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12]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12]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우리 드라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TV 드라마는 무얼까. 몇몇 드라마들이 떠오르는데, 아무래도 2008년 9~11월(18부작)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베토벤 바이러스'가 아닐까 싶다.'베토벤 바이러스' 10부에선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분)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하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는 대목이 방영됐다. 당시 시청자들의 대체적 반응은 "대단히 인상적이었고, 클래식 음악을 진지하게 들어보고 싶다"는 거였다. 각 포털 사이트에선 작품에 대한 배경 지식과 동영상 음원에 대한 질문 등이 잇따랐다. 성공한 드라마로 인한 '클래식의 대중화'를 직접 확인한 좋은 기회였다.'합창 교향곡'의 4악장에 배치된 '환희의 송가' 선율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친숙한 선율로 인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웅장한 연주 장면과 함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상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는 물론 영화 '불멸의 연인들'(1994), '카핑 베토벤'(2007) 등 베토벤을 소재로 한 작품에 단골로 등장했다.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작품의 내적 요소에 대한 관심은 덜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 외적인 웅장함과 울림에만 관심을 쏟는 느낌이다. 첫 인성(人聲)이 가미된 교향곡이라던가, 청력을 잃은 작곡가의 자유에 대한 외침 등의 배경 지식은 접수한 상태에서 좀 더 작품의 내적 요소와 아름다움에 대해 알아보자.마침, 인천시립교향악단은 3월 18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을 제400회 정기연주회에서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1966년 창단 이후 56년 만에 다다른 인천시향의 400번째 정기연주회장에서 위대한 작품을 직접 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1824년 완성된 '합창 교향곡'은 앞선 '8번 교향곡'에 비해 구성과 규모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유명한 '5·6·7번 교향곡'보다도 진일보했다. 베토벤의 열혈팬이었던 프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11] 안토닌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11] 안토닌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철도의 시원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를 거쳐 21세기까지 철도는 근대 문명과 진보의 상징이다. 철도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음악과 에피소드도 많은데, 체코 출신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는 '기차 마니아'의 원조 격이다.드보르자크는 9세 때 프라하 인근의 완공된 철길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열차를 보았다. 기관차의 육중한 외관과 빠른 속도,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 등은 어린 드보르자크에게 큰 충격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성인이 된 드보르자크는 아침마다 프라하 역에 나가서 기차를 관찰하고, 노선과 기관차의 특징을 살폈다. 기관사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훗날 프라하 음악원의 교수가 되어서 제자들을 지도했던 드보르자크는 예정된 시각에 기차가 역에 도착하지 않으면 제자를 보내서 해당 열차가 왜 연착하는지를 알아오게 했을 정도였다.기관차를 내가 발명할 수 있었다면, 내가 쓴 교향곡 전부를 포기해도 좋을 텐데드보르자크는 훗날 제자에게 반농담식으로 "기관차를 내가 발명할 수 있었다면, 내가 쓴 교향곡 전부를 포기해도 좋을 텐데"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신세계로부터' 마지막 악장 도입부, 증기 기관차 소리서 모티브드보르자크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이하 '신세계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여는 힘찬 도입부는 증기 기관차의 발차 소리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이 도입부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존 윌리엄스가 음악을 맡은 영화 '죠스'(1975년)의 테마음악과 유사한데, 먹잇감을 감지하고선 서서히 속도를 높여서 목표물에 접근하는 식인 상어의 움직임과도 어울린다.마지막 악장 도입에 이어지는 1주제는 트럼펫과 호른에 의해 당당하게 표출된다. 제목은 모를지라도 '아하! 이 음악'이라고 외칠 부분이다. 일전에 응원가로 목청껏 외친 선율이다. '신세계 교향곡'의 2악장은 '망향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이 악장의 주 선율을 따서 만들어진 노래 '고잉 홈(Going Home)'도 유명하다. 또한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10]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1번'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10]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1번'

