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조했다
간절한 한모금
몸살이 났다
식은땀이 줄줄줄
집중이 안된다
왜 끊어야 하지?
두통이 왔다
사탕으로 버티자
"여기서 담배피우시면 안돼요."
지난해 12월 개정된 건강증진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이제는 술집(음식점)에서도 이 말을 들어야 한다. 지난 9일 이 말을 듣고도 한 지인이 술김에 몰래 담배를 꺼냈다. 그러자 바로 직원이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라며 면박을 줬다. 슬그머니 담배를 끄는 지인의 눈빛이 처량했다.
"이제는 담배를 피우면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것 같다. 담배를 파는 정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지인)."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담뱃값이 2배로 오른다는 보도도 심상치 않게 등장한다. 관련 통계에서는 이 때문에 금연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기자도 이번 '금연섹션'을 준비하면서 금연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일단 섹션기사를 출고하는 6일 동안만 끊어보기로 했다. 금단증상으로 인해 1주일을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인천연수구보건소 3층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금연을 위해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반갑게 맞아줬다. 직원들이 건네는 서류를 꼼꼼히 기록했다.
'금연 시도 횟수 : 0회, 금연 이유 : 금연구역 확대, 하루 흡연량 : 20개비' 등을 기록했다.
기록을 마치면 각 항목별로 점수를 볼 수 있었다. 기자의 점수는 2점. 금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다. 상담이 시작됐다. 금연상담사는 흡연습관 등을 물어본 뒤 일산화탄소를 측정했다. 아침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까닭에 7PPM이라는 낮은 수치가 나왔다. 가벼운 흡연자(Light Smoker)에 해당됐다.
보건소에서 금연보조제를 챙겨줬다. 니코틴 패치, 박하향 사탕, 지압기 등이 들어 있었다. 금연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니코틴 패치는 붙이지 않기로 했다.
상담을 마친 뒤 지인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이상하게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담배생각이 났다. 필 수 없다고 하니 담배생각이 간절해진 탓이다. 식사를 마친 뒤 차에 올랐다.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보건소에서 준 지압기가 이때 힘을 발휘했다. 코트 주머니 속에 지압기를 넣고 계속 만졌다. 불안감이 좀 덜해지는 듯했다.
저녁에는 술자리가 있었다. 술자리 장소는 '무한리필 참치집'. 어렵다는 임용고시에 합격한 친구가 한턱 내는 자리였다. 축하의 의미를 담은 술잔이 돌아갔다. 다행이었던 점은 금연가게라는 점이다.
그런데 친구중 한명이 간 크게도 흡연을 감행한다. 한 모금 빨기도 전에 직원이 급하게 달려온다. 직원이 단호하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비난의 눈초리를 보낸다. 친구는 슬그머니 담배를 껐다. 금연 중 담배를 피우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할 때는 이 같은 '단호한 금연술집'을 찾는 것이 필요할 듯했다.
흡연이 가능한 2차 술집으로 옮긴 뒤 친구가 담배를 피우라고 말한다. 피워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순간 충동이 왔다. 하지만 '안 된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담배를 권유할 때는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
다음날인 토요일(16일)에는 휴일이라 집에만 있을 수 있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으니 담배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하루가 잘 지나갔다. 하지만 3일차인 일요일(17일) 사달이 났다. 온몸에 힘이 없고, 몸살 기운이 있는 듯했다. '진짜 몸살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
담배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몸이 떨렸다. 식은땀도 났다. 겉옷을 단단히 잠그고 옷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래도 추웠다. 기사를 쓰려고 해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마감을 마치고 선배에게 "몸이 아프다"며 퇴근하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드러누웠다. 담배생각이 났다. 연수구보건소에서는 나중에 이 같은 경험담을 듣고 이상 증상이 있을 때는 니코틴 패치를 써야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4일차인 월요일(18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았다. 졸려서 어디에 눕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몸 안에 있던 '열정'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금연을 해서 오히려 몸이 안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연수구보건소 금연상담사는 "담배가 몸에 좋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금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해줬다.
5일차인 화요일(19일)에는 몸살 기운 대신 두통이 왔다. 이때는 어디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돌아다니는 것이 도움이 됐다. 담배가 생각나면 그 대신 사탕을 먹거나 초콜릿을 먹었다. 참을 만했다.
6일차 수요일(20일). 섹션 출고를 위한 금연의 마지막 날이다. 계속 금연을 이어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했다. 금연을 시작한 뒤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여자친구가 좋아했다. 매일 빨아야 했던 옷도 금연을 하니 굳이 세탁할 필요가 없었다.
기사를 출고하기 전 다시 보건소를 찾아 그간의 증상을 이야기했다. 연수구보건소 이지연 금연상담사는 "금연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몸살기, 불면, 발열 등 금단증상이 나타날 때 보조제를 잘 이용해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