투자가로,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억만장자로 만들어 준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수년간 비판한 조지 소로스가 00세로 00일 숨졌다." 미리 작성해 둔 부고 기사가 실수로 출고된 오보였다. 알렉산드라 페트리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의 부고 기사 촌평이 의미심장했다. "스크루지 영감 처럼 자신을 돌아 볼 좋은 기회다. 기사에서 묘사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면 아직 새 삶을 살 기회가 남아있다."지금 89세의 소로스가 새 삶을 살고 있는지, 로이터가 부고 기사를 대폭 수정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나, 알프레드 노벨은 부고 기사 오보로 사후가 완전히 달라졌다. 생전 자신의 부고 기사에 충격을 받아 노벨상을 제정한 것이다. '죽음의 상인이 사망했다'는 제목 아래 "알프레드는 많은 사람을 빨리 죽이는 방법을 찾아 돈을 모았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오보를 통해 사후 평판을 미리 알게 된 노벨은 '죽음의 상인' 대신 '노벨 상'을 택할 수 있었다.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했다. 최근 수년 간 조 회장 집안은 배우자와 자녀들이 일으킨 갑질 스캔들로 인해 '적폐 가문'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4년 장녀의 '땅콩 회항' 사건을 간신히 수습했지만, 2018년 차녀의 물컵 갑질 사건과 배우자의 '갑질 동영상' 파문으로 침몰했다. 조 회장은 지난 달 27일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최초로 적용돼 대한항공 경영권까지 상실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 간의 과(過)에도 불구하고 항공산업계에 남긴 조 회장의 공(功)은 뚜렷하다. 부친과 함께 대한항공을 글로벌 국적항공사로 키워 낸 경제적 성취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사훈과 어울린다. 남북화해의 물꼬를 튼 평창올림픽 유치에 애썼고, 프랑스와의 민간외교에 남긴 족적도 크다. 인천의 향토기업인으로서 교육분야에 남긴 흔적도 깊다. 전경련과 경총의 추모 분위기는 정중하다.조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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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도마뱀의 꼬리자르기 지면기사
자절(自切)은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한 동물이 몸의 일부를 스스로 절단해 생명을 유지하려는 현상인데, 척추동물로는 도마뱀이 대표적이다. 도마뱀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꼬리를 잘라내주고 줄행랑 친다. 도마뱀이라면 명칭도 꼬리를 도막 도막내고 도망치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도마뱀 꼬리에는 절단될 자리인 탈리절이 있고, 탈리절에는 격막이 있어 절단 후에도 출혈을 막아준다. 절단된 꼬리는 약 3분간 꿈틀대며 포식자의 시선을 빼앗고 그 사이 도마뱀 본체는 안전하게 피신한다. 상처가 아물면 1~2주 후 부터 꼬리가 재생된다니 위험회피를 위한 특별한 진화가 신비하다.문제는 도마뱀의 꼬리자르기가 보통 일이 아닌데 있다. 일부 도마뱀은 꼬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데 이를 잘라내는 일은 목숨을 건 일이다. 또 꼬리는 재생되지만 뼈는 그렇지 않다. 재생된 꼬리의 형상도 처음과는 다른 이형(異形)이거나 심지어 두개의 꼬리가 생기는 기형(奇形)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꼬리자르기는 단 한번만 가능하다. 도마뱀에게 꼬리자르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딱 한번 결단해야 할 절박한 선택인 셈이다. 함부로 도마뱀을 위협해 꼬리를 자르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최근에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관용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버닝썬 사건에서도 회자되더니, 장관 후보자 2명의 낙마와 관련해 야당의 청와대 비판에서도 인용되고 있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포기하거나 범죄의 몸통을 숨기려 조무래기 희생양을 내세우는 행태를 조롱하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는 도마뱀 꼬리자르기 행태가 너무 빈번해 각 분야에서 정상적인 꼬리 대신 이형과 기형의 재생 꼬리를 가진 도마뱀들이 너무 많아졌다. 일생에 딱한번 목숨걸고 꼬리를 잘라내는 진짜 도마뱀이 억울할 지경이다.도마뱀은 꼬리 뿐 아니라 망가진 심장도 재생한다고 한다. 과학계가 이 신비를 풀어 인간 심장치료에 응용하려 한창 연구중이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도마뱀 꼬리자르기'라는 관용구를 '도마뱀 심장바꾸기'라는 관용구로 대체하면 어떨까 싶다. 일이 벌어지면 도마뱀 꼬리자르는 사회 보다는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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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안중근과 동양평화론 지면기사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다오."