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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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새해만 되면 소망하는 것들… 지면기사
지난해 풍자로 회자됐던 ‘헬조선인·수저계급론…’청·장년세대들 어둡고 답답한 현실 애처롭게 견뎌올해엔 절망 없는 희망의 사다리 놓여졌으면…잿빛 구름이 낮게 드리워지고 미세먼지가 공간을 가득 메운 회색빛 세상은 답답하고 암울하다. 희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꿈은 현실과 유리된 환상이 되어 허공을 맴돈다. 한여름날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사막을 건너는 상인들에게 죽음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듯 그런 세상 그런 세월을 견디며 살아 내려면 비상한 각오로는 부족하다. 해학과 풍자로 시름을 달래며 고통을 견뎌내는 것도 절망의 사막을 건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지난 한해 우리 현실이 그랬던 듯싶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단어가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를 뜻한다는 헬조선(Hell朝鮮)이었으니 말이다. 뜻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 이건 아니다 싶기도 했지만 취업에 절절매고 현실에 절망하는 아이들을 돌아보니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수저로 구분하는 신계급론도 그렇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로 계급이 나뉘고 부모 자산 20억원 이상, 또는 가구 연수입 2억원 이상이 되어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따라 붙는다. 흙수저는 부모 자산 5천만원 이하, 가구 연수입 2천만원 이하를 의미한단다. 이걸 보면서 내 자식들은 어느 계급인지 약삭빠르게 계산하다가 아주 빠른 동작으로 생각을 지웠다. 아무리 살펴도 금수저나 은수저는 절대 아니니 아이들에게 딱히 할 말이 없어서다. 팍팍하고 답답한 현실에 절망한 이 땅의 청춘들이 지난 한해 이런 풍자와 해학을 통해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견뎌내며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려고 아주 질긴 생명력으로 죽을힘을 다했다. 애처롭고 애틋하다. 그나마 청춘들이야 이렇게라도 울분을 토하지만 어중간한 처지의 장년 세대도 힘들긴 똑같았다. 60세 정년을 보장한다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40대 늦춰 잡아도 50대 퇴직이 당연시되는 게 현실이다. 그것도 모자라 ‘사람이 미래다’라고 외치던 어느 대기업은 ‘사람이 귀찮다’며 20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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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안철수의 딜레마 지면기사
탈당후 여론조사·호남서 기대치 높아 ‘뒷심 발휘’구태정치 조금이라도 퇴행 시킨다면 ‘새정치 성공’대권에만 집착하지 않는 정치적 각성과 성찰 절실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총선거를 앞둔 정당의 이합집산이라는 낯설지 않은 한국정치의 데자뷰를 보게 될지, 의미 있는 정당체제의 재편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정치에서 탈당과 분당, 창당이 선거를 앞두고 극적인 통합과 연대로 이어지는 분열과 통합의 역사는 고비마다 이어져 왔다. 한국정치사는 통합과 분열의 정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회주의의 역사적 경험과 정당정치가 뿌리내린 서구의 정치선진국에 비하여 한국은 정당의 역사가 일천하다. 또한 민주 대 반민주의 정치구도에서 정상적인 정당의 성장을 경험하지 않은 한국에서 선거승리만을 위한 정당의 이합집산은 각종 선거를 전후해 발생하는 일상사가 되었다. 1987년의 통일민주당의 분당으로 평화민주당이 창당되고 그 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첫 대선 때 통일민주당의 김영삼과 평화민주당의 김대중으로 분열된 민주세력은 정권창출에 실패했다. 이듬 해 치러진 13대 총선은 대한민국 정당사 최초로 여당이 과반 획득에 실패하는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상황을 초래한다. 결국 1990년 3당 합당은 민자당이라는 거대여당을 탄생시킨다. 결과적으로 여권의 통합으로 1992년의 14대 대선의 승자는 여당의 김영삼으로 귀결된다. 15대 대선 때 신한국당의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이인제 후보의 대선 출마는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의 패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7년 야권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통합되었으나 이명박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은 민주당과 합당하여 통합민주당으로 총선을 치렀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리고 4년전 12월에 민주통합당으로 또 한번 야권은 통합되지만 19대 총선도 야권의 패배였다. 같은 해 18대 대선도 승리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의 몫이었다. 통합이 승리를 백 프로 담보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분열하는 세력은 선거에서 고배를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한국정치사의 교훈이다.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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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이케아 스타일과 한국인의 공작본능 지면기사