    2020년 가을,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6부작)가 방영됐다. 종영 후 드라마 속 음악들로 구성된 앨범이 출시되기도 했다.'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이다. 사강은 1959년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발표했다. 사강은 이 소설에서 파리를 배경으로 중년 여인 폴의 사랑과 관련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냈다.폴 보다 14세 어린 시몽은 둘 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를 모색하며 폴에게 편지를 보낸다. "오늘 6시에 플레옐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대목이다.1961년엔 이 소설을 아나톨 리트박 감독이 영화화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미국에선 '굿바이 어게인', 우리나라에서는 '이수(離愁)'로 각각 개봉했다.소설에선 폴과 시몽이 공연장에서 브람스의 협주곡을 듣는다고 표현된다. 영화에서 둘이 감상한 작품은 교향곡 1번과 3번이다.독일 함부르크 태생의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는 22세였던 1855년 스승인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브람스는 슈만에게 편지를 보냈다. '만프레드 서곡'의 감동과 그로 인해 생겨난 자신의 교향곡 작곡 의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브람스는 곧바로 작곡에 착수했다. 하지만 7년 뒤인 1862년에야 겨우 1악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미 '헝가리 춤곡'과 '피아노 소나타' 등을 발표하며 소위 '잘 나가는 젊은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다진 브람스였지만, 자신의 첫 교향곡의 구상과 설계 모두 극도로 신중했다. 선배 작곡가인 베토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평소 존경하는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에 비견되는 작품을 쓰겠다고 다짐하던 브람스였지만 이게 오히려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동했다. 브람스는 당시의 부담감을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거인의 발걸음 소리"라고 표현한 바 있다.1악장 완성 후 12년 동안 중단된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9]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9]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

    한 남자가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15년 동안 감금됐다. 풀려나자마자 자신을 감금했던 사람을 닷새 안에 찾아내야만 한다. 강렬한 시작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끈 후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영화 '올드보이'는 2003년 선을 보였다.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배우들의 명연기, 예상치 못한 결말로 점철된 '올드보이'는 2004년에 열린 제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이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다음의 큰 상이다. 영화를 연출한 박찬욱의 이름은 세계에 알려졌다. 영화가 나오고 10주년이었던 2013년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영화가 스파이크 리 연출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 '올드보이'는 영상만큼이나 음악 또한 오랜 시간 잔향을 남기며 회자하고 있다. 특히 대수(최민식 역)의 테마곡 'The Old Boy'와 미도(강혜정 역)의 테마곡 'The Last Waltz', 우진(유지태 역)의 테마곡 'Cries of Whispers' 등이 유명하다.'올드보이'의 대다수 음악은 국내 음악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클래식 음악이 딱 한 곡 삽입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꼽는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겨울'의 1악장이다. 비발디의 명곡은 영화 속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으로 꼽히는 오대수가 감금 업자를 찾아내서 고문하는 대목에서 사용됐다. 결과적으로 바로크 시기의 이 명곡은 영화의 비장미를 더해줬다.