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인칼럼] 공당(空黨)의 공천(空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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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공당(空黨)의 공천(空薦) 지면기사

    권력투쟁 수단·정파적 이해 관철 시키는 도구 전락여야 독선적 '공천활극'에 유권자 어떻게 답할지 궁금제도 개선·보완 없이는 정당정치 민주주의 정착 요원20대 총선의 후보 등록이 내일로 다가왔다. 공식선거 기간을 남겨두고 있으나 여야 정당의 정책과 공약이 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변수가 되기는 애당초 틀렸다. 정책에 대한 쟁점 축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정당들의 공약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19대 총선의 무상복지와 급식 등의 의제가 여야간 선거쟁점으로 떠오른 것과 대조된다. 선거를 앞둔 정당의 이합집산과 탈당 등이 낯선 모습들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처럼 공천 난맥의 극치를 보인 적은 없었다. 현실정치는 권력정치(power politics)의 관점에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 도덕주의적 관점은 정치현상을 직시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역설적으로 현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게 하기 일쑤다. 정치는 권력 쟁취를 위한 쟁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가 오로지 권력만을 탐하는 게임이라면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 명분과 이상의 적절한 타협이 정치다. 정당을 통하여 갈등이 관리되지 못한다면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치의 고전적 정의도 의미를 상실한다. 공직자 후보를 추천함으로써 정당은 정치적 충원 기능을 갖는다. 공천을 통한 정치적 충원은 유권자와 당원의 의사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당은 국민의 혈세로 정당보조금을 받는다. 그것도 선거가 있는 해는 막대한 액수의 선거보조금까지 받는다. 공천이 정당 내부의 일이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면 안 되는 이유다. 공천(公薦)이 정도(正道)가 실종된 공천(空薦)으로 전락하고 있다. 여야 정당들의 공천 드라마에 헌법 1조가 명시하고 있는 주권의 담지자로서의 국민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은 어설픈 정치이론을 말하는 아마추어들의 논변으로 치부됐다. 국민이라는 추상적 집합체는 권력정치를 신봉하는 세력에게는 단 맛을 안겨주는 수단으로 인식될 뿐이다. 최소한의 명분도 파당을 노골화하는 데

  • [경인칼럼] 인공지능과의 인간의 공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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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인공지능과의 인간의 공진화 지면기사

    더욱 빠른속도로 진화 '전문분야'부터 대체할 듯인류·국가 미래 운명도 좌우할 '인공지능 혁명''300억 투자하겠다'는 우리정부 태평스럽기만인공지능 열풍이 한국에 불고 있다. 게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바둑대결이 가져온 효과이다. 세계인의 이목도 이 빅이벤트에 쏠려 있다.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로 동북아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한 달 앞의 총선으로 국내 정치도 연일 대형 뉴스를 쏟아내고 있지만 '세기의 대국'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마지막 대국은 국내 방송사들이 모두 생중계에 나섰다. 직관과 창의력을 놓고 기계와 인간이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기계'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리는 이 대국은 인류사 혹은 문명사의 변곡점이 될 것이며,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사실 인공지능의 출현에 대해 인공지능의 시조인 엘런 튜링이 예고한 바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시제품이 개발되어 이미 활용되고 있다.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은 IBM 인공지능 '딥블루', 2014년 미국 퀴즈쇼 제퍼디의 역대 우승자들을 꺾은 'IBM왓슨' 등이 대표적이다. 알파고는 바둑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경우의 수에 대해 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해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인간과 가장 유사한 인공지능이다.갑자기 출현한 인공지능의 위력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졌다. 기상예보용 인공지능의 예측 성능에 대해서는 불평하지만, 유독 인공지능 앞에서는 공포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인간의 고유기능이라고 '믿어 온' 능력과 일을 기계가 가로채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일 것이다. 우리가 알파고를 대신하여 바둑을 두고 있는 아자황 박사처럼 되지 않을까하는 의문 말이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사회적 변화는 혁명적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총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30년까지 이 직업들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그중 판사의 경우 사라질 확률이 40%에 달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문직종으로 분류