60개 쇼룸에 직원없는 ‘무관심 콘셉트’ 성공요인과잉친절은 고객에 방해 ‘자율적 상품선택’ 배려내가 산 물건 직접 만든다는 ‘제작 본능’ 자극이케아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18일 경기도 광명시에 1호점을 연 다국적 가구 기업 이케아 코리아가 최근 밝힌 경영 성과에 의하면, 올 한해 총 3천8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고 한다. 누적방문객은 총 670만명, 회원프로그램인 이케아 패밀리로 등록한 고객도 60만6천명으로 집계됐다. 관련업계가 매출 추산액이 2천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또 메르스 여파로 인한 유통업 수요침체까지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경기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수도권 성인남녀 10명중 4명이 이케아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고양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이케아 모시기에 나선 것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이케아 광명점이 문을 열었을 때, 60개의 쇼룸에 직원을 배치하지 않은 전시장 운영 전략을 회의적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 ‘무관심 콘셉트’야말로 성공 요인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 매장에서 보는 과잉 친절이나 지나친 호객행위는 고객의 선택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가구의 선택은 용도, 가구의 재료와 색깔과 기능과 디자인, 주택의 구조, 가격 등 복합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차분히 생각하면서 선택해야 하는 상품이다. 이케아는 매장 고객들에게 쇼룸부터 충분히 둘러보고 구매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의도적 무관심’에 대해 불편하다는 고객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자율적 선택을 위한 ‘배려’로 받아들인다.이케아가 파는 가구는 반제품이다. 차로 싣고 가서 조립해야 하는 ‘불편한’ 상품이다. 부품을 나사나 볼트로 조립하는 수고를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케아는 가구를 판 것이 아니라 현대인에게 결핍된 자아 존재감, 예들 들면 대량생산된 완제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한동안 잊어버렸던 공작본능(Homo Faber!)을 자극하면서 내가 ‘선택한’ 물건, 내가 ‘만든’ 물건이라는 감성을 소구(訴求)하는데 성공한 것이 아닐까? 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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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인천의 방송, 그 문제를 푸는 방법 지면기사
방송콘텐츠, 철저하게 공공재 관점에서 접근시, 인큐베이팅 설립통해 인천관점 적극 반영지상파·유선·위성방송과 특정채널 사용 계약세계 4대 골프 국가대항전으로 꼽히는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치러졌다. 대회기간 골프 좀 친다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인천 송도로 집중됐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이벤트가 내 땅에서 열리는데도 인천은 관련된 방송콘텐츠 하나 제대로 제작하지 못했다. 이것이 인천의 방송현실이다. 그래서일까. 뜻있는 이들은 방송주권을 외치고, 지상파 TV방송국의 설립 또는 유치를 주장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2015년 11월 4일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나는 지난번 칼럼에서 ‘인천의 방송’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론으로서 논의의 초점을 플랫폼(platform)에서 콘텐츠(contents)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지상파방송국을 새로 만들거나 유치하는 데 무리하게 힘을 쏟지 말자는 것이었다. 짚어보았듯이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난관들이 존재한다. 그 장애물들은 인천만의 노력으로 제거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방송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상파 TV방송국도 없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생각만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인천시가 방송콘텐츠 인큐베이터(incubator) 역할을 하면 된다.인큐베이터는 온도와 습도 등 생식과 성장에 필요한 모든 환경조건을 최적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에는 주로 창업과 관련해 쓰이는 개념이지만 방송콘텐츠를 제외한 인천의 여타 문화산업부문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다. 영화 부문에서는 인천영상위원회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과 웹콘텐츠 부문에서는 인천정보산업진흥원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콘텐츠는 상업적 지향이 허용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철저하게 공공재(public goods)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방송콘텐츠가 본래 갖게 되는 공익성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천시가 방송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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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동반성장과 하자아파트 지면기사