비발디의 '사계'는 172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탄생했다. '사계'는 협주곡집 '화성과 창의의 시도, Op 8'(전체 12곡)의 1번부터 4번까지이다.'사계'를 듣고 있노라면 봄에 피어나는 신록과 새들의 노래, 여름의 무더위와 그것을 식혀주는 소나기, 가을의 풍성한 들판, 겨울의 매서운 눈보라와 집 안 난롯가에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는 농부들의 모습 등이 풍경처럼 지나간다.이처럼 비발디가 음악으로 구현해 낸 시각적인 효과는 오늘날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만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8] 구스타프 말러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노래'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8] 구스타프 말러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노래'

    클래식을 소재로 한 '음악 영화'들은 영화를 접한 많은 이들을 클래식 입문으로까지 이끈다. '아마데우스'(1984년) 이후 '세상의 모든 아침', '가면 속의 아리아', '샤인', '파리넬리', '불멸의 연인', '레드 바이올린', '투게더', '왕의 춤', '피아니스트' 등은 개봉한 지 20~30여년 정도 지난 '음악 영화'로, 현재도 꾸준히 언급되는 수작들이다.'음악 영화' 분야 최고 연출가로 벨기에 출신의 제라르 코르비오를 꼽을 수 있다. 상기한 영화들 중 '가면 속의 아리아'(1988), '파리넬리'(1994), '왕의 춤'(2000)이 그의 작품이다. 이 중 '가면 속의 아리아'(프랑스어 원제는 '음악 선생')는 코르비오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세계적인 바리톤 호세 반 담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호세 반 담은 영화에서 은퇴한 성악가이자, 음악 선생인 조아킴 역을 맡았다.유명 성악가인 조아킴은 건강이 나빠지면서 마지막 독창회를 치르고선 은퇴를 선언한다. 이후 소피와 장을 제자로 맞아 노래를 가르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아킴은 젊은 시절 라이벌이었던 스코티 공작이 주최하는 성악 콩쿠르 초청장을 전달 받는다. 20여년 전 조아킴과 노래 대결에서 졌던 스코티 공작 역시 제자들을 길렀고, 제자들 간의 대결에서 승리해 조아킴에게 복수하려 한 것이다.대회장에서 조아킴의 제자 장과 스코티 공작의 제자 아르카스의 목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을 안 청중은 가면을 쓰고 같은 노래를 나눠서 부를 것을 제안한다. 그 결과 고음 부분을 완벽하게 부른 장이 승리한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조아킴이 죽었다는 전보가 대회장으로 도착한다. 마차를 탄 장과 소피는 집에 도착하지만, 조아킴의 주검을 실은 배는 강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이때 구스타프 말러가 작곡한 '뤼케르트의 시에 의한 5개의 노래' 중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가 흐른다.말러는 평생 '죽음'에 천착했다.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7] 홀스트 '행성'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7] 홀스트 '행성'

    20세기를 대표하는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는 제자들에게 평소 입버릇처럼 "하늘의 별을 보라"고 말했다. 카잘스는 별의 신비로운 모습과 반짝임에서 받은 음악적 영감을 제자들에게 전해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천체인 별을 표현한 건 아니지만, 아름다운 행성을 노래한 작품이 있다. 영국 작곡가 거스테이브 홀스트(1874~1934)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 Op 32'이 그것이다.홀스트는 1913년 런던에서 출판된 '천궁도란 무엇인가?'를 읽고 점성술에 매료됐다. 각 행성에 담긴 점성술의 의미에서 착안해 1914년 작곡을 시작한 홀스트는 2년 만에 '행성'을 완성했다.'화성-전쟁의 전령' 발표 후 1차세계대전 발발'글래디에이터 속 한스짐머 음악, 표절' 소송도제4곡 '목성-쾌락의 전령' 우리 귀에 가장 익숙작곡 당시 발견되지 않았던 명왕성과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제외한 일곱 개의 행성을 담았다. 화성(전쟁의 전령), 금성(평화의 전령), 수성(날개 단 전령), 목성(쾌락의 전령), 토성(노년의 전령), 천왕성(마법사), 해왕성(신비주의자) 순으로 배치됐다. 곡의 순서는 천문학적 배열이 아닌 점성술에 의한 배열이며, 각 행성엔 점성술이 부여하는 의미를 녹여냈다.놀라운 건 홀스트가 첫 곡인 '화성-전쟁의 전령'을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점이다. 1918년 세계대전 종전 직전에 '행성' 전곡이 초연되자 사람들은 점성술에 빠진 홀스트가 전쟁을 예견한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홀스트는 작곡 당시 세계대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2006년 영국의 홀스트재단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음악을 담당한 한스 짐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짐머가 이 영화를 위해 쓴 '전투'라는 곡이 '화성-전쟁의 전령'을 표절했다는 이유에서다.