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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이루는 방법 지면기사
개인별 두각 나타내는 분야 다양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야경우에 따라 구성원간 마찰·충돌두각 잘라내면 소극적으로 바뀌어사이 공간 채워 넣어야 역량 커져 잘라내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채워 넣는 것이 쉬울까? 사람들은 제각각의 모양을 지니고 있다. 모양을 다르게 표현하면 각자의 강점이나 스타일 혹은 특징 등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특정한 분야나 상황에서 두각(頭角)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미지로 표현하면 톱니바퀴와 같다. 구성원들간 서로 부각된 부분들이 서로 잘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부각된 것들 간에 마찰이 일어나거나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삐걱거리기도 하고 멈춰서기도 한다. 조직에서 이와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 구성원들간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생산성이 저하되거나 성과가 저조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서로 다른 모양의 구성원들이지만 원만(圓滿)하게 지내기를 기대하고 바란다.조직과 리더의 입장에서 볼 때 구성원들을 원만하게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을 잘라내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내접원(內接圓)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뾰족하게 보이거나 튀어나온 부분을 하나하나 잘라내서 전반적으로 둥그스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한 언행의 예를 들면 잘못한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지적을 한다든지 하지 말라고 하거나 왜 했냐고 추궁하는 것 등도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주눅이 들게 되고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게 된다. 무사안일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의 총면적은 줄어들게 된다. 달리 말하면 개인의 역량이 축소되는 것이기도 하고 역량을 발휘하는데 제한을 두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원만하게는 만들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그런데 구성원들을 원만하게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이는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과 부분 사이의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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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김포와 통진 사이 애기봉에 경창군(慶昌君) 묘역이 있다 지면기사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대한민국 목구멍인 '조강'경창군과 어머니 정빈홍씨 묘역추석 연휴 역사·문화·생태 관광애기봉으로 시간여행 떠나보자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교하까지 물길 따라간다. 물길은 경기에서 서울로 다시 경기에서 개성 땅도 만난다. 물길 지나 바닷물 만나면 인천이다. 물길은 하나인데 찻길은 여러 개다. 강과 강 사이 다리도 많고, 철길도 많다. 철길이 물길을 잡아먹었다. 임진강과 만나는 교하에는 다리가 없다. 드넓은 물길이 도시를 나눴다. 파주와 김포 그리고 강화와 개성 안 개풍으로 나뉜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 염하와 예성강이 만나는 곳에 조강 나루터가 있다. 통진 조강리와 개풍 조강리다.두물머리에서 시작한 한강은 모이고 만나고 흘러 바다로 가기 전 '조강(祖江)'에서 머문다. 비 오면 빗물이 산에서 계곡으로, 천에서 한강으로 그리고 임진강에서 교하 지나 예성강까지 흘러 조강에 다 모인다. 조강은 모든 물이 머물고, 염하에서 밀려온 바닷물까지 받아내는 거대한 강이다. 마치 할아버지처럼 넉넉한 품과 같다. 조강은 동쪽에서 한강으로, 북쪽에서 임진강으로 모든 지류를 포용한 으뜸 강이다. 썰물 때 갯벌이 되고, 밀물 때 바다가 되는 조강은 이름만큼 신비롭다. 하지만 드넓은 조강에 배 한 척 없이 거센 물결 속 물고기만 자유롭다.백로 노니는 조강에 백로 절기에 삼삼오오 모였다. 비 오는 아침 애기봉에 오르는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수많은 관광버스와 자가용까지 정문에 차가 즐비하다. 꼬마 손님들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꼭 가야 하는 관광코스가 되었다. 무엇을 보러 가는 걸까? 주차장에 주차 후 순서를 기다린다. 신분증과 출입 서류를 써야만 정문을 통과할 수 있다. 이곳은 해병대 2사단이 지키는 군부대로 155m 정상에는 1.4㎞ 앞 북한 땅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애기봉(愛妓峰) 푯말에 애달픈 사연이 전해온다. 한국전쟁 후 1966년 세운 비석이다. 600여 년 전 통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강화도와 교동도 뱃길, 강화 정족산성과 김포 문수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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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행복을 잃어버린 이들을 위하여 지면기사