공공기관 건설 하자율 2012년이후 ‘30%이상 급증’최저가 낙찰제·업체 과당경쟁 ‘덤핑수주’ 원인납품업체 ‘저품질 관급자재 조달’ 더 큰 문제최근 모 중년여성은 이웃사촌이 다른 동네의 새 아파트로 이사했다는 소식에 “축하드려요. 주공아파트로 옮기셨다지요?”란 인사를 건넸다 민망한 경험을 했다. 순간 상대방 여성의 안색이 바뀐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작별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되돌아섰다고 한다. 그 아줌마는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명품(?)이 아니어서 자존심이 상해있던 차에 하자 문제까지 겹쳐 부지불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던 것이다. 10년지기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아 찜찜했단다. 아파트 하자분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 신청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금년 9월 현재 2천880건이 접수되는 등 최근 6년간 총 7천741건에 이른다. 공공기관이 건설한 아파트일수록, 또한 근래에 지은 공동주택일수록 불량공사 시비건수가 많다. 관련 법률시장규모도 갈수록 커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최근 5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국적으로 총 32만330세대의 공공임대아파트를 분양했는데 이중 하자발생 건수는 6만9천266건에 달했다. 하자율이 2010년까지 10% 내외였으나 2012년 이후로는 30%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골조 균열과 기기작동 불량, 변전실, 소방설비 등 입주자 안전과 직결되는 시설 하자가 전체의 17%를 점했다. 서울시 산하의 SH아파트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이 확인되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입주한 서울 마곡지구 6천730가구에서 130건의 하자 민원이 발생한 것이다. 가구당 하자 민원은 6.7건으로 평균 4.2건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무주택 서민들의 평생소원인 ‘마이 홈’과 취약계층의 주거품질 향상을 주 임무로 서민아파트 공급을 도맡다시피 한 LH공사와 SH공사 아니던가. 입주민들이 깐깐해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저가 낙찰제가 일차적 원인이다. 공공기관이 건설공사를 발주할 때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에 공사를 주는 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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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핵노답’ 대한민국 19대 국회 지면기사
여야, 느닷없이 세비동결 선언 “인상 몰랐다” 딴청각종 비리혐의 의원직 상실 무려 22명 ‘최악 국회’답이 없는 ‘엄청나게 한심한 19대’ 일주일 남아의회주의자였던 김 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렸던 지난 26일 국회는 모든 것이 잿빛이었다. 국회를 삼킬 듯 쏟아지는 눈발 때문인지 숙연함이 국회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일시에 반전되는 일이 일어났다. 서로 잡아 먹지 못해 늘 으르렁거리던 여·야 예결위 간사의 느닷없는 공동성명 발표 때문이었다. 영결식 후 이들이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는 “오늘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 날”이라며 “그분이 남겨주신 유지를 받들어 의회주의 정신에 따라 여야 간 정쟁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예산국회를 만들도록 여야 간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며 “국회의원 세비 3% 증액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자 세비 인상분을 반납한다”고 적혀 있었다. 자신들의 봉급에 해당하는 세비를 올리려다 반발 여론이 예상밖으로 빗발치자 하루 만에 세비 동결을 선언하며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여·야 운영위원들은 한결같이 세비 인상을 몰랐다고 딴청을 부렸다. 예산안 심사 자료에 국회의원 세비 항목이 별도로 나와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이날 우리를 더 웃기게 만든건 성명서의 결론부분이었다. 야당 간사는 ”김 전 대통령이 내년도 세비 인상을 거부하고 국민들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여야 간사들의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고 기쁜 마음으로 국민의 곁을 떠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도 ”YS께 드리는 마지막 보답“이라고 말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이날 여야간사의 발표는 19대 국회 앞에는 늘 ‘사상 최악’이라는 관형어가 붙어 다니고 왜 개그 프로였던 ‘봉숭아 학당’이라고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19대 국회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다. 의원실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한 의원,대낮에 호텔방에서 그렇고 그런짓을 한 의원 등 그 근거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지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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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YS에 대한 인천 기억과 인물 재조명 지면기사