  • [경인칼럼] '침묵하는 다수'와 트럼프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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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침묵하는 다수'와 트럼프의 유혹 지면기사

    잘 살지 못하는 중장년층 백인계 '낀세대'들 지지사회적 금기, 제멋대로 허물어뜨리는 것에 '환호' 도처에 깔린 우리 불만세력과 그들은 정녕 다를까?'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는 국가나 집단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놓고 표현하기를 꺼려하는 불특정 다수를 일컫는다. 주로 보수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반전시위가 한창이던 1969년 11월 3일 연설에서 "특정한 시각을 가지고 거리로 나와 자신의 시각을 나라 전체에 강요하려는 소수에 의해 국가의 정책 방향이 좌지우지된다면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했던 선서를 지키지 못하는 셈"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반전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하며 "그래서 오늘 밤 저는 여러분, 즉 우리 미국 시민들 중 침묵하시는 다수의 분들에게 지원을 요청합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 대선에서 승리하며 30년 넘도록 지속된 민주당 우위를 종식시킨 닉슨의 자신감이다. 닉슨 이후 45년 만에 다시 미국이 '침묵하는 다수'에 주목하고 있다. 공화당의 '문제적'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때문이다. 그의 유세현장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적은 피켓이 진을 친다. 닉슨의 '침묵하는 다수'는 하얀 나무울타리로 둘러싸인 집에 살면서, 규칙을 따르고, 세금을 잘 내며, 시위 같은 건 하지 않는, 평범한 중산층 시민들이었다. 그런데 트럼프의 '침묵하는 다수'는 닉슨의 그들과 다르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의 '침묵하는 다수'는 잘 살지 못하는 중장년층 백인계층이다. 경제적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 '낀 세대'다. 어떤 세대보다 미국 사회에 불만이 많이 쌓여 있는 계층이다. 자신의 경제상황, 불법 이민자들, 미국의 추락하는 국제적 위상에 불만을 갖고 있는 상당수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트럼프는 이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아 공화당의 선두주자로 질주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의 '침묵하는 다수'가 사회적 금기(social taboos)의 해체에 대해서도 환호하고 있

  • [경인칼럼] 전통시장 닮는 오픈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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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전통시장 닮는 오픈마켓 지면기사

    작년 온라인거래 48조… 20년만에 유통산업 지각변동품질과 상관없는 광고비 과다지출 부작용도 증가지속가능성 위해 윤리경영과 시장질서 복원 필요온라인쇼핑의 폭풍 성장이 주목된다. 지난해 온라인매체들을 통한 판매액은 48조원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매출액 40조2천734억원을 능가했다.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을 제치고 유통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에 e커머스 업태가 출현한 지 20년 만에 유통산업의 지각변동이 초래됐다.오픈마켓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한국의 오픈마켓 시장규모가 2009년 9조7천억원에서 2014년에는 20조원으로 급신장해 전체 온라인 매출액의 40%를 점한 것이다. 오픈마켓이란 수수료만 지불하면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점포를 개설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장터로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1995년 미국 이베이가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도록 한 '중개'형 인터넷 플랫폼을 개설한 것이 효시이다. 국내적으론 G마켓, 옥션, 인터파크, 11번가 등이 대표적인 사이트로 이들은 시스템을 제공하는 대가로 상품을 런칭한 상인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2000년대 이후 종합인터넷 쇼핑몰보다 오픈마켓이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안정적일 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구조를 시현하고 있어 통신판매업태들 중 성장성이 가장 높다. 바쁜 현대생활에다 염가로 구입이 가능해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모바일쇼핑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사용자 연령대 또한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 시장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SNS) 3인방까지 모바일쇼핑의 덩치를 키우는 중이어서 점입가경이다. 세계최대인 중국의 알리바바가 T-mall에 '한국상품 판매전용관'을 설치하고 미국의 아마존도 국내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파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오픈마켓의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입점업체들에 광고비와 부가서비스 사용명목으로 판매수수료의 9배가 넘는 금액을 징수했다고 발표했다.