비극적 사건·사고 연일 발생원인 알아야 예방할 수 있고'누구 탓' 알아내는것 중요하지만결과 어떻게 볼것인가가 더 중요행복·불행 한끗차 귀인이론서 찾자연일 폭염에 시달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사건 사고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 혹은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우리는 지난 몇 년 간을 코로나19 팬데믹에 시달리면서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경우를 보았고, 최근에는 평범했던 어느 평일 저녁 횡단보도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퇴근을 하던 사람들이 이유 없이 목숨을 빼앗겨야 했던 사건이라든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아파트 문 앞에서 살인을 당하는 등 도저히 이성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따져서는 알 수 없는 비극적인 일들을 근 몇 달 사이에 겪고 있다.어쩌면 폭염보다도 이러한 사건들이 우리의 심리적 불안정성을 자극하고 인간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 칼럼에서는 도대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심리적 위안인 '행복'이란 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행복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짚고 가야 할 것들이 있다. 위에 나열한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누구 탓일 것인가?이를 사회심리학에서는 '귀인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귀인이란 'locus of control(통제위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행복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이라 볼 수 있다. 즉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 가를 찾아내는 이론이다.귀인은 크게 내적 귀인과 외적 귀인으로 나눌 수 있다. 내적 귀인은 그 사건의 원인이 사람의 내적인 요소 즉, 지능이나 성격, 타고난 기질 등에서 찾아내는 것이라 '내탓'이라고 볼 수 있고 외적 귀인은 사건의 원인이 철저히 외부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내적인 귀인의 예로는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볼 수 있고, 외적인 귀인의 예로는 운이나 운명, 과제의 어려운 정도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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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개인일까? 전체일까? 지면기사
MZ세대, 개인 개성·성과 중시존중받길 원해… 당연한 시대흐름어디까지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안세영 논쟁' 우리사회 대표 사례지혜모아 슬기로운 해법 찾길 기대"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존 에프 케네디가 1961년 1월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연설문에 담았던 내용입니다. 케네디의 취임 연설문은 6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연설 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요.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한국전쟁이 끝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아 냉전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런 시대적 맥락에서 연설문을 읽어보면 절로 박수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습니다."제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조국을 사랑하는 만큼 조국도 우리를 사랑해 주는 것입니다." 1985년 영화 람보2의 마지막 장면에서 실베스터 스텔론이 했던 대사입니다. 역시 람보2에서 명대사라고 평가받는 장면 중 하나이지요. 이 영화는 냉전이 약화하고, 구소련에 개혁과 개방의 물결이 일던 바로 그 시기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저는 케네디의 연설문에서 '국가(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람보의 대사에서 '개인을 위한 국가(전체)의 역할'을 중요한 강조점으로 읽었습니다.파리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에서 모두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최근에 열린 올림픽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보냈습니다. 총 144명의 선수밖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지요. 때문에 메달 획득 예상도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한체육회는 금메달을 5개 정도로 예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결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역대 최대의 성과를 올렸습니다.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물론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대부분 축제를 즐긴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유일하게 대회가 끝나고도 마음이 편하지 못한 선수가 있어 보입니다. 바로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입니다. 안 선수는 금메달을 딴 후 협회에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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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어느 기형(奇形) 소나무의 묵언(默言) 지면기사