강화·옹진 편입과 송도 갯벌매립 신도시조성 결정하나회 해체 ‘軍정치개입 차단’ 군부통치 종식시켜산업·민주화… 지금의 대한민국 만들어 낸 디딤돌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민주화 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6년 전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양김으로 불리며 부국강병이 최우선이라는 산업화 세대의 국가우선론에 끈질기게 저항하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다지만 한 시대를 이끌었던 두 사람을 모두 보내니 새삼 허망하고 안타깝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인천이 지금처럼 넓은 면적을 가진 국제도시로 자리매김 한데는 그의 공이 크다. 강화와 옹진을 경기도에서 떼어내 편입시켰고 김포의 검단면이 인천의 시계로 들어온 것도 김 전 대통령 재직시절이다. 갯벌로 남아있던 송도 앞바다를 매립해 신도시를 만들도록 결정한 것도 그였고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공항으로 키우도록 한 것도 그였다. 지금 인천의 모습은 기실 김 전 대통령에 의해서 자리매김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어쩌면 김 전 대통령은 투옥과 연금이 반복되고 국회의원직에서 조차 제명당하던 1970~80년대의 엄혹한 시기를 민주화의 소명의식으로 버텼고 그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인권운동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며 수도권의 민주화 전진기지 역할을 해온 인천에 대해 동지의식이나 부채의식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대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이승만과 김구 박정희와 김대중에 대해서처럼 현재 진행형이지만 꼭 첨언 하고 싶은 게 있다. 미시적으로 보지 말고 거시적으로 보고 부분으로 판단하지 말고 전체를 보고 평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과 전격 합당해 여당정치인으로 변신한 김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시비가 분분하지만 92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보여준 행보는 왜 합당을 결심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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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국면 전환의 정치학 지면기사
‘국정화 이슈’ 예산심의·민생법안 논의자체 차단여 ‘발빠른 전환’-야 ‘만성 무기력’ 기대 부응못해여권 ‘의제설정’ 야당 압도… 與, 다음카드가 궁금가치판단이 배제되는 정치는 패권정치로 흐르기 십상이다. 가치의 지향이라는 정치의 본령이 낯설어진지는 오래됐다. 다이내믹스와 불가측의 정치가 일반화되고 있는 정치현실이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로 마냥 합리화될 수는 없다. 여야 정당 내부의 역학관계와 권력지형의 변화 등 정치적 현상들은 정치 그 자체의 동력으로 추동된다. 이는 권력정치적 관점에서의 정치현상이다. 그러나 정치가 권력을 추구하는 본질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한편의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 계층간의 사회경제적 간극을 메꾸고 분출되는 갈등을 관리하는 정치 본연의 임무다. 여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제기한 이후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가 있었고,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반발을 민생발목잡기로 야당을 몰아붙였다. 정기국회 기간의 상당 부분을 뜬금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소진하게 된 원인 제공자는 여권이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여부와 무관하게 국면을 재빨리 전환하여 야당에게 역공을 취하는 형국이다. 야당은 이슈에 끌려다니면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정국은 야당의 지지율 상승과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새누리당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는 한국정치의 역설을 목도한다. 정국을 주도하려면 의제 설정에 능해야 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 여부와는 별도로 국정화 이슈는 정기국회의 예산심의와 새누리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법안의 논의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야당은 전선을 형성하고 공세적으로 나왔으나 교과서 정국에서 이슈를 주도한 측은 여당이었다. 이후 유승민 의원 부친 상가에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TK 물갈이 관련 발언이 있은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이른바 총선심판론은 정치권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국회에 대한 압박과 새누리당 비박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야당이 선거개입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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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도시 브랜드와 도시 거버넌스 지면기사
