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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도척과 어부의 교훈 지면기사
장자는 유가(儒家)의 허위의식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만물은 본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도와 덕으로 공존할 수 있는 걸, 번거롭게 인의예악으로 질서를 세워 왜 쓸데없이 분란을 만드느냐는 비판이다. 장자 잡편에서 공자가 큰 도둑 도척과 무명의 어부에게 망신당하는 장면은 유가 비판의 결정판이다.공자가 잔인무도한 도척을 교화하겠다고 큰 소리쳤다. 공자는 도척에게 성인의 풍모를 가지고 도둑이라 불리니 애석하다며, 그가 마음만 고쳐 먹으면 존경받는 제후가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도척의 답변 요지가 이랬다. "너야말로 거짓말과 위선으로 세상의 군주들을 홀리며 부귀를 구하니 너 보다 큰 도둑이 없다. 세상 사람들이 너를 도둑이라 부르지 않고 나를 도둑이라 부르니 이해할 수 없다." 공자는 사색이 된 채 허둥지둥 물러났다.공자는 길에서 만난 어부가 현자임을 대번에 알아 본 뒤 "천하의 안정을 위해 각국을 돌면서 유세했지만 여기저기서 박대 받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유를 묻는다. 어부는 공자를 그림자를 떨쳐 버리려 죽을 때 까지 전력질주한 사람에 비유했다. "그늘에서 쉬면 될 걸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겼다"고 애석해 하며, 명성과 업적은 다른 사람에게 주고 제 한 몸 돌보는 것이 좋을 거라 충고한다.유가의 비조인 공자가 큰 도둑과 평범한 어부에게 망신당하고 가르침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실제가 아니라 지어낸 허구다. 또한 춘추 시대의 공자를 전국 시대의 장자가 도둑과 어부를 앞세워 비판했으니, 공자 자신이 반박할 수 없었던 점도 아쉽다. 다만 천하경영에 나선 치자(治者)의 처세를 경계하는 우화로는 효용이 높다.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어제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다"고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해서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며 장관 후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조 후보가 세상을 전력질주 하면서 남긴 발자국이 너무 많다. 대중이 알던 조국과, 그의 그림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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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반도 신 합종연횡 지면기사
진시황이 중국 최초의 황제국을 세우기 전까지 대륙은 전국시대의 혼란을 겪었다. 진(秦)을 비롯한 연(燕), 조(趙), 한(韓), 위(魏), 제(齊), 초(楚) 등 전국 칠웅은 끊임없이 전쟁과 협상의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진이 약진하며 세력 균형이 깨지자 대륙의 혼란과 긴장이 극심해졌고, 이 틈새에서 오직 혀(舌)만 가진 가난뱅이 두 친구 소진과 장의가 기회를 얻었다.소진은 약세에 몰린 6국을 돌며 힘을 합해 진에 맞서자는 합종(合縱)책을 유세했다. 반면 장의는 6국동맹을 각개격파하는 연횡(連橫)책을 진 왕에게 건의했다. 이후 6국동맹과 진나라는 합종과 연횡에 근거한 외교·군사 대결을 전개한 끝에 진의 천하통일로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다고 장의의 연횡이 소진의 합종을 누른 것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세력의 형세나 동맹의 신뢰나 변화하는 국가이익에 따라 합종과 연횡은 얽히고 설키게 마련이다.최근 한반도에서 전통적인 합종연횡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대신 신 합종연횡의 기미가 뚜렷하다. 냉전시대의 한반도는 미국이 중심인 한·미·일 동맹과 구소련이 중심인 북·중·소 동맹, 두 합종 세력의 대립이 팽팽했다. 미·소 양극이 세력 균형을 위해 구축한 동맹은 굳건했다. 그러나 소련 붕괴와 사회주의 국가의 연쇄적인 몰락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넘실댄 것도 잠시,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 이후 사정은 전혀 달라졌다.전통적인 합종연횡 구도라면 미국과 한국은 한·미·일 동맹의 합종으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해야 맞다. 그런데 한·미·일 동맹의 합종연대에 이상기류가 발생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로 미국이 동맹들에 성가신 요구가 많아졌다. 트럼프의 고양이 아베는 한국을 대놓고 무시한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과의 평화협상에 외교를 집중하면서 미, 일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 한·미·일 합종의 대상인 중국과 북한이 이 틈을 타고 자유민주동맹에서 한국을 분리시키기 위해 연횡의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시진핑은 경제로,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전통적인 합종은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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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비육우의 동물복지 지면기사