일제, 전쟁물자 운송 '송탄유' 제조송진 채취 위해 참혹한 흉터 남겨 피해목들 70~90년 말없는 시위뿐할수 있는건 오로지 자리 지키는것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수 있는게 뭘까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를 통해 펄펄 끓고 있는 지구촌 뉴스가 우리의 현실임을 확인한다. 땡볕 더위에도 한 자리를 고수하며 끓는 대지를 식혀주고 있는 나무와 숲의 존재에 고마움이 커진다. 기후변화의 무쌍함을 오롯이 제자리를 지키며 이겨내고 있는 나무들에게서 위대함의 실체를 발견한다.지난 봄 집사람과 함께 제천 주론산 둘레길로 원정 맨발걷기를 다녀왔다. 산은 신록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이었고, 산길은 맨발 딛기에 좋을 만큼 낙엽들이 쌓여 있었으며 작은 골엔 발을 담그면 시릴 정도의 개울물이 흘러내렸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땅의 기운에 흠뻑 젖어들 무렵 우리부부의 눈을 사로잡은 소나무들이 있었다.기괴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형상의 소나무들은 밑둥 부근이 심하게 왜곡된 채 아물어진 상태를 보였다. 일제강점기 말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전쟁 물자 운송을 위한 송탄유(松炭油, 송진을 끓여서 생산한 기름)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에서 마구잡이로 송진을 수탈하는 만행을 저지른 현장이다. 송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소나무 밑둥에 날카로운 톱날로 V자 모양의 상처를 내고 그 자리에 철판을 끼워 넣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입은 상처가 아물며 생긴 참혹한 흉터였다.기록에 의하면 일제가 1930년대 시작한 송진 채취는 전쟁에서 패망할 때까지 이어졌고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후 일본은 남은 송탄유를 어선의 연료로 사용했다고 전한다.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인천 강화도 보문사, 전북 남원 왈길마을, 경남 합천 해인사, 울산 울주군 석남사, 강원 평창 남산 등 다섯 곳에 피해목이 생육 중이며 강원 홍천군 수타사, 충남 홍성 결성 석당산, 충북 제천 주론산 등 전국의 21개소에 피해목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상태라고 한다.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전국적으로 송진 채취 피해목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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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당신이 챙겨야 하는 것 지면기사
일상에서 챙겨야할것 많은 세상반드시 챙길것 있다면잃어버리면 곤란한게 마음이다오늘부터 감사한 일 5가지 써보자감사함 과정도 마음챙김의 단계챙겨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일단 물건을 잘 챙겨야 한다. 예를 들면 우산, 가방, 지갑 등과 같은 물건들이다. 그런데 대부분 한 번쯤은 그 물건들을 챙기지 못하고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있다. 예를 들면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나갔는데 비가 그치고 나니 우산을 챙기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갔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가방을 챙기지 못한 적도 있다. 지갑도 가끔씩 챙기지 못해 난처하게 된 적도 있다. 지갑은 다른 물건과 달리 챙기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물건을 챙기지 못해 발생한 일들은 혼자 감내하면 그만이다. 챙기지 못한 물건, 그래서 잃어버린 물건들이 아깝기도 하지만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챙기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정신이다. 특히 혼자가 아닌 여럿이 있을 때에는 정신을 잘 챙겨야 한다. 이를테면 수업시간에 정신을 딴 곳에 두고 있다가는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모임에서 정신을 딴 곳에 두고 있으면 대화에 낄 수가 없다. 또한 회의에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정신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건을 챙기지 못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손해가 크다. 성적이 오르지 않고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른바 스스로가 손이 많이 가는 유형이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 한 두 번 정도야 주변에서의 이해도 있고 양해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정신을 챙기지 못하면 협업도 물 건너가고 주변에 사람들도 하나둘 멀어져간다.그렇다고 해서 물건이나 정신만 챙기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도 챙겨야 한다. 무엇을 바라고 챙기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배려 측면에서의 챙김이라고 할 수 있다. 경조사도 포함되지만 일상에서의 챙김이 필요하다. 일례를 들면 같이 일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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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양주 온릉(溫陵)에 7일의 왕비가 숨어 있다 지면기사