짐머는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두 곡을 들어보면 주제(전쟁)와 분위기가 흡사하다. 짐머가 홀스트의 작품을 참고했을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일곱 곡 중 가장 사랑받는 곡은 제4곡 '목성-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6] 리하르트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6] 리하르트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일반적으로 오페라 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탈리아 오페라는 노래를 중시한다. 가수 중심의 오페라로 불리는 이유다.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드라마는 노래를 묶어내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반면 문학과 연극의 전통이 강한 독일 오페라는 드라마의 완성도에 비중을 둔다. 노래만큼이나 기악 부분을 중시한다. 이러한 요소는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드라마 완성도에 비중 두는 독일 오페라…'음악극' 창안 바그너, 26년 만에 '반지' 완성바그너는 대단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였으며 혁명가였다. 그는 저서 '미래의 예술작품'(1849)을 통해 "분리된 예술 장르를 하나의 종합 예술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혁명 예술"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총체 예술 작품(Gesamtkunstwerk)을 표방한 바그너는 음악과 연극, 이야기가 하나로 결합된 예술인 '음악극(Musikdrama)'을 창안했다. '음악에 봉사하는 연극적 요소'를 갖춘 기존의 오페라와 차별화를 꾀한 거였다. 그렇다 보니 바그너는 작곡은 물론 대본도 직접 썼다.'음악극'의 면모는 '트리스탄과 이졸데'(1865), '니벨룽의 반지'(1874), '파르지팔'(1882)에서 구현된다.'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이하 '반지')는 전야(前夜·'라인의 황금')와 3일간의 본편('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구성됐다. 총 연주시간은 15시간(휴식시간 제외)에 이른다. 3~5시간에 이르는 작품들이 4일 동안 펼쳐지는 것이다. 바그너는 고대 그리스 제전에서 상연됐던 3부로 구성된 '그리스 비극'을 '반지'의 모델로 했다. 그러나 프롤로그 격인 '라인의 황금'에서 이미 구체적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반지'는 4부작으로 봐도 무방하다. '반지'는 작곡가가 직접 대본을 쓰고 작곡을 하는 데 26년이 걸렸다. 작품을 쓰다가 멈춰서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다른 작품을 완성하기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5]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5]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포털에 카페가 생겼다.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테마의 인터넷 동호회들이 문을 열었고, 개인 간의 또 다른 네트워크가 되어주었다. 클래식 음악 카페들도 다수 있었는데, 오스트리아의 유대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를 내세운 카페도 그중 하나였다.말러 음악에 깊게 경도되어서 10년 정도 집중했던 필자에게 '말러 동호회'는 반가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카페 주인이 문만 열어놓고 사정상 활동은 하지 않는 곳이었다. 새롭게 운영진을 꾸렸고, 필자가 운영자로서 2년 정도 동호회를 이끌었다. 운영자의 일 중 하나가 가입 인사하는 회원에게 답글을 다는 거였다. 10명 정도였다가 2년 동안 수백 명 규모로 성장했으니, 적어도 100여개의 가입 인사는 봤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20여 년이 흐른 현재에도 또렷이 생각난다.후기 낭만주의로 분류되는 말러의 음악에는동화적인 요소·아름다움·모성애에 대한 동경전쟁과 폭력에 관한 묘사 등 골고루 담겼다 러시아의 피겨 스케이트 커플이었던 에카테리나 고르디에바와 세르게이 그린코프는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991년 결혼에 성공한 두 사람은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대회도 수차례 석권했다. 그러나 1995년 그린코프가 심장 마비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향년 28세. 고르디에바는 24세였다. 이듬해 고르디에바는 홀로 빙판 위에서 죽은 남편에게 바치는 눈물의 연기를 펼쳤다. 그때 흐른 음악이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아다지에토)이었다. 피겨 스케이트를 좋아한다는 신입 회원은 고르디에바의 연기 때 흐른 음악이 너무 인상적이었고, 말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동호회에 가입했다고 인사했다. '후기 낭만주의'로 분류되는 말러의 음악에는 동화적인 요소, 아름다움과 모성애에 대한 동경, 전쟁과 폭력에 관한 묘사 등이 골고루 담겼다. 