전주시는 지난 7월 1일 전국 최초로 동물복지 전담부서인 '동물복지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의 수가 증가하면서 동물 유기와 학대도 증가하는 현실에서 전주시민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임무를 전담하는 부서라 한다. 반려동물, 유기동물, 길고양이, 전시동물, 시민참여 등 5개 분야별로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추진한다는 야심찬 조직개편에 전국의 동물 애호가들이 환호했다.반려동물 유기와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면수심을 비난하는 사회적 저항이 커지면서 급기야 동물복지를 전담할 행정조직까지 등장했으니, 전주시를 따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을 이을지 주목된다. 선출직에겐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반려동물 주인들의 환심을 사는 일이 매력적일 수 있어서다. 부모 자식 보다 반려견과 반려묘와의 정서적 유대가 각별해진 문화적 추세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반려동물을 향한 동물권이 확대되고 동물복지가 구체화 되는 추세와 달리 식용동물에 대한 동물복지는 더디기 짝이 없다. 동물보호단체의 개 식용 금지 캠페인이 드세지만 전통적인 식용 가축들의 열악한 사육환경은 동물복지와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에선 소가 특히 그렇다. 원인은 마블링을 기준으로 고기 등급을 결정하는 소고기 등급제다. 대리석 무늬와 같은 마블이 그물처럼 촘촘히 박힐수록 최상품 소고기 대접을 받는다.등급별로 고기 값 차이가 크니 축산농가에선 제한된 시간 안에 소의 지방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좁은 우리에 가두고 사료를 먹이고, 출하 전엔 옥수수 사료만 먹인다. 섬유질이 없는 옥수수 사료를 먹은 소는 되새김질을 할 필요가 없다. 대신 포화지방은 차곡차곡 쌓인다. 지방세포 증식에 방해가 되는 비타민A 공급을 중단해 장님이 되는 소도 많다고 한다.하지만 환상적인 마블링을 얻기 위한 비인도적인 소사육 환경도 개선될 모양이다. 우선 마블링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지방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환상적인 마블링이 심장·혈관질환의 원흉이라는 정체를 드러내면서, '투뿔(1++)'을 향한 소비 열망이 급속히 식고 있다. 마블링이 소고기 등급 기준이 된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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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위험한 '친일 정권 수립론' 지면기사
국민을 '친일-반일' 구분하는 전체주의 발상일본 우익 언론인들 '망언' 무시하면 그만與, 사무라이들 주장 '공론화' 과하고 위험日과 경제전쟁 '총력전' 승리 지혜 모아야 일본이 자국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강제로 중단시켰다.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는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한 현대미술 작품을 한데 모은 기획전이다. 일 정부는 기획전을 통째로 막으면서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가짜 민주주의 국가의 실체를 드러냈다. 정부의 역사인식과 어긋나면 민주주의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마저 유보할 수 있다니 그렇다. 자민당 정부는 민주주의로 선출된 정권의 한시성을 거부하고 군국주의 회귀를 통해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반민주 집단임을 선포한 것이다. 일본의 민주적 대중이 항의하고 저항한다. 하지만 제국 시절을 몽유(夢遊)하는 자민당과 우익의 기세가 워낙 압도적이다.아베는 제국의 광기에 오염된 군국주의자들의 후예다. 미친자와 싸울 땐 같이 미쳐서 싸우면 안된다. 특히 미친자가 힘이 셀 땐 더 그렇다.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형세판단으로 미친자를 진정시킨 뒤 격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 정부가 제국의 감성으로 우리를 압박한다고, 우리 마저 식민의 울분을 소환해 대처할 필요가 없다. 일 정부의 퇴행적 역사관에 같이 춤추면 미친자의 도발에 이성을 상실하고 같이 뻘밭을 뒹구는 형국이다. 그래봐야 미친자와 같이 뒹군 탓으로 미친자 취급 받을 뿐이다.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땅에 친일 정권을 세우겠다는 (일 정부의) 정치 야욕에서 정치 주권을 지키겠다는 것이 국민의 각오"라고 말했다. 장외에서 사견을 전제로 나돌던 일본의 '한국내 친일정권 수립론'이 집권여당의 공식회의에서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현실 정치에 진입했다.'친일정권 수립론'은 전체주의적 논리구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일본이 세우고 싶은 친일 정권이 있다면 현재의 문재인 정권은 반일 정권이라는 얘기다. 이는 반일 정권인 문재인 정권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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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참담한 '사케 논쟁' 지면기사