왕비 된후 7일만에 경복궁서본가로 쫓겨난 비운의 신씨중종 그리며 매일 인왕산 올라71세에 폐비로 왕릉 아닌 양주 장흥 일영리 선산에 묻혀 7년을 함께 살고, 왕비가 된 후 7일 만에 경복궁에서 쫓겨난 비운의 왕비가 있다. 13세에 성종의 둘째 아들 진성대군과 혼인하고, 20세 중종반정 때 그녀는 하루아침에 왕비가 되었다. 조선 역사상 최초의 반정이다. 기쁨도 잠시 좌의정이었던 아버지 신수근은 딸보다 동생인 왕비와 연산군을 더 걱정하였다. 아니 연산군의 왕세자를 믿었기에 반정 세력 박원종과 성희안의 눈 밖에 났다. 잘 나가던 신수근 3형제는 모두 같은 날 죽임을 당했다. 왕으로 즉위한 진성대군은 중종이 되었고, 부부인 신씨는 중전이 되었다.하지만 불안한 반정공신들의 끊임없는 상소로 7일 만에 인왕산 기슭 본가로 쫓겨났다. 그 후 71세 생을 마감할 때까지 51년 홀로 살았다. 7일간 왕비의 슬픈 이야기는 도성 안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도성 밖 양주 장흥에서도 전해온다. 어린 나이에 혼인한 신씨는 현명하고 지혜로웠다. 연산군 폭정에도 12살 차이가 나는 이복동생 진성대군은 궁 밖에서 부인과 조용히 살았다. 좌의정 신수근의 동생이자 고모인 왕비 신씨의 도움으로 인왕산 기슭 사직골에서 쥐 죽은듯 7년을 보냈다. 부부인 신씨는 반정군이 몰려온 역사적 순간에도 차분하게 군사의 말머리를 살피며 기다렸다. 그러나 1506년 9월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중전 신씨는 왕비에서 폐서인으로 경복궁에서 궁 밖 본가로 쫓겨났다. 폐비가 된 신씨는 사랑하는 남편 중종을 그리며 매일같이 인왕산 바위에 올랐다. 경복궁 근정전과 경회루 따라 거니는 중종을 향해 붉은 치마로 아침 문안 인사하였다. 하지만 공신들 등쌀에 힘없는 임금은 궁 밖 인왕산을 바라볼뿐 방법이 없었다. 조강지처를 버려야 살 수 있었다. 왕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왕비인 신씨를 버렸다. 왕과 왕비의 생이별이다. 슬픔에 젖은 폐비 신씨는 삼각산 넘어 아버지 신수근의 묘가 있는 양주로 갔다. 한양과 접경이고 이름처럼 '오래도록 길이 흥하다'는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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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초저출산 국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보여지는' 양육을 중심으로 본 저출산 지면기사
서로 학대하는 부모·자녀관계이혼도장 찍을 법한 TV 프로그램시간·돈 들여 양육 뽐내는 SNS…예비 양육자들에겐 모든게 부담소소한 기쁨 누릴 양육환경 절실지난 칼럼에서는 '결혼'을 중심으로 저출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한 바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렇다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은 후 '양육'의 측면에서 본 저출산은 어떨지 그 시간의 흐름대로 살펴보고자 한다.우선 여러분들은 '양육'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양육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에 발간된 '인구 변화 대응 아동수당 정책의 재정 전망 및 개선 방안' 보고서(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에 의하면 자녀가 없는 신혼 가구의 경우에 월평균 140만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보았으며, 이는 실제로 드는 양육비보다 다소 상향된 결과를 나타냈다. 물론 본 조사는 연구 대상이 적기 때문에 일반화를 하는 데에는 조심스럽지만 전체적인 경향성을 보는 데는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또한 양육비의 부담에 대해서 다소 부담 혹은 매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결과가 80% 이상으로 나타나 양육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렇듯 '실제' 부담 뿐만아니라 '인식'의 부담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한 것인가? 우선, 온라인 상에서 '보여지는' 양육에서 볼 수 있다. 다양한 SNS와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는 양육은 이미 일반적인 범주 양육의 선을 넘은 지 오래되었다. 초창기 양육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말 그대로 순한 맛이었다. 미혼 연예인들이 영유아를 돌보거나, 쌍둥이 자녀들의 양육의 고단함과 기쁨,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집을 오픈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양육의 긍정적인 측면과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가정의 모습을 비춰주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다양한 채널과 프로그램에서 가족을 다루고 있으나 하루에도 여러번 웃음이 나오는 가족이 아닌 지금 당장 신고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서로를 학대하는 부모·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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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개근거지'라는 말의 두려움 지면기사