세기말의 염세적이며 퇴폐적 풍조와 어우러지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탐미적이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당대 최고 지휘자 중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Op 30'(이하 '차라투스트라')의 서주는 한 번만 들어도 깊이 각인되는 음악이다. '아하! 이 음악'의 첫 편에서 다뤘던 대편성 칸타타인 '카르미나 부라나'의 제1곡 '운명의 여신이여'처럼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도 역시 많은 영화와 이벤트들의 배경 음악으로 쓰였다. 어둠을 상징하는 오르간의 저음과 더블베이스의 트레몰로로 시작해 일출(日出)을 의미하는 트럼펫 음에 이어지는 찬란한 현과 관의 포효는 매우 인상적이다. 자연의 위대함을 탁월하게 구현했다.'차라투스트라'는 1896년 2월부터 약 6개월간에 걸쳐 완성됐으며, 그해 11월 작곡자의 지휘로 초연됐다. 슈트라우스는 니체의 철학적 산문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감명을 받았고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은 당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철학의 음악화'의 첫 시도였다. 때문에 찬사와 함께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이에 슈트라우스는 스코어(총보)의 제목 아래에 '프리드리히 니체에게 자유로이 따른'이라고 쓰고는 "나는 인류가 그 기원에서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해가는 모습을 음악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서주가 지나고 나면 저음의 음산하고 신비한 기운은 사라지고, 이내 현의 따스한 음악이 펼쳐진다. 서주 후 펼쳐지는 8개의 이야기는 '배후 세계를 믿는 사람들에 대하여',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즐거움과 열정에 대하여', '무덤의 노래', '과학과 배움에 대하여', '회복되고 있는 사람', '춤곡', '밤의 노래'로 구성됐다. 표제에서 알 수 있듯이 서주에서 자연을 노래한 후 이어서 인간을 노래하는 형태다. 자연을 상징하는 C장조에 이어 인간을 의미하는 B단조와 B장조가 교대로 등장해 격정을 선사하며 그 과정에서 사람은 '위버멘쉬(초인)'로 변화한다.'차라투스트라'는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3]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3]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베를리오즈만 아니면 괜찮아요. 그의 '환상교향곡'은 정말 소름 끼쳐요 1991년 조셉 루벤이 감독한 영화 '적과의 동침(Sleeping With The Enemy)'에서 주인공 로라(줄리아 로버츠)는 악몽과도 같았던 남편과 함께한 삶에서 탈출해 새롭게 만난 남성 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된다. 벤은 로맨틱한 저녁을 위해 어떤 음악을 틀면 좋을지를 묻자 로라는 이같이 답한다.영화 전반부에서 볼 수 있는 결혼 4년 차 부부인 로라와 마틴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행복하다. 그러나 마틴의 병적인 편집증과 의처증으로 인해 로라의 하루하루는 지옥과도 같다. 결국, 죽음을 가장한 탈출에 성공한 로라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벤과 만남을 갖지만, 이내 로라가 죽지 않았음을 눈치챈 마틴이 다시 로라의 삶에 끼어든다.영화 속에서 마틴이 등장하고 마틴이 로라와 잠자리를 가질 때 배경에 깔리는 음악이 '환상교향곡'이다. 로라에 대한 마틴의 폭력성이 음악으로도 드러난다.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출세작 '환상교향곡' 1830년 파리 초연한 시대 풍미한 음악 전통 '고전주의' 대체하는 사조 등장 알려예술가의 사랑·죽음 묘사… 교향곡에 내러티브 구조 첫 시도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1803~1869)의 출세작 '환상교향곡'이 1830년 파리에서 초연됐다. '환상교향곡'의 초연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음악 전통(고전주의)을 대체하는 새로운 사조(낭만주의)의 등장을 알리는 것이었다.1824년 발표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이후 가장 놀라운 작품으로 꼽히는 '환상교향곡'에서 베를리오즈는 예술가의 사랑과 죽음을 묘사했다. 그가 사용한 전대미문의 다채로운 관현악법과 교향곡에 처음으로 시도한 내러티브(이야기) 구조는 후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의대생의 길을 걷다가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했으며, 끝내 의사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20대 중반에 파리음악원에 입학했다. 이때 베를리오즈는 유럽 최고의 배우로 주가를 올리던 해리에트 스미드슨을 짝사랑하게 되었다. 런던 셰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2] 브루크너 '교향곡 7번'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2]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마지막화 전사장면서 나온 음악이순신 장군 고뇌할 때 마다 어김없이 흘러나오며 분위기 고조시청자 관심 이끌어낸 바로 이 곡이 '브루크너 교향곡 7번 2악장'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2004~2005년에 걸쳐 방영됐다. 104부로 구성된 '불멸의 이순신'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충무공 이순신의 일대기를 다뤘다.