‘I.SEOUL.U’ 독자적 의미 전달능력 못 갖춰 논란브랜드 제정할때 전문가·시민·외국인 참여 필수각 주체 소통하는 실용적 거버넌스체계 고민해야서울시가 2016년부터 사용할 새 도시브랜드로 ‘아이·서울·유(I.SEOUL.U)’를 선정 발표했으나, 곧바로 의미가 모호하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9억원을 들여 개발한 새 브랜드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이름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산통치고는 너무 커 보인다. 브랜드 슬로건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이해관계도 암암리에 작동되게 마련이다. 그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겠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새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여러 도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새브랜드는 선정 과정과 조어 방식을 보면 혁신적 요소도 많다. 특히 브랜드 선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새브랜드는 시민 사전투표, 시민심사단 1000명의 현장투표, 전문가 심사단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선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10만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하니 거버넌스의 모범사례라 할만하다. 또 서울시의 새 브랜드는 도시명에다 ‘Dynamic’, ‘Colorful’ ‘Fly’ 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종래의 브랜딩 방식을 벗어나 시민(‘I’)을 브랜드의 핵심요소로 도입했다. 이런 명명법은 국제적 트렌드를 반영한 국내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시의 새 브랜드가 논란의 대상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브랜드가 독자적 의미 전달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 브랜드는 설명 없이도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직접적인 환기 효과를 위해 기업이나 도시들은 브랜드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뉴욕시의 브랜드 ‘I ♥ NY’에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하트가 뉴욕의 특산물인 사과를 의미한다는 설명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이는 디자이너들의 주관적 스토리텔링으로 일종의 덤일 뿐 몰라도 그만이다.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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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 지면기사
‘가치 재창조·정체성 회복’에 더할 나위없는 무기방송국·네트워크에만 집착하다보니 답 못찾아‘인천의 관점’ 적극 반영하는 방송콘텐츠가 필요지난해 3월, 존함을 대면 누구나 다 알만한 지역원로를 찾아뵙고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설립 목적과 역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드린 뒤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는 인천에 KBS 지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원로의 하문(下問)은 필시 부산, 대전, 강릉 등 전국 18개 시에서 총국 또는 지국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KBS 지역국을 염두에 두신 게다.“있으면 좋겠으나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렇게 답했다. 공영방송인 KBS의 인천지역국이 있으면 분명 좋을 것이다. 인천시가 부르짖고 있는 ‘인천 가치의 재창조’나 ‘인천의 정체성 회복’에 더할 나위 없는 무기가 될 것이다. 서울의 그늘에 갇혀 ‘지역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인천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인천의 관점’이란 것이 생겨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KBS 인천지역국 유치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간절한 인천의 바람과는 달리 수도권이라는 단일한 문화적 생활환경에서 독자적인 제작시스템을 갖춘 지역국을 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더군다나 인천시청에서 여의도 KBS 본사까지는 직선거리로 20km 남짓한 지척이다. 지금 수원에 있는 KBS 경인방송센터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지역국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뉴스를 위해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로는 ‘인천 가치의 재창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시간이 흘러 올해 7월, 인천의 한 언론인단체가 주최한 ‘방송주권 찾기’ 토론회에서 ‘인천의 방송’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도출된 대안들도 설득력이 약하다. 케이블TV와 IPTV는 유료방송이다. 방송권역도 저마다 다르고, 네트워크도 제각각이다.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권이 허용되지 않는 방송시스템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된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 기반의 인천N방송은 얼핏 맞춤의 해결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천N방송은 태생