외신도 소개한 한국의 특이한 단어개근, 자기관리 상징 같은 기록인데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의욕 꺾는 말물질만능주의·경쟁 민낯 같아 씁쓸아이들에 정신 풍요로움 가르쳐야저는 나이가 30대 중반이 넘도록 거지로 살았습니다. 40대가 가까워서야 비로소 거지 신세를 면했지요. 아버지는 30년 넘게 공직에 근무하셨지만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 보니 자식들과 가족들의 부양을 위해 그저 성실하게 직장 생활에 충실하셨습니다. 5남매를 낳아 빠듯한 살림에 모두 고등교육까지 시켜주셨으니 자식들로서는 감사한 마음뿐이지요. 그러다가 제가 검사가 되고 난 후 부모님을 모시고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비로소 저와 저희 부모님은 거지 신세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지요. 이쯤 되면 무슨 말인지 다들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바로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인 '개근거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개근을 했습니다. 단 하루의 결석이나 조퇴도 없이 학교를 다녔다는 뜻이지요. 23년 가량 검사 생활을 하면서도 휴가기간을 빼고 조퇴나 결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다닐 때에도 개근상을 받았지요. 저에게는 수료증보다 더 값진 것이었습니다. SNS에 그 사실을 알렸더니 많은 분들이 신기해 하시면서도 축하의 말씀을 해주셨지요.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개근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6년을, 중고등학교의 경우 3년을 그 학교에서 한 교시도 빠짐없이 모두 출석하였을 때 받을 수 있는 상이다. 병결 등이 없고, 늦잠 등의 지각이 하나도 없어야 하므로 학교에서 성적이나 대회 등으로 받는 상들을 제외하면 가장 받기 어려운 상 중 하나이다'. 어떤가요. 아주 자랑스러운 상이 아닌가요. 학교만이 아닙니다.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도 개근상은 받기 매우 어려운 상입니다. 그래서 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하는 '연속 경기 출장'과 같은 기록에는 찬사가 잇따릅니다. 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몸 관리도 잘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지요. 한 마디로 자기 관리의 상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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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talk)!세상] 한국 현대건축의 죽음 지면기사
한강 건너다닐 때마다 시선을편하게 해주는 숲·초지 '노들섬'한 개인, 서구권 명품건축 추앙한국 현대건축 죽음 공식화건축계 동조·침묵 되레 불안하다한국 현대건축이란 경쟁력 없는 품종(品種)의 청소가 시작되었다. 외국산 우세종을 심는 건축에서의 제노사이드(genocide) 전쟁의 점화다. 서울 노들섬 이야기다.지금 나라 밖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청소 전쟁이 끝날 줄 모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화염이 멈추지 않는 지구촌, 강자의 목소리만 난무하는 세상, 전쟁은 늘 약소국의 시름을 깊게 한다.오늘날 한국 현대건축의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다.현재의 노들섬이 완공되기 전, 뒤바뀌는 행정권력의 입김에 따라 수차례 외제 명품건축을 수입하기 위한 예산 낭비형 건축설계 국제공모전이 반복되었다. 그 지난한 시간이 흘러 마침내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30대 한국인 건축가 맹필수, 김지훈, 문동환(studio MMK) 3인이 현재의 노들섬 프로젝트의 설계자로 화려하게 등장한다. 2016년의 일이다. 이들의 제안은 자연 생태 숲과 음악을 매개로 하는 복합문화기지를 만드는 일이었다.젊은 그들의 역작은 결과적으로 이전의 노들섬과 관련한 국제설계공모에서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제안했던 시선강탈 형 디자인을 지양했다. 대신 존재감을 최대한 지우고 한껏 몸을 낮춘 형태로 한강의 도도한 물길에 순응하는 작업으로 완공된다. '先운영 後건축'이라는 특별한 시스템, 즉 공간 운영프로그램을 먼저 만들고 그에 준하여 건축공간을 만든다는 성숙한 방식의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노들섬 프로젝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9년 가을에 대망의 개장을 하게 됐다.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박원순 시장 재임 시에 발원되고 완공된 일인데다 눈에 띄지 않는 노들섬의 시설물을 바라보는 시각차에 따른 시시비비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점. 그러던 중 오세훈 시장이 재등장한 후 노들섬 설계자인 건축가들은 오 시장의 입맛에 맞게 고쳐달라는 주문에 직면한다. 응할 수 없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갑질에 대한 당연한 거절이었다.그 후 노들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