임진왜란 중에도 조선 조정은 당쟁을 멈추지 않았다. 선조는 도성인 한양을 버리고 파천을 결정했다. 비참한 정경이다. 그런데 개성 쯤 까지 도망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기자 마자 파천이 정쟁거리가 됐다. 당시 조정을 장악한 동인들은 남인과 북인으로 가지를 친 상태. 남인들이 파천에 앞장섰다며 북인 이산해를 탄핵했다. 선조는 이산해와 함께 남인 영수인 유성룡을 파직한 뒤, 서인 정철을 불러들인다. 왜란을 예고한 황윤길이 속한 서인의 영수를 복권함으로써, 왜란은 없다고 단언한 김성일이 속한 동인들을 문책한 것이다.하지만 송강 정철은 병사하자 마자 모든 관직을 빼앗기고, 전쟁을 지휘하던 유성룡 등 동인들이 다시 중용된다. 그런 유성룡도 명나라 사신직을 거부하다가 북인들에 의해 영의정에서 쫓겨난다. 왜적 대신 내부를 향한 문신들의 무의미한 설전(舌戰)이 한창일 때, 야전에선 이순신이 백의종군에 시달리고 원균은 조선함대를 잃었다. 이순신 배 12척의 배경은 참담하다. 전쟁후 동인계열 북인이 정권을 장악하지만 이들도 곧 대북과 소북으로 갈라졌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일식집 사케 논란이 시끄럽다. 이 대표의 사케 반주에 대한 보수 야당들의 비난은 지나치다. 음악과 한식으로 무장한 한류의 세계적 확산에서 보듯이 글로벌 식문화에 국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일식도 우리 식문화의 일부다. 여당도 책임이 있다. 여당과 청와대는 한일 경제전쟁 과정에서 적극적인 반일 의지를 강조해왔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죽창가'를 언급하며 '이적과 애국', '친일파'의 기준을 제시했다. 야당의 사케 공세에 조 전 수석은 '전국의 일식집이 다 망하기 바라느냐'고 일갈했지만, 일식집에서 사케, 아니 국산 청주 한잔 하기 힘든 분위기를 누가 만들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왜군에 쫓겨 나라가 절단난 마당에 왕의 피란 책임을 따지는 시비나, 여당 대표의 일식집 오찬 반주가 사케인지 국산 청주인지 가리는 시비가 모두 졸렬하고 처참하다. 정쟁이 전쟁을 압도하는 비현실적인 16세기의 구태가 21세기에 재연되니 처연하다. 일본 경제침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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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호날두 노쇼' 파문 지면기사
축구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한국인의 자존심을 제대로 저격했다. 지난 26일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의 친선경기에서 호날두는 벤치만 지켰다. 한국 축구팬들은 팀 유벤투스보다 호날두의 경기장면을 보기 위해 6만5천여명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45분을 뛰기로 계약했다던 호날두는 전광판에만 등장했다. 그의 땀방울까지 놓치지 않겠다며 거액을 지불한 특별석 관중들은 호날두의 뒤통수만 감상했을 뿐이다. 이번 친선 경기는 호날두의 광팬뿐 아니라 축구에 관심있는 한국인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또 극심한 경기침체에 일본과의 무역전쟁, 중·러 군용기의 영공침범,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로 스트레스를 받던 한국 사람들이 모처럼 집중해 즐길 만한 스포츠 이벤트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배신감도 진했다. 과거 메시의 방한 경기에 실망한 이후 호날두를 '우리 형'으로 호칭했던 한국 팬이다. 이제 호날두를 '날강두'로 비하하며 적개심을 보인다. 호날두는 또한 몇 시간 만에 한국 광팬을 공중분해 시켰으니, 지금쯤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유벤투스나 호날두가 간과한 점이 있다. 지금 한국은 매우 고단한 처지이고, 한국인은 매우 예민하다. 국제적인 팬클럽을 관리하는 명문 프로팀이라면 이 정도 사정은 감안할 수 있어야 했다. 호날두 또한 다르지 않다. 열악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와 호날두가 한국팬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축구 팬은 물론 한국인들을 감동시켰을테고, 그들의 한국 시장은 넓어지고 단단해졌을 것이다. 지금이야 입장료 환불 요구에 그치지만, 호날두를 광고모델로 한 제품들로 불똥이 튈지 모를 일이다. 호날두는 공 대신 한국에서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차버렸다.'호날두 노쇼' 후유증은 호날두가 자초한 일이다. 다만 이번 일로 우리 사회의 분노지수가 임계점에 달한 건 아닌가 해서 걱정이다. 분노가 꽉 찬 사회는 출구와 대상을 찾는다. 분노는 맹목적이다. 출구가 열리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치고 대상이 되면 변명할 새 없이 매장된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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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지면기사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한류스타들의 활약으로 세계 주요 도시마다 한글을 새긴 티셔츠를 입은 현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는 생전에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라고 극찬했다. 