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언이다. 안 의사는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수감 중이던 뤼순(旅順)감옥에서 일제의 사형집행으로 순국했다. 1909년 10월 26일 일제의 거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하얼빈 의거를 일으킨 지 5개월 만이다.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함으로써 일제의 대한제국 국권 침탈의 불법성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당시 하얼빈은 러시아 조차지(租借地)로 아시아에서 패권을 다투던 일본, 러시아, 영국이 이 사건을 주목했다. 한국과 청나라에 대한 식민 침략을 아시아의 연대로 선전해 온 일본 입장에선 큰 낭패였다.이토 사살 이후 안 의사의 항일투쟁은 재판정으로 이어졌다. "이토 공작(伊藤 公爵)을 적대시"한 이유를 묻는 재판부를 향해 안 의사는 이토의 죄목 15개를 나열했다. 명성황후 시해와 을사늑약 강제 등 대한제국의 국권 침탈 죄목을 빠짐없이 나열했다. 또한 안 의사는 이토를 동양평화 교란범으로 지목했다. 일제는 러일전쟁(1904∼1905년)의 명분으로 동양평화유지를 내세웠지만, 한국의 국권침탈로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안 의사는 유작인 '동양평화론'에서 일본을 "용과 호랑이의 위세로서 어찌 뱀이나 고양이 같은 행동을 하느냐"고 말했다. 동양의 강대국 일본이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환란을 이용해 대한제국과 청나라를 점거한 악행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동양 평화를 위한 의전(義戰)을 하르빈에서 개전하고 담판하는 자리를 여순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토 히로부미 처단을 동양평화를 빌미로 한·중 두 나라의 국권을 침탈하는 일본의 위선적인 정략에 대한 정의로운 전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토와 같은 일제의 정략가들로 인해 독립국가 사이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동양평화가 깨진 사유를 밝힌 역사적 안목은 지금 봐도 예사롭지 않다.사형집행이 당겨지는 바람에 동양평화론은 미완에 그쳤다. 한·일 양국이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완성하는 역사를 써왔다면 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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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내재적 관점으로 우리 내부부터 화해하자 지면기사
보수·진보 대립 '재생불능 과정' 진입 중이념적 내분 친일·친북 굳어질까 두려워'역사적 정의' 수정- '의심' 내려놓길국민 갈라 놓으면 정권탈환이 무슨 소용김영삼 정부부터 계산하면 보수와 진보 진영의 교차집권 기간이 26년이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진영은 각각 3명의 대통령을 세웠다. 우리 현대사의 압축성을 고려하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진영이 이념적 소통과 현실적 공존을 모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재생불능의 화석화 과정에 진입 중이다. 대립의 양상이 정치이익을 실현하려는 정당들의 정략적 기획 수준을 넘었다.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로 개인무장한 대중들의 전면적 대치로 확산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정당들은 '국민'을 강조하지만, 국민은 보수적 시민과 진보적 대중으로 분리 중이다.보수와 진보 진영이 서로를 인식하는 관점은 식민공간과 분단공간을 통해 고착됐다.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바라보는 시선엔 '친일(親日)' 세력에 대한 혐오가 있다. 친일 세력의 후예들이 해방공간의 혼란을 틈타 보수의 가면을 쓰고 역사적 정의를 훼손하고 왜곡한 것도 모자라 온갖 적폐를 누적해왔다고 본다.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인식하는 관점은 점잖게는 '친북', 거칠게는 '종북(從北)이다. 분단공간에서 진보 진영의 민주화 운동이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에 오염됐다고 강하게 의심한다.상대를 향한 두 진영의 혐오와 의심은 올해 들어 거대하게 폭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는 일제의 용어라고 규정하고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고 밝혔다. 진보 진영을 친북, 종북으로 의심하는 보수 진영을 친일 잔재 세력으로 지칭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친일잔재 청산의 대상은 현상이 아니라 세력이 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기사 인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을 언급했다. 인용이라지만 해당 기사에 동의하는 진의는 모두가 안다. 연설에서 현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지칭했을 때 '좌(左)'에 담긴 중의적 의미 또한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