  • [경인칼럼] 희망과 열정의 쌍고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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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희망과 열정의 쌍고동을 지면기사

    유태인들 수천년 떠돌았지만 비관·자포자기 안해불행 닥치면 더 창의적·열정적 노력으로 위기극복우리도 불안한 환경탓만 말고 정면돌파로 우뚝서야우수, 경칩에는 대동강이 풀린다고 하였는데 요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초래된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와 양극화, 청년실업 문제 등 뭐하나 시원하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아 답답합니다만, 잠시 고개를 돌려 인천항으로 가보겠습니다. "쌍고동이 울어대는 이별의 인천항구, 갈매기도 슬피 우는 이별의 인천항구…". 대한민국 중장년층, 특히 인천시민이면 친숙한 '이별의 인천항'이라는 대중가요 가사입니다. 이 노래가 1954년, 전쟁직후에 발표된 노래라서 그런지 애절하기 그지없습니다, 가사만 보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항구에서 저 항구로 떠나는 선원들의 애환을 노래한 것이지만, 사실은 전쟁으로 부모 형제, 삶의 터전을 모두 잃어버린 나라에서 먹고 살려고 새 터전을 찾아 항구를 떠나는 우리 모두의 슬픈 마음을 노래한 것으로 들립니다. 얼마나 사는 것이 힘들고 희망이 보이질 않았으면 작약도의 등대불만 가물거린다고 노래했을까요. 그 후로 우리는 피나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로 난파된 대한민국호를 다시 출항시키고, 세계1등 공항인 인천공항도 탄생시켰습니다. 이제는 이별만 슬퍼하는 우울한 항구가 아닙니다. 희망과 열정의 항구입니다. 어떻든 항구는 이별의 아쉬움과 만남의 기쁨이 교차하는 인생살이의 축소판 같습니다. 항구에 울려 퍼지는 쌍고동은 어떤 이에게는 아쉬움과 슬픔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목표지점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열정과 희망의 나팔소리이기도 합니다. 이제 다시 시간과 장소를 거슬러 올라가 1871년 영국 런던으로 가 보겠습니다. 당시 사무엘이라는 18세의 유태인 소년이 있었는데 그의 가정은 부모와 11명의 형제가 동유럽의 유태인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흘러들어와 매우 가난하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엘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그의 아버지는 선물로 일본행 편도 3등선실표를 주었습니다. 사무엘은 런던에서 일본 요코하마로 향하는 배 한 귀퉁이에 몸을 실었습니다. 수

  • [경인칼럼] 조선 붕당 VS 한국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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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조선 붕당 VS 한국 정당 지면기사

    개성공단 중단 '결단'·'통치' 국민신뢰 전제돼야野 "총선용 與정치공학적행위" 비난 설득력 없어진영논리 여론몰이 '국회-국민' 대립시키는 언술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이슈가 새해 벽두를 강타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여론은 거의 팽팽하게 갈린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해서도 찬반 어느 한쪽으로 공론이 모아지지 않는다. 여론조사 업체와 의뢰기관에 따라 찬반 수치도 갈린다. 안보나 경제 영역의 전문가가 아닌 일부 미디어 연사들의 종일 방송이 여론을 정부 쪽으로 기울게 할 개연성은 상존한다. 여야 정치권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사드와 개성공단 이슈에 대해 일치된 국론을 도출해 내지 못하는 상황은 낯설지 않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55일 남았다. 그런데 선거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새삼 호들갑 떨면서 정치권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어차피 유권자들은 큰 관심이 없고 역대 거의 모든 선거때도 선거구는 선거를 코 앞에 두고 획정됐으니 하는 말이다. 17대 총선거는 불과 선거일 37일전에 선거구가 확정됐다. 지난 19대 선거 때도 40여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됐다. 그에 비하면 아직은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하는 19대 국회라고 하면 크게 이상할 일도 아니다. 어차피 선거는 치를테고, 선거무효 소송 등은 차후의 문제니까. 쟁점법안이란 현안들도 여야가 크게 합의 못할 쟁점들도 아니다. 소위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의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되는 상황은 우리의 시민사회의 수준과도 맞물려 있다. 새삼 사회경제적 격차와 이에 대응하는 시민 및 시민사회를 논한다는 것도 부질없어 보인다. 혼돈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 만큼 현재 한국사회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 같다. 갈등과 현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해 가는 방식의 문제의 어설픔은 항상 사회를 갈등으로 내몬다. 옳고 그름과 선악에 집착하는 도덕주의적 관점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의, 보수와 진보의,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각자도생에서 관용과 타협