이 드라마는 이순신 역의 배우 김명민을 세상에 알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랜 무명 기간을 보낸 김명민은 이 드라마에서 인생연기를 펼치며 세상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렸다. 요즘에도 역사채널(케이블TV)과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의 마지막회는 1598년 11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 일본 수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담았다. 7년 간 계속된 조선과 일본의 전쟁을 끝내는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도 적의 유탄에 맞아 전사한다.드라마의 마지막회의 시작은 장중한 음악과 함께 한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이순신 장군은 도열한 병사들을 돌아보면서 독백을 한다. '천지신명이시여 이기게 해주소서. 적을 무찌른다면 오늘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이때의 배경 음악이 브루크너 교향곡 7번 2악장이다. 이순신 장군이 고뇌하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배경 음악으로 자리한 이 음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군의 고뇌와 전쟁을 앞둔 전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 주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음악사에서 '3B'는 성이 B로 시작하는 작곡가 바흐와 베토벤, 브람스 등 3인을 지칭한다. 베토벤과 말러 사이의 가장 중요한 교향곡 작곡가로 평가되는 안톤 브루크너(1824~1896)를 브람스 대신 포함하기도 한다.오스트리아 린츠 인근서 태어난 브루크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어린 브루크러에게 성당과 웅장한 오르간은 음악적으로 큰 영향오스트리아 린츠 인근의 안스펠덴에서 태어난 브루크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어린 시절 그는 부모님과 성 플로리안 성당에 종종 갔다. 높이 솟은 탑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된 바로크 건축양식의 성당과 웅장한 오르간(1

  •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1] 카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김영준의 '아하! 이 음악' #1] 카를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한 번만 들어도 깊이 각인되는 음악들이 있는데,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의 제1곡 '운명의 여신이여'는 그 대표격이라고 생각된다. 관현악 총주와 합창에 의한 폭발적 시작이 청자의 감각을 일깨우며, 현과 목관의 조용한 반주에 얹혀서 나오는 속삭이는 형태의 합창이 특유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후 작곡자가 악보에 표기한 크레셴도에 힘입어 리듬과 음향 모두에 활력을 더한 음악은 이내 막을 내린다.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음악은 두고두고 청자의 머리에 남게 된다.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운명의 여신이여'는 숱한 영화와 CF의 주제음악으로 쓰였다. 특히 록음악 팬들은 오지 오스본의 음악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꽤 있다. 오지 오스본이 자신의 밴드에 몸 담았던 요절한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에게 바치는 라이브 앨범의 앞 부분에 '운명의 여신이여'를 사용하면서 상당히 인상적인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소설가 루이제 린저의 두 번째 남편이기도 했던 독일 작곡가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는 소프라노, 바리톤, 테너 독창과 합창, 오케스트라를 위한 일종의 대형 칸타타이다. 전체 25곡으로 구성됐으며, 1937년 초연됐다. 오르프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카르미나 부라나'는 '노래'를 뜻하는 라틴어 '카르멘(Carmen)'의 복수형인 '카르미나(Carmina)'에 '보이렌(Beuren)' 지방을 일컫는 라틴어 명칭인 '부라나(Burana)'가 합쳐진 말로 '보이렌의 노래'라는 의미이다. 1803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베네딕트 보이렌 수도원에선 익명의 유랑 수도사와 음유시인에 의해 10~13세기 경에 쓰인 250여편의 세속 시가집이 발견됐다. 오르프는 이 중 몇 편을 발췌해 곡을 입혀서 대편성 칸타타로 완성했다.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는 25곡으로 구성됐다. 서(序)는 '운명의 여신이여'와 '운명의 타격' 2곡으로 구성됐다. 제1부 봄의 노래(8곡), 제2부 선술집에서(4곡), 제3부 사랑의 뜰(10곡)로 이어지며, 종(終)은 '운명의 여신이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