거장의 안목대로 유럽 패션계는 최근 한글의 조형미를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글이 없었다면 한류열풍은 죄다 한자로 알려졌을 테고, 한류가 아닌 중국몽의 지류 쯤으로 전락했을지 모를 일이니 모골이 송연하다.언어와 문자는 민족에게 공동체의 동질성과 문화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한마디로 민족의 혼과 얼이 말과 글, 모국어에 담겨있다. 한민족은 반만년 같은 말을 썼지만 문자를 빌려쓰는 바람에 중국 문화에 종속됐다. 한민족이 문자독립으로 동질성과 정체성을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덕분이다.한국인의 얼과 혼이 담긴 한글, 훈민정음이 최근 볼썽사나운 논란에 휩싸였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불법적으로 점유한 채 국가기관인 법원과 문화재청을 농락중인 개인 소장자 때문이다. 지난 15일 "상주본은 국가 소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났지만, 소장자인 배익기씨가 1천억원을 요구하며 국가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배씨의 몽니는 해괴망측하기 짝이 없다.1천억원의 근거는 재판과정에서 상주본의 가치가 1조원이라는 감정가에서 비롯된 모양이다. 배씨는 10% 가격에 넘겨주면 싼 거 아니냐는 식인데 말이 안된다. 1조원 감정가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라는 평가로 해석해야 이성적이다. 괘씸한 건 국가소유 보물을 빼돌리고 천문학적 흥정을 벌이는 심보다. 문화재청은 배씨의 몽니로 나라의 보물을 찾지 못할까봐 법적 대응도 자제한 채 그를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훈민정음 해례본은 간송 전형필이 일제와 6·25전쟁 중에도 지켜낸 '안동본'과 문제의 '상주본' 두권 뿐이다.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를 담고 있는 훈민정음 언해본에 앞서 세종 당대에 발간된 한글창제의 원리를 담은 국보 중의 국보다. 이를 갖고 나라와 국민을 희롱하다니 가당치 않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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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지면기사
서구의 직장문화는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 냉정한 고용계약이 바탕에 있다. 미국 회사의 고용 계약서에는 '당신은 임의로 고용된 근로자이며 이는 회사가 당신을 언제든지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있다. 취업 리얼리티쇼를 진행했던 트럼프는 "You're Fired(넌 해고야)"라고 소리쳤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직원을 자르는데 큰 소리칠 이유가 없다. 출입증을 정지하고 컴퓨터 로그인을 막거나, 조용히 불러 통보하면 그걸로 끝이다. 사정이 이러니 직원들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태도로 회사와 상사를 대한다.반면에 유교적 전통이 유장한 우리나라 직장문화는 이와 사뭇 달랐다. 고용계약서는 존재하지만 한번 직장은 평생직장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회사도 직원들을 가족으로 여기며 범죄적 해사행위가 아니면 고용을 유지했다. 집안마다 가풍이 다르듯 회사마다 고유한 사풍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는 폐쇄적 구조는 직급에 따른 수직적 상명하복 직장문화를 만들어냈다. 상사의 지시가 부당해도, 폭언은 물론 폭행을 당해도 조직을 위해 참고 넘기는 걸 미덕으로 여겼다.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평생직장 개념이 깨지는 중이고 고용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노동조합의 권력은 정부와 정당만큼 강력하고, 무엇보다 신세대 직장인들의 근로의식은 유교문화와 거리가 멀다. 직원들에게 막말하고 부당한 지시를 남발하는 상사들은 직원들의 요시찰 대상이 된다.이런 시대적 추세에도 여전히 직장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오늘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즉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나 관계를 이용해 ▲업무상의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는 금지된다. 가해자 대신 사용자가 처벌받는다. 직장내 괴롭힘이 없도록 직원들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는 뜻이다.폭력적인 직장문화를 바꾸고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일은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직원을 존중하는 자발적 환경변화일 것이다. 귀하게 얻은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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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일 경제전쟁 지면기사