  • [경인칼럼] 문화지구의 패러독스와 신포동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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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문화지구의 패러독스와 신포동 대책 지면기사

    문화예술이 추방된 곳은 특색없는 상업지구일뿐인천시·중구, 건물 직접 매입하는 정책전환 시급앵커시설 조성 소상공인·문화예술인들에게 임대해야아카시 나무야말로 토사구팽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개항기에 들어온 외래종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우리의 산을 망치게 할 목적으로 심었다는 누명을 쓰고 있지만 실은 황폐한 지력을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효자다. 아카시 나무는 박토를 아랑곳하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콩과식물이라 공중 질소를 스스로 고정시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비옥함 때문에 웃자란 아카시 나무는 쓰러지기 시작한다. 아카시 나무가 일군 땅에는 다른 식물종들이 자리 잡아 번성한다. 아카시 숲의 천이(遷移)과정은 문화예술이 애써 일구어 놓은 도시공간이 상업자본으로 대체되는 도시 재생의 과정과 흡사하다. 문화예술로 특정 지역이 활성화가 이뤄지면,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올라가고, 결국 문화예술 활동이 어렵게 되거나 예술가 그룹이 추방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일어난다. 대학로와 홍대 입구를 문화공간으로 활성화시킨 주역도 이곳에서 입주하여 활동한 문화공간과 예술가들이었다. 홍대 입구와 대학로에 유흥상권이 늘어나면서 창작실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자 새 영토를 물색하던 예술인이 찾은 곳이 문래동의 철공소 거리였다. 그런데 문래동도 지역상권이 살아나 상업공간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어 개척자들은 조만간 또 다른 박토(薄土)를 찾아 떠나가야 할 운명이다.인천 신포동과 개항장 문화지구에 그 같은 역설이 반복될 조짐이 역력하다. 구도심의 낙후한 풍경과 다소 쓸쓸하지만 덜 번잡스러운 거리, '착한 가격'에 손님을 반겨주는 정겨움, 예술인들이 작업하기에 적당한 공간들이 있었다. 예술인 레지던시 공간과 문화기관이 자리 잡고 특색있는 갤러리와 북카페와 공방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일대의 상가가 되살아나고 어두웠던 골목길이 한층 밝아졌다. 또 인천 내항 개방과 인천시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서 지역 명소로 바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이다. 최근

  • [경인칼럼] '나쁜 도시'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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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나쁜 도시' 인천 지면기사

    11살 소녀 학대·초등생 시신 훼손된채 발견…미디어 '인천 ○○사건'으로 표현 이미지 실추'아이 키우기 무서운 곳' 낙인… 가치재창조 고민 필요1997년 iTV 인천방송 개국과 동시에 선보인 '리얼TV-경찰24시'는 소위 킬러콘텐츠였다. 6mm 카메라앵글이 범죄 현장을 꾸밈없이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는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구성은 단순했다.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를 카메라가 좇는 형식이다. 범인 검거과정이 여과 없이 안방으로 전해졌다. 주인공은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강력반 형사들. 화면에서는 언제나 긴박감이 묻어났다.제작진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즐기고 있을 즈음 문제가 발생했다. 인천의 여론 형성층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경찰24시'가 인천의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에 등장하는 범죄현장은 죄다 인천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또한 대부분 인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뜩이나 삶의 질이 떨어지는 도시로 낙인 찍혀 있는데 지역의 방송이 그런 인천의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문제 제기는 일면 타당했다. 결국 제작진은 서울과 경기도로 소재를 확대했다. '나쁜 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라도 '물타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최근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그때 일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2014년 4월, 썩은 기저귀와 이불 등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어린 4남매가 생활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는 아동학대의 또 다른 형태인 아동방임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언론은 '인천 쓰레기집 4남매' 등으로 기사제목을 달았다. 2015년 1월, 한 어린이집에서 밥을 먹던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보육교사로부터 가혹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은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란 이름표를 달았다. 2015년 12월, 친부와 그 동거녀에 의해 2년 동안 집안에 감금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던 11살 어린 소녀가 가스배관을 타고 탈