"한 번 뛰어서 곧바로 대명국(大明國)에 들어가 우리나라(일본)의 풍속을 4백여주에 바꾸어 놓고…." 임진왜란 직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통신사를 통해 선조에게 전달한 국서의 내용이다. 그러면서 선조가 직접 자신을 알현할 것을 요구했다. 명을 칠테니 자발적으로 길을 내달라는 정명가도(征明假道)의 논리는 조명 동맹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임진왜란은 예고된 전쟁이었고, 조선은 당쟁으로 허송세월했다. 이런 나라 탓에 조선 백성들은 일본에 귀무덤, 코무덤을 남겨야 했다.외침에 이골난 한민족이지만, 일본에 대한 역사적 반감은 특별하다. 임진왜란과 일제식민지배로 두번이나 나라가 절단난 역사를 민족 전체가 공유하고 있다. 임란은 성웅 이순신과 동맹인 명의지원으로 그나마 국권을 지켜냈다. 하지만 이순신도 없고 동맹도 없었던 대한제국은 국권을 강탈당했다.일본이 우리를 향해 사실상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핵심 소재 수출제한으로 삼성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을 정밀 타격했다. 일본이 소재, 부품, 장비 공급을 제한하면 한국 기업들은 공장을 세워야 한다. 일본의 의도는 명백하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백지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결정에 대한 반격이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의 가해역사는 종결됐음을 인정하라는 강요다.한국에서는 반사적으로 반일 감정이 일고 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경기도교육청은 '수학여행'을 일제용어라며 청산하겠다고 한다. 감정적으로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과연 대응의 방식으로 옳은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여당의 한 의원은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의병을 일으켜야 할 일"이라고 했다는데, 나라는 어디가고 의병부터 찾는단 말인가. 일본의 경제전쟁 선포에 국력을 모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의 책무가 있다. 무능했던 선조도 일본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통신사를 파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니라 정부의 통상전문가가 일본을 갔어야 했다.국제사회에서 국력의 뒷받침 없는 선린우호 관계는 사상누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우리 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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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내부 투쟁 멈추고 밖을 바라볼 때다 지면기사
중국, 시장 '열었다 조였다' 한국경제 조롱日, 한일협정이후 청구 거부한채 경제제재북, '통미봉남'… 트럼프의 '외교적 상상력'우리를 한반도남쪽에 가뒀다는 직감에 답답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을 밟는 장면은 역사적이었다. 1953년 6·25전쟁 휴전 이후 66년간 이런 장면을 목격하리라고 믿었던 한국인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탈리아 기자의 역사적 오보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고, 독일은 갑자기 통일됐다. 역사는 한 국가와 민족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전과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옮겨놓기 일쑤다.대한민국이 지금 역사적 변동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느낌에 마음이 무겁다. 태풍의 눈은 맑고 고요해 태풍의 실체를 각성하기 힘들다.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적 변동의 한 복판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만 그 사실을 모른 채 무심한 것 아닌가 해서다. 김정은을 판문점으로 불러낸 트럼프의 트윗은 단 몇 줄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판문점 군사분계선 월경(越境)은 단 몇 분이었다. 김 위원장과 50여분 회동한 트럼프가 회동내용을 설명하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귀엣말은 30여초였다. 문 대통령이 이를 정리했다.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고. 6·30 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에서 벌어진 몇 토막 이벤트들이 모여 '북·미간의 사실상 종전선언'으로 귀결된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협상은 새로운 양상으로 진입한 모양새다.대한해협에서도 역사적 변동을 재촉하는 불길한 동력이 싹트고 있다.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족집게 처럼 집어내 경제제재에 나섰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 하는 일본산 소재 공급을 막겠다는 결정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국제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일본이 자국 기업의 손해를 감수하는 자해적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결정에 대한 경제보복이다. 역사적 피해자인 우리가 일본의 정치·경제적 보복을 받는 가치의 전복이 황당하지만, 갈 데까지 간 한·일관계 자체는 생소한 현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