  • [경인칼럼] 경제부진 은행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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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경제부진 은행 탓이 크다 지면기사

    금융기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부터 서민상대 돈놀이대출로 집 장만 할부로 차 사고 생활비는 신용카드로…결국 고용불안·민간소비 위축 '빚에 눌린 경제' 만들어경제성장률과 소비지출이 증가한 이유는 노동의 대가로 얻은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각종 개인채무가 증가한 때문이다. '마케팅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필립 코틀러 교수의 미국경제에 대한 진단이다.1970년까지 미국인들의 신용대출은 전무했으나 2012년에는 가계부채가 11조1천300달러로 불어났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전체의 70%인 7조8천100달러이고 학자금대출 9천905달러(8.9%), 신용카드 8천498달러(7.6%) 등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980년 68%에서 2014년에는 113%로 증가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중산층 대부분이 카드론으로 가계수지 결손을 충당한 때문이다. 미국인 67%가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며 2014년 미국가정의 평균 신용카드 대출액은 1만5천607달러로 평균임금의 40%에 달한다.톱니효과라는 게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수준도 동반 상승하는 반면에 소득이 줄 때는 소비의 동시축소가 어려워 경기하강 속도를 늦추는 것을 의미한다. 비올 때를 위해 준비한 우산이 빛을 발할 상황이나 미국인들의 저축률은 실망 그 자체이다. 2012년도 국별 가계저축률은 중국 50%, 프랑스 16.1%, 독일 11%이나 미국은 4%에 불과하다. 1인당 GDP가 미국보다 높은 노르웨이도 8.1%이다. 미국인 중 20%는 아예 한 푼도 저축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절대 다수 미국인들이 '꿈질'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금융기관들의 파행적 돈놀이가 화근이다. 담보 없이도 대출이 가능한 신용카드가 단연 인기였다. 심지어 대출 무자격자들에게도 모기지론을 권했다. 신용평가기관들의 '귀에 걸면 귀고리'식 평가는 주마가편이었다. 자유를 빌미로 브레이크 밟기를 주저한 규제기관의 무책임은 도를 넘었다. '가계부채가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의 진원지였다'는

  • [경인칼럼] 종편 사용설명서
    칼럼

    [경인칼럼] 종편 사용설명서 지면기사

    정치평론가들 뚜렷한 정치색 띠며 '입담 과시'정치발판의 수단 삼으려는 사람들 점점 많아져개국 5년째… 출연진 이력제 못할것도 없지 않은가종합편성채널, 즉 종편이란 뉴스·드라마·교양·오락·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하는 채널을 가리킨다. 지금 대한민국은 종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2011년 12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4개의 종편이 출범할 때만 해도 종편이 이렇게 성공을 거둘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막강한 자금력과 오랜 연륜의 지상파 방송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종편들이 적자에 시달렸다. 그러나 2012년 대통령 선거는 종편에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다. 돈 적게 들이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시사 뉴스 프로그램은 제격이었다. 시청률도 잘 나왔다. 출연진 몇 명이 나와 하루 종일 정치얘기만 하면 되니 제작하기도 편했고 비용도 저렴했다.종편들이 개국할 당시 대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컸던 시기다. 그러다 보니 듣지도, 본적도 없던 사람들이 '정치평론가'라는 이름을 달고 종편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국민들은 이들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정치평론가라고 생각했다. 대학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자라는 신분 때문에 처음엔 신뢰가 갔지만 그들이 '정치교수'라는 것이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정인과 특정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4개 종편을 돌아다니며 출연하는 20~30명의 소위 정치 평론가들이 점점 뚜렷한 정치색을 갖고 특정인과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중립적 시각에서 정치판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사주의 입장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진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출연진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이들의 이력을 제대로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